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전국적으로 비가 내렸습니다. 중부 지방의 가뭄을 해갈할 정도는 아니라고 하던데 그래도 조금이나마 도움은 되겠지요. 이렇게 바라보는 사람들마다 서로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비...그런데 우리 지구에는 어떻게 이 비라는 놈이 내리게 된 것일까요?
약 46억 년 전, 우리 태양계에 불같이 뜨거운 활활 타오르는 아이 넷이 태어납니다. 빅뱅을 통해서 우주가 탄생한 지 약 100억년 정도 되는 시점이었지요. 그 당시 우리의 태양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짜별이었습니다. 태양이 태어나고 난 후 차가운 가스와 먼지들 그리고 그보다는 더 무거운 광물들과 바위들은 이 이제 막 태어난 태양 주위를 돌기 시작했습니다. 광물들과 바위들이 뭉칠 수 있을 만큼 온도가 적당해진 곳에서는 서서히 이들이 뭉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탄생한 네 형제들은 오늘날 태양에 가까운 순서대로 수성, 금성, 지구, 그리고 태양계 내의 감자 주산지로 유명한 감자별(일명 화성)이라고 불리게 됩니다. 이 네 쌍둥이들은 본질적으로는 서로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같은 존재들이지요.
이제 그들 가운데서도 지구라는 놈에게 좀 더 관심을 가져 봅시다. 이 당시만 해도 지구는 아주 뜨거운 불덩어리였습니다. 표면 온도는 무려 섭씨 8000도 정도...현재 태양의 표면 온도보다도 더 높았지요. 시간이 좀 더 흐르고 이제 지구에도 지각이라는 것이 형성되기 시작합니다. 모든 게 잘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던 그 때...하지만 하늘에서 갑자기 불벼락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엄청나게 많은 유성들이 지구의 표면을 때리기 시작합니다. 이제 좀 형성되나 싶었던 지각은 다시 이러한 충돌의 여파로 녹기 시작하고 지구는 다시 한 번 벌건 지옥의 불구덩이가 되지요. 하지만 여기에 작은 희망의 씨앗이 숨어 있었습니다. 지구를 구성하고 있던 모든 암석들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든 유성들 속에는 "물(!)"이 숨어 있었습니다.
이 물이라고 하는 놈은 정말 대단한 놈이었습니다. 물은 주위 환경에 따라서 고체로도, 액체로도, 그리고 기체로도 형상을 바꿀 수 있는 신비한 재주를 가진 존재였습니다. 유성이 지구를 강타하고 갈라져 나갈 때 그 안에 있던 물은 드디어 갑갑했던 감옥에서 벗어나 자유를 쟁취합니다. 물론 수증기의 형태로 말입니다. 이때의 수중기라고 별 달랐던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물이 담긴 주전자를 가스레인지에 올려놓고 불을 올리면 얼마 후 올라오는 바로 그 수증기와 똑같은 것이었습니다.
유성들만 수증기를 내뿜었던 것은 아닙니다. 지구도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끓어오르는 수많은 화산들을 통해서 수증기와 다른 기체들을 외부로 뱉어냅니다. 이렇게 해서 지구에는 대기라는 것이 형성되게 됩니다. 하지만 아직 비가 내리려면 멀었습니다. 지구는 여전히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하기에는 너무 뜨거웠지요.
이렇게 지구의 대기를 형성한 수증기들은 지구에 열을 가두어 두는 온실가스의 기능을 합니다. 따라서 지구는 더욱 더 뜨거워지고 지각은 다시 녹아서 지표면을 흐르게 되지요. 하늘에서는 계속해서 뜨거운 유성들이 불비처럼 쏟아져 내려옵니다. 이 상상조차 어려운 지옥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이로부터 약 5억년 정도 시간이 더 흐르자 드디어 우리 태양계에도 서서히 질서라는 것이 찾아오게 됩니다. 지칠 줄 모르고 쏟아지던 유성비는 잦아들었습니다. 이제 지구는 비로소 탄생하고 난 후 처음으로 차갑게 식을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지구의 대기 속을 총알처럼 움직이던 물 분자들은 서로 자신들끼리 부딪히기도 하고 또 때로는 다른 기체의 분자나 먼지 등에 부딪히면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지구가 점점 식어가자 수증기들은 대기 속의 먼지 같은 입자에 들러붙기 시작하여 구름을 형성했습니다. 구름 속에서 다시 수십억 개의 물 분자들이 응축되면서 물방울들이 형성되면서 마침내(!) 지구의 대지에 처음으로 비가 내리게 됩니다.
오늘 내린 비는 과연 지구에 내린 몇 번째 비였을까요?
이 글은 Cynthia Barnett의 책 [Rain: A Natural and Cultural History]를 참고로 해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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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우주 어딘가에는 생명의 근원이 물이 아닌 다른 물질인 문명은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적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사이버트론 행성처럼요. 그렇다면 지구에 첫 비가 내렸듯, 사이버트론과 오토봇에게는 경유(혹은 개솔린)비가 내리지 않았을까 하는 망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