최근 잇따른 메갈리아/워마드에서 비롯된 오프라인 시위들이 활발헀던 모습을 보고 항상 품고있던 의구심이 커집니다. 여성이슈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소라넷,강남역 살인사건,넥슨 게임 성우 티셔츠)이 그런 시위를 벌일 만한 사안인가 의구심이 항상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만큼 저 사건의 이면에 있는 사회적 시스템에 대해 할 말이 있는 것이겠지 생각합니다. 제게는 시위할만한 일이 아니라도 어찌되었든 누군가에겐 시위할만큼 치열한 일이겠죠. 그게 설사 선동적이고 취사선택된 진실에 의해 내몰린 것이라도.
그런데 인터넷을 통해 저렇게 과거보다 훨씬 시위가 쉽게 조직되고 또 나름의 구호와 통일성을 가지고 목표를 세운뒤에 그걸 이룰 때 까지 꾸준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왜 남성들은 저렇게 연대하지 않을까 혹은 못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다른 무엇도 아닌 병역문제에 있어서 남성들의 반응은 비정상적인 정도입니다. 항상 생각해왔습니다 부조리한 병역시스템에 대한 어마어마한 분노는 왜 항상 온라인 상의 게시판에서나 나타나는 것일까. 군대가 품고있는 그 폭력과 부조리에 대해 왜 더 합당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일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남녀를 막론하고 징병제 자체의 필요성까지는 상당수 공감하고 있을 것입니다.(모병제로 전환하자는 목소리가 작거나 혹은 비합리적이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이 징병제도안에서 합리화되는 폭력과 처우까지 합리화하는 의식으로 가야할 이유가 없습니다. 군대 상황이 조금만 좋아지는 기사가 나와도 '군대가 저렇게 편하면 안되는데'라는 반응을 종종 보지만 그것은 군대의 부조리로 인해 죽어간 장병들을 위한 분노에 비하면 크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분노를 구체적으로 행동에 옮기는 것은 대부분 친지이지 같은 군 경험을 가졌거나 혹을 가질 예정인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남녀문제가 나오면 예외없이 군대에서 지내야 하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젊은 2년에 대한 억울함이 증언됩니다. 이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누군가 공으로 2년 동안 노동력을 착취당했다면 그것은 분명 평생동안 되풀이될 경험입니다. 게다가 그 2년은 단순한 착취가 아니라 강제적인 복종과 폭력, 최저의 복리후생으로 덧칠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는 그것을 인정해주려 하는데 너무 게으릅니다. 바로 이 시점이 사람들이 거리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 아닌가. 제가 보기엔 부조리와 관련된 사건이 터질 때 마다 서울광장엔 군복무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는 풍경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때로는 남성들이 이토록 목소리를 내지 않기 때문에 지금의 부조리가 지속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 명의 여성이 억울하게 살해된 사건에 여성들이 몰려 시위하고 추모의 행진을 이루니 유력 차기 대선후보가 와서 SNS로 홍보도 해주고, 이와 관련한 테스크포스나 대책을 수립한다고 난리입니다. 언론에서도 '한 사람의 죽음'치고는 비교적 오랜 시간동안 그 사건을 조명했고요. 저런 걸 보면 '아 저래서 시위하는 구나'를 단박에 깨닫습니다. 최소한 이 사회는 저런 시위를 하면 반드시 피드백이 있는 그런 시스템이 갖추어진 사회이고 그런 시스템을 필요하다면 활용하는 것이 현명한 사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합니다. 그 오랜 시간동안 누군가 군복무 장병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시위를 조직해줄 용기있는 사람이 없었던 것일까요? 아니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호응이 없었던 것일까요? 모르겠습니다. 왜 남성들은 이 문제로 연대하지 못하는지.. 군필자와 미필자 사이의 모종의 갈등관계가 만들어진 것인지. 혹은 군필자는 '병역 내 처우개선'에 공감하기 보다는 병역에 따른 보상에 더 집중하다보니 그 이해가 갈리는 것인지. 여성들이 자기와 무관계하고 또 공유할 수도 없는 누군가의 죽음에 저렇게 쉽게 동요되어서 거리로 나서는 시점에. 한 번 이상 공유했을 그 경험에 이토록 움츠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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