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기사들이 알파고의 의아한 수를 이렇게들 해석합니다.
"아 저건 이상한데? 그러나 결과를 두고 보니 좋은 수였다."
이건 사실 꿈보다 해몽이죠.
알파고가 이겼으니 좋은 수가 된 것이죠.
졌다면 "그래 이게 패배의 원인이었어"가 됐겠죠.
결국 그 의아한 수를 좋은 수로 만들어 준 건 알파고가 아니라 이세돌 9단이었습니다.
와 저 의아했던 게 정말 좋은 수였네 라는 것은 정말 사후 해석입니다.
알파고에게는 모든 수가 같은 느낌의 수입니다.
어떤 건 묘수이고 어떤 건 평수이다 라는 게 없다는 것이죠.
그게 묘수로 결정되는 건 받아내는 사람의 수에 의해서 입니다.
과도한 비약의 비유이긴 하지만 아무데나 랜덤으로 뒀어도 못 피해갔다면 묘수가 되는 것이고
최고의 확률 계산으로 뒀어도 잘 막아냈다면 악수가 됐겠죠.
둘 다 프로 기사들에겐 의아한 수였을 테니까요.
PGR에는 프로그래머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확률 계산해서 두는 수를 무슨 수로 이기겠습니까.
암기왕이랑 블랙잭 하는 격이죠.
아무리 이세돌 9단이라고 하더라도 막아낼 방법이 없습니다.
즉 알파고가 두는 대부분의 의아한 수는 다 묘수로 해석되어 버리는 괴이한 현상이 당분간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알파고와의 대국을 해석하는 것에 너무 지나친 과잉 해석이 있는 것은 좋지 않아 보입니다.
사족으로,
이세돌 9단이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단 한가지. 모든 수에 한번도 실수하지 않는 것 뿐입니다.
알파고가 자신의 계획이 나름대로 있어서 바둑을 두는게 아니란건 많이들 알고 계실겁니다.
통계학과나 컴퓨터학과 출신 피잘려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알파고는 이세돌 9단의 수에 맞춰서 그때의 가장 적합한 수를 고르는 것이죠.
즉 이세돌 9단은 자기 수를 두고 있고, 알파고는 거기에 이미 정해진 답을 내놓는 것 뿐입니다.
이세돌 9단이 모든 수에 이길 확률 50.00...01%의 수만 계속 둬야 이기는 거죠.
매순간 알파고의 수가 이길 확률의 최고치는 49.99999....%가 될테니까요.
그러나 한 수만 실수하면 알파고가 나머지를 모두 가져가 버립니다.
소년 만화에 자주 나오죠. 자신의 능력을 복제한 자기 분신과 싸우는 장면들.. 이와 비슷한 상황이죠.
알파고는 그냥 이세돌 9단의 공격을 반사만 하는 적입니다.
인간이 어떻게 몇시간동안 두는 모든 수에 다 완벽한 선택만을 하겠습니까.
사실 못 이기는게 당연한데 그래도 바둑의 역사가 그정도의 수읽기를 쌓아왔었기를 내심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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