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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12/30 07:24:08
Name OrBef
Subject [일반] [지식] (사진 압박) 사막의 생물들
사막에 사는 동식물들은 공통적으로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물이 없다는 거죠! 엄밀히 말하면 물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닌데, 대부분이 공기 속의 수증기나 땅속의 수분 형태로 존재할 뿐, 흐르는 물의 형태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곳에서 살기를 택한(?) 동식물이라면 이 희소한 물을 어떻게든 섭취해야 하고, 일단 섭취한 물을 잃어버려서는 안 됩니다. 자 그럼 이놈들이 어떤 방식으로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 살펴보지요.


동물편


1. 난이도 하 - 낙타.

[이미지 출처: targetstudy]

낙타 정도의 큰 몸집을 지닌 놈들에게는 문제 해결이 쉽습니다. 수분의 증발은 표면 넓이에 (몸길이의 제곱) 비례하는데 몸속에 저장할 수 있는 수분은 체적에 (몸길이의 세제곱) 비례하죠. 따라서 몸집이 큰 놈들은 어떻게든 한 번만 몸속에 물을 저장할 수 있다면 꽤 오랜 시간 동안 그것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을 택한 놈들이 낙타입니다. 사막에 종종 존재하는 오아시스에서 대량의 물을 마시고, 그 물을 혹 모양의 저장고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생존하게 됩니다.

2. 난이도 중 - 도마뱀


[이미지 출처: io9]

도마뱀 정도로 작아지게 되면 수분의 증발 속도에 비해 저장량이 적어지기 때문에, 낙타처럼 대량의 물을 한꺼번에 저장하는 방식으로는 사막에서 생존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물을 양껏 마셔봤자 피부를 통해 이삼일이면 모두 증발해버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얘들은 물을 매일 마셔야만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막이란 곳이 매일 물을 마실 만큼 만만한 곳이 아니죠. 그나마 온도가 내려가는 새벽에는 사막에도 이슬이 맺히지만, 그 이슬은 모래 사이에 맺히기 때문에 혀를 이용해서 마실 수가 없습니다. Thorny devil 이라는 사진의 도마뱀은 발바닥 표면의 무시무시한(?) 비늘 밑으로 수백만 개의 모세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세관은 휴지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주변의 물을 빨아들이는 성질이 있고, 따라서 이놈은 단지 새벽녘의 축축한 모래벌판을 걸어 다니는 것만으로 물을 마시게 됩니다.

3. 난이도 상 - 나미브 풍뎅이


[이미지 출처: youtube]

곤충 수준으로 몸이 작아지게 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집니다. 표면적도 작아졌지만 체적은 더 작아졌기 때문에, 일반적인 피부로는 증발 속도를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지요. 따라서 사막의 곤충류는 대부분 외부에 증발을 방지하기 위한 각질을 지니게 됩니다. 자 그런데 문제는, 각질은 증발을 막아주는 동시에 물의 흡수도 막아버리죠. 따라서 도마뱀처럼 쉽게(?) 땅으로부터 물을 섭취할 수 없습니다.

나미브 풍뎅이는 이 문제를 자연산 안개 흡수장치를 만듦으로써 해결합니다. 안개란 것은 결국 작은 물방울들이 공중에 둥둥 떠다니는 거지요. 따라서 이 방울들이 풍뎅이의 등딱지에 부딪힐 경우에는 물방울들이 달라붙게 됩니다. 여기서 문제는, 물방울이 잘 달라붙는 친수성 표면은 일단 달라붙은 물방울이 떨어지지도 않는다는 겁니다. 즉, 물을 등딱지에 모을 수는 있지만, 그걸 입으로 가져갈 수는 없다는 거죠. 하지만 이놈의 등딱지는, 안개를 만날 경우 다음과 같은 형식으로 안개 물방울들을 잡아챕니다.


[이미지 출처: Sandia lab]

뭔가 물방울들이 동글동글하니 귀엽죠? 이놈의 등딱지 표면은 물이 찰싹 붙어서 퍼지는 친수성 표면이 아니라, 물이 동글동글 굴러다니는 소수성 표면입니다. 따라서 안개 방울은 이놈의 등딱지를 만나는 순간 그 위에서 굴러다니게 되는데, 그러다가 등딱지 여기저기에 존재하는 친수성 가드레일에 의해 풍뎅이의 입으로 흘러들어 가게 됩니다.


