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3/11/06 11:49:58
Name likepa
Subject [일반] 첫 풀코스 마라톤 완주 기록
10여년째 달리기를 취미로 하프 마라톤은 셀수 없이 참가 하였지만, 스스로를 인자약 이라 생각하여 풀코스 도전은 아예 생각조차 안했습니다. 특별한 계기라기 보다는 언젠가는 풀코스를 뛰어야겠지.. 라는 막연한 생각만 하다가 친구 놈 몇몇이 달리기에 취미를 붙이며 풀코스도 나가보자!! 그래!! 의 객기가 계기가 되었죠.

41살의 첫 풀코스는 2023년 11월 5일 어제 JTBC 마라톤 이었고 하늘도 울고 저도 울고 친구도 울었습니다.

다들 그러시더군요 마라톤 풀코스는 32K부터 시작이라고.
32K까지는 목표인 서브4 기준으로 10분정도 빠르게 도착할 수 있게 페이스를 가져갔습니다. LSD를 하며 익숙한 거리감에 익숙한 속도였고 딱히 무리하고 있다는 느낌도 없이 조금 힘들지만 버틸만한 달리기가 지속되고 있었습니다.
여기까지는 나름대로 이제 32K 부터는 평상시 페이스보다 30초 이상 늦춰도 서브4는 충분히 가능!! 이라는 얄팍한 전략이었죠.

그리고 정말 32K서부터 마라톤이 시작되었습니다. 예고도 없이 양쪽 허벅지에 쥐가 올라오니 의지!! 정신력!! 중꺾마!! 그런거 없었습니다.
길거리에 뒹굴거리는 저를 여러 자원봉사분들과 러닝크루 응원단 분들이 끌고가 생판 처음보는 제 허벅지를 주무르고, 파스를 뿌려주시고, 입에다 레몬조각, 포도, 바나나를 말그래도 억지로 먹이시며 2~3분이 지나니 어찌어찌 걸을만한 수준이 되더군요... 자원봉사 한분이 "무리되실거 같으면 포기하셔도 되요" 하시길래 앗!! 그래도 되나?? 하는 순간 응원단 한분이 "아니에요!! 10K 남았어요!! 완주 하실 수 있어요!!" 아아.. 역시 그렇겠죠? 가 되어 다시 터덜터덜 달리기인지 걷기인지를 시작 했습니다.

이후 10K는 정말 슬프고 힘들었습니다. 1K를 달리면 5분동안 다리를 풀어주고 다시 1K를 달리면 다리를 풀어주고.. 계속 갈수도 없고 멈출수도 없는데 집사람과 아이와 골인지점에서 만나기로 한 시간은 다가오고..... 그 와중에 너무 많은 자원봉사&응원단분들에게 도움을 넘어서 은혜를 입었습니다. 몇 번이고 파스를 뿌려주시고 어떻게든 일으켜 주시고 뭐라도 하나 먹여주시고... 남한테 뭘 부탁하거나 신세지는걸 참 꺼리는 성격인데 완주 후에도 계속 드는 생각이 오늘 받은 이 은혜를 어떻게 갚고 살아가나... 고민입니다.

어찌저찌 목표인 서브4는 실패했지만 4시간 20분만에 결승점을 통과하고 메달을 받아 아들에게 건네주며 아이가 웃는 모습을 보니 참 열심히 달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짐을 찾고 30여분 기다리니 같이 뛴 친구도 들어오더군요... 친구를 보자마자 울컥해서 잠시 눈물이 나왔지만 이내 41살 아저씨 둘이서 포경수술한거 처럼 걷는 모습에 마음이 진정되었습니다.

더 좋은 기록을 냈다면 조금 더 뿌듯한 기분은 들었겠지만 어차피 또 달릴거니까 첫풀코스는 완주의 기쁨과 도움주신분들에 대한 감사함만으로만 기억을 남기려 합니다. 특히 허벅지 안쪽에 파스를 뿌려주시는데 조준을 잘못하셔서 남성중요부위에 파스를 끼얹어 주신 러닝크루 한 분 특별히 감사합니다. 화끈거리는거 참느라 다리에 쥐올라오는걸 조금은 잊고 뛸 수 있었습니다.

