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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12/03 00:10:13
Name Right
Subject [일반] 내가 바라는 나, 실제의 나
우리가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은 얼마나 실제와 닮아 있을까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저는 어린 시절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었습니다. 남들보다 목소리도 작고, 정적인 활동을 좋아하는 아이였죠. 이것을 고쳐주고 싶었던 엄마와 외할머니는 저에게 적극적이고 활발한 성격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내성적인 성격은 외향적 성격보다 ‘열등한’ 성격이고, 밝고 쾌활한 것만이 옳게 느껴졌습니다. 아마도 성격은 개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저의 인생을 상당히 크게 바꿔놓았습니다.  진로를 선택할 때, 저의 소질과 적성을 기준으로 하기 보다는 제가 되고 싶은 이상향을 따랐습니다. 수학을 잘했고 혼자 공부하는 걸 좋아했지만, 더 밝은 성격이 되고 사람들과 교류를 늘려야 한다는 생각에 문과를 택했습니다.  적성검사를 받았을 때 ‘조용하고 과묵하게 문제를 해결한다, 학자타입이다’ 같은 결과가 나오면 낮은 시험점수를 받은 마냥 마음이 씁쓸했습니다.

대학교에 입학 후, 반장 한 번 해본 적 없고 여전히 내성적인 성격이었지만 신입생 대표에 지원했습니다. 밝고 적극적인 성격이 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당선은 되었지만 학생들 앞에서 대표로 나서고 리더십을 보이는 데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어찌어찌, 약간은 도망치듯 과대표를 마무리합니다.

이런 식으로 제가 만들고 싶은 저의 모습을 완성하기 위해 대학 시절을 보내왔습니다. 교육봉사동아리에 들어가고, 해외 봉사활동도 가보고, 어딜 가나 리더자리를 맡으려고 노력해왔습니다.

하지만 성격은 그리 쉽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제 주변 사람들은 여전히 제가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이라는 걸 알지요. 영업이나 마케팅 직무에서 일하고 싶다고 하자 사람들은 제게 회계나 재무 파트가 잘 맞을 것 같다고 합니다. 저는 또 저의 본 모습보다는 저의 이상향을 따랐고, 대부분의 영업, 마케팅 지원에서 떨어졌습니다.

이쯤 되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할까? 왜 혼자만의 이상향을 만들고 거기에 나를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할까?’ 자존감의 부족일까요. 남들보다 나아지려는 우월감일까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니, 지금 제가 이뤄놓은 것은 너무 초라해 보입니다. 저의 지금 위치를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왜 자꾸 높은 곳만 바라보게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냥 제 인생을 돌아보며, 글을 써 봤습니다. pgr분들은 본인의 이상향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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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갈팀은올라간다
13/12/03 00:12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저도 제가 바라는 제 자신과 실제의 자신이 달라서, 여전히 힘들어할 때가 있습니다. 그것을 인식하는 것도 쉽지는 않지만, 그 차이를 받아들이고 나답게 살아 보도록 하는 것 또한 노력과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 같네요.
13/12/04 23:08
수정 아이콘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13/12/03 00:15
수정 아이콘
"나는 왜 내편이 아닌가" 란 책을 추천합니다.
테드 강의로는 http://www.youtube.com/watch?v=m6P66ppnnqw 이렇습니다.

Right님의 생각을 정리하시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13/12/04 23:08
수정 아이콘
강의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삼공파일
13/12/03 01:20
수정 아이콘
글쓴분이 했던 모든 행동이 "내 진짜 모습을 거부하겠다"라는 의식적인 동기 아래서 이뤄졌기 때문으로 보이네요. (그렇지만 실상은 전혀 자신의 모습을 거부하고 있지 않고, 내가 바라고 내가 원하는 모습을 따라 행동하고 있죠. 즉, 자연스럽게 잘 해오셨습니다.) 신입생 대표나 과대표를 하다 보면 생각대로 일이 되지 않아 도망치듯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의 대부분이죠. 내향적이든 외향적이든 상관 없이 리더가 되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또, 내향적이든 외향적이든 회사에 지원했다가 떨어지는 일도 엄청나게 빈번합니다.

