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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10/23 05:17:05
Name Lenji
Subject [일반] 인간 신승훈이 듣고 싶다.

언젠가 집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신승훈이 나오고 있었다.

당시 신승훈의 팬이었던 나는 즐겁게 보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한마디 하셨다.

"나는 신승훈이 싫더라"
"왜요?"
"자기 얘기는 하나도 없잖아. 맨날 사랑타령만 하고. 나이가 있는데"
"그런게 어디있어요. 그냥 사랑 노래 좋으면 부르면 되는거지"

당시에는 그리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내가 신승훈을 처음 접한 것은 "전설 속의 누군가처럼" 이었다.

당시 갓 중학교에 입학한 나는 그 노래에 푹 빠졌고, 며칠을 그 노래만 반복해서 들었다.

그리고 브라운아이즈/김건모/이적과 함께 내 중/고등학교 시절을 함께 해준 가수가 되었다.

"사랑해도 헤어질 수 있다면" "애이불비" "그런 날이 오겠죠" 등등 내 귀를 즐겁게 해주는 노래가 많았으니까.


그런데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신승훈의 노래를 듣는 빈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예전엔 전 트랙 정주행은 기본이었는데, 그 다음엔 일부 마음에 드는 곡만 듣기 시작했고, 그 다음엔 타이틀곡조차 대충 듣기 일쑤였다.

그리고 2008년에 발매된 Radio Wave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그의 앨범을 구매하지 않았다.


생각해봤다. 왜 그의 노래가 더이상 마음에 와닿지 않았던 것일까. 왜 내 지갑을 열지 못하게 할까.

그러다 예전 어머니와 나눴던 대화가 생각났다. 진부한 사랑 이야기뿐이라고.

구매했던 앨범들의 트랙을 살펴보았다. 거의 다 사랑노래 아니면 희망을 부르는 노래다.

신보가 나왔단 소식을 들으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음원사이트에서 가사를 확인해보지만, 역시 예전과 다를 바 없는 사랑노래.

사람이 어떻게 10년 넘게 가슴아프고 행복한 사랑만 할 수 있을까. 다른 이야기는 어디 있는 걸까?

요즘 무엇이 제일 걱정인지, 일상의 풍경은 어떤지, 무슨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사람냄새 나는 이야기가 없다.


물론 사람이 꼭 그런 걸 노래하라는 법은 없다. 사랑도 충분한 이야기가 되니까.

하지만 신승훈은 신인도 중견도 아닌 베테랑 가수고, 내 청소년 시절을 함께 해 주었다.

그래서 더욱 그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 젊은이 감성의 사랑노래가 아닌, 원숙한 인간 신승훈의 이야기가.

김광석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김건모만큼이라도 안될까. 노총각의 서러운 애환을 우습게 부르는 건모 형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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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게에 신승훈의 이름이 몇번 나오길래, 가수 신승훈에 대한 제 개인적인 생각을 한번 써봤습니다.

솔직히 많이 아쉽습니다. 제가 청소년시절에 정말 좋아하던 가수고, 지금도 잘되었으면 하는 가수인데 말이죠.

언젠가는 꼭 자기 얘기를 노래로 들려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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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수육
13/10/23 05:33
수정 아이콘
어쩌면 수많은 삶의 순간들 중에서도 유독 사랑하는 순간만이 곡으로 쓰여질만큼 가슴에 와닿는 순간일 수도 있는거죠.
13/10/23 14:03
수정 아이콘
그래도 삶의 다른 순간들도 충분히 곡 소재가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Great Wave
13/10/23 06:35
수정 아이콘
오늘 앨범 나오네요...어떤이야기 인지 듣고 싶군요
13/10/23 14:03
수정 아이콘
가사는 여전히 사랑노래더군요.
"내가 너무 많이 변했어" 던데, 별로 안 변한게 함정....
13/10/23 06:47
수정 아이콘
공감가는 글이네요~~~
13/10/23 14:04
수정 아이콘
저만 그렇게 생각한게 아니라니 살짝 다행입니다.
13/10/23 07:21
수정 아이콘
예전에 초등학생 때인가, 유치원 때인가
신승훈이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니가 있을뿐' 을 가요프로에서 불렀는데
저는 어린 마음에 아 진짜 저 사람이 감정이 절절하구나 이렇게 생각했는데 바로 뒤에 '내 방식대로의 사랑'을 불러서
확 깼던 기억이 나네요 크크크
발라드 가수라고 언제나 인생이 발라드처럼 애틋하고 절절한기만 한건 아니겠지요.
희로애락 다 있고 그 한 순간을 노래로 불러서 먹고 사는게 아니겠습니까
저는 오히려 모든게 변해도 변하지 않고 항상 그 자리에 있어주는 거 같아서 좋던데요 크크
13/10/23 14:04
수정 아이콘
그렇죠. 언제나 인생이 발라드처럼 애틋하고 절절한게 아니니까, 그런 순간들도 좀 불러줬으면 하는 겁니다.
Polaris_NEO
13/10/23 10:45
수정 아이콘
전 그래도 승훈옹의 예전 스타일이 좋더라고요

뭔가 애절함이 있다고 할까요? 흐흐

왠지 가을에는 박효신과 승훈옹 노래부터 찾게되네요.. 지금도 그렇고

이제 승훈옹도 나왔으니.. 박대장 7집 내고 콘서트 좀 해주세요 ㅠ
13/10/23 14:05
수정 아이콘
박효신 신보는 곧 나오려나요 흐흐.
설탕가루인형
13/10/23 11:00
수정 아이콘
1집부터 5집까지 한 여자에 대한 노래라고 하지 않았나요?

그 때문인지 그 다음 앨범부터는 감정의 절절함이
좀 낯설게 느껴지더라구요.
13/10/23 14:06
수정 아이콘
십 몇년동안 한 여자에 대한 노래를 부르는거라면 그건 엄청난 순정남....
꽃보다할배
13/10/23 11:38
수정 아이콘
신승훈과 조성모는 그냥 닥추...성모형 과연 히든싱어에서 어쩔지...
13/10/23 14:06
수정 아이콘
적어도 제게는 더 이상 닥추가 아니게 되버려서 슬픈거죠.
성모형 앨범도 5집까지 사고 멈췄는데 지금은 어떠련지.
디멘시아
13/10/24 08:15
수정 아이콘
같은 노총각이라도 김건모는 세월의 풍파가 느껴지는 곡이 많은 반면에
신성훈은 아직 젊은 시절의 애절함에서 머물고 있다는 느낌이랄까요?

김건모와 함께 늙어간 팬들은 같이 공감하겠지만
신성훈에 공감할 만한 사랑에 한창 목마른 젊은 세대는 이미 코드가 변한 것 같습니다.

그것이 작성자 어머님이 신성훈이 싫더라의 이유로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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