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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9/14 04:23:02
Name 번뇌선생
Subject 본격 e-sports로망활극 - 제 5 화 전략, 아니면 계략 (전편)
제 5 화   전략, 아니면 계략


  경기 시작됨을 알리고 선수 네 명이 조인을 했다. 과연 조감독은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팀플 정예의 출전. 관객들은 그저 이벤트에 충실한 지오팀이라고 생각했지만 조감독과 ‘그’ 사이엔 알 수 없는 전파 같은 것이 흐르고 있었다. 호락호락 당해주지는 않겠다는 말이 전해져 오고 있었다.

  “행님. 이재훈이하고 박신영이하고 나왔는데요.”
  “나올 줄 알았다.”
  “예?”
  “나올 줄 알았다. 쟈들이 안나오면 안되제. 킥킥”

  관객석이 한차례 술렁거렸다. 6:00팀이 둘 다 저그를 골랐기 때문이었다. 바꿀 의지가 보이지 않자 사회자가 귓속말로 속닥이며 선수며 감독이며 사이를 오갔다.

  “안내 말씀 드릴게요. 원래 같은 팀원끼리 같은 종족을 고르지 못하는 게 방송경기 룰이지만 아마츄어와 프로의 경기이므로 특별히 조규남 감독님께서 수락을 하셨습니다. 그럼 핸디캡 제시가 있은 후 경기 진행 하겠습니다.”

  관객들 사이에서 또 웅성거림이 퍼져 나왔다. 비겁하다. 당연하다. 얍샵하다. 여러 말들이 오갔지만 분명 처음과 다른 것은 그들 역시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감독님 쟤네들 정말 보통 아닌데요. 우리가 아무 말 못할 걸 미리 예상 했겠죠?”
  “놀랍긴 뭐가 놀랍냐. 저건 어떤 아마츄어라도 저렇게 했을 거야. 하지만 투 저그라고 다 좋은 건 아니지.”
  “하긴 그렇죠. 전 사실 투 저그 해주면 고마워요.”

  “자 그럼, 핸디캡 말씀해 주시죠.”
  “예, 제가 직접 말씀드리겠습니다.”
  “아, 길드장이 직접 나와서 말씀을 하시겠다네요, 들어 봅시다.”
  “예. 그럼 말씀드리겠습니다.”

  아까와는 달리 그가 직접 나오자 조감독이 약간 긴장하는 듯 했다. 하지만 빠른 계산이 머릿속을 지나고 갔다. 저 소년이 직접 나왔다는 것은 어쩌면 급조된 무언가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첫 경기처럼 연습 되었다면 선수가 직접 말했을 텐데.

  “먼저, 길드장으로서 조규남 감독님께 감사드리고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신 뿅뿅피씨방 사장님과....”

  의외였다. 그의 입에서는 일장사설이 풀어 졌다. 관객들은 어이없다는 듯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경기 스타트를 바로 앞두고 이게 지금 무슨 짓이냐고. 조감독도 잠시 당황하는 눈치였다.

  “아예, 말이 길어져 죄송합니다. 너무 길어 졌나요? 제가 뭐 사실 아무거나 핸디캡을 제시하더라도 프로를 이길 수는 없을 텐데요. 팀플은 진짜 안 되거든요. 손발도 안 맞고....”

  관객석에서 서서히 빨랑 하라는 야유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예예.. 죄송합니다. 그럼 그냥 ...음... 그냥 한명 아웃되면 게임 끝나는 걸로 하죠. 어차피 우리 선수들 하나 남으나 둘이 남으나 똑같을 텐데...”
  “빨리해라!”
  “말이 많냐!”
  “빨리 하자!”

  드디어 성질 급한 사람들이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사회자는 더 시끄러워지기 전에 얼른 게임을 시작하려 했다.

  “네, 그럼 그걸로 하죠. 감독님 괜찮으시겠죠?”
  “아 예.”

