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은 태양계에 있는 행성들의 이름을 다 알고 계십니까? 아마 어렵지 않게 다 이름을 대실 수 있을 겁니다.
"수성...금성...지구...화성...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며어~...--;;"
저랑 비슷한 연배의 사람라면 마지막에 "명왕성"까지 대고 싶은 생각도 있겠지만 아시다시피 명왕성은 이제 더 이상 행성은 아니지요. 그래도 우리 명왕성은 표면에 하트 모양을 가지고 있는 아주 귀여운 천체였습니다.
명왕성의 "하트"
그런데 몇몇 천문학자들이 실제로 우리 태양계에 아홉 번째 행성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다시 명왕성의 행성 지위 복원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명왕성 말고 다른 행성이 있다는 겁니다. 명왕성보다 훨씬 더 바깥쪽에 말이죠. 물론 실제로 이 아홉 번째 행성이 관측된 것은 아닙니다. 다른 천체들의 운동을 통해서 아홉 번째 행성이 있을 것이라고 추론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분들은 왜 우리 태양계에 아홉 번째 행성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얘기하는 걸까요? 오늘은 그걸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Planet X?...
우리 태양계의 구조를 보다보면 해왕성 바깥으로 얼음이나 운석 같은 수많은 작은 천체들이 모여서 태양 주변을 돌고 있는 지역을 만나게 되는데 바로
카이퍼대(the Kuiper Belt)지역입니다. 화성과 목성 사이에도 소행성들이 이런 형태로 분포하고 있는 소행성대가 있지요. 그런데 이런 카이퍼대에 속한 천체들 가운데서도 아주 멀리 떨어진 여섯 개의 천체들이 다른 동료들과는 달리 이상한 공전 궤도를 돌고 있는 것이 발견이 됩니다. 마치 자기네들만 따로 놀겠다는 듯이 말이죠.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이런 공전 궤도를 돌려면 상당히 큰 질량을 가진 천체의 중력이 이들에게 작용을 해야 가능하다는 겁니다.
카이퍼대...
카이퍼대의 여섯 천체들과 예상되는 아홉 번째 행성의 궤도...
두 명의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소속 천문학자들이 컴퓨터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적어도 지구보다 10배는 더 무겁고 지구보다 태양에서 약 700배 정도 더 멀리 떨어진 곳에 이러한 행성이 있을 것으로 예측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만약 이러한 행성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앞서서 말씀드린 이상한 궤도를 도는 여섯 개의 천체 말고도 이론상으로 이 아홉 번째 행성의 공전 궤도면에 거의 수직에 가깝게 공전을 하는 천체들도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공전 궤도를 가진 카이퍼대의 천체들도 다섯 개나 발견이 된 것입니다. 이들의 공전 궤도는 시뮬레이션으로 예측한 공전 궤도와 거의 일치했다고 합니다.
기존의 여섯 천체들(핑크색)말고 아홉 번째 행성의 공전 궤도면(노란색)에 거의 수직으로 공전을 하는 다섯 개의 다른 카이퍼대 천체들(푸른색)도 확인이 되었다...
만약 이들의 주장대로 우리 태양계에 아홉 번째 행성이 있다면 이 행성은 어떻게 생긴 것일까요? 여기에는 대략 세 가지 가설이 나오고 있습니다.
첫 번째 가설은 이 행성이 원래 우리 태양계에 속했던 행성이 아니라 태양계 밖에 존재했던 행성인데 우리 태양의 중력에 이끌려서 우리 태양계 속으로 들어오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태양계 주변을 지나가던 다른 항성계의 행성 하나가 우리 태양계 쪽으로 끌려 들어왔거나 혹은 특정한 항성 주변을 돌지 않고 우주 공간을 나홀로 움직이는 떠돌이 행성이 지나가다 우리 태양계의 올가미에 걸렸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확률적으로 이런 일이 벌어졌을 가능성은 약 2% 미만이라고 합니다.
두 번째 가설은 이 아홉 번째 행성이 원래부터 우리 태양계 안에서 형성이 된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원래부터 현재 있을 것으로 추정이 되는 그 자리에서 행성이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하나 있고, 다른 가능성은 이 아홉 번째 행성도
다른 행성들처럼 원래는 태양 가까운 데서 형성이 되었는데 주변의 덩치 큰 행성들(목성과 토성)이 이 친구를 바깥으로 밀어내버렸을 거라는 얘기입니다. 이 두 번째 가능성을 좀 더 쉽게 이해하려면 그네에 탄 아이를 뒤에서 미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된다고 합니다. 처음에 밀 때는 살짝만 움직이지만 타이밍을 잘 맞춰서 적절한 힘으로 밀기 시작하면 곧 그네가 탄력을 받아서 높이까지 올라가는 이치와 유사하다는 거지요.
세 번째 가능성은 일단 이
아홉 번째 행성이 우리 태양계 내부에서 탄생한 것은 맞는데 외부로 밀려난 것은 다른 형제 행성들 때문이 아니고 우리 태양계 밖의 다른 별의 작용으로 그렇게 되었을 거라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이 가설에 대해서도 역시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학자들이 있다고 합니다. 이 세 번째 이론은 첫 번째 이론에서 주객이 바뀐 상황인데(즉, 첫 번째 가설은 외부의 행성을 우리 태양이 당겨 왔다는 것이고 이 세 번째 가설은 우리 안의 행성을 외부의 별이 바깥으로 당겨 갔다는 이론) 이렇게 우리 태양계 안의 행성을 외부의 별이 당겨가는 경우 해당 행성은 우리 태양계 안에 남아있기 보다는 아예 우리 태양계 밖으로 완전히 탈출해 버릴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직은 이 아홉 번째 행성이 실제로 관측이 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가설일 뿐입니다. 하지만 예전에도 행성들은 이런 식으로 기존에 알려진 천체들의 움직임을 통해서 예측이 되고 그 예측을 바탕으로 관측을 통해서 발견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바로 해왕성의 발견이 그에 해당이 되는데 해왕성은 천왕성 공전 궤도를 관측하다가 천왕성 밖에 또 다른 행성이 있을 것으로 예측이 되었고 그게 나중에 관측을 통해서 실제 발견으로 이어진 경우입니다.
정말 우리 태양계에 아홉 번째 행성이 있는 것일까요?...만약 정말로 아홉 번째 행성이 있다는 것이 증명된다면 이것 하나는 분명해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우리 태양계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점 말입니다.
우리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뭣이 중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