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5/12/21 20:13:54
Name Neanderthal
Subject [일반] 크레이터와 진짜 공룡 이야기...





두 분이 댓글을 위처럼 달아 주셔서 한번 정리글을 써봅니다.

과학자들은 공룡들이 멸종한 것이 지금으로부터 대략 6천 6백만 년 전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추정은 과학자들이 그냥 막 한 건 아니고 과학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주장한 것이었는데 그 과학적인 추정이 가능하도록 해 준 것이 바로 K-Pg boundary(K-Pg 경계)라고 불리는 지층이었습니다.





K-Pg Boundary (K-T Boundary는 K-Pg Boundary의 옛날 이름...)


이 K-Pg 경계는 유럽, 아프리카, 뉴질랜드, 캐나다, 미국 등 세계 여러 곳의 지층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경계선으로서 이 K-Pg 경계를 기점으로 그보다 더 오래된 지층들에서는 많은 공룡들의 화석들이 발견되는데 반해서 이 경계보다 후대의 지층에서는 공룡들의 화석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 현상 때문에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월터 알바레즈(Walter Alvarez)라고 하는 과학자와 그의 연구팀이 1970년대에 이 경계를 연구하고 결국 소행성이나 혜성이 지구에 부딪히면서 그 여파로 공룡들이 멸종하게 되었다는 가설을 주장하게 되었지요.

알바레즈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이 K-Pg 경계에서 아주 높게 나타나는 이리듐(iridium)이라는 중금속의 농도였는데요 원래 이리듐은 지구가 형성될 때 중력의 영향으로 지구의 핵 쪽으로 가라앉아서 지표면에서는 거의 발견되기가 어려운 원소입니다. 그런데 이 K-Pg 경계에서는 이상하리만치 이리듐의 농도가 높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이 K-Pg 경계에 침전된 이리듐의 양은 약 오십만 톤 정도로 추정이 되었는데 이 정도의 양은 외부에서의 공급 없이는 절대로 자연 상태에서는 지표면에서 출토될 수가 없는 양이었습니다.

결국 지구 자체적으로 이만한 양의 이리듐을 공급할 수 없다면 외계에서 공급되었다는 것인데 다스베이더가 데쓰스타를 타고 지나가다가 지구에 이리듐을 불법투기 한 게 아니라면 답은 하나 소행성이나 혜성이 가져다주었다고 밖에 볼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이것뿐만 아니라 소행성이나 혜성이 충돌한 여파로 K-Pg 경계가 형성이 되었다는 증거는 많이 있는데 이 이리듐 농도가 가장 결정적인 증거로서 제시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가설은 처음에는 쉽사리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많은 학자들은 공룡들이 갑자기 멸종했다기보다는 지구의 기후 변화, 활발한 화산폭발 등으로 서서히 멸종했다고 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쐐기를 박는 또 하나의 과학적 증거가 제시되었는데 바로 6천 6백만 년 전 소행성이나 혜성이 지구에 충돌해서 생긴 크레이터가 실제로 발견이 된 것이었습니다. 6천 6백만 년 전의 충돌 크레이터를 어떻게 찾지 싶은데 이런 걸 보면 정말 과학자들이라는 사람들은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과학자들이 찾아낸 공룡멸종의 원인이 되었던 충돌 크레이터는 바로 카리브 해에 면해 있는 유카탄 반도에 있었습니다.



Chicxulub crater...


이 크레이터의 발견은 어느 한 과학자나 한 과학팀의 쾌거가 아니라 여러 사람들과 팀이 서로 퍼즐 조각을 맞추듯 조금씩 조끔씩 자신들의 연구를 통해 기여를 한 결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아무튼 이 Chicxulub crater (공룡을 멸종시킨 것으로 여겨지는 외계 유성체의 이름이 Chicxulub impactor입니다. Chicxulub은 크레이터가 발견된 곳의 마을 이름이라고 합니다.)의 발견으로 인해 위의 외계물체의 충돌로 인한 공룡멸종 가설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춘 이론으로 부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Chicxulub 크레이터의 직경은 약 180km 정도이고 충돌 당시 TNT 100조 톤의 파괴력을 가진 충돌 에너지가 발생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충돌한 소행성이나 혜성의 직경은 약 10km ~ 15km 정도였던 것으로 보이고 충돌 당시 이 impactor의 속도는 적어도 초속 20km는 되었던 것 같습니다. 쉽게 비유를 하자면 도시 하나 정도가 독일 아우토반을 달리는 자동차들보다 약 500배 정도 더 빠른 속도로 날아와서 지구와 부딪혔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 크레이터의 생성 연대를 측정해 본 결과 정확하게 K-Pg 경계의 생성시기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제 소행성이나 혜성의 충돌로 인해 공룡이 멸종했다는 것은 거의 정설이 되었습니다.





