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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23/09/02 05:51:27 |
Name |
우승 |
Subject |
[기타] [메이플] 광기의 닉네임 경매 이야기 - 닉네임 경매는 왜 흥할까? (수정됨) |
비숍 1000만원 루비 836만원 귀신 680만원 호날두 250만원 등등..
유게에도 올라왔던데 관련해서 메이플 유저 입장에서의 생각을 써봅니다.
* 메이플의 두글자닉에 대한 집착
예쁜 이름을 원하는 건 사람의 본능이고 레어닉은 어느 게임에서나 사람들이 탐내지만 유독 메이플은 정도가 심하긴 합니다.
닉네임도 코디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가장 크겠죠.
아무래도 캐릭터가 오밀조밀한 2D 도트 게임이다 보니 닉네임이 눈에 보이는 비중이 꽤 됩니다.
두글자 닉네임은 아무래도 캐릭터 아래로 예쁘게 떨어지는 면이 있고, 메이플의 여러 명찰 커스텀과도 가장 잘 어울립니다.
메이플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두글자 길드이름과도 잘 어울리고요.
* 공식 시스템의 안정감
기존 메이플의 닉네임 거래는 주인이 닉네임을 버리면 랜덤한 시간에 소유권이 풀려서 구매자가 일주일간 잠도 못자고 닉변을 시도해야 되는 구조입니다.
어둠의 경로로 돈까지 줬을 경우 자칫하면 돈만 날리는 거죠.
메이플에서 주기적으로 하는 휴면계정 닉네임 정리 때도 마찬가지로 일주일간 노가다를 해야 합니다.
다들 이런 노가다에 이골이 난 와중에 "안정적"으로 닉네임을 거래할 수 있는 뉴네임 옥션의 등장은 혁명과도 같습니다.
S급 닉네임들은 매크로와 꾼들이 모조리 달라붙어서 모니터링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거래로 먹는게 불가능하다고 봐도 좋았는데
공식 시스템이 생겨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닉네임들도 간단히 팔 수단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 수요와 공급의 선순환
판매자 입장에서도 어둠의 경로를 이용한다는 부담도 적고, 관심이 주목받는 시장에 올려서 홍보효과와 입찰경쟁으로 얻는 부가적인 이득을 누릴 수 있습니다.
뉴네임 옥션의 판매수수료는 30%로 상당히 쎈 편인데요, 어차피 수요가 많으면 그만큼 경쟁이 붙는 구조니 판매자 입장에서 크게 손해가 안납니다.
어차피 비싼 닉네임은 이번 기회가 아니면 쉽게 팔지도 못하기도 하고
따라서 몇년씩 묵혀놓았던 닉네임들을 이번 기회에 파는 경우가 굉장히 많이 나왔습니다.
* 이번이 아니면 안됨
사실 어찌보면 가격거품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은데,
메이플 20년 역사상 최초로 열리는 시스템인데다 이번에 열리면 언제 또 열릴지 모르고, 내가 원하는 닉은 이번에 먹히면 그 사람이 다시 팔아줄 리가 없으니
많은 사람들이 아예 마음을 쎄게 먹고 경매가 예고된 순간부터 돈을 모아서 수십 수백만원 가량의 자금을 장전해 두었습니다.
일단 자금은 준비되어 있으니 원하는 닉을 못먹더라도 뭐라도 사겠다는 마인드로 변하기 쉽습니다.
* 메이플식 닉네임 짓기
메이플이 오래된 게임인데다 인당 40개 넘는 캐릭터 이름을 지어줘야 하는 게임이라 지금 상상할 수 있는 닉네임은 모두 먹혔다고 봐도 좋을 정도입니다.
따라서 메이플은 닉네임으로 자신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고, 이로 인해 그냥 보기 좋은게 좋은거다라는 인식이 어느정도 있습니다.
