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딸과 두 아들, 이 가정은 모두 행복하고 즐거워 보입니다. 별 다른 어려움도, 고난도 잘 보이지 않는 이 집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장, 루돌프 회스 중령의 집입니다.
홀로코스트를 다룬 수많은 영화들이 있었습니다. 또, 수많은 충격적인 사건들을 다룬 영화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체로, 그런 영화들은 더 상세하게, 더 현장감 있게 사건을 다루게 되는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나쁘다라는 얘기를 하려는게 아니라, 그저 '그랬다'는 진술입니다. 대체로 그렇습니다. 관객에게 충격을 주기 위해서, 그 참상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 연출은 더더욱 현실감 있는 방식을 선택해 왔습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접근법은 비슷한 듯, 다릅니다. 가까이 들여다보는 건 맞습니다만, 그 대상이 벽 내부가 아닌 벽 바깥의 수용소장과 그 가족일 뿐이죠. 루돌프 회스는 열심히 일을 하고, 그리고 그 일은 적당한 거리를 둔 채로 묘사됩니다. 그러니까,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들은, 외벽을 가리는 포도처럼, 혹은 보이지만 그냥저냥 넘기는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위대의 상징으로부터, 인삿말이나 때때로 등장하는 그 '일'들에 대한 묘사들이 굉장히 충격적입니다.
아마 정원 너머로 등장하는 굴뚝과 연기라는 이미지는 아마 많은 분들이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뽑지 않을까 싶네요.
저는 이 영화가 되게 냉담하다고 느껴졌어요. 그러니까,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어떤 동정이 들거나, 혹은 반대로 되게 사무적으로 그려지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해요. 너무 가까이 가지도 않았지만, 너무 멀어서 사무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요. 그래서, 이 사람들이 사건에 너무 몰입하거나, 혹은 너무 사무적으로 바라보지 않게 거리를 뒀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이 기괴함이 일상으로 자리잡은 사람들에 대해 느껴지는 이상한 감정과 충격이 이어집니다.
그래서, 이야기의 결말은, 담담하면서, 충격적이었습니다. 미래를 엿보는 어떤 순간이면서도, 사무적이기도 하고, 어떤 죄책감의 발로 같으면서도 그저 아무것도 아닌 일일 수도 있는. 그런 순간들이요.
p.s. 어떤 측면에서는 결말은 (단지 나무위키로 요약만 봤지만) 만화 <프롬 헬> 같기도 합니다.
특히, 그 일련의 사건들이 현재, 지금 여기에서 어떻게 영향을 끼쳤고, 끼치고 있는지에 대한 점을 살펴보면 더더욱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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