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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10/05 14:19:33
Name lovehis
Subject 시생기(始生記)
  "박제가 된 천재"를 알 수 없는 이유는 내가 천재가 아닐 뿐만이 아니라, 그렇다고
해서 박제가 될 수는 없지 않소. 그 동안 그 가질 수 없는 이상을 위해서 몸부림 치던 내가
우습군요. 이상(李想) - 당신이 무의식 혹은, 교묘한 간계를 숨겨서 내게 내뱉은 언어의
유의가 내 머릿속에서 피상적인 상징의 낯설음으로 둥실 둥실 떠 다니는 군요. '정영주
의 뮤탈이 덩실 덩실' 'Xellos의 신기한 레이스 산개 비행' 'Boxer의 죽지 않는 바이오닉
1부대' 'Nada의 위풍 당당 탱크 웨이브' 'nim gg, plz gas T.T' 이상 - lovehis

  늦은 밤 - 정확히 23시 50분 양재역 버스 정류장, 수 많은 불빛들이 내 눈에 난사되어
난 그 난사된 불빛을 내 난시가 있는 눈으로, 그리고 약간의 알코올 기가 있는 정신으로
바라보다가 별을 만났소. 그 별은 사람들이 인공적으로 나에게 내려준 별이었소. 그 별을
내 난시의 눈으로 바라보다가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자신만의 별을 가지고 싶은 연인
들이 보이오. 그들이 나의 별을 따려면, 허허 고생이겠소 가로등을 따려면 사다리나,
아니면 나무를 기가 막히게 타는 재주뿐만 아니라 벌금을 두려워 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
할 것이요. 사랑에는 용기가 필요한 법이요. 연인들이여 주저하지 말고 가로 등에 올라가
당신들이 원하는 별을 따다 가지시구려. 이는 내가 당신들에게 내리는 내 차분한 축복
이자 강렬한 저주라고 생각하시구려. '바이오닉을 기다리는 Yellow의 스탑럴커' '한방을
모우는 IntoTheRain' '늘어나는 주진철의 헤처리' 'nim mohae yo? plz no sap jil' 이상
- lovehis

  내가 왜 이 곳 23시 50분의 양재역을 기웃거려야 하느냐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결론은 당연하오. 난 집에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오. 그런데 왜 하필 23시 50
분이냐 라고 물어본다면, 모르는 여인과 맥주 두 잔과 나쵸를 먹다가 시간이 이렇게 되는지
몰랐기 때문이라고 말을 하겠소. 맥주 두 잔과 나쵸... 나쵸는 살짝 뜨겁게 해서 먹어야
좋겠지만, 차가운들 어떠랴 그만하면 감자 튀김보다는 좋치 않소? 모르는 여인... 난
그 여인과 일전에 밤을 지센 적이 있소. 솔찍히 말하면 노숙이었소. 강남역 그 자리에서.
강남역 그 자리 날 위해 기다려주는 고양이가 있고, 그 고양이를 기다리는 내가 있고,
내가 좋아하던 그 자리에서 난 그 낯선 여인과 밤을 보낸 적이 있소. 이제 그 자리는 내와
내 고양이의 자리가 아니라 그 낯선 여인의 느낌이 있는 자리로 변했으리라. "그 곳을
지나는 모든 사람들은 경배하여라" 라고 말한다면 어느 광신도의 외침으로 보겠지. 하지만,
난 나의 지나간 추억을 경배해야 겠소. 당신은 당신일이나 하시죠.

  그 자리에서 고양이를 기다려 본지도 벌써 달력을 12번 넘기고도 그걸 3번 혹은 4번
정도를 할 정도의 시간이 지난 것 같소. 아니 정확히 4번 정도... 4라는 숫자가 주는 마력
은 말하지 않는 것이 좋은 듯 싶소. 초반 scv가 4기인 것, 커맨트 센터가 400이고, 스타가
4종족으로 이루어 졌다는 것을 말하면 너무 우긴다고 말할 것 같아서이요. 4로 시작한 scv가
1기로 변한 신기하고도 황당한 사건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 하겠지만, 난 지금
1기의 scv를 가진 유저일 뿐이오. 1기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누구 나에게 말 좀 해주오.
아니 1기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하는 것은 너무 짧을 수 있기에 1기로 할 수 없는 일을
내게 말해주기를... 희망은 가장 달콤한 마약, 난 그 마약에 취하여 지난날에 대한 향수에
허우적 되고 있으니, 내게 희망을 제발 가지고 가시오.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내게 말해
주시구려. 뭐... 싫다면, 당신은 당신 일이나 하시죠.

