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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9/17 14:10:40
Name nbastars_tt
Subject 옛날 옛적에.. 우리나라에서 스타는
아래.. 온게임넷 해설진 분들에 대한 글을 읽다가 덧글을 달고나서..
글을 하나 쓰고 싶어져서 글을 올립니다.
아.. 일해야 돼는데...큰일이네요. 주말에 하죠 뭐..

제가 스타를 하기 시작한 거는 99년 초 직장생활을 하면서부터입니다.

99년을 아시나요?
PGR에는 아마 대학생들이 많으실 텐데... 아마 여러분의 지금의 삶의 모습을
따져가다보면...99년 이 언저리를 만나게 됩니다.
정확히 말하면 97년 말에서 99년까지.

IMF라는 거지요.
IMF 이전 대학생활을 하던 저는 취업걱정을 별루 하지 않았었습니다.
많은 경우, 좋은 직장이 아니더라도, 취업은 대학 4학년때 걱정하는 거였구요.
학교나 전공이 좋으면 보통 4학년 1학기때, 취업이 됬지요.
그리고 대기업에 들어가면 평생은 아니라도, 40 초반까지야 충분히 버틸 수 있었고요.

IMF는 모든 걸 바꾸어 놓았습니다.
99년 2월, 제가 졸업하던 시기...채용이란것이 없었습니다.
친구들은 이 시기를 나기위해, 외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나거나, 대학원으로 진학을 했지요.
전 간신히 직장을 잡고.. 지금까지 근근히 먹구 살구 있고요.
그 때, 어학연수나 대학원으로 시간을 벌었던 친구들은, 상대적으로 좋은 자리를
잡은 친구도 있지만, IMF가 끝나면 모든게 이전으로 돌아가리라는 생각은
환상이었다는 게 드러났구요.. 결코 시간은 IMF 이전의 호시절로 가지는 않았습니다.
세상이 각박해졌습니다...

요즘 대기업에 들어간 친구에게 말 들어보면, MBA, 회계사, SKY 출신 대학원생들의
이력서가 날아다닌다고 하더군요... 살기 힘들어졌죠

잡설이 너무 길었습니다.

99년 첫 직장에서 전 뜻하지 않게 스타크래프트 매니아 직장선배를 만나게 되지요.
그리고 스타를 시작하게 되는데... 이게 곧 묘하게 중독되게 되었습니다.

그 직장선배는 결혼3년차였는데요...
업무시간 끝나고, 눈치를 봐야할 윗 사람이 없으면, 회사에서 IPX로 연결해서 무한맵
히드라 웨이브를 즐겼지요. 사무실에 윗사람들 있으면, 적당히 시간 봐서
선배네 동네 PC방에가서 게임을 했지요...

정말 이상하지요? 집에 늦게 들어가는 이유가, 일이 많다거나 술을 먹어서가 아니라,
스타를 하다가 늦게 들어가는 거였지요. (대한민국에 처음 있는 일일겁니다. 도박 빼고)
하루는 그 직장선배 형수가, "차라리 술을 먹구 들어와라, 게임하다 12시 넘어서
들어오는게 말이돼냐?"라고 바가지를 긁었다고 하더군요.

극기야 하루는 형수가 PC방까지 와서 직장선배를 데리고 가버리죠.
(지금 생각하면 엄청 코믹하네요)

그리고 저도...
저도 결혼은 안했지만, 당시 여자친구에게 밤에 30분정도 전화를 해줬어야 했지요.
하지만, 한손에 전화기를 들고, 한손에 마우스를 잡고...
제대로 통화가 될 리가 없었지요.
게임화면에 집중하다가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구 있었지?
라는 생각이 들지요..
여자친구는 처음에는 무슨일 있냐고 걱정을 하나가,
나중에는 스타때문에 그런지 알게 되었고요... 당연히 티격태격..

결혼한 옆에 여직원도 남편과 전쟁중이었지요. 둘은 동갑내기였는데,
둘이 결혼전에는 PC방에서 곧잘 스타도 같이 하고 했다는군요.
근데, 결혼하고 나니 재미가 없어지고... 남편은 게임이라면 사족을 못쓴다고 했지요.

어느 날은 밤에 자다가 일어나 보니, 남편이 없어져서...
옆방에 가보니, 컴컴한 방에서 헤드셋 끼고 혼자 스타를 하고 있다고..
대판 한판 붙고나서 생각해보니... "내가 남편을 이렇게까지 기죽게 만들어도 되나"라는
반성을 했다는 웃지못할 이야기였습니다.


99년 2000년... 스타는 말그대로 국민게임이었습니다.
IMF 한파중에, 스타크래프타라는 게임 하나가 (우리 업계에서는 이런 걸 Killer App.이라고 부르지요.)
PC방이라는 신종 업종을 만들어냈고... PC방은 망해가던 용산을 살려냈습니다(용산전자상가)
그리고 2001년 이후로, 리니지와 함께, 초고속 통신망 보급의 첨병역할을 하지요.
(지금 게임방송은 순전히 스타때문에 태어나서 지탱할 수 있었지요)

그리고 생활적으로도 위에 그려 놓았던 풍속도들을 만들어 냅니다.
게임하는 남친과, 전화 제대로 안받는다고 투털거리는 여친
술먹고 늦는게 아니라 게임하다가 늦게 귀가하는 남편
마누라 눈치보면서, 집에서 게임하고, 게임방송보는 남편
그러다 티격 태격하는 남녀들....

스타는 이제 단순히 하나의 게임이 아니라 문화현상이었고요.
제 주위를 바꾸어 놓았지요...

