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MZ들의 취업난에 대한 글을 읽어보니 참 착잡해집니다. 제가 취업을 하던 2009년에도 금융위기로 취업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 이후로 취업이 어렵다는 말은 연중행사로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 제 조카들이 대학에 들어갈 시기가 되어 잠시 원서쓰는 것에 한 두 마디를 던지다 보니, 현재 대학 교육에 큰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부모님 세대 (제 형누나들)들이 가지고 있는 대학에 대한 환상이 여전하구나라고 느낍니다. 이런 저런 단상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서 올려봅니다. PGR 자유게시판에 이런 글로 첫 글을 올리니 참 감개무량합니다. 저는 PGR에 그냥 눈팅만 하고 전혀 글을 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1. 취업난은 대다수 직종에서 신규인력 수요가 없어 발생하는 일
지금 가장 인력수요가 가장 많은 곳은 역시 엔지니어 그 중에서 전자, 특히 반도체 내지 배터리, 디스플레이 계통이라고 생각입니다. 전기는 아무래도 강전, 즉 발전과 송배전 위주로 산업이 편성되어 일정한 인력 수요 아니면 증가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전자 전기 분야는 대학을 갓 졸업한 인력도 채용하지만, 그외 분야 특히 소위 문과 직렬은 신규 인력 수요가 거의 없습니다. 특히, 이젠 인력시장에 다시 나온 검증된 경력직을 활용하는 것이 불요한 교육비를 지출하지도 않고 바로 업무에 활용되기 때문에 신규 인력을 끌어다 쓸 유인도 생기지 않습니다.

2. 인력수요가 많은 분야는 일정한 교육과 훈련이 필요
저의 첫 직장은 엔지니어링회사였습니다 . 건축, 토목직도 일부 있지만 역시 대다수는 기계전기 즉, 기전직이 70%에 가까운 인력구성이었습니다. 저 같은 사무직은 한줌에 불과했고, 사무직 신입사원은 매년 한 손에 꼽힐 정도로 뽑았고 안 뽑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어느날 저의 동기의 사무실에 놀러갔다가 책상을 보고 놀랐습니다. 암호 같은 원자력 발전소 관련 전기 도면을 보면서 계산도 하고 멋있게 도면에 표시도 하더라구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대학 교육은 학문 도야(?)보다 기초 이론을 다지는 곳이고 특히, 자연계열은 고등학교 때부터 점진적으로 익혀야한다는 것을요. 그에 반해 대다수 문과 직렬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대학 과정 중간에 바꿔도 크게 타격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문과는 교육보다 "경쟁시험 통과에 따른 자격증" 취득이 더 중요했습니다.

3.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 대학 교육 - 특히, 정원
우리나라의 부실한 대학교육은 정말 할말이 많습니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현실 수요를 반영하지 않는 구시대 정원 배정입니다. 솔직히 인문학에 그런 많은 정원이 필요한가 싶습니다. 인문학이야말로 극소수 수재들만 공부해도 되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인문학 전공자지만, 많은 분들이 인문학에 대한 오해가 많습니다. 인문학은 사람 내지 삶의 도구, 방식에 대해 연구해서 친숙할 뿐 결국 과학의 한 분야입니다. 언어 독해능력과 논증 기술로 무장해서 논문으로 그 결과를 견주는 분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문학을 일종의 "감수성"적인 차원으로 바라봅니다. 단연코 그런 것은 인문학이 아니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4. 대학교육에 대한 환상
제 조카들에게 대학을 왜 가냐고 물어보니, 모범생 조카는 학문을 연구하기 위해 가는 곳이라고 답하더군요. 제가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에서 20년이 넘어도 똑같은 답이 나온 다는 것에 기함을 토했습니다.
"아니야, 대학은 취업을 위해 가는 곳이야. 대학에서 교육받은 비판적 사고 능력과 전공지식으로 사회에서 너의 가치를 인정받고자 가는 곳이란다."라고 답해주었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젠 적어도 우리나라는 대학교육은 대중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5년전부터 조카들에게 이과를 선택하라고 강조했습니다. 지금 문이과를 나누는 것은 자연계열 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 교사 수급이 불안정해서 인위적으로 가른 것이라고... 고등학생 수준에서 문이과는 의미없다고요. 다행히 조카들 모두 자연계를 선택해줘서 고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못난 문과 삼촌이 해줄 조언이라고는 그것밖에 없더라구요. 이제  막내 조카는 대학 전공을 선택해야하는데.. 어디를 지원할지 벌써 긴장됩니다.. 제발 인문학은 하지 마라 크크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