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분이 댓글을 위처럼 달아 주셔서 한번 정리글을 써봅니다.
과학자들은 공룡들이 멸종한 것이 지금으로부터 대략 6천 6백만 년 전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추정은 과학자들이 그냥 막 한 건 아니고 과학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주장한 것이었는데 그 과학적인 추정이 가능하도록 해 준 것이 바로 K-Pg boundary(K-Pg 경계)라고 불리는 지층이었습니다.
K-Pg Boundary (K-T Boundary는 K-Pg Boundary의 옛날 이름...)
이 K-Pg 경계는 유럽, 아프리카, 뉴질랜드, 캐나다, 미국 등 세계 여러 곳의 지층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경계선으로서 이 K-Pg 경계를 기점으로 그보다 더 오래된 지층들에서는 많은 공룡들의 화석들이 발견되는데 반해서 이 경계보다 후대의 지층에서는 공룡들의 화석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 현상 때문에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월터 알바레즈(Walter Alvarez)라고 하는 과학자와 그의 연구팀이 1970년대에 이 경계를 연구하고 결국 소행성이나 혜성이 지구에 부딪히면서 그 여파로 공룡들이 멸종하게 되었다는 가설을 주장하게 되었지요.
알바레즈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이 K-Pg 경계에서 아주 높게 나타나는 이리듐(iridium)이라는 중금속의 농도였는데요 원래 이리듐은 지구가 형성될 때 중력의 영향으로 지구의 핵 쪽으로 가라앉아서 지표면에서는 거의 발견되기가 어려운 원소입니다. 그런데 이 K-Pg 경계에서는 이상하리만치 이리듐의 농도가 높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이 K-Pg 경계에 침전된 이리듐의 양은 약 오십만 톤 정도로 추정이 되었는데 이 정도의 양은 외부에서의 공급 없이는 절대로 자연 상태에서는 지표면에서 출토될 수가 없는 양이었습니다.
결국 지구 자체적으로 이만한 양의 이리듐을 공급할 수 없다면 외계에서 공급되었다는 것인데 다스베이더가 데쓰스타를 타고 지나가다가 지구에 이리듐을 불법투기 한 게 아니라면 답은 하나 소행성이나 혜성이 가져다주었다고 밖에 볼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이것뿐만 아니라 소행성이나 혜성이 충돌한 여파로 K-Pg 경계가 형성이 되었다는 증거는 많이 있는데 이 이리듐 농도가 가장 결정적인 증거로서 제시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가설은 처음에는 쉽사리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많은 학자들은 공룡들이 갑자기 멸종했다기보다는 지구의 기후 변화, 활발한 화산폭발 등으로 서서히 멸종했다고 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쐐기를 박는 또 하나의 과학적 증거가 제시되었는데 바로 6천 6백만 년 전 소행성이나 혜성이 지구에 충돌해서 생긴 크레이터가 실제로 발견이 된 것이었습니다. 6천 6백만 년 전의 충돌 크레이터를 어떻게 찾지 싶은데 이런 걸 보면 정말 과학자들이라는 사람들은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과학자들이 찾아낸 공룡멸종의 원인이 되었던 충돌 크레이터는 바로 카리브 해에 면해 있는 유카탄 반도에 있었습니다.
Chicxulub crater...
이 크레이터의 발견은 어느 한 과학자나 한 과학팀의 쾌거가 아니라 여러 사람들과 팀이 서로 퍼즐 조각을 맞추듯 조금씩 조끔씩 자신들의 연구를 통해 기여를 한 결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아무튼 이 Chicxulub crater (공룡을 멸종시킨 것으로 여겨지는 외계 유성체의 이름이 Chicxulub impactor입니다. Chicxulub은 크레이터가 발견된 곳의 마을 이름이라고 합니다.)의 발견으로 인해 위의 외계물체의 충돌로 인한 공룡멸종 가설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춘 이론으로 부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Chicxulub 크레이터의 직경은 약 180km 정도이고 충돌 당시 TNT 100조 톤의 파괴력을 가진 충돌 에너지가 발생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충돌한 소행성이나 혜성의 직경은 약 10km ~ 15km 정도였던 것으로 보이고 충돌 당시 이 impactor의 속도는 적어도 초속 20km는 되었던 것 같습니다. 쉽게 비유를 하자면 도시 하나 정도가 독일 아우토반을 달리는 자동차들보다 약 500배 정도 더 빠른 속도로 날아와서 지구와 부딪혔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 크레이터의 생성 연대를 측정해 본 결과 정확하게 K-Pg 경계의 생성시기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제 소행성이나 혜성의 충돌로 인해 공룡이 멸종했다는 것은 거의 정설이 되었습니다.
이 Chicxulub impactor와 관련해서 최근에 아주 재미있는 가설이 하나 나왔는데 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 내용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