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08/23 07:01:10
Name 계층방정
Link #1 https://brunch.co.kr/@wgmagazine/64
Subject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26. 연이을 련(聯)에서 파생된 한자들 (수정됨)

지난 글에서 다룬 젖을 습(濕)과 나타날 현(顯)은 각각 물 수(水)와 머리 혈(頁)에 같은 모양의 한자가 결합한 모양이지만, 우연의 일치로 같은 형태가 되었을 뿐 실제로는 다른 한자였다고 했다. 이 글에서 다룰 한자들은 바로 나타날 현(顯)에서부터 시작한다.

顯은 지금은 날 일(日), 실 사(絲), 머리 혈(頁)이 결합한 형태를 이루고 있지만, 옛 형태에서는 絲의 두 실뭉치를 잇는 끈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66bf000246e45.png?imgSeq=33055顯의 변천.

이 絲를 실뭉치로 이어 놓은 한자는 연이을 련(聯)의 초기 형태이다. 지금의 聯은 이 초기 형태에 귀 이(耳)를 더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갑골문에서는 絲를 실뭉치로 이은 한자와 귀에 실이 이어진 한자가 가 서로 다른 형태로 존재했다.

지난 글에서도 가로 줄로 絲를 이어 놓은 한자들을 분석해 가로 줄이 두세 개 있는 한자는 濕과 관련되고, 가로 줄이 한 개만 있는 한자는 顯이나 聯과 관련된다고 했다. 이와 같은 결론은 이미 다른 논문에서도 나왔다.

66bf0f7634e49.png?imgSeq=33058

66bf0ef8e06f2.png?imgSeq=33057

絲를 가로줄로 이은 한자의 두 가지 다른 유형.

대만대학의 장우위는 석사논문에서 絲를 가로줄로 이은 한자를 중간을 꿰뚫는 가로선이 있는 A류와 없는 B류로 나누고, A류는 접속·습격·젖다는 뜻을 지니고 B류는 잇다는 뜻을 지닌다고 구분했다. 지난 시간에 다룬 濕이나 襲은 A류고, 이번에 다룰 顯이나 聯은 B류에 속한다.

저렇게 실들을 중간에 꿰뚫는 가로선 없이 이은 한자가 聯의 초기 형태로 보이지만, 이와는 달리 귀 이(耳)에 실이 이어진 형태도 갑골문에서부터 등장한다.

66bf11da46c21.png?imgSeq=33059

왼쭉부터 聯의 갑골문, 금문, 전국시대 문자, 설문해자 소전. 출처: 小學堂

이 글자는 귀에 실이 이어진 모습으로 볼 수 있는데, 이 귀를 진짜 사람의 귀에 실로 장식을 이은 것으로 보기도 하고, 솥이나 술잔, 소반 등의 기물의 귀에 줄을 이은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이렇게 실뭉치를 줄로 이은 형태나 귀에 실을 이은 형태가 따로 존재하지만, 그 뜻은 둘 다 무엇을 잇는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전국시대 문자는 줄로 이은 실뭉치와 귀가 같이 있어서, 두 가지 다른 聯의 기원을 하나로 합쳐 놓은 것 같다. 여기에서 실뭉치를 이은 줄이 생략된 것이 《설문해자》에 수록되었다. 그래서 이 글자를 귀 이(耳)와 실 사(絲)가 합쳐진 회의자로 보았지만, 絲를 가로선으로 이은 옛 형태를 보지 못했기에 잘못 해석한 것이다.

지금의 聯은 絲가 아닌 뭔가 특이한 한자를 옆에 거느리고 있는데, 《설문해자》에서는 이 한자를 '실꿸 관'으로 풀이하며 絲가 뜻을, 卝(쌍상투 관)이 소리를 나타내는 형성자로 보았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원래 聯의 오른쪽 부분이 絲을 줄로 이은 형태였던 흔적으로 보인다.