이 Chicxulub impactor와 관련해서 최근에 아주 재미있는 가설이 하나 나왔는데 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 내용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5/12/21 20:18
수정 아이콘
칙..칙슐륩?
암흑마검
15/12/21 20:19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는 킥스클루부 한 번 밀어보렵니다. -_-;;
필휘지
15/12/21 22:06
수정 아이콘
시크스클루부 밀어봅니다. 공룡을 멸종시키고도 몇십만년동안 실체가 베일에 쌓여있었단 점이 시크하네요.
탱크로리
15/12/21 20:21
수정 아이콘
식서클럽?
레기아크
15/12/21 20:26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마지막에 시속 20km가 아우토반 자동차보다 500배 빠른 거라고 하셨는데, 당연히 20km/s를 말씀하시는 거겠죠? 유성체가 시속 20km의 운전면허 따는 속도로 느릿느릿하게 "너흴 다 죽일거야~" 하면서 다가오면 그 전에 속터져서 죽을 거 같아요.
비둘기야 먹자
15/12/21 20:33
수정 아이콘
엌크크크크
Neanderthal
15/12/21 20:36
수정 아이콘
초속입니다...ㅠㅠ...
레기아크
15/12/21 20:57
수정 아이콘
크크 좋은글에 죄송합니다.
제가 배우던 옛적에는 급격한 환경변화에 에너지 효율이 낮은 공룡은 대량 멸종했는데, 일부 학자들은 어서 듣도보도 못한 유성이 날라와 게임기 리셋마냥 리셋된거라고 흥미 위주의 주장을 한 단다- 라고 배웠었는데 이젠 그 게임기 리셋이 학계 정설이 되었군요.
역시 남의 전공분야는 가능한 아는 척 하는게 아닌가 봅니다.
신의와배신
15/12/22 11:55
수정 아이콘
정확하게는 최대 몸길이 30cm를 넘는 종은 모두 멸종했습니다.

공룡 조류 포유류는 물론 대형어류까지 싹다 망했다고 합니다.

