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4/09/29 06:40:06
Name Timeless
Subject '사랑한다라는 것' 모르겠습니다.
'사랑한다.'

가족간의 사랑이나 이웃에 대한 사랑 이런 개념을 빼고, 연애 감정으로써의 '사랑한다'

'사랑'을 정의하려고 한 사람들, 정의하는 것이 무의미 하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랑'은 과연 실체가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추상 명사에 실체를 논한다는 것이 우스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효도'에 관해서라면 우리는 정확한 정의는 못내리더라도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걱정끼쳐 드리지 않는 등 뭐 잘하는 것이지'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사랑'이 '그 사람을 기쁘게 해주고, 웃게 해주고,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정도의 뜻은 아닐 것입니다.

#1
오랫동안 짝사랑해온 한 남자가 친구에게 털어놓았습니다

'나 그녀를 사랑하는 것 같아'

'어째서?'

'그녀만 보면 두근두근하고, 아 모르겠다. 그냥 보면 좋아.'

이 남자의 사랑은 '자신의 마음'일까요? 자신이 두근두근하고 행복하고, 그러면 사랑일까요?

#2
한 여자는 자신에게 너무도 잘 해주는 남자가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 어느날 그 남자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오빠 왜 나한테 이렇게 잘해줘?'

'널 사랑하니까'

이 남자의 사랑은 '그녀에게 잘해주는 것'일까요? 그 남자의 마음은 부담스럽게 느껴졌겠지만 이 여자는 상당한 편의를 받고 그만큼의 편안함을 느꼈을 것입니다. 이 정도가 사랑일까요?

#3
서로 떨어져있는 것이 상상이 안될 정도의 커플 중 남자가 차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녀는 그 남자가 없는 이 세상이 너무도 싫었습니다. 그래서 자살을 택합니다.

'내가 그곳으로 갈게. 우리 죽어서도 사랑하자'

이미 사랑의 대상은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녀는 '사랑'이라는 이유로 죽음을 택합니다. '그가 없으면 나도 없다' 이것이 사랑일까요?

#4
아침 햇살에 눈을 떠보니 옆에는 연인이 새근새근 잠들어 있습니다. 그녀의 머리를 매만져 주는데 그녀가 살포시 눈을 뜹니다. 그런 그녀를 보고 가슴이 벅차 오른 남자는

'사랑해'

속삭입니다. '나에게 있어 너무도 예쁜 그녀가 이렇게 나와 함께 있다. 그래서 나는 너무도 행복하다. 이런 행복을 준 그녀가 고맙다' 자신의 행복을 표현한 말일지, 그녀에게 고맙다는 말일지 사랑이 이런 것일까요?

#5
그는 킹카 중의 킹카입니다. 그녀는 그를 꼭 잡고 싶습니다. 그런 그녀에 비해 그는 그녀에 대해 단순히 호감을 느끼는 정도입니다. 그래서 그녀는 이벤트를 준비합니다. 그리고는 고백을 해 버립니다.

'사랑해'

남녀간의 이벤트로 인한 그 분위기. 여자로부터의 마음은 진작 느끼고 있었을 남자. 그리고 고백. '사랑해'는 나와 사귀자 이러 뜻일까요? 주)사귀자 가 가벼운 뜻이 아니고, 연인이 되고 싶다 이런 뜻으로 해석해 주세요.

#6
사고로 각막 손상을 당한 그녀는 결국 실명을 합니다. 하지만 각막 이식을 하면 다시 세상의 빛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녀를 위해 나를 희생하겠습니다. 아주 우연으로 가장하여 그는 각막 이외의 실명을 하게 되고 그녀에게 각막을 기증합니다.

'사랑하니까'

자신의 희생으로라도 그녀가 행복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랑일까요?

#7
한 여자가 한 남자에게 이별을 고합니다.

'난 널 사랑하지만 우린 이루어질 수 없어'

그리고 그녀는 돈 많은 남자의 아내가 되어버렸습니다.

사랑은 다른 요인에 의해서 순위가 잔뜩 밀려날 수 있는 것일까요?


#8
내 여자친구는 사랑한다는 말을 하루에 3번씩 들으려 합니다.

한 번이라도 거르면 그녀는 삐지고, 말도 하지 않습니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다분히 기계적인 느낌이 듭니다.

