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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10/02 13:12:18
Name 시퐁
Subject 어제 경기와 pgr의 칭찬문화.
어떻게 보셨습니까? 전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세세한 경기 분석은 다른 분들이 더욱 자세하고 멋지게 해주시겠지만  저 또한 저만의 스타일로 한번 분석해보려고 합니다(다른 사람과 차이가 없다면 낭패-_-;;) 저번에도 그렇듯이 '분석'이지만 '감상문'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거든요 ^^

서지훈 선수와 안기효 선수의 전장이었던 머큐리. 대각선임에도 불구하고 멀티도 하지 않은채 바카닉을 통한 타이밍 러쉬를 준비하는 서지훈 선수(바카닉을 준비하는 장면은 꽤나 재밌습니다. 한번에 배럭스 서너개가 동시에 올라가는 광경을 보는 순간 누구나 아~하는 감탄사를 내뱉게 되죠). 프로토스에게 쉽지 않은 맵에서 리버를 통해 전략적인 플레이를 하려고 했던 안기효 선수. 하지만 셔틀이 정찰 SCV에게 확인된 순간부터 경기는 방어의 스페셜리스트 서지훈 선수에게 기울었다고 생각합니다. 안기효 선수의 앞마당 입구에서 벌어진 끊임없는 교전이 정말 재밌더군요. 묘미는 그 짧은 순간의 치고 박고 싸움이었고 그 싸움에서 승리한 서지훈 선수가 승리를 가져가게 됩니다. '머큐리의 재미는 타이밍과 교전에 있다'라고 해도 될 것 같더군요. 저는 교전에서의 승리를 좌우하는 요소중 중요한 것이 집중력이라고 봅니다. 또한 그것은 연습을 통해 충분히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구요, '무엇이든지 지는 것은 자신 때문에 지는 것이다'라고 밝힌 서지훈 선수의 인터뷰에서 충분한 연습량과 마인드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두번째 경기, 펠렌노르. 상대방의 위치가 대각선일 경우의 러쉬거리..정말 길더군요. 게다가 오는 길이 두개라 엇갈릴 수도 있을 것 같구요. 첫 일꾼 정찰에서 파일런의 수가 적다는 것을 본 전상욱 선수가 이리 저리 정찰해보았지만 몰래 건물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아마 11시 방향에 박정석 선수가 지은 파일런은 확장을 위한 포석인 동시에 시야확보 내지는 상대방 멀티의 견제로 해석해 볼 수 있다고 봅니다. 어쨌거나 초반에 이렇다 할 견제를 당하지 않고 자원을 모은뒤 캐리어. 테란에게 드랍쉽이나 공중 유닛이 없는 상황에서 펠렌노르의 지형을 이용한 캐리어 플레이는 상당히 효율적이라고 봅니다. 대 프로토스전 극강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는 전상욱 선수에게(물론 진땀 나는 승부였습니다) 승리한 것이나 과거 이재훈 선수가 차재욱 선수에게 승리한 것등을 볼때 프로토스에게 억울한 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상욱 선수의 끈질긴 저항도 볼만 하더군요. 결과적으로 뒤집히진 않았지만 뒤집혔어도 이상할 것 없었다고 봅니다.

박태민 선수는 저그의 스타일리스트중 하나입니다. 또한 더불어 '저그의 이득은 쉴새없이 몰아치는 공격을 통해 보는 것이다'라는 것을 자주 보여주기도 하구요. 레퀴엠에서 저그의 플레이는 방어보다는 공격, 러커보다는 뮤탈이 더욱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병력이 모였을때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는 테란을 저지하려면 틈날때마다 공격을 가서 병력이 모일 틈을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기도 하구요. 역언덕형 맵에서 언덕에 자리잡은 탱크를 공략하는 방법은 기동성이 뛰어나고 비행(?)이 가능한 유닛인 뮤탈이 정말 효율적이더군요. 언덕에서의 플러스 데미지는 정말 무시무시합니다 -_- 그렇다고 위에서 싸우자니 좁은 지형이 방해거리이기도 하구요.

