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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9/17 01:48:43
Name 팍스랜덤
Subject 나는 미워했다... 그 남자 임요환을...
제가 지금껏 만나고 있는 여자친구를 처음 만난 2001년 봄 그녀와의 전화통화 중 저는

사귄지 채 1달도 안된 그녀가 제 앞에서 `xxx 너무 잘생겼어` 라고 하는 혼잣말을 듣게 되

었습니다. 여친의 성격상 분명 테레비에 나온 누군가를 지칭한 것이기에 저는 신인배우

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대뜸 프로게이머라고 하더군요 그때 까지 프로게이머라곤

쌈장과 국기봉, 봉준구, 기욤선수가 전부 인줄 알았던 저에게는 정말 생소한 이름이었고

동시에 `왠 놈이 나타나서 남의 여친 가슴에 불을지르는 것이냐...` 하는 분노모드가 발동

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도 가끔 그녀는 저에게 임요환선수의 칭찬을 늘어놓았는데 탤런트 고수를 닮았다

거나, 너무 게임실력이 좋아서 다른 선수들은 상대도 안된다는 식의 발언이었습니다.

버럭 화가 난 저는 애써 웃으며 "나도 예전에는 래더1400에서 놀았다고... 혹시 내가 이길

지 어떻게 알어"(저는 그때 것 게임방송을 제대로 본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라고

우기다가 여자친구의 "웃기시네, 너 어제 캐논러쉬하다 파일런 걸려서 암껏도 못해보고

졌잖아." 이 한마디로 무너지기도 했습니다.

당시 저희집은 케이블방송이 안나오던 관계로 게임방송을 볼 기회가 없었는데 우연히

놀러간 친구집에서 임요환 선수 대 임성춘 선수의 코카배 8강전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때까지도 `프로게이머라고 뭐 특별하냐 그냥 나보다 쪼금 잘하겠지` 라고 생각했던

저는 한마디로 확 깨고 말았습니다. 두 선수 모두 대단하더군요 할 말을 잃게 만드는

그 컨트롤이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기에서 임요환선수가 저보다 잘생기고(사실이더군요), 게임도

훨씬(손이 하나더 있어도 질 만큼)잘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는 못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기에 마지막으로 여자친구에게 내기를 걸게 됩니다.

임요환 선수 VS 홍진호 선수의 코카배 결승 거금 5만원 빵...

왠지 질 것 같지 않은 귀기를 내뿜는 임선수였지만 홍선수의 그 스타일리쉬한 몰아치기

도 만만치 않았기에 자신있게 배팅을 했습니다만...

마지막 5차전 네오 홀오브 발할라에서는 결국 홍선수의 GG선언이 퍼졌고 저는 지갑에

들어있던 돈을 1000원 짜리 한 장까지 탈탈 털리며 임요환 선수를 더욱 더 미워하게 되

었습니다.^^

전 그날의 파산 이후 스타폐인으로 거듭났고, 두 번의 스카이배에서 모두 가림토와 리치를

응원했습니다.

하지만 왠지 코카배 이후 임요환 선수가 더 이상 밉게 보이지만은 않더군요...

가끔씩 여자친구가 임요환선수에게 한마디로 뿅간모드가 되기 전에는 말입니다.

저보다 나이도 어린선수가 정말 대단하다라는 생각과 저 만큼 하려면 도대체 하루에

연습을 얼마나 할까 하는 생각까지...

2002 스카이배 이후 임선수가 예전 만큼의 포스를 보여주지 못하게 되었을 때에는 오히려

임선수를 응원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사실 2002 스카이배 때 외모적으로

매우 발전한 박정석 선수에게 제 여자친구가 눈길을 확 돌리더군요...^^;;)

지금도 저는 임요환 선수의 팬은 아닙니다. 날라나 제로스, 리치, 고러쉬. 더마린, Chrh등

제가 좋아하는 선수와 임선수가 경기를 한다면 임선수가 지기를 바라니까요...