그녀가 원하기 때문에 말하는 이런 것이 사랑일까요?


사랑은 무엇일까요?

내가 지금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조금이나마 그 답에 근접하셨을 것입니다.

제가 지금 도달한 곳은 '사랑은 위의 것을 다 합쳐도 그 일부분일 뿐이다'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생각합니다.

'사랑은 위대하구나.'

이 정도까지 생각하다보니 여자친구에게 '사랑해'를 아무때나 해줄 수가 없더군요.

가슴이 복받쳐 오르는 그 순간이 온다면 그 때서야 조심스럽게 말해야겠습니다.

'사랑은 정말 위대한 건데.. 내가 너를 사랑해'

Ps. 아침녘에 잠도 없는 녀석이 올리는 글입니다. 맞춤법 검사도 안했습니다. 지적해주실 분은 해주시고, 그냥 무리없이 넘어가셔도 되고요. 여러분 행복하세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morncafe
04/09/29 07:20
수정 아이콘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라고 고백할 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그 맘을 '사랑한다' 라는 그 한 단어에 모두 담아서 표현하기엔 그 맘이 너무나 클 때가 있더군요..
04/09/29 07:32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봤습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네요..
SeeingWise
04/09/29 07:40
수정 아이콘
(2004-09-29 07:39:51)
제 사랑관은 단순합니다.
이성간의 사랑, 그것은 성욕의 반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쇼펜하우어의 인생론 영향을 많이 받았죠.
04/09/30 09:36
수정 아이콘
이성간의 사랑이 단순 성욕이라면, . . . -_-;;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921 이제는 말하고싶은 이야기 2 [14] 비오는수요일3167 04/09/29 3167 0
7920 이제는 말하고싶은 이야기 1 [10] 비오는수요일3349 04/09/29 3349 0
7919 물가에 돌 튕기기 [9] 아트오브니자3259 04/09/29 3259 0
7918 더 이상 옛 날 PGR을 그리워하면서 안타까워 하지 마세요. [48] edelweis_s3834 04/09/29 3834 0
7916 요즘 벌어지는 논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7] 머심테란3450 04/09/29 3450 0
7915 하루 [4] 나라당3284 04/09/29 3284 0
7913 [잡담]자드가 요즘 듣는 노래 여덟번째. [6] Zard3495 04/09/29 3495 0
7912 바보들은 항상 남의 탓만 한다 [12] 총알이 모자라.3861 04/09/29 3861 0
7911 오랜만에 PGR에 글을 [6] 최연성같은플3082 04/09/29 3082 0
7909 이윤열의 원팩 더블..... 그 타이밍과 물량 누가 막을 것인가? [45] 김민수6338 04/09/29 6338 0
7907 재미삼아 써보는 E-sport 본격소설 [Who am I?]02# [4] McBaB3255 04/09/29 3255 0
7906 pgr21에 오랜만에 들려 [1] 로드펄~3228 04/09/29 3228 0
7905 이런경기 재미없다! [34] 영웅저그4084 04/09/29 4084 0
7904 '사랑한다라는 것' 모르겠습니다. [4] Timeless3419 04/09/29 3419 0
7903 ## 스타 중계 아직 2프로 부족하다.## [3] 캐터필러3460 04/09/29 3460 0
7902 PGR에 남기는 첫글입니다. :) 선수들의 준비시간에 대해.. [7] Chizuru.3102 04/09/29 3102 0
7901 PGR과 네티켓 전쟁.. [8] skzl3214 04/09/29 3214 0
7900 아주 오래전에는..... [1] 비오는수요일3198 04/09/29 3198 0
7898 [亂兎]안녕하세요, 난토입니다. [33] 난폭토끼3164 04/09/29 3164 0
7897 논쟁에 관해서 짧은 글 한번만 쓸게요. [9] 클레오빡돌아3165 04/09/29 3165 0
7896 오랫만입니다^^ [5] 뉴[SuhmT]3215 04/09/29 3215 0
7895 지오팀의 스폰 계약에 관해서... [25] zxcv4604 04/09/29 4604 0
7894 PgR 가족 여러분 들에게 보내는 연애 편지 [8] lovehis5319 04/09/29 5319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