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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4/02/19 09:44:41
Name 경계인
Subject [일반] 일본과 미국에서의 일반의약품 및 원격진료 경험담
저는 15년차 통풍 환자 입니다. 만성관리는 하지 않았고, 1년에 1~2회 통증이 있을때 소염제로 대처해왔습니다.
보통 맥주와 고기를 거하게 먹고나서 2-3일후에 오른쪽 발목이 뻣뻣해지면, '아 올 것이 왔구나' 하면서 소염제를 찾게 됩니다.
한국에서는 본인처방을 했었습니다. 어차피 진찰료는 청구안되고, 처방전만 들고 약국가면 되니까 편했습니다.
보통은 비스테로이드 계열, 심할때는 스테로이드를 2-3일 먹으면 대부분 좋아졌습니다.

일본으로 유학갔을때는 한국에서 비상약을 들고 갔습니다. 어차피 제가 먹던 방식으로 4년만 버티자는 계획이라서 큰일이 없었는데,
제가 일본에 있을때는 코로나때문에 한시적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한 기간이었는데, 최근에는 정식으로 일본에서 원격의료가 허용되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전체 진료 4%정도가 원격의료로 시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라인에 연동해서 원격의료를 신청하는 시스템이었는데, 딱히 경험은 없습니다.

문제는 미국으로 오면서 약을 다 잃어버리고 멘붕에 빠지게 됩니다. 안그래도 언어의 장벽에 허우적대고 있을때라 어떻게 미국의사에게 설명해야 하나 싶어서 전전긍긍했습니다. 일단 미국약국에서 구한 나프록센(naproxen)을 몇알을 먹어도 해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아, 이럴때 스테로이드 먹으면 딱 해결되는데~~병원가서 뭐라고 하지? 검사하자고 하면 어쩌지? 비싸면 어쩌지? 내가 한국에서 의사였다는 말을 안믿으면 어쩌지? 직장에는 뭐라고 말하지, 미국은 개인적인 일로 자리 비우면 업무상 문제가 된다고 하던데...'

라는 별 오만 잡생각이 다 들지만, 이미 제 오른발목은 붓기 시작하면서 걷기가 어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제가 가입한 의료보험에서 원격진료 메뉴를 발견했습니다.

이거라면 반차를 쓸 필요도 없고, 무엇보다, 진찰료 50불을 보험회사에서 부담하고, 본인부담금은 없다는 말에, 밑져야 본전이니 신청했습니다.

진료전 정보를 입력하는 칸에, 저의 과거력과 '나는 통풍 환자고, 난 스테로이드가 필요하다' 입력하면

의사를 선택하는 리스트에는 대부분 일차 진료의 (Primary Care Physician) 혹은 Physician Assistant(PA) 입니다. PA가 더 많았습니다.
솔직한 마음으로 제가 미국에서 PA를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다보니, 진료수준을 가늠할 수 없어서 가장 빠르게 매칭되는 의사를 찾았습니다.

클릭하고 얼마 안되어서 저에게 영상통화 링크를 보내주더니, 원격의료가 시작되었습니다. 근무중에
------------------------------------------------
진료의:'부라부라 간략한 자기소개, 약필요해?'

본인: '어, 나 한국에서 온 의사인데, 한국에서 먹던 약좀 처방해주라.'

진료의: '몇일'

본인: 혹시 3일? (이때 넉넉히 1주일 불렀어야 했는데, 괜히 책찾아보고 3일 불렀습니다.)

진료의: 오케이

본인:고마워

진료의: 혹시 먹고 문제 생기면 다시 연락줘, 처방전은 가장 가까운 약국에 보냈어, 굿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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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합 2분이 안되서 진료가 끝났습니다. 그렇게 아픈다리를 이끌고 지정해준 약국에 가보니, 제 처방약은 이미 제조가 되어있었고,
기다림 없이 약을 받고 지불한 돈은 5불 정도, 통풍 증상은 호전되었습니다만, 통증은 남아있었습니다. 그래서 약을 좀 더 달라고 다시 한번 원격의료를 신청했는데, 이때는 더 짧은 통화를 마치고 1주일 처방전이 나왔습니다. 솔직히 이때는 미국 의료시스템 만세! 라고 불렀습니다.
(사람 마음이 간사한지, 왜 내가 약국을 갔을까, 약을 배달해달라고 하면 되는데 싶더군요. 이미 아마존을 비롯한 미국의 약국체인들은 처방된 약을 배달하는 서비스가 활성화 되어있었습니다.)

물론 저의 경험이 일반적이라고는 할 수 없겠습니다만, 오히려 원격진료야 말로 저같은 만성질환 환자들에게는 편리한 시스템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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