즉, '실꿸 관'이라는 한자는 원래는 연이을 련(聯)의 초기 형태인 一+絲였고, 나중에 다른 모양으로 전승된 것이다. 실꿸 관이 웹 환경에서 쉽게 깨지는 글자이기도 해서, 이번 편의 파생의 핵은 '실꿸 관'이 아닌 '연이을 련'으로 보겠다.

이 연이을 련의 초기 형태는 잇다는 뜻으로 쓰였을 뿐만 아니라, 제사 기물인 호련(瑚璉)을 뜻하는 호련 련(璉)을 가차하기도 한다. 璉의 소리 부분이 이을 련(連)이니, 지금도 聯과 連은 구분해서 쓰긴 해도 거의 같은 글자로 보는데, 옛날에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한참 전에 어지러울 련(䜌)과 이에서 파생된 변할 변(變) 등의 한자를 소개했는데, 그때에는 䜌을 말씀 언(言)과 실 사(絲)가 합한 회의자로 설명했지만 言에 이 연이을 련의 초기 형태가 붙은 형성자로 설명하기도 한다. 絲를 잇는 가로줄이 言의 가로줄과 합한 형태로 보는 것이다.

 

연이을 련(聯-耳)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聯-耳)+耳(귀 이)=聯(연이을 련): 연합(聯合), 관련(關聯) 등. 어문회 준3급 

(聯-耳)+門(문 문)=關(관계할 관): 관계(關係), 기관(機關) 등. 어문회 준5급

(聯-耳)+日(날 일)+頁(머리 혈)=顯(나타날 현): 현미경(顯微鏡), 영현(英顯) 등. 어문회 4급

66c7b332a5aae.png?imgSeq=33405

聯-耳에서 파생된 한자들.

연이을 련(聯-耳)은 이 한자들에서 소리뿐만 아니라 뜻도 나타내고 있다. 김준수는 聯과 顯의 초성 자음이 달라서 顯의 성부가 聯이라는 학설에 신중론을 펼치기는 한다.

聯(연이을 련)은 耳(귀 이)가 뜻을, 聯-耳(연이을 련)이 소리를 나타내며, 귀에 실뭉치를 이어 놓은 데에서 '잇다'는 뜻이 나왔다.

關(관계할 관)은 門(문 문)이 뜻을, 聯-耳(연이을 련)이 소리를 나타내며, 문을 이어서 걸어 잠그는 도구에서 '빗장'이라는 뜻이 나왔다. 그래서 '빗장 관'이라고도 한다.


한편 顯은 聯-耳에 日과 頁이 한꺼번에 붙어 파생된 한자이기 때문에 그 해석도 어려운 편이다. 먼저 聯-耳에 日이 붙어 㬎이라는 한자를 만들고 이 한자에 頁이 결합해 파생된 한자로 볼 수 있지만, 실제로는 顯이 먼저 나타나고 㬎은 나중에 顯의 약자로서 만들어졌다.

임의광은 顯이 日과 絲와 頁로 구성된 것으로 보고, 실을 햇빛에 비추어 나타낸다는 의미로 보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絲가 아닌 (聯-耳)이 들어가는 글자라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聯이 귀에 이어 놓은 장식을 본딴 것이니, 햇빛에 귀 장식을 비추어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시라카와 시즈카는 日을 해가 아니라 옥 기물로 보아, 옥에 실 장식을 달아 놓고 조문하는 모습으로 묘사했다. 聯과 關에서는 一+絲가 聯-耳로 바뀐 것과는 달리, 顯에서는 그냥 가로줄이 없어지고 絲가 간략해진 형태로 바뀌었다.


이상의 관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66bf2223d12e6.png?imgSeq=33068

聯-耳에서 파생된 한자들의 의미 관계도.


요약

顯(나타날 현)은 濕(젖을 습)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우연의 일치이고 실제로는 聯(연이을 련)의 초기 형태인 絲(실 사)를 한 줄로 이은 글자(聯-耳)에 日(날 일)과 頁(머리 혈)이 붙어서 파생됐다.

聯-耳에서 聯(연이을 련)·關(관계할 관)·顯(나타날 현)이 파생되었다.