식물편


1. 난이도 하 - 사막 라벤더


[이미지 출처: pinterest]

사막의 식물들 역시 희귀한 물을 얻기 위한 투쟁을 수행해야 합니다. 일단 얘들은 돌아다닐 수가 없으니 오아시스의 물을 이용할 수도, 축축한 땅의 물을 돌아다니면서 흡수할 수도 없지요. 따라서 나미브 풍뎅이처럼 안개에 주로 의존하게 됩니다. 문제는, 풍뎅이때와 마찬가지로, 잎사귀에 맺히는 안개 물방울이 뿌리로 떨어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점입니다. (잎사귀를 통해서 물을 빨아들이면 안 되나?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물을 빨아들일 수 있는 표면은 반대로 물이 증발하는 표면이기도 합니다. 사막에서 그런 표면을 가진 식물은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사막 라벤더는 이 문제를 풍뎅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해결합니다. 얘들의 표면은 극소수성 (물을 엄청 싫어함) 성질을 지니고 있고, 따라서 아주 작은 물방울을 잎사귀에 올려놓아도 바로 또르르 굴러떨어지게 됩니다. 이 성질로 가장 유명한 것은 라벤더가 아닌 연꽃인데요, 그 목적은 반대지만 (연꽃은 물에 빠져 죽지 않기 위해서 극소수성 표면을 지니고 있고, 라벤더는 물을 뿌리로 유도하기 위해서 극소수성 표면을 지니고 있습니다) 기능은 동일합니다.

[이미지 출처: visionlearning]

라벤더 전자현미경 사진을 구할 수 없어서 연꽃 전자현미경 사진에 포토샾된 것을 보여드립니다. 라벤더 역시 저런 돌기들이 잎사귀 표면을 빡빡하게 덮고 있고, 이 돌기들 하나하나는 전부 소수성 (물을 싫어함) 이기 때문에 물방울은 그 위에서 굴러다니다가 뿌리 쪽으로 굴러떨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해결책은 사막 중에서도 그나마 온건한 사막에서나 통하는 풋사과 같은 것이고, 진짜 생지옥 같은 사막에서는 이런 식물 역시 살아갈 수 없습니다.

2. 난이도 중 - Cactus

사막 식물들이 해결해야 하는 또 하나의 문제는 햇빛입니다. 애초에 식물이란 것이 햇빛을 이용해서 광합성을 하니까 햇빛이 아예 없는 것은 곤란하지만, 사막 특유의 지나치게 강렬한 햇빛은 식물의 온도를 단백질이 파괴되는 수준으로 올려버리게 되고 (사막에 달걀을 던져놓으면 어떻게 될지 상상 가능하지요), 또한 물의 증발 속도를 가속합니다.

자 여기서 생각해보죠. 광합성을
하려면 햇빛과 물, 그리고 이산화탄소가 필요하지요. 이산화탄소를 섭취하려면 잎사귀의 작은 구멍들을 (입이라고 칩시다) 활짝 벌려야만 합니다. 그런데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사막의 강렬한 햇빛은 물의 증발을 가속하게 되고, 광합성을 위해 벌린 입을 통해서 물의 증발이 엄청난 속도로 일어나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물을 보존하기 위해서 입을 닫으면 광합성을 할 수가 없지요.

해서 사막 선인장들은 낮에는 입을 닫아서 물의 증발을 막고 밤에는 입을 열어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합니다.

응? 밤에는 햇빛이 없는데 이산화탄소를 흡수해도 광합성이 불가능하잖소?

네 맞습니다. 그래서 선인장은 일반적인 식물과 광합성 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선인장은 밤 동안에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를 malic acid 라는 화합물 형태로 변환해서 보관한 후, 낮 동안에는 숨을 꾹 참는 대신 저장해놓은 malic acid 과 햇빛을 이용해서 실제로 몸에서 사용하는 유기물을 합성해내게 됩니다. 일반적인 광합성보다 효율은 다소 떨어지지만, 어차피 다른 옵션이 존재하지 않으니 이렇게라도 살아야 합니다.


[이미지 출처: panspermia]


3. 난이도 상 - 또 Cactus


[이미지 출처: wikipedia]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사막 특유의 강렬한 햇빛은 단백질을 파괴합니다. 따라서 많은 종류의 선인장은 자신의 가시를 머리쪽에 빽빽이 자라게 함으로써 스스로에게 양산을 씌우게 됩니다. 이를 통해서 몸에 내리쬐는 햇빛의 양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낮추게 되지요.

그런데 이 가시가 추가로 수행하는 기능이 그야말로 자연의 신비입니다. 선인장 역시 라벤더와 마찬가지로 물의 섭취는 사실상 전적으로 안개에 의존하게 됩니다. 그런데 선인장은 물의 증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일반적인 식물에 비해 몸이 매우 뚱뚱하지요. 잎사귀는 아예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표면적이 매우 작고, 따라서 안개 물방울들과 접촉할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그나마 자신의 가시는 물방울과 부딪힐 일이 많지요. 하지만 가시는 잎사귀와는 달리 물방울을 받아다가 뿌리 쪽으로 부어줄 수 있는 형상이 아닙니다.