임요환 선수를 가장 많이 괴롭힌 것이 프로토스입니다. 장진남 선수를 상대로 우승, 홍진호 선수를 상대로 우승..저그전에서는 스페셜리스트이다 못해 감동마저 주는 플레이를 보여주지만 프로토스를 상대로는 조금 약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이 사실이구요, 그 경기 내용들 또한 '전투에서의 승리, 하지만 전쟁에서의 패배'라는 문장에 걸맞게 끊임없는 견제의 성공, 초반 소수부대간의 전투에서의 승리는 빛이 났지만 결과적으로 패배하고 말았지요. 상대는 자신의 스타일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박용욱 선수입니다.
이 경기는 임요환 선수의 장점과 약점을 모두 보여준 경기라고 생각합니다. 전략적인 선택들은 정말 멋있고 재밌더군요. 확실히 임요환 선수는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선수 같습니다. '남의 스타일을 따라하기보다 나만의 고유한 플레이를 펼치겠다'라고 천명한 이후부터 확실히 그의 경기는 재밌어졌습니다. 승률도 높아졌구요. 임요환 선수의 암흑기는 '물량형'으로 대세를 따라가려는 노력을 하던 때였고 광명기(?)는 자신의 스타일인 '전략과 컨트롤'로 승부를 즐기는 때라는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그런 스타일로 테란의 제국을 열었고 50만 팬들을 확보한 것이었으니까요(그가 스타일리스트가 아니었다면 지금과 같은 인기가 있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임요환 선수 위주로 감상을 써놓았는데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서지훈 선수와 박용욱 선수의 팬입니다-_- 글이 길어지는 것도 두렵고 허접한 칭찬이 나올까 두려워 박용욱 선수에 대해선 쓰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오겠지요.

맵의 흥미도(?)에 관한 논란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제 경기는 그런 논란이 쏙 들어갈 정도로 재미있었다고 봅니다. 종족의 유불리를 떠나서 재밌는 경기를 보여주는 것은 맵이 아니라 선수들임이 분명하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맵을 이용하는 것은 선수들이기 때문이죠. 또한 보는 이들에게도 분명히 요구되는 사항이 있습니다. 바로 '어떻게 경기를 보느냐'이죠. 그냥 해설자와 캐스터의 중계만 따라가는 것보다 관심있는 점을 생각하며 보는 것이 더 재미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나쁜 점을 많이들 보시는데요, 재밌었던 부분이나 감동적이었던 부분들은 확실히 칭찬하는 문화가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비판보다 칭찬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재미없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재미없습니다. '이 맵은 재미없어'를 생각하기보다 '재밌는 경기가 나올 수 있을까'란 기대를 하고 경기를 보시길 원합니다. 응원하는 선수가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길 기대하면서요. 그리고 즐거웠으면 '즐거웠다'라고 칭찬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왔으면 좋겠네요.


p.s01 비오는 수요일님께서 제안하신 '행복한 릴레이'에 언젠가 제 이름이 들어갈 수도 있겠지요. '그러기 위해선 글을 많이 써라!!'라고 누군가 말씀하십니다. 몹시도 찔리네요 ^^;

02 논쟁과는 상관없이 글을 쓰세요. 논쟁에 참여하는 것은 참여하는 것이고 글을 쓰는 것은 글을 쓰는 것이죠. 논쟁에 기분 나빠하면 글을 쓰기 싫어지겠죠..그러니 논쟁은 논쟁, 글은 글!! 이런 식의 마인드를 가지는게 정신 건강상 좋습니다 ^^ 모두들 항상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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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민
04/10/02 13:54
수정 아이콘
좋은 말씀 하셨네요.
'저 맵,저 선수 재미없다.' 보다는 조금 더 긍정적으로 시청,관람 하는게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제 임요환선수vs박용욱선수의 경기를 오늘 학교에서 재방송으로 보았는데, 전투에선 매번 이겼지만 결국 전쟁에선 지더군요.아쉽지만 재밌는 경기였습니다.^^
04/10/02 13:54
수정 아이콘
글 잘 봤습니다..이런 글들이 PGR에 오는 기쁨 중 하나죠^^ 클릭해서 볼때 웬지 안먹어도 배부른 뿌듯한 느낌이랄까요 ^^;
그런데 머큐리는 프테전에서 프로토스가 다소 유리한 맵 아닌가요? 상대전적상으로도 그렇고 무난하게 힘싸움 장기전으로 흘러갈경우 프로토스가 유리하다고 했던거 같습니다 그래서 테란들도 타이밍러쉬를 노리는것 같구요...여튼 말씀하신대로 긍정적으로 보면 스트레스도 줄죠...어제경기들 좋았구요...시퐁님도 건강하세요^^!!
비오는수요일
04/10/02 13:57
수정 아이콘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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