聯-耳는 파생된 글자에 실 장식이나 잇다는 뜻을 부여한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4/08/23 09:56
수정 아이콘
서주 시대 정도 여럿있고 진 나라 맹약서 등 자료도 많은가보군요. 정말 부럽습니다.
계층방정
24/08/24 21:11
수정 아이콘
저도 한국 고대사랑 비교하면 저런 자료가 있다는 게 정말 부럽습니다.
24/08/23 20:19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근데 귀에 실뭉치는 어떻게 이은 걸까요 ?
계층방정
24/08/24 21:11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그래서 실뭉치를 귀에 다는 장식의 의미로 해석하기도 하고, 사람 귀 말고 그릇의 귀로 해석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2159 [일반] 텔레그램은 진정으로 암호화 메신저인가? [27] Regentag10892 24/08/26 10892 6
99301 [일반] 자유게시판 운영위원 상시 모집을 공지합니다. [18] jjohny=쿠마13177 23/07/25 13177 2
102157 [일반] 70년대 지어진 큰 평수 아파트에 꼭 있었다는 특이한 공간 식모방 [37] 매번같은9760 24/08/26 9760 3
102150 [일반] 7일 출장 예정이었는데 8개월 동안 갇혀 있을 사람에게 위로를 [23] 매번같은10603 24/08/25 10603 3
102148 [일반] 비행기의 전성기 [7] 번개맞은씨앗7126 24/08/25 7126 2
102147 [일반] 여자를 임신을 시켰다는 게 꼭 책임져야한다는 건 아니거든요?! [90] 칭찬합시다.15683 24/08/25 15683 12
102146 [일반] [스압] 고려말 왜구들의 본거지였던 일본 섬들 [18] 삭제됨7343 24/08/25 7343 28
102145 [일반] (약스포) 에일리언 로물루스 관람후기 [17] 종말메이커5944 24/08/25 5944 5
102143 [일반] 행복의 나라 리클라이어관 후기(거의노스포) 욕망의진화4204 24/08/25 4204 0
102144 [일반] [팝송] 알렉산더 스튜어트 새 앨범 "bleeding heart" 김치찌개3079 24/08/25 3079 0
102142 [일반] 술 맛있게 먹는 법.jpg [9] insane6420 24/08/24 6420 1
102141 [일반] [서평]《불안 세대》 - 스마트폰에 갇혀 실수할 기회를 빼앗긴 아이들 [23] 계층방정5593 24/08/24 5593 8
102140 [일반] 『바른 마음』 - 한국인의 역사관을 다시 생각하다 [4] meson4663 24/08/24 4663 8
102138 [일반] 카멀라 해리스, 美 민주당 대선후보 확정 (바이든-오바마-클린턴 찬조연설) [92] Davi4ever13868 24/08/23 13868 1
102136 [일반] 부천 호텔 화재 에어매트 영상 (심약자주의) [52] 그10번18350 24/08/23 18350 5
102135 [일반] 솔로가수 초동 판매량 순위 보면 트로트 시장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죠. [18] petrus8811 24/08/23 8811 0
102134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26. 연이을 련(聯)에서 파생된 한자들 [4] 계층방정3197 24/08/23 3197 4
102133 [일반] 악보 지옥.......ㅠㅠ [12] 포졸작곡가5419 24/08/23 5419 18
102132 [일반] 침잠과 부유. [9] aDayInTheLife3825 24/08/23 3825 3
102131 [일반] 여름 느낌 가득한 SISTAR19 'MA BOY'를 촬영해 보았습니다. [2] 메존일각4190 24/08/22 4190 12
102127 [일반] 뉴욕타임스 8.12. 일자 기사 번역(바닷물을 식수로 만드는 기술) [17] 오후2시7382 24/08/21 7382 2
102126 [일반] 중학생 때 미국을 처음 갔던 이서진 [111] petrus14044 24/08/21 14044 3
102125 [일반] 지휘자는 2차 전직에 가까움..... [76] 포졸작곡가11657 24/08/21 11657 4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