과연 그럴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선인장의 가시 역시 밤에 존재하는 안개 물방울을 잡아채서 몸쪽으로 유도하는 역할 역시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nature]

이런 식으로요. Opuntia microdasys 이라는 이 선인장의 가시는 끝과 밑동의 두께가 다르고, 중간 중간에 물방울의 역류를 막는 작은 가시들이 존재합니다. 해서 안개 방울이 가시에 달라붙어서 서로 조금씩 합체할 경우, 합체 과정에서 약간씩 발생하는 진동 에너지를 이용해서, 물방울들이 조금씩 선인장 몸통 쪽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뭐, 그, 그렇다고요. [지식] 이벤트 주관자로서 뭔가 글 하나쯤은 올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밑의 호타루님의 폭풍 간지를 본 뒤기 때문에 추천은 바라지도 않고, 그냥 분위기 띄우자는 의미에서 망글 하나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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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요미
15/12/30 07:53
수정 아이콘
으아 피지알클라스
추천누르고 갑니다 !
15/12/30 07:55
수정 아이콘
아 좋다
15/12/30 07:55
수정 아이콘
오~ 선인장을 다시 보게 되네요.
http://www.nature.com/ncomms/journal/v3/n12/full/ncomms2253.html
다른 그림을 보니, 가시가 아래로 90도로 되어 있어도 물이 거꾸로 올라가는 것 같은데, 정말 멋집니다.
하민수민유민아빠
15/12/30 08:03
수정 아이콘
이런 글 좋아요~!!!
15/12/30 08:32
수정 아이콘
근데 낙타혹은 지방덩어리로 영양분을 축적한다고 배웠는데
이게 수분하고 직접적인 연관이 있나요?
영양분을 분해하면서 수분을 얻는다던가하는..
15/12/30 08:48
수정 아이콘
예 말씀하신 방식대로 동작한다고 알고있습니다. 다른 생물은 전부 논문 두어 편씩은 봤는데 낙타만큼은 대중서에서 본 것이 다긴 합니다만.
종이사진
15/12/30 09:57
수정 아이콘
주워듣기로는 낙타 혹의 지방을 분해할때 발생하는 수소와 호흡을 통해 유입되는 산소를 결합시켜 물을 만든다고 하더군요.
Galvatron
15/12/30 09:42
수정 아이콘
젤 밑짤에 가시속에서 사는 새는 무슨놈인가요?
이치죠 호타루
15/12/30 10:53
수정 아이콘
찾아보니 굴뚝새라는군요. 참새목이니 참새 육촌쯤 되겠구요. 학명은 Campylorhynchus brunneicapillus.
Galvatron
15/12/30 15:58
수정 아이콘
고맙습니다.
스키너
15/12/30 09:57
수정 아이콘
아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흔히 인터넷에 쓰는 부리를 탁 치게 되네요! 가 떠오르는 글이네요 ^^
15/12/30 10:36
수정 아이콘
하악 이런 글 정말 좋아요ㅠㅠ 학부시절에 바이오미메틱스 관련해서 과제하던 기억도 나네요. 어쩜 그리들 신기방기한지...흐흐
Je ne sais quoi
15/12/30 10:39
수정 아이콘
와 엄청나네요. 정말 재밋게 잘 읽었습니다.
이치죠 호타루
15/12/30 10:50
수정 아이콘
추천합니다.

이미 대학원을 졸업을 했으니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모드인데... 제가 있었던 연구실의 교수님이 사막에서 나노입자로 물 뽑아내는 걸 무진장 좋아하셨습니다. 선임이었던 아는 형은 물 소리만 나오면 반쯤 죽상을 하셨고(...) 그리고 저는 교수님 안 계실 때 그렇게 이야기했죠. 아니, 나노입자로 비싸게 돈 들여가느니 차라리 사막 생물체를 연구하고 말지...

근데 Cactus wren은 찾아보니 선인장의 종류가 아니라 선인장굴뚝새라네요...?
15/12/30 11:40
수정 아이콘
아앗 저게 왜 저렇게 써있죠? 이미지 긁어오다가 실수했나봅니더. 곧 고치겠습니다!!
15/12/30 12:14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철철대마왕
15/12/30 12:58
수정 아이콘
정말 재밌고 알찬 내용입니다.제 취향이네요. 잘읽었습니다!
연환전신각
15/12/30 15:38
수정 아이콘
유익한 내용이군요
오마이러블리걸즈
15/12/30 21:56
수정 아이콘
자연의 신비...군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15/12/31 07:56
수정 아이콘
추천버튼이 어디 있더라
구들장군
16/01/01 10:49
수정 아이콘
잘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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