부끄러운 기록이지만 왜 다들 완주를 하면 축하의 인사를 해주시는지 저보다 늦게 도착한 친구를 보며 새삼 알게됐습니다. 나보다 30분이상 더 이 고통을 견뎠을 친구에게 경의를 표하게 되더라구요.
그리고 저번 글을 올렸을 때 절대 멈추지 말고 느리게라도 뛰라고 조언해주신 PGR 회원분 및 응원문구 남겨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신없이 포기하고 싶은 와중에 남겨주신 문구들이 떠 올라서 도저히 멈출 수 는 없었습니다.
언젠가 또 저번보다 이만큼 더 잘 달렸습니다라고 안부 전할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급변하는 날씨에 건강 잘 챙기시는 한주의 시작 되시기를 바랍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사람되고싶다
23/11/06 12:06
수정 아이콘
와 축하드립니다. 하프도 까마득한 목표인데 풀코스를 그것도 빠른 속도로... 존경스럽습니다.
평소 느리게 10키로만 설렁설렁 뛰는데 언제쯤 실력이 늘어날런지 흐흐.
23/11/08 09:13
수정 아이콘
빠른 속도라니 과찬이십니다. 모든 러너들의 시작은 설렁설렁 조깅이었을 겁니다.
23/11/06 12:18
수정 아이콘
대단하십니다. 기록과 상관없이, 마라톤은 완주 자체가 큰 성취인 것 같습니다.
23/11/08 09:15
수정 아이콘
그러게요 마흔이 넘어서 무언가 성취했다는 느낌이 참 오랜만이라 기분이 좋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우주전쟁
23/11/06 12:27
수정 아이콘
풀마를 뛰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미 "인자강"
23/11/08 09:15
수정 아이콘
계속 달리다보면 언젠가 인자강으로 레벨업이 되지 않을까 기대는 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프리템포
23/11/06 12:40
수정 아이콘
저도 10k 뛰고 왔는데 언젠간 풀마 도전을..수고하셨습니다!
23/11/08 09:16
수정 아이콘
10K가 대회 운영관련 이런저런 이슈 있었다고 하던데 괜찮으셨나요? 고생하셨습니다.
똥꼬쪼으기
23/11/06 14:12
수정 아이콘
대단하십니다~!
인생은 마라톤과 같다는데, 인생을 알기 위해서라도 마라톤을 도전해보고 싶네요
23/11/08 09:17
수정 아이콘
아직 인생을 알기에는 한참 부족하지만 그래도 달리다 보면 문득문득 머리속에서 착한생각, 좋은생각들이 떠 오르는게 또 달리기의 장점입니다. 역시 사람은 고생을 해야....
테오도르
23/11/06 14:19
수정 아이콘
대단하십니다 멋진 아버지세요
23/11/08 09:18
수정 아이콘
메달 아들한테 줬더니 하루 만지작 거리다 집에 굴러다니더라구요 하하
23/11/06 15:16
수정 아이콘
첫도전에 4시간 20분이면 준수하네요
전 첫도전에 막판 3-4km는 걷다시피 해서 4시간 45분 걸렸습니다 흐흐
23/11/08 09:19
수정 아이콘
정말 풀코스 뛰기전에는 몰랐어요 왜들 쫌만 더 참지 마지막에 걷는지... 역시 경험 해보기 전에는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또 얻었습니다.
realwealth
23/11/06 15:41
수정 아이콘
정말 축하드립니다.
차곡차곡 쌓아서 가볍게 가는 것도 좋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우여곡절도 삶의 재미가 아닌가 합니다.
그런 순간순간들이 채워져서, 인상적인 인생, 즐거운 인생이 되지 않을까요?
23/11/08 09:20
수정 아이콘
훗날 인생을 돌아봤을때 잊지 못할 경험 하나 쌓은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노래하는몽상가
23/11/06 16:48
수정 아이콘
고생 많으셨습니다. 기안84보고 울컥했는데
내년에 저도 도전해보려구요
23/11/08 09:21
수정 아이콘
꼭 도전해보시기를 바랍니다. 입문하실때 유투브등으로 공부 많이 하시고 시작하시면 부상 위험도가 현저히 줄어듭니다.
23/11/06 19:04
수정 아이콘
대단하십니다. 좋은 후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생많으셨습니다. 다음번엔 더 좋은기록으로, 덜 아프게 완주하시길 바랄게요
23/11/08 09:22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이렇게 보내주신 응원들이 진짜 힘이 되더라구요.
필리캣
23/11/06 19:09
수정 아이콘
저도 어제 풀코스 참가했습니다.33킬로부터 갑자기 왼쪽 바깥 무릎에 고통이 시작되면서 골반 종아리 안아픈데가 없더군요.