여러분도 스타때문에 여러분의 생활, 인생이 많이 바꼈을거라 생각합니다.
요즘은 게임방송 보급과 함께, 직접 하는 스포츠에서
보고 즐기는 스포츠로도 변해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매우 집단적인 팬 community 문화... 이런 것들이 생기는 것 같은데요.

이 곳 PGR에서도 그런 모습들이 보이지요...
담에는 그런 이야기를 한번 써봐야겠네요

어쨌든 저 개인적을 스타는 제 인생의 좋은 낙중에 하나입니다.
가능하면 스타도 프로야구처럼 장수하는 스포츠였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늙어서도 즐길 수 있게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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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당당
04/09/17 14:48
수정 아이콘
제생각이 겹쳐지네요.. 99년 하반기에 직장에서 스타입문, 2000년 결혼 , 결혼 후 임신 기간에도 스타한다고 늦게 들어가다가 '애가 엄마뱃속에서 아빠 찾는다'고 바가지를 긁혔던 일이 생각나네요..^^
04/09/17 14:54
수정 아이콘
좋은 글입니다. ^ ^ ;;
바로 밑에 붙어있는 글 때문에 퇴색되고, 다른 분들이 그냥 지나치는 것 같아 안타깝네요.
제가 처음 스타를 했을때는 고2때죠...
고1때 처음 컴퓨터를 사고, 1년동안은 버츄얼캅인가요? 총쏘는 게임요.
그게임에 빠져 살다가, 우연히 친구넘이 소개시켜준 스타에 빠져서.
허구헛날 관광 탔던 기억이 나네요.
그땐 PPP접속을 이용해서 인터넷 하던 시절이라(하이텔과 천리안을 이용하여) ..
배틀넷은 한번도 못해봤구요. 주로 모뎀을 이용하여 서로 전화걸어 1:1만 했지요.
그러다 어느정도 시간이 흘러, PC방이 저희 논산에도 생기고, 주말에 버스타고 시내나가, 맘 맞는 친구넘들 4~5명과 IPX로 무한헌터 한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2시간 기다리는건 기본이었죠. ^^V

그래도 스타는 많이 할수나 있었죠.
디아블로2가 처음 나왔을때는 1시간 기달려서 간신히 자리 맡고, 1시간동안 렙따 섭따 겪으면서 로그인하고, 5분겜하고 팅기고, 다시 30분동안 섭따, 렙따 헤치면서 겜했던 기억도 있네요.

아아 ~ 하지만 요새는 야간으로 수업을 변경해서 겜할 시간은 커녕 운동할 시간도 없고, 심지어 잠잘 시간도 없네요.
겜하시는 분들 보면 부러울 따름입니다.
김성재
04/09/17 15:14
수정 아이콘
제가 99학번인데요. 대학교때 스타열풍이 불어서 공강시간마다 게임방이 장사가 그렇게 잘되었었죠. 100석이 넘는 pc방에서 자리찾기가 너무 힘들었다면 말 다했죠.
SuoooO님 말씀처럼 디아2-_- 정말 초난감을 겪으면서 했죠.. 렙따 섭따, 노렐름에 방을 벗어나기가 두려웠었죠 정말 그땐 열심히 게임을 했는데. 솔직히 지금은 어떤게임을 해도 그런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네요..
그냥 요즘은 스타리그나 종종 보는 재미뿐이니까요..

아래쪽에 있었던 글은 저도 봤습니다만.; 지금 지워졌네요.. 뭐 여기에서 한마디 하자면-_-;; 사람들이 자기만 알고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할까요.. 그쪽 표현으로 개념을 팔아먹은거죠. 그냥 무시하고 관리자분이 즉각 삭제하는게 제일 나을거 같아요..;
박용열
04/09/17 15:59
수정 아이콘
98 99년도 스타문화는
IPX문화라.. 지금의 배틀넷 문화와는 천지차이죠~..~
그때 동시에 스타게이트 5개 돌려서 만들었던 10아비터 러쉬가 떠오르는 하루군요~
KalizA_'BoxeR'
04/09/17 16:43
수정 아이콘
SuoooO님 말씀 들으니까 생각나는군요,
예전에 디아블로2 한판하려면 참,,-_-
그 로딩화면의 문이 열리나 안 열리나로
가슴 졸여가면서 완전 힘들게 게임했죠.
그러고보니까 참 요즘은 게임환경도 좋아지고,
게임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는 천국인 세상이 왔군요.
그리운 아키텍
04/09/17 16:49
수정 아이콘
전 그때 스타가 뭔지도 몰랐답니다.
길가다가 캐리건( 나중에 캐리건인줄 알았죠..)이 클로즈업 되어 있는 pc방 간판을 보면 " 섬뜩하네.." 했던 기억이 납니다. -_-;;

근데 tv틀다보니, itv(그당시는 전국구였겠죠..) 방송을 스쳐지나게 되고, 그냥 지나치던 것들이 한참지나 뜯어보게되고, 챙겨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다 인터넷에서 vod찾아보게 되고, 그당시 임요환vs봉준구 선수의 놀라운 경기를 보면서 획~ 맛이 가버렸죠..

생각해보면, 저처럼 스타를 시작하신 분도 많을거 같군요.
아마도 스타크 방송이 없었다면 정말 스타는 그냥 게임으로서 생을 마감했을 것 같습니다.
04/09/17 17:31
수정 아이콘
삼성 직무 적성검사에까지 스타가 나온 걸 보면 말 다했죠^^
달려라태꼰부
04/09/17 19:54
수정 아이콘
저는 98년도에 봉준구 선수 싸인 받아보는게 소원이였습니다. -_-
그 당시 래더하던분들은 전부 제 우상이였죠 T_T
오예스
07/04/19 00:15
수정 아이콘
2007년도에 여러분의 열정을 느끼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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