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대로 미국 연준은 금리를 올려버렸다. 시장의 반응은 생각 이상으로 차분했다. 옵션을 거래하는 만큼 그 쪽 썰을 좀 풀자면 금리와 제일 연관되어 있는 유로달러(EuroDollar) 시장에서는 금리인상 결정이 나자마자 헤지펀드들이 옵션 프리미엄을 엄청난 속도로 내다 팔기 시작했다. 나름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기자회견이 시작도 하지 않는데 연준 미팅 프리미엄 (금리 결정 + 기자회견) 전부가 다 빠져 버린것이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사람들에겐 기자회견이나 옐렌의장의 Q&A 세션보다 금리 결정 그 자체에 제일 큰 기대를 하고 있었고, 예상대로 나오자 마자 사람들은 더 이상 시장이 움직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예상보다 더 옵션을 팔아제낀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저번에 이벤트 프리미엄 계산법(=시장이 특정 이벤트에 얼만큼의 움직임을 기대하고 있는지)에 대해 물어보길래 아예 이 부분에 대해 잠깐 설명을 더하자고 한다. 옵션의 가격은 결국 변동성(volatility)에 비례하는데, 즉 다른 조건(시간, 기초자산 가격, 금리, 만기일, 행사가격)이 똑같을시 시장에서 2%의 움직임을 예상하고 있을때의 옵션은 1%의 움직임을 예상하고 있을때의 옵션 가격의 2배이다. 그리고 변동성들은 결국 variance이기 때문에 서로 더하는게 가능한데, 두개의 독립된 사건이 있으면 제곱해서 더하고 다시 루트를 씌우면 된다 (이과 망했으면). 예를 들어 시장이 코스피가 평균적으로 매일매일 0.8% 움직인다고 생각해서 그날 만기하는 스트래들(콜옵션 + 풋옵션 가격, 변동성은 거의 스트래들로 만들어서 비교한다)이 0.8%에 거래된다고 하자. 근데 어느 날 한국은행이 금리 결정을 한다고 하고 사람들이 그 결정이 발표되면 코스피가 0.6%가 움직일꺼라고 예상한다고 하자. 그럼 그날 스트래들 가격은 0.8%(비 이벤트 프리미엄, 즉 아무일 없을떄 시장이 가지는 기본 변동성)^2 + 0.6%(이벤트 프리미엄, 특정한 이벤트에 대해 시장이 예측하는 변동성)^2 에다가 루트를 씌운 1%가 되겠다 (0.8% + 0.6% = 1.4%가 아니다). 한국 은행 미팅전까지 코스피 당일 만기 스트래들은 1%의 가치를 가지고 있을것이고, 한국 은행이 금리 결정을 발표하면 코스피가 0.6%를 움직일 것이고, 그 직후 스트래들의 가격은 0.8%로 내려갈 것이다.
이걸 이용해 사람들이 특정이벤트에 대해 얼만큼의 움직임을 예상하는지 계산할 수 있는데,예를 들면 오늘 만기(1일의 시간 프리미엄)인 스트래들이 0.6%, 내일까지 만기(2일의 시간 프리미엄)인 스트래들의 가격이 1%고 내일 한국은행 미팅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럼 한국은행 미팅이 없으면 내일 만기인 스트래들의 가격은 루트(0.6%^2 + 0.6%^2) = 0.85%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내일 만기 스트래들은 0.85%가 아니라 1%이니까 한국은행 미팅의 가치는 거꾸로 계산하면 루트(1%^2 - 0.85%^2) = 0.5%정도가 되겠다. 결론적으로 내일 오후 만기의 스트래들의 가격은 오늘 아침 1%이고, 내일 아침 루트(1%^2 - 0.6%^2) = 0.8%이고, 내일 한국은행 미팅이 끝나면 루트(0.8%^2 - 0.5%^2) = 0.6% 정도가 되겠다.
(어쩌다 보니 옵션강의가 되어 버렸다. 이해 못한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고 내 글을 읽는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지만 옵션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됬으면 좋겟다. 전혀 이해가 안가면 위키피디아에 옵션 글 몇개 읽고 오면 좀 더 이해가 쉬울것이다)
즉 이번 미팅에서 일어난 상황이 무엇인지 설명하면 시장에서 비 이벤트 프리미엄을 0.5%, 이벤트 프리미엄을 1.2%를 예상하고 있어서 스트래들 가격이 합쳐서 1.3% 였는데, 이벤트(=연준 미팅)가 반도 안지나간 1시 15분쯤에서(연준 미팅은 시카고 시간 오후 1시의 금리 결정 & 성명서 발표와 1시 30분의 기자회견 이렇게 두 가지로 이루어져있다) 당일 스트래들 가격이 0.5%보다 낮은 0.3~0.4%에 거래되고 있었다고 보면 된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면, 연준이 금리 0.25% 인상과 2016년에 금리를 4번 올린다는 사실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예상을 하고 있던 사실 이었고 예상대로 발표가 되자 이제 더 이상 시장을 움직일 뉴스가 없다고 생각하고 헤지펀드들이 원래 보다 낮은 가격에도 옵션을 마구 팔아 치운 것이다.
나에게는 살짝 당황스러웠던 점이 무엇이냐면, 미팅전이나 미팅후나 2016년 12월 만기의 Fed Funds rate(즉 2016년 12월에 금리에 대한 상품)는 2.5번 정도의 금리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연준은 이번에도 9월 미팅과 동일하게 4번을 올릴것이라고 공언했다. 나는 시장과 연준의 괴리감을 줄이기 위해 연준이 2016년에는 3번만 올릴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살짝 빗나갓다. 또 원래 금리인상에 반대하는 멤버들(미네소타 연준의장 Kocherlakota라던가 시카고 연준의장 Evans)도 포함해 만장일치로 찬성 결정이 나왔다는 것도 이번 미팅이 생각이상으로 hawkish 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나는 이로 인해 1월 연준 미팅이 더욱 더 중요해진거 같은데 아직까지 옵션시장에 1월 연준 미팅 프리미엄을 찾는 사람은 없었다.