녜힁과 같은 무근본 두글자 닉네임의 탄생도 그러한 맥락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뉴네임 옥션은 "이 닉네임을 꼭 먹어야 해!" 하고 들어오는 사람도 물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일단 총알을 준비해 놓고 예산 안에서 먹을 수 있는 예쁜 닉네임을 아무거나 먹자라는 마인드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위에서 한 말과도 일맥상통하는데, 아무튼 이로 인해 수요가 좀 펌핑된 느낌이 있습니다.
* 경매 시스템
뉴네임 옥션의 경매 시간은 24시간/48시간으로 정해져있지만 "마감 2분 전~마감 2분 후 사이 랜덤"하게 마감되는데요
따라서 막타로 날로 먹는거 이런건 안되고 일단 마감을 앞두면 무조건 경쟁을 해야하는 구조입니다.
결국 1만원씩 턱턱 붙여서 상회입찰하다보면 15만원 20만원 정도 쓰는건 일도 아니게 되죠.
또한 본인이 꼭 먹고싶은 닉네임이라면 언제 뚝 끊길지 모르는 상회입찰 레이스의 부담을 지기보다 그냥 크게 올려서 먹게 되고요.
또한 마감임박인 매물들만 따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원래 입찰자가 아니었던 사람들도 나도 들어가볼까 생각하게 되기도 합니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그냥 별 선호 없이 괜찮은 가격이면 일단 먹어보려는 구매자들이 꽤 됩니다.
여러모로 가격이 오르기 쉬운 구조라 하겠습니다.
* 메이플식 경제관념?
사실 "비숍" 이런 닉네임들은 직업이름이라는 상징성도 있고 이걸 반드시 먹어야겠다 하는 큰손들이 있다보니
막 1000만원씩 입찰이 붙는게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라 보았습니다.
메이플에 코인부자들이 꽤 달라붙어서 게임에 유입된 자본이 몇년 전과 차원이 다르다는건 이제 공공연한 얘기고요.
이게 이상한 일이라면 아이템 부위 하나에 수백만원 이상 하는 메이플이라는 게임 자체가 이상한 거겠죠 (사실 문제있긴 한데 아무튼)
별거 아닌 녜힁 닉들에도 10만원 20만원 내지는 50만원씩 입찰이 붙는 현상은 좀 의아하긴 한데
메이플의 BM이 워낙 빡빡하다보니 저정도면 큐브 몇팩이라고 생각하면 또 납득은 되는 것 같고
생각보다 메이플에 저만한 돈을 주고 "확정적으로" "나만의" 무언가를 얻는 경우가 거의 없기도 합니다.
꾸미기, 코디템이라는 관점에서 봐도 10만원이면 인기 코디템은 어림도 없는 돈입니다.
게다가 지금 1000억메소(대충 250만원 이상) 정도는 하는 희귀 코디템들도 적지 않은데
이들과 희귀성과 가치 면에서 비교해보았을때 닉네임이 오히려 더 눈에 띄면 눈에 띄지 딱히 밀릴 게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그 근처로 자금이 확보되고 시세도 그런 기준으로 형성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 뉴네임 옥션 그 이후
사실 이렇게 돈을 주고 닉네임을 구매하게 되는 순간 레어닉의 "레어함"으로서의 맛은 떨어지거든요?
레어닉을 수백만원 주고 쓰고 다닌다 해도 길가던 사람들이 이제는 어떻게 구했냐고 물어보기보다는 얼마짜린지를 물어보게 될 테니까요.
하지만 닉 이쁘다라는 반응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진 않겠죠.
이번 옥션 이후로 닉네임은 본격적으로 메이플식 코디의 일부로 자리잡을 듯 합니다.
아무튼 이정도면 다른 온라인 게임에서도 많은 영감을 얻을 것 같습니다 세상에 이런 창조경제가.
기간한정 이벤트 치고는 시스템에 엄청난 설계와 공을 들여서 만들었는데 실제로 지금 팔린 닉네임들의 양을 고려하면 그에 보답하는 수입을 거두고 있네요.
역시 마지막에 웃는 건 넥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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