좀비처럼 절뚝 절뚝 걷뛰를 반복하다가 5시간00분 페이스메이커 풍선 보고 2킬로를 더뛰고 400미터정도 남았을때부터

크루친구들이 응원해주고 피니시지점에서도 응원해줘서 겨우 완주 했네요.4시간 59분 49초

잊을수없는 풀코스가 될거 같습니다.비때문에 중간중간 포기할까 생각도 들었는데 이맛에 풀코스뛰나 생각도 들더라구요.

완주 축하드립니다.전 내년 동마 다시 도전 해봐야겠어요.
우왕군
23/11/06 23:38
수정 아이콘
완주 너무 축하드립니다!!!
애기찌와
23/11/07 17:57
수정 아이콘
와 영화 같네요!!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23/11/08 09:23
수정 아이콘
시간에 상관없이 모든 완주자들을 존경합니다. 정말 드라마틱한 기록이라 더 소름 돋으셨겠네요. 완주 축하드립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안군시대
23/11/06 20:58
수정 아이콘
와 너무 멋지십니다. 엄지척!
23/11/08 09:23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엄지척!
우왕군
23/11/06 23:47
수정 아이콘
저도 어제 첫 풀코스였네요. 25K까지 페이스 유지하면서 잘 달리고 있었는데, 군자역-아차산역-천호대교 완만한 업힐에 살짝 털리고 30K 2:56 찍어서 네시간 초반 가나했는데 이후로 허벅지, 장단지 탈탈탈 결국 걷뛰걷뛰하다가 35K부터는 뛰면 쥐올라오고 뛰면 쥐올라와서 완주 못하나했네요. 비때문에 안오겠다고 했던 와이프랑 30개월 애기가 결승선에 와있겠다고 해서 그때부터 이악물고 수서IC 업힐에서 미친 Jtbc 욕하다가 결국 1:40 걸려서 4:38분으로 골인.. 와이프님 얼굴보자마자 울음 터져서 꺼억꺼억 울었네요 다행히 몸 크게 아픈데는 없고, 왼쪽 무릎만 좀 부어서 푹쉬고 내년 동마 서브4 도전할까 합니다! likepa님도 너무 수고많으셨고, 계속 펀런하시죠!

Ps) 풀마라톤 완주의 뽕맛은 쉽게 가시지 않네요 성취감, 자신감 장난아닙니다
23/11/08 09:26
수정 아이콘
저도 아직 뽕이 안빠져서 다음 풀코스는 어느 대회로 할까 고민중 입니다. 골인지점에서 와이프랑 애보면 울컥할까봐 어째야 되나 좀 걱정이었는데 막상 골인하니 다리가 너무 아파서 다른 감정이 안 올라왔어요. 완주 축하드립니다. 고생하셨어요.
MovingIsLiving
23/11/07 01:24
수정 아이콘
저도 같은 대회에 출전 했습니다. 생각보다 오르막내리막이 꽤 있어서 힘든 레이스였지만 간신히 서브4 달성했네요. (3:56:20)

5년전에는 대충 연습하고 출전해서 뛰다가 32km 지점에서 발바닥 통증과 허벅지 근육통이 발생해서 걷다뛰다하며 4시간 47분 걸려서 겨우 들어왔죠.