  도망간 고양이는 그 자리로 분명 한번은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은 나를 황폐하게 하였고,
그 믿음은 나를 그 날, 그 자리로 또 한번 불러들였소. 그러나 여기서 진리는 "고양이는
돌아 오지 않는다." 거짓과 사실이 교차하여 복마전을 펼치는 4차원적인 뇌 구조를 가진
나의 의식 속에 어느 것을 믿어야 할지는 내가 경험한 사실을 믿을 수 밖에. 아니 나는 내
가 경험한 사실도 역시 믿을 수 없을지도 모르오. 사실은 또 다른 진실을 숨기고 있는 가
상 현상 일지도 모르오. 그럼 난 무엇을 믿고 살아야 하나 내게 알려준다면, 난 당신에게
이런 거짓말쟁이 라는 말을 하겠소. 난 당신을 믿을 수 없소. 제발 당신 일이나 하시죠.

bool isValidSamplingRate(int samplingRate,  const *samplingRateArray, int *index)
{
        int i;
        int length = samplingRateArray[0];
        for (i = 1; i <= length; i++){
                if ( samplingRate == samplingRateArray[i]) {
                        *index = i;
                        return true;
                }
        }
        return false;
}

bool isValidBitRate(int bitRate,  const *bitRateArray)
{
        int i;
        int length = bitRateArray[0];
        
        if ( bitRate >= bitRateArray[1] && bitRate <= bitRateAry[length]){
                return true;
        }
        return false;
}

  내가 오늘 아침에 써내려간 시요. 이것들은 나에게 바른 셈플링 레이트와 비트 레이트를
알려주겠군요. 좋군요, 알게 되어서... 그 전자 부품과 하이테크 프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내 일상의 친구는 나를 당신과 연결시켜 주오. 하지만, 나의 말은 그가, 그의 말은 내가
서로 이해하지 못하여 우리는 우리의 대화를 위와 같이 일상적인 내용으로 국한 시켰소.
나에게 셈플링 레이트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지만, 그 에게는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난 그가 필요한 것을 줄 뿐이요. 나는 그런 셈플링 레이트가 없이도 말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지만, 그는 셈플링 레이트 없이는 소리를 낼수 없기에 난 그에게 준 것 뿐이요. 나에게
잘못이 있다면 필요한 것을 주었을 뿐... 그런데 왜 날 떠나갔는지는 그져 미스테리 일뿐
이요.    

  분명한 사실은 고양이가 떠났다는 것이고 내가 23시 50분에 양재역 버스정류장에 서있다는
사실이고, 내가 그날 모르는 여자와 그 자리에 앉아 있다는 사실이오. 여기서 중요한 점
그럼 그녀는 누구인가? 그건, 모른오. 단지 난 사람이 필요했을 뿐이오. 난 실로 오랜만에
사람이 그립다는 것을 알게 된 애완동물 이였을지도. 이제 또 필요할까? 뭐 그건 중요한 것
이 아니라고 생각하오. 중요한 것은 나쵸가 식어도 감자 튀김보다는 좋다는 것... 그리고
고양이는 떠났다는 것이오.

  연결되어 있다. 연결되어 있지 않다. 분명히 연결되어 있다. 단절되어 있다. 단절되어
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연결된 것이다. 연결은 단절을 포함하지 않은 단일 구조에 의한
연결이다. 그래 난 연결되어 있으며, 단절되어 있다. 그 연결점을 이제 떠나 다른 연결
점을 찾아야 한다. 구조화된 지루한 연결점은 단절을 의미한다. 이제 난 새로운 연결을
시도 한다. 나의 연결점이 되주오 그대... 그런데 라이너스 커널은 너무 하이테크 이오만,
그런 상태로는 팀플을 이길 수 없소. 팀플에서 라이너스 커널을 뚫은 당신은 제발...

  그런 이유로 떠나간 고양이를 이제 인정하는 시점에서 난 내 인생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연결을 선언한다. 내 인생은 여기서 시생 하였다. 중력이 마음 것 팽창하여 날아
갈수 있는 극점 한 가운데를 향한 나의 연결선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고, 또 다른 고양이
가 나를 웃으며 기다리는 6시를 향해 scv 1기로 시작한 태란은 5분만에 회생할 지니...
나의 바이오닉 부대여...

  내 인생 三十年 十月 二十六日째 이제 다시 한번 6시 러쉬다.
  
  --------------------------------------------------------------------------------
  
  소설 입니다. 아니 수필입니다... 아니 거짓말 입니다. 그냥 갑자기 한국 문학 전집에
있는 이상의 종생기를 읽다가 생각나서... 점심 먹고 끄적 끄적....

  사장님 미안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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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수요일
04/10/05 14:21
수정 아이콘
글을 읽기전에 먼저 댓글을 단다는.
넘 반가워서.
읽고 또 써야징~
비오는수요일
04/10/05 14:37
수정 아이콘
언젠가 제가 lovehis님의 글(아마도, 메카닉 유닛 예찬)에 달었던 리플에 이런내용이 있었죠.
'이상의 오감도가 생각난다'
lovehis님의 글중 반이상에선 이상의 글을 닮았다라는 생각.
'지독히도 난해하면서도 지독하게 매력적인 글'
오늘은 문제의 그 이상님의 글에서 모티브를 얻으셨네요~
다시한번 말하지만, 제 머리를, 제 눈을 아프게해도 좋습니다.
식어버린 커피를 마시는것보단 좋으니까요.
lovehis님의 그 다양한(어쩌면 애초에 하나뿐일) 고양이를 뒤집어보는것도, 입안에서 맴도는 감자튀김향을 음미하는것도 제겐 즐거운 고역이니까요.
즐거운하루~
비오는수요일
04/10/05 14:39
수정 아이콘
헉, 지금보니 '타오르는 불꽃의 노래'에 달았던 리플이라는.....(오감도)
*69년 생이세요?
비오는수요일
04/10/05 14:42
수정 아이콘
아씨...오늘 왜이러지....三十年을 三十五로 읽었다는 ,,, ㅡㅡ
04/10/05 14:45
수정 아이콘
음.... 헉.... 나이의 압박이군요....