어떤 일에 실패했을 때, 그 원인이 본인의 내향적 성격 때문이 아님을 직시하시면 갈등 상황에서 쉽게 빠져 나오실 것 같습니다. 의식적으로 생각하시는 것이니 다른 원인을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가능할 거라고 봅니다. 좋은 리더가 되겠다는 이상이 문제가 아니라 실패의 원인을 자신의 노력이 아닌 다른 것으로 돌리려는 문제인 것이죠. 사실 이런 종류의 갈등은 무의식적일 때가 가장 무서운 법인데 그런 건 아니니 극복하시리라 봅니다.
치탄다 에루
13/12/03 01:53
수정 아이콘
저같은 경우는 특정한 모습으로 제 자신을 키워나가려고, 의식적인 노력이 무의식적으로 될때까지 노력했었죠. 누군가가 시켜서는 아니고.
지금, 그 모습이 되기는 했는데.. 안 좋은 모습이긴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아니, 후회해서는 안되니까요. 흠흠.
하지만 이렇게 되고 난 지금, 과거의 모습이 그리운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옆집백수총각
13/12/03 03:45
수정 아이콘
그렇지만 저처럼 좋지않은 상태의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그대로 긍정하게 된다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겠죠. 바꾸려 들지 않을 테니까요
글쓴분은 자기 자신을 인정하지 못한 게 아닌 것 같아요. 자기 자신에 대해 성찰해보고 그것을 개선해보려 한 것이 아닐까요.
아이유라
13/12/03 03:46
수정 아이콘
글쓴분도 그렇지만 저 자신을 샘플로 놓고 생각해봐도
어린시절 들었던 칭찬, 꾸지람이 평생 가는것 같아요.
저도 어릴적에 "천상 학자가 될 아이"라는 말을 자주 듣고 자랐고,
지금 정신차리고 보니까 그 말대로 학자의 길을 걸으려고 하고 있네요.
YoungDuck
13/12/03 09:25
수정 아이콘
저도 내향적인 타입인데 어렸을 때 부모님이 성격개조할려고 많이 압박을 주셨죠.
MBTI도 전문가형 나오고 그럴때도 씁쓸해했죠. 외향적이고 인기많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요.
음 머랄까 이런문제로 많이 고민했고 책도 많이 읽었는데요. 결론은 본성대로 살아야 된다는 거네요.
식물이 있는데 음지에서 잘 사는 식물을 양지에서 키울려고 하면 제대로 자랄 수가 없겠죠.
그렇게 마음 먹으니 삶이 편해지더라구요. 괜히 타인의 시선의식할 필요도 없고요.
그리고 영업이나 마케팅 업무도 외향적이지 않아도 내향적인 장점으로 승부가 가능하다고 들었어요.
작은 물건이나 친한사람 물건 사주지 비싸고 중요한 물건은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서 사는거죠.

내향적 타입은 다양한 부분에서 리더가 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서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노력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애초에 저는 자신없는 부분에서 자신있는 척하고 남들을 이끌고 갈 수가 없더군요.
처음 출발선이 같을 때는 뒤에서 있지만 꾸준하게 노력하며 있다보면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가게 되는게 인생이 아닌가 합니다.
켈로그김
13/12/03 10:32
수정 아이콘
저는 즐거움을 지나치게 추구하는 성격이 된건 아닌가 싶습니다.
"여기서 빡세게 놀지 않으면 손해보는 것" 이런 스위치가 가끔 켜질 때가 있어요.
아마.. 예전 어릴 때의 기억이 미화되었던가.. 그리워하던가 하는 마음이 섞여있지 않은가.. 싶네요.

내가 바라는 나는 좀 더 침착하고 점잖은 나인데 실제는.. 좀 주접스럽죠..;;
키니나리마스
13/12/03 10:42
수정 아이콘
내향적인 분들, 특히 그 중 내향적인 걸 안 좋게 생각하시는 분들께는 '콰이어트' 라는 책을 추천드립니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내향적인 사람들만의 강점이 있습니다.
푸바(푸른바람)
13/12/03 10:46
수정 아이콘
음.. 저는 약간 생각이 다른점이 그건 좀 속단하기는 이른듯 싶네요.
내향과 외향을 둘다 갖고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이 있어서 혹시 그렇지는않은지 확인이 필요하실것 같네요.
둘다 갖는 경우 정체성이 불안해서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사실 둘다 내향이 필요할때와 외향이 필요할때 적절히 사용된다면 다른 사람의 두배의 인생을 살수 있다고 하네요
yurilike
13/12/03 12:54
수정 아이콘
마음 가는대로 사는게 제일 좋습니다.
저높은곳을향하여
13/12/03 15:36
수정 아이콘
저는 어렸을때부터 벌레를 아주 무서워합니다. 특히 바퀴벌레.. 엄지손가락만한 날아다니는(!!) 바퀴벌레는 반경 삼십미터 안에 있어도 괴롭습니다.
근데 결혼을 하고 가족이 생기고 나니, 집에 바퀴벌레가 뜨면 누군가는 잡아야 합니다. 마눌을 시키겠습니까 아들을 시키겠습니까.
어쩔수 없이 덜덜떨면서 휴지 삼십장 포개서 때려잡습니다. 마눌님은 옆에서 웃지요. 바퀴벌레 잘잡을거같은데 죽어도 자기가 안잡고 남편을 시켜요 ㅠ.ㅠ
지금도 바퀴벌레 싫고 무섭습니다. 길가다 보이면 돌아가고, 회사에서 보이면 도망갑니다. 하지만 내가 잡아야만 하는 상황이 되면 잡을 수 있더라구요.

내성적인 성격도 전 마찬가지라 봅니다. 굳이 평소에 외향적이고 활동적으로 생활할 필요는 없습니다. 부득이하게 남들앞에 나서야 할 자리에서,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해야 할 일을 못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는다면요. 평소엔 조용하고 과묵하다가 필요할때는 딱 나서서 멋지게 해치우는 남자, 멋있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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