간혹 저 유성에 자를 든 외계인이 타고와서 몸길이를 재고 그보다 크면 다 죽인거라는 상상을 해본답니다.
지하생활자
15/12/21 20:26
수정 아이콘
뒷 이야기가 기대되는군요.. 어서 올려주세요!
Broccoli
15/12/21 21:09
수정 아이콘
진짜 공룡이야기라니 감사합니다ㅜㅜ
인간흑인대머리남캐
15/12/21 21:35
수정 아이콘
남자는 역시 공룡
뽀로뽀로미
15/12/21 21:55
수정 아이콘
지구 온라인 클로즈베타 때의 막장 밸런스 패치...
공룡 너무 세다고 너프시켜 달라고 징징대니까 아예 종족 삭제해서 오픈;;
닉네임을바꾸다
15/12/21 23:04
수정 아이콘
조류 : ???
15/12/21 22:20
수정 아이콘
마지막 그림에서 익룡 불쌍해보입니다. 흑흑
Neanderthal
15/12/21 22:58
수정 아이콘
익룡들은 저 충돌에서 살아남아서 나중에 새의 조상으로 진화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15/12/21 23:00
수정 아이콘
익룡이 아니라 익갓이군요.
Neanderthal
15/12/21 23:22
수정 아이콘
제가 잘못알고 있었네요...새의 조상은 익룡이 아닙니다...--;;; 혼란을 일으켜서 죄송합니당...--;;;
닉네임을바꾸다
15/12/21 23:09
수정 아이콘
수각류인 조류와 익룡은 다를텐데요?
애초에 공룡상목과 익룡목으로 갈리잖...
Neanderthal
15/12/21 23:14
수정 아이콘
저도 어디서 지나가다 들은 내용이라 신빙성은 좀...--;;;
Neanderthal
15/12/21 23:20
수정 아이콘
음...잠깐 인터넷 검색을 해 봤는데 말씀하신 대로 익룡이 새로 진화한 게 아닌게 맞네요...
그냥 지상에 살던 공룡 종류가 진화한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닉네임을바꾸다
15/12/21 23:40
수정 아이콘
뭐 공룡이 새로 진화한게 아니라 K-T 멸종시기에 멸망하지 않은 공룡이 새인거지만서도요...
신의와배신
15/12/22 11:58
수정 아이콘
새로 이미 진화를 완료한 덕에 이주가 자유로와 멸종하지 않았다고 알고있는데 그게 아닌가요?
신의와배신
15/12/22 11:56
수정 아이콘
익룡은 이미 저 당시에 멸종한지 꽤 오래되었습니다. 상상도 자체가 고증 오류입니다
사티레브
15/12/21 22:23
수정 아이콘
아... 절단신공....!!
사티레브
15/12/21 22:25
수정 아이콘
저 크레이터는 치크술루브로 읽히는듯합니다
오마이러블리걸즈
15/12/21 23:09
수정 아이콘
헉헉 다음편이 기대되네요!
마이스타일
15/12/21 23:29
수정 아이콘
네덜란드님 글은 언제나 추천입니다!!
불대가리
15/12/21 23:41
수정 아이콘
이과망했으면 댓글달러왔다가 너무 친절한 설명때문에 추천 누르고가요 다음편 너무기대되요
새벽이
15/12/22 00:04
수정 아이콘
혹시 지질학을 전공하신 분인가요?...제 가족에게 자주 듣는 이야기의 스멜이 크크...
Neanderthal
15/12/22 00:16
수정 아이콘
무늬는 공대생입니다만 학부 4년은 저에겐 악몽과도 같은 시간이었습니다...ㅠㅠ...
lamdaCDM
15/12/22 01:16
수정 아이콘
밥티스티나 소행성군이 충돌한 걸로 추정되는데 재밌는건 달에도 동시에 떨어졌다는거죠.
15/12/22 02:20
수정 아이콘
요즘은 문학 아닌 글에도 절단신공인가요!
인생의 마스터
15/12/22 08:10
수정 아이콘
항상 글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안군-
15/12/22 10:21
수정 아이콘
댓글 두개 달렸다고......
역시 네덜란드님이야. 가차없지.
15/12/22 10:26
수정 아이콘
네덜란드님 잘 보고 갑니다.
기회가되면 공룡과 새의 연결고리편도 올려보심이..흐흐
15/12/22 10:33
수정 아이콘
네덜란드님이 크레이터에서 공룡 똥이 발견됐다느니, 우주에서 외계인 똥이 떨어졌다느니 하는 얘기를 재밌게 풀어주시면 피지알의 아이덴티티가 더욱더 확실한 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크크
Neanderthal
15/12/22 14:16
수정 아이콘
똥얘기 큰거(?) 하나 있는데 이거는 제가 피지알 탈퇴하면서 마지막 글로 쓸까 합니다...--;;;
칼라미티
15/12/22 12:20
수정 아이콘
매번 잘 보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만세!
15/12/22 13:32
수정 아이콘
와, 정말 재미있습니다.
다음글이 무척 기대됩니다.
15/12/22 18:20
수정 아이콘
저 칙술루브 크레이터 중앙에 블랙 마커가 잠들어있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2704 [일반] 나무 위키 운영진 총사퇴 [75] 랜덤여신17935 15/12/22 17935 4
62703 [일반] 치킨매니아 XX점 컴플레인 녹취록 (욕설수정) [97] 누구도날막지모텔19815 15/12/22 19815 0
62701 [일반] 냉장고를 부탁행.. [43] 켈로그김12532 15/12/22 12532 20
62700 [일반] 안철수에 관한 유시민 분석에 수긍이 가네요 [377] 삭제됨21455 15/12/22 21455 6
62698 [일반] 대항해시대는 당대 최고의 국제사업이었더군요 [27] aurelius9299 15/12/22 9299 3
62697 [일반] 전북익산에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35] Ambael9912 15/12/22 9912 0
62696 [일반] 과학이 발전하면 대다수가 행복한 사회가 가능은 한가요? [42] will6172 15/12/22 6172 0
62695 [일반] 역대 NBA 플레이오프 통산 득점 TOP 10 [12] 김치찌개5718 15/12/22 5718 0
62694 [일반] 누적 관객 수가 가장 많은 40세 이하 국내 영화배우 Top10 [14] 김치찌개5588 15/12/22 5588 1
62693 [일반] 전 세계에서 자동차가 가장 많은 국가 Top10 [6] 김치찌개5328 15/12/22 5328 1
62692 [일반] 취업 준비 하다가 힘 빠지는 소식들이 자꾸 들린다(뉴스有) [35] 뀨뀨8978 15/12/22 8978 0
62691 [일반] 쉑쉑버거 2016년 한국상륙 [72] becker14168 15/12/22 14168 0
62690 [일반] [K리그 클래식] 이종호가 전북으로 옵니다. [35] 잠잘까5969 15/12/21 5969 0
62689 [일반] pgr21 회원분들이 꼽으시는 올해의 영화는? [116] 자전거도둑9082 15/12/21 9082 3
62688 [일반] 박원순 시장 정치감각은 믿어볼 만 하죠 [82] 삭제됨10022 15/12/21 10022 15
62687 [일반] 크레이터와 진짜 공룡 이야기... [41] Neanderthal10537 15/12/21 10537 22
62686 [일반] [재능기부] 게릴라로 진행합니다. 12/27 오전 09:30 [23] 동네형6201 15/12/21 6201 4
62685 [일반] 그나마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합니다 [90] 별이돌이7794 15/12/21 7794 4
62684 [일반] 문안박 대신 문이박... 문재인, 이재명, 박원순 토크콘서트 요약영상 [11] 에버그린8406 15/12/21 8406 3
62683 [일반] 지인(?)의 딸 이야기를 듣고 난 후의 몇 가지 생각... [13] 로빈10292 15/12/21 10292 59
62682 [일반] [야구] 2016 넥센은 어떻게될까? [27] 이홍기6768 15/12/21 6768 0
62681 [일반] [영화] 내부자들 - 망한 결말 (스포있음) [29] 에버그린12900 15/12/21 12900 4
62680 [일반] 영국이 EU를 탈퇴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군요 [8] 군디츠마라7886 15/12/21 7886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