아직 69년 생은 아님니다.... ^^* 언제 69년생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와룡선생
04/10/05 15:57
수정 아이콘
lovehis님// C++ 프로그래머신가요?
아주 익숙한 bool값을 리턴시키는 함수들..
저 지긋지긋한 함수들마저 이용해서 이런 멋진글이 나오다니..

좋은글 ... 감사합니다..
총알이 모자라.
04/10/05 16:16
수정 아이콘
리플도배도 ...안타죠...
그리고 고양이 보다는 그냥 여자를 찾는게 빠를듯함...강아지 같은 여자를 찾다가 망했다는...
여.우.야
04/10/05 16:30
수정 아이콘
음 진짜 이상의 글을 닮아있는 느낌입니다.
그 고등학교때 국어시간에 배웠던, 자동기술법 - 의식의 흐름이던가??
랑 닮아있네요 ^^
다른곳에는 보기 힘든 글이네요.(비타넷 빼구요^^)
와룡선생
04/10/05 16:50
수정 아이콘
총알이 모자라...님// 강아지 같은 여자는 어떤 여자죠?
귀여운 여자? 아님 술마시면 강아지 같이 되는 여자?
아님 성질이 강아지 같은 여자?
뜬금없이 궁금해져서요..
전 강아지 같은 여자보단 제가 다니는 헬스장 트레이너 같은 여자분이 최고..(내 담당코치면서 왜 나에겐 아무런 트레이닝이 없는지.. ㅜㅜ)
비오는수요일
04/10/05 17:00
수정 아이콘
총알이모자라님//죄송하다는 말밖엔.... 원래 이렇진 않은데 제가 워낙 좋아하는 분이라 급한맘에 연이어 실수, 그리고 그것을 주워담느라 본의아니게 리플도배가 되었군요. 아 죄송해라....
총알이 모자라.
04/10/05 17:29
수정 아이콘
괜찮습니다. 비오는수요일님 같이 도배하면 같이 도매급으로 넘어가니 같이 도배를... 완성형 도배꾼이 되는 글날까지 안심스테이크를 사주세요...
총알이 모자라.
04/10/05 17:43
수정 아이콘
강아지 같은 여자란...아주 귀여운 강아지를 보면 안아주고 싶죠..그렇다고 세게 안으면 강아지가 다치니까..한마디로 너무 좋아 어쩔줄 몰라하는..그러나 무엇인가에 빠져버리기엔 이미 삶의 무게에 지쳐버린 현실...
안전제일
04/10/05 18:07
수정 아이콘
할수 있어!라고 해야하는 건가요? 아니면 같이 빠져들어야 하는 건가요?

그냥 사람이 그립고 그리워서 어디 놀아줄 사람없나...두리번 거리는 것도 지겨운 사람이었습니다.
음....그래서 이번 토요일에 소문으로만 듣던! 오프에 나가 볼까...하는 엄한 생각까지..으하하하-
인연을 뿌려 놓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가끔은 잡으러도 다녀야 겠다..라는 건설적인 생각을 실행할까 고민중.(늘 여기까지.)
와룡선생
04/10/05 18:28
수정 아이콘
총알이 모자라...님// 삶에 무게가 무겁고 힘들지라도 .. 포기하지 마시고 힘내십시요..
꼭 강아지 같은 여자분 만나실겁니다..
총알님 곁엔 수많은 pgr 회원분들이 계시지 않습니까?
저도 있구요.. ^^;;
총알이 모자라.
04/10/05 19:07
수정 아이콘
와룡선생님...더 무겁죠..
04/10/05 21:12
수정 아이콘
안전제이님// 오시오. 저도 갈까 합니다.
秀SOO수
04/10/06 00:10
수정 아이콘
아 오랜만에 lovehis 님의 글을 읽네요 아마 이 글을 읽는 오늘 아침엔
좋은 기분으로 일어날 것 만 같은 기분...감사합니다!
04/10/06 11:34
수정 아이콘
장정일(?)씨의 꽃을 리메이크한 시가 떠올랐네요..

가끔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정말로 인연의 사람을 만나게 되면
삐뽀삐뽀하는 경보음이 울리는 장치가 있었으면 하구요..
모 드라마에서의 흘러지나가는 대사처럼 누구나 외로운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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