올해는 6개월 동안 열심히 준비하고 LSD 여러번 해서 그런지 만족스럽게 뛰었습니다. 글쓴분도 내년에는 더 잘 뛰실 수 있을거에요. 비오는 날씨에 고생 많으셨습니다.
23/11/08 09:28
수정 아이콘
완주 축하드립니다. 진짜 한번 뛰어보니 알겠더라구요 신발, 페이스 전략, 코스분석 같은거 큰 의미없이 그냥 마일리지 쌓아서 연습량 늘리는게 왕도인듯 하네요. 완주 축하드립니다. 서브4 부럽네요.
티나한
23/11/07 10:00
수정 아이콘
10년쯤 러닝하시고 하프도 많이 나가신 분이 이정도 고생하시다니, 원래도 어렵다고는 생각했지만 풀코스 마라톤은 생각 이상의 어마어마한 난이도군요.
23/11/08 09:29
수정 아이콘
제가 못 뛰어서 그런겁니다. 첫 풀코스에 서브4 달성하시는 분들도 수두룩해요. 진입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으니 도전해보세요.
엔지니어
23/11/08 04:05
수정 아이콘
이런 글은 언젠가 풀 마라톤을 해보고싶다 라는 생각을 가진 저에겐 굉장히 도전이 됩니다. 좋은 글 감사하고, 앞으로 부상없이 안전히 뛰시길 바랍니다!
23/11/08 09:29
수정 아이콘
언젠가 꼭 완주 후기 올려주시기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0235 [일반] [주식] 요즘 아는 사람끼리는 핫한 기업 [73] 김유라16772 23/11/10 16772 0
100234 [일반] 피와 살점이 흐르는 땅, 팔레스타인 (8) 사브라-샤틸라 학살 [12] 후추통7560 23/11/09 7560 15
100231 [일반] [독서에세이] 행성의 입주자들은 얼마나 닮았는가 part4 (『종의 기원담』)[Fin.] [8] 두괴즐6123 23/11/09 6123 5
100230 [일반] [독서에세이] 행성의 입주자들은 얼마나 닮았는가 part3 (『종의 기원담』) 두괴즐6742 23/11/09 6742 5
100229 [일반] LG트윈스의 한국시리즈 승리. 40년 LG팬은 기쁘지 않다. [50] 송파사랑16072 23/11/09 16072 14
100226 [일반] 60년대생이 보는 MCU 페이즈 3 감상기 part 2 [18] 이르21784 23/11/08 21784 15
100225 [일반]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할까?_5. 지능과 재능 [23] realwealth10334 23/11/08 10334 4
100222 [일반] 우리는 테일러의 시대에 살고 있다 (feat. Eras Tour) [22] 간옹손건미축12056 23/11/08 12056 10
100220 [일반] [독서에세이] 행성의 입주자들은 얼마나 닮았는가 part2: 『공감의 반경』을 읽고 [2] 두괴즐7984 23/11/07 7984 4
100219 [일반] 일본 젊은층은 더 이상 라노베를 읽지 않는가? [66] terralunar14759 23/11/07 14759 6
100218 [일반] 볼만한 티빙 OTT 드라마 [유괴의날] [12] 윤석열8000 23/11/07 8000 0
100216 [일반] [독서에세이] 행성의 입주자들은 얼마나 닮았는가 part1: 「얼마나 닮았는가」를 읽고 [2] 두괴즐7548 23/11/07 7548 4
100215 [일반] 홍대 입구 근처에서 강풍에 의한 공사장 구조물 전도 사고가 발생한 듯 하네요 [14] To_heart15740 23/11/06 15740 0
100214 [일반]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할까?_4 [2] realwealth8407 23/11/06 8407 5
100213 [일반] 경악스러운 출산율 하락 속도, 0.8대 진입이 예상 [201] 라이언 덕후21859 23/11/06 21859 23
100211 [일반] 대한민국 사회에서의 취향 [23] 휵스9831 23/11/06 9831 10
100209 [일반] 진격의 거인 파이널 후편 짧은 소감 (스포) [20] 아드리아나8258 23/11/06 8258 0
100208 [일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한 긍정적 리뷰(스포有) [18] 오곡쿠키8082 23/11/06 8082 6
100207 [일반] 첫 풀코스 마라톤 완주 기록 [34] likepa7673 23/11/06 7673 34
100206 [일반] 뉴욕타임스 10.31. 일자 기사 번역(부동산 수수료 분쟁) [23] 오후2시10129 23/11/05 10129 1
100203 [일반] 건강한돼지 체지방 20언더 드디어 돌파 했습니다 [16] insane9106 23/11/05 9106 5
100202 [일반] PGR21 embed 도입 및 속도개선 [69] 당근병아리10171 23/11/05 10171 38
100201 [일반] 방원이가 또... [드라마 원경 제작 확정] [38] 송파사랑12615 23/11/05 12615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