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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5/13 22:14:26
Name 빙봉
Subject [일반] 곡성에 대한 짧은 감상
이토록 화려한 낚시질

곡성의 이야기는 끊임없는 낚시질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플롯을 전개해가면서 장르를 낚시질 해가는 건 물론이고 (개인적으로 ‘일광’이란 캐릭터를 숨겼으면 더 충격적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만약 그럤다간 극장에서 단체로 벙찌는 상황이 나왔을거 같기도 하고… 그렇네요. 흐흐) (포스터의 카피마냥) 절대 현혹되지 말라면서 미친 듯이  낚아올립니다. 영화의 메인 플롯이라고 할만한 ‘종구’와 딸’ ‘효진’에게 일어난 일들은 어떻게 일어났느냐가 전부지 ‘왜’에 대해선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의한 재난이란 점에서 영화는 꽤 묵시록적인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런 ‘왜’에 대한 부재와 생략 때문에 영화는 메인 플롯과 서브 플롯을 가득 채운 동시에 비운 느낌이 듭니다. 그런 부분에서 개연성에 대한 지적도 충분히 수긍할만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날이 선 연출

화려한 낚시질로 표현 가능한 이야기의 구조를 정말 제대로 ‘날 선’ 연출로 꾸며낸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일광’의 굿 판 장면은 정말 압도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영화를 보면서 압도적이다.라고 느낀 영화는 되게 오랜만이었네요. 다만 그 부분 자체는 일종의 서술 트릭으로 낚시질이지만 되짚어보면 음? 싶긴 하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 굿 자체가 ‘효진’을 노린 거 였거나, 혹은 계산된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차피 영화 자체가 알 수 없는 ‘악’에 휩쓸린 피해자의 영화이니까요.) 그 외에도 날씨와 풍경만으로도 긴장감을 쌓아 올리는 방식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낚시에 더해 영화 자체가 상당히 세세하게 불친절합니다. 꽤 진지하게 나왔던 어떤 소재가 뒤에서 별다른 언급 없이 사라져버리기도 하고 지나가는 무언가에 음? 싶을 만한 소품이 지나가기도 하구요. (재미있는건 메인 플롯이라고 할만한 부분에서의 이런 떡밥은 꽤 성실하게 회수하는데 서브 플롯 쪽에서의 떡밥은 휙휙 지나가는 경향이 있는거 같습니다.)

미묘한 무국적성

영화의 서사를 ‘가득차면서도 허전하다’라고 표현한다면 영화의 상징은 무국적성이 두드러지는 것 같습니다. 정확하게는 토속성을 쌓아 올리다가 이야기를 비트는 후반부에 그런 부분을 무너뜨려버린다고 해야할까요. 굿과 무당/귀신이라는 소재를 활용해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마지막 부제와 악마(라고 주장하는 무언가)는 어떤 동굴 안에서 만나고 거기서 본 악마는 일본 신화에 나올법한 요괴의 모습이거든요. 또 무언가 초월적 존재라고 암시하는 ‘무명’은 ‘할매’로부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지만 역시 정확한 정체가 나오진 않고요. 다만 토속적 신앙의 무언가라는 것만 확실할 뿐이죠. 어쩌면 이런 무국적성과 묵시록적 분위기, 결말부에 비틀기를 통해 믿음과 의심으로 전환하는 이야기는 장르적 특징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p.s. 무서운거 전혀 못 보는데 극장에서 공포 비스무리한 건 처음 봤습니다. (괴수 영화를 공포로 안친다면) 후덜덜.

p.s. 2 세 배우도 분명 준수했지만 눈에 띄는 건 ‘효진’ 역의 김환희양?이네요. 다만, 어떤 배우든 철저한 감독의 손 아래에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도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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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로뽀로미
16/05/13 22:48
수정 아이콘
적절한 음향과 브금도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황정민씨의 첫등장 장면은 평범한 씬인데도 브금때문에 포스가 엄청나게 느껴졌었습니다.
다만, 가뜩이나 사투리인데다가 오디오도 겹쳐서 말소리가 잘 안 들린 부분과 화면이 어두워서 사물분간이 잘 안된 점은 좀 아쉬웠습니다.
16/05/14 00:20
수정 아이콘
음악 좋더라고요. 물론 어디 다니면서 듣기엔 소름끼쳐서 못하겠지만ㅡ.ㅡ
공허진
16/05/14 01:04
수정 아이콘
낚시질을 위해 스토리 따위는 개나 줘버린 졸작이었습니다 첫장면부터 미끼를 끼우고 있다는....