시장의 반응도 엄청 재밌었는데, 일단 그 날 증시는 상승했다. '금리를 올리면 증시는 떨어져야 하는거 아니야?' 라는 사람들도 있을텐데(나도 동의한다..요즘 시장은 말이 안되는 것 투성이다) 그나마 이유를 찾아본다면:
1. 연준이 현재 인플레이션이 타겟인 2%에 못 미치고 있다는걸 인지하고 있고 조심스럽게 모니터할 것이라고 처음으로 명시했다 (In the light of the current shortfall of inflation from 2 percent, the Committee will carefully monitor actual and expected progress toward its inflation goal). 즉 무슨 일이 생겨서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려는 현상을 보이면 맞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다소 프렌들리한 문장이었다.
2. Terminal long term rate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는 대답. 최근 백년 동안 연준이 생각하는 정상 금리는 4~6% 였다, 즉 경제가 안 좋으면 금리를 내렷다가 회복세에 올랐을시 장기적으로 금리는 4~6%를 유지하고자 한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봤을때 과연 5+년 후의 금리가 4~6%가 될까?라는 질문에는 살짝 회의적이다. 1%? 2%? 3%? 일 수도 있고,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고 했을때 증시는 생각보다 높이 올라갈 확률도 있을 것이다.
3. 연준이 만일 사태에 대해 준비를 꽤나 착실하게 했다는 점. 연준이 하룻동안 돈을 빌릴 수 있는(=사람들이 연준에게 연준 금리를 받고 돈을 빌려줄수 있는) 양을 Overnight reverse repurchase facility(RRP)라고 하는데 이 금액은 연준의 재무재표(balance sheet)에 있는 미국 채권의 액면가치 - 연준의 기타 운영비용과 같은데, 이 크기가 2000억 달러 정도가 되었다. 사람들은 수백억 ~ 천억달러 사이를 예측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양의 돈을 연준이 더 높은 금리로 빌릴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긍정적 신호로 받아드렸고, 결국 미국 경제는 생각보다 괜찮네?라고 생각하고 증시가 상승했을 확률이 높다. 참고로 금리 인상이 적용되는 바로 다음 목요일에 사람들은 연준에 100억 달러 밖에 안 빌려줬으니, 연준이 더 높은 이자로 빌리고자 하는 양에 비하면 엄청 작은 양이다.
이것도 어찌어찌 설명을 하기 위해 써놓은 것이고 사실상 증시가 상승한 것은 말도 안된다. 결국 목요일과 금요일 S&P 인덱스는 3%정도 폭락한 2000대에 머물렀다. 월요일 날에도 하락하면 아마 재밌는 광경이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된다.
내가 트레이딩하는 유로/달러(Eur/usd) 시장은 더욱 더 흥미로웠는데, 발표 직후 0.5% 하락하고 5분후 갑자기 1%반등후 다시 1% 하락했다 (뭐하자는 건지 모르겟다). 그 다음 날 추가적으로 1%하락했으니 이건 말이 되기는 하는데, 대체 미팅 직후 왜 반등한건지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하다. 요즘 외환시장에 단기적으로는 말이 안되는 상황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트레이딩 하시는 분들은 조심하셔야 될 것 같다.
이번년도의 제일 큰 이벤트는 이렇게 끝이 났다. 이제 크리스마스와 뉴이어가 있으니 당분간은 중국의 추가적인 위안화 절하만 없으면 시장에 큰 일은 없을 것이다. 내년에 가장 주목해야 될 점은 역시 연준이 내세운 4번의 인상과 시장이 평가하고 있는 2.5번의 금리인상이 과연 어디서 만날지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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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예상과 다른 반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드리자면, Elvenblood님께서 시장 반응을 직접 더 자세하게 관찰하시니 empirical 한 부분에서 제가 덧붙일 것은 없겠지만, 투자과 관련된 실험을 하다보면 장기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추세인데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반등을 하는 경우가 상당히 자주 관찰됩니다. 저희 업계에서는 이걸 소위 systematic deviation이라는 용어로 부르는데, 이에 대해 여러가지 이유를 찾고 있습니다. 이미 알고 있던/예상하던 반응임에도 불구하고 그 하락 속도가 생각보다 빠른 경우 그 와중에 arbitrage를 취하려는 의도의 행동이 전체 시장에서 cascade처럼 나타나서 보이는 반응이라고도 하고, 혹은 반대로 arbitrage를 취하려기보다는 심리적인 방어기제 때문이라고도 하는데 제각기 이유가 다릅니다. 학계 전문가들도 사실 잘 이해가 안가는 반응이라고 말들 하고, 여러 대학자분들께서 도전하고 계시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제가 매크로 헤지펀드에서 일하고 있으면 그냥 롱숏 포지션을 잡겠지만, 저와 저희 회사의 edge는 변동성매매에 있다고 보기 때문에 델타에 베팅을 하지는 않을꺼 같네요. Volatility를 스캘핑하는걸로도 충분히 수익이 만족할만큼 나오기 때문에 지금은 말고 나중에 내공이 좀 더 쌓이면 델타배팅을 시도해 보고 싶긴하네요. 사실 요즘 외환은 그냥 중앙은행들의 놀이터여서 너무 위험한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