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5/07/30 02:35:37
Name 식별
Subject [일반] 물푸레나무와 느릅나무의 시대


가사:

모든 부족에게 청컨대 들으소서.
헤임달의 후예들께서도, 노소를 막론하고 귀 기울이소서.
전사자들의 아버지, 오딘께서 바라노니, 내가 읊으리라.
가장 먼 옛날부터 전승된, 태곳적 존재들의 이야기...

태초에 이미르 터 잡았을 때,
모래도, 바다도, 차가운 파도도 없었노라.
대지도 없었으며, 하늘도 없었노라.
하품하는 혼돈의 공간뿐, 풀 한 포기 없었노라.

태양은 검게 변하고, 대지는 바다에 잠기었으며,
밝은 별들은 하늘에서 사라졌더라.
화마 속에서 증기가 솟아올랐고,
뜨거운 불꽃은 하늘 자체를 집어삼킬 지경이었더라.

형제는 형제를 죽였고,
누이의 아들들은 혈족의 맹세를 더럽혔노라.
태고의 나무는 신음했고, 거인들은 풀려났으며,
우뚝 선 이그드라실이 흔들렸노라...



1편: 신과 거인의 시대

Georg_von_Rosen_-_Oden_som_vandringsman,_1886_(Odin,_the_Wanderer).jpg 물푸레나무와 느릅나무의 시대


 아직 태양은 자신의 집이 어딘지 모르고, 달은 자신의 힘이 어느정도인지 짐작하지 못하며, 별은 자신들의 위치가 어딘지 모르는 시대였다. 혼란한 천체들에 질서를 부여한 것은 신들이었다. 오딘과 그의 형제들은 해안가 모래에 발자국을 찍으며 자신들이 거인의 시체로 빚은 폭력의 세계를 감상했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무언가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Ask_and_Embla_by_Robert_Engels.jpg 물푸레나무와 느릅나무의 시대




 그들은 해변가로 떠내려온 두 덩이의 유목(流木)을 목격했다. 하나는 물푸레나무였고, 하나는 느릅나무였다. 신들은 유목의 나뭇결을 주무르고 깎더니, 이내 사람의 형상을 빚어내기에 이르렀다. 어느덧 두 유목은 벌거벗은 두 사람이 되었다. 물푸레나무(Ask)는 남자가, 느릅나무(Embla)는 여자가 되었다. 이 한 쌍의 남녀, 아스크와 엠블라는 모든 인류의 조상이 되었고, 거인과 괴물들이 득시글거리는 세상 저 편으로부터 격리된 채 이미르 시체의 속눈썹 안, 즉 미드가르드에 터를 잡고 대대손손 살게 되었다. 


Fyrkat_hus_stor.jpg 물푸레나무와 느릅나무의 시대

 아스크와 엠블라의 후예들은 척박한 땅을 보리와 귀리 경작지로 바꾸었고, 양이나 염소와 같은 여러 가축을 길렀다. 그들은 기다란 롱하우스에 살며 화톳불 주위에서 가축을 끌어안고 잠을 청했다. 동시에 오랫동안 해안을 누비며 생선을 잡고 물건을 거래하면서도 먹고 살았다. 그들은 단단한 금속을 구부려 도구를 만들었고, 머나먼 남쪽의 제국으로부터 불어오는 신비로운 소문과 상품들, 그리고 아스 신들만큼이나 오래된 기원을 지닌 새로운 신들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결국, 제국은 둘로 쪼개지고, 그 중 서쪽에 있는 절반이 무너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제국이 주도하던 국제 무역은 일순간에 쇠퇴했고, 동쪽에선 유목민족의 말발굽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갑작스레 세상이 어두워졌고, 동시에 추워졌다. 태양이 빛과 열을 잃고 검게 변했기 때문이다. 


941026ilsdl.jpg 물푸레나무와 느릅나무의 시대



 수확기엔 서리가 내렸다. 그에 뒤이어 거대한 무리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난민들, 약탈자들, 그리고 온갖 종류의 외지인들이 미드가르드 이곳 저곳을 향해 밀려들어왔다. 제국의 살아남은 동쪽 지역에서 그들의 황제 이름을 딴 역병이 밀려드는 사람들 틈에 섞여들어왔다. 바야흐로 기아, 군벌, 전쟁, 그리고 끊임없는 혼란과 대이주의 시대였다. 수많은 정착지들이 버려졌고, 옛 경작지들은 숲이 되었다. 

 이 시기에, 스칸디나비아의 인간들 절반이 사라졌다. 살아남은 인간들은 최후의 대전쟁 이전에 오는 영원한 겨울, 핌불베르트(Fimbulwinter)를 노래했고, 예언자들은 그러한 겨울이 세 차례에 걸쳐 온다고 덧붙였다. 오늘날의 고고학자들은 이 시기를 후기 고대 소빙하기(Late Antique Little Ice Age)라고 해석한다. 세 차례의 대규모 화산 폭발에 의해 지구 온도기 일시적으로 2°C 급감했고, 그로인한 흉작과 기근이, 이 당시 고대 세계를 뒤흔든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을 불러일으켰다는 설명이다. 