  조감독도 급한 마음에 오케이를 날렸다. 하지만 금새 아뿔사....하는 마음이 일었다. 실수한 듯한 느낌. 투 저그에 극단적인 4드론이라도 해서 한명을 끝낸다면 의외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급한 마음에 허락을 했지만 가만이 생각해보니 이게 전부 저 소년의 작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을 많이 해서 시간을 끌고 관객의 폭발을 유도하고 핸디캡 따위 어찌되어도 좋다는 분위기를 만들어서는 자신에게 빼도박도 못하게 하려는...... 만약 진짜 이것이 계산된 작전이라면.... 설마 그럴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조감독은 급한 마음에 자신의 선수들에게 수신호로 싸인을 보냈다. 양주먹을 위아래로 붙였다. 조심해라는 뜻이다. 선수들은 끄덕했다. 손가락 4개를 폈다. 또다시 6개를 폈다. 4드론 아니면 6드론이다 막아라. 역시 끄덕했다. 그것만 막으면 낙승이다.

  경기가 스타트 되었다.

  헌터맵은 아마츄어가 유리할 거란 생각을 가끔 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오산이다. 프로게이머들이 여러 방송용 팀플 맵을 연습하고 있지만 그들이 헌터맵에서 벌인 팀플이며 개인전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아무리 게임을 많이 했어도 프로들을 따라잡을 수는 없다. 어쩌면 그 방심이 지오팀을 불리한 핸디캡 속에서도 승리로 이끌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엄밀히 한사람이 먼저 아웃될 가능성도 그들이 훨씬 희박했다.

  카운트. 5. 4. 3. 2. 1. 경기시작.

  천운이었다. 6:00팀의 저그는 3시와 6시. 그 사이 5시에 그만 이재훈이 갇히고 말았다. 박신영의 저그는 9시였다. 그나마 12시나 10시 보다는 다행이었지만.

  초반 정찰에 성공은 두 팀 모두 였다. 이재훈은 9드론 플레이의 견제를 위해 재빨리 선포지로 갔다. 역시 예상대로 상대의 두 저그는 모두 9드론째에 스포닝 풀을 가져갔다. 박신영은 좋은 위치에 콜로니를 먼저 지으며 12드론 스포닝을 갈 마음이었다. 연습대로면 투 저그의 9드론이 이재훈을 공격하더라도 캐논을 이용하여 충분한 수비가 가능했다. 자신에게 오더라도 비록 스포닝은 늦지만 여차하면 콜로니를 추가하며 나오는 저글링으로 막을 수 있는 타이밍이었다. 조감독 역시 반 정도는 안심하고 있었다.

  이재훈은 바싹 긴장하고 있었다. 프로브로 방어할 것을 생각하며 부대지정, 캔슬을 반복하며 손을 풀었다. 그러나 조금 이상했다. 아무리 상대가 아마츄어라도 명색이 길드일진대 포지, 캐논 이후에 게이트가 완성되고 질럿이 생산되는 타이밍 까지 저글링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으니 말이다. 질럿이 두기째 소환될려는 찰나, 이재훈은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이게 뭐야!”
  
  파트너의 목소리 였다. 박신영의 본진에 다른 색 점들이 무성했다. 늦게나마 질럿을 모두 그 쪽으로 클릭했다.

  위화감을 느낀 건 이재훈 뿐만이 아니었다. 한 기의 성큰을 완성시키고 스포닝풀이 완성될 찰나까지 적의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은 듯 했다. 하지만 그것은 박신영의 방심이었다. 상대의 9드론 저글링은 이재훈이 아닌 자신을 노리고 달려 들었다. 어쩌면 더 잘된 일 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찰나.... 단순한 저글링 러시가 아님을 알고 그의 손이 반응하는데는 정말 몇 초가 걸리지 않았다. 상대는 저글링 12마리에 6기의 드론을 대동하고 자신을 기습했다. 성큰 러시. 6개의 드론이 부채꼴 모양으로 펴지며 변태를 시작했다. 황급히 두번째 콜로니를 클릭하며 ‘U'를 눌렀지만 저글링의 공습에 날아가고 말았다. 미니맵에서는 질럿 두마리가 소풍가는 남녀마냥 느릿느릿 걸어오고 있었다. 늦었다. 저글링을 뽑았지만 상대의 저글링 역시 계속해서 달려오고 있었다. 드론을 다 끌어 왔다. 상대도 드론 2기를 더 자신의 본진으로 끌어왔다. 당할 방도가 없었다.

  “엘리 당하면 안돼. 빨랑 일루와서 아무거나 지어!”

급한 마음의 재훈이 신영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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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장원
04/09/14 12:45
수정 아이콘
어서 후편 봐야겠네요 ~ 후 ~
비오는수요일
04/09/14 17:07
수정 아이콘
고조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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