하지만 프로게임계를 이만큼 키워낸 제 1공로자로서, 희대의 전략가적 면모와 테크니션

으로서의 모습을, 나이가 들어서도 프로게이머이고 싶다는 그의 의지를 저는 좋아하고

있습니다. 덧붙여 그는 이제 더이상 저의 연적이 아니기 때문에...^^

임요환선수와 더불어 많은 올드보이들이 신낭만시대를 열어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한

사람의 주절주절 옛날 얘기 였습니다.

ps. 제 여자친구는 이제 박정석선수와  함께 박태민선수, 전상욱선수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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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SuhmT]
04/09/17 02:02
수정 아이콘
아..재미있게 잘봤습니다. 2주일 전에 차이긴했지만 제가 사랑하던 여자는 임요환 선수와 홍진호 선수를 좋아했습니다;
안전제일
04/09/17 02:02
수정 아이콘
요새 가을이라서 이런겁니까...
왠 신종 염장글이...털썩-(더이상 울 기운도 없다.)

스타크레프트리그를 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크던 작던 어느정도의 의미부여가 되고 있는 선수라고생각합니다.
본인에게도 우리에게도 큰 행운이고..또한 큰 짐이 되겠지요.
저도..그와 더불어 한시대를 풍미했으며 아직도 기대하고 있는 많은 올드보이들의 경기를 보고싶습니다.^_^
(저도 전상욱 선수가 좋습니다..으하하하핫!)
KalizA_'BoxeR'
04/09/17 03:21
수정 아이콘
코카콜라배때부터 지금까지라면..
굉장히 오랫동안 교제중이시군요,!!!
이윤열 선수가 챌린지리그예선도 통과 못할때까지,
오래오래 예쁜 사랑하세요, 으하하하하 ~
이쥴레이
04/09/17 06:00
수정 아이콘
음.. 그분..
04/09/17 09:49
수정 아이콘
임요환, 최연성 좋아하더니 요즘 한동욱 선수도 좋아하더군요.
최연성 선수 경기 처음보고(전 못본 경기) 저한테 했던 말이.. "오빠, 탱크가 진짜 많아. +_+"
와룡선생
04/09/17 10:00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맞고요.. 염장글 맞습니다.. 엉엉 ㅠㅠ
이별..벌써 2주일...
그리운 아키텍
04/09/17 10:39
수정 아이콘
정말 재밌는 글 잘 봤습니다.
먼저, 제목이 확실하군요. 낚시계의 황제이십니다, 하하. (농담인거 아시죠? 요즘 분위기가 무서워서.....)

역시나 솔로부대원들은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염장을 섬세하고 예리하게 파헤쳐 스스로 장 담그시는군요. 넘 재밌습니다. ^^
메딕아빠
04/09/17 12:34
수정 아이콘
제 여친이 게임에 관심이 없는 걸 다행이라 여겨야 하나요...?^^

승패에 관계없이 오늘 꼭 멋진 모습 보여주시길...~~
영웅의물량
04/09/17 17:29
수정 아이콘
KalizA_'BoxeR'//-_-;;;; e-sports의 끝날까지!?
04/09/19 02:35
수정 아이콘
그 여자친구분 참 신기하네요. 대부분의 여자분들이 스타 방송을 접하게 된 경위(???)랑은 많이 다르네요. 오히려 반대가 되었으니..
전 처음 대학에 들어가서 과 남자친구들이랑 피씨방에서 스타를 배웠습니다. 그리고는 스타를 모르는 남친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처음엔 테란으로 가르쳐 주고, 프로토스 저그를 가르쳤지요. 그런데 이인간이 분명 내가 가르쳤는데!! 한 한달쯤 지나자 이미 저는 '봐줘야 할 사람'으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죠...
물론 재미를 느껴 너무 연습을 많이 했는지는 모르지만 말이죠...
그리고 남친이 스타방송 광팬이 되어서 너무 즐겨봐서 저도 어쩔수 없이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이미 가르쳐준 제자가 나를 능멸한 사건을 너무 많이 당해봐서 재미를 잃은 상태였기에 -_-;;;;즐겨보지 않았죠.
그런데 그 사람과 이별후에 저는 재미가 마구 들리기 시작하더라구요 ^^;
그때가 임요환 선수의 첫 온겜넷 우승이었는데 ...
감회가 새롭군요.
'다시 한번 앨범 꺼내기'가 된 글이네요 ^^
많은 분들이 염장에 대해서 한마디씩 던져주시기에 다른 표현을 하고 싶었습니다. 왜냐면.. 그냥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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