촘촘히 구성됐지만 관객이 미쳐 보지 못한 복선에 의한 반전이 아니라 아예 중요장면을 안보여주고 통수를 치려하니 스토리 중간에 구멍투성이고
복선은 너무 뻔했습니다

언플로 흥행작 만드는 짓거리 좀 그만 했으면 합니다
16/05/14 01:14
수정 아이콘
보시기에 그렇게 엉망이었나요?
언플로 흥행작 만든 수준은 절대 아니었던것 같은데요.
스토리에 구멍이 있긴 했지만 연출 하나만으로도 올해 최고의 한국영화라고 볼 수도 있을구 같습니다.
16/05/14 06:11
수정 아이콘
중요한 정보는 다 알려줬는데요..,,
중간중간 그 정보를 혼란스럽게 썩어서 그런 느낌을 받으신거 같은데....
공허진
16/05/14 10:19
수정 아이콘
천우희가 중요한 인물임에도 딱 세번 등장합니다. 적어도 다른 사건 현장이나 중간에 스치듯이 나와줬어야 합니다.

길 안내역 건강원 주인은 악마랑 만나고 기절했었다면서 집 위치까지 알고 있고 뜬금없이 벼락을 맞고 퇴장

부제가 마지막에 악마를 찾아가는 장면은 '내가 악마다 '라는 고백 연출을 위해서 개연성 없이 튀어 나옵니다.
아무 정보도 없이 한밤중에 깊은 산속 토굴을 찾아냄...

후배경찰은 악마집에서 피해자 사진을 대량으로 발견하고 긴급체포도 안하고 일행에게 이야기 안하다가 선배 딸 실내화 하나 챙겨서 나옴...(어이가 상실)
후배경찰도 천우희를 만났었지만 천우희가 보호하려 했다는 흔적 안나옴(후배 물건 소지x)

반전영화라면서 긴 런닝타임을 가지고도 스토리에 구멍이 뻥뻥 뚤려있는데 졸작이지요.
시골풍경 묘사와 과장된 오버액션 보다 스토리를 더 신경썼어야 했습니다.
16/05/14 11:38
수정 아이콘
거칠게 표현하자면 결말 30분은 앞의 이야기를 전부 부정하고 이런거였지롱!?하는 영화이기도 하니까요.
공허진
16/05/14 11:47
수정 아이콘
한장면으로 압축하면 첫장면에서 낚시바늘에 미끼 끼우는게 다죠.....
바카스
16/05/14 01:07
수정 아이콘
5년만에 고평점? 돈 받았네
LG twins
16/05/14 02:08
수정 아이콘
취향은 존중합니다만, 존중될만한 표현법은 아닌듯합니다.
이름없는자
16/05/14 01:26
수정 아이콘
사귄 지 얼마 안된 여자친구랑 보는데 그 카섹스 장면이 너무해요 크크크크크크ㅠㅠ

굉장히 잘만든 영화였습니다. 아귀가 딱딱 맞는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믿음과 의심의 문제를 내세우는 플롯도 한국영화에서 흔히 보지 못한 수작이었어요.

다만 관객들에게 대놓고 그냥 속으라고 찍은 장면이 많아 딱히 추론이 의미 있는 영화는 아니더군요. 그래서 다수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일부 관객은 불편해하는 것 같습니다. 저야 애초에 영화는 정답 맞추기 생각 안하고 보는 사람이라 괜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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