941028ilsdl.jpg'> 물푸레나무와 느릅나무의 시대



 오랫동안 아스크와 엠블라의 후예들은 불타는 태양을 숭배해왔다. 그러나 태양이 빛을 잃고 검게 변한 이 시기에, 그런 믿음은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이제 세상은 영원한 밤의 시대, 검의 시대, 바람의 시대, 도끼의 시대, 그리고 늑대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검과 바람과 늑대의 시대'에서 계속)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5/07/30 09:00
수정 아이콘
가사는 스스로 창작하신 건가요?
25/07/30 13:02
수정 아이콘
브금 유튜브 링크를 첨부했는데 안올라가더군요
아난시
25/07/31 05:56
수정 아이콘
너무 좋아요. 감사합니다. 글 올리시면 마음이 설레네요 흐흐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일반] [공지]자게 운영위 현황 및 정치카테고리 관련 안내 드립니다. + 선거게시판 오픈 안내 [29] jjohny=쿠마 25/03/16 29962 18
공지 [정치] [공지] 정치카테고리 운영 규칙을 변경합니다. [허들 적용 완료] [127] 오호 20/12/30 309416 0
공지 [일반] 자유게시판 글 작성시의 표현 사용에 대해 다시 공지드립니다. [16] empty 19/02/25 363072 10
공지 [일반] 통합 규정(2019.11.8. 개정) [2] jjohny=쿠마 19/11/08 367691 4
104731 [일반] 트럼프 "워싱턴DC 경찰 직접 통제…주방위군도 투입" [9] 유머1563 25/08/12 1563 0
104728 [일반] 국전? 홍대? 아니 씹덕은 원래 용산이었다....(사진다량 스압주의) [26] 웃어른공격4289 25/08/11 4289 10
104727 [일반] 전설의 박승동 복행렬 사건의 진실 [14] vasdesd5935 25/08/11 5935 0
104726 [일반] 사회면으로 확산되는 일본 고교야구 폭행 사건 [31] 간옹손건미축7041 25/08/11 7041 2
104725 [일반] [리뷰] 좀비딸(2025) – 치매에 걸린 딸을 바라보는 아빠의 시선 (스포있음) [38] Eternity5550 25/08/10 5550 7
104723 [일반] "WTO 종식" 선언 - USTR 제이미슨 그리어의 NYT 기고 [28] 스폰지뚱6705 25/08/10 6705 5
104722 [일반] 여름을 그리는 밴드 요루시카 ('전생' 후기 및 추천곡들) [13] 대장햄토리2991 25/08/10 2991 3
104721 [일반] [서평]성숙의 보류, 해리·회피 애착으로 보는 《새의 선물》 [3] 계층방정3165 25/08/10 3165 5
104720 [일반] 가난했던 합스부르크는 어떻게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가 되었나 [2] 식별3670 25/08/10 3670 9
104718 [일반] <발레리나> - 살짝의 변주, 호불호도 한스푼. (노스포) [12] aDayInTheLife4568 25/08/09 4568 1
104717 [일반] 조스의 등지느러미 출현 : 스티븐 미란이 연준 이사에 지명 [17] 스폰지뚱7032 25/08/09 7032 4
104716 [일반] [강스포] '발레리나' 후기 [9] 가위바위보6874 25/08/08 6874 3
104714 [일반] [방산] 호주 호위함 사업은 일본이 가져갑니다. AUKUS & KGGB [26] 어강됴리7861 25/08/08 7861 3
104710 [일반] AI 활용에 대하여 : 분석, 평론, 질문, 이해, 연결 [7] 번개맞은씨앗1750 25/08/08 1750 4
104708 [일반] 미국 데이트 정보 앱 TEA 해킹 인것 같은 사건. [9] 카미트리아3703 25/08/08 3703 2
104706 [일반] 일본 결정사에 한국남성 급증.. 8000명이상.. [61] 타바스코8804 25/08/07 8804 1
104704 [일반] LLM을 통해 여러 인격의 통합으로서의 의식 생성에 대한 작은 실험 [5] 일반상대성이론3652 25/08/07 3652 3
104703 [일반] 연준은 9월에 금리를 인하할 수 있을까?(feat. 스테그플레이션의 딜레마) [32] Eternity4603 25/08/07 4603 2
104702 [일반] 화웨이의 소름돋는 정체: 기술 기업을 넘어선 '군산 복합체'의 실체 [9] 스폰지뚱5414 25/08/07 5414 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