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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9/13 21:55:36
Name 비롱투유
Subject "신이 버린놈" (1)
━ 0


이번글은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조금도 재미없고 조금도 유익하지 않은 이야기죠.
그래도 상관없으시다는 분만 읽으세요.              





















━ 1



오늘은 오랜만에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서울에 다녀오다..
이런 말을 하는것 자체가 먼가 이상하네요.
19년간 서울에서 살다가 작년에 용인으로 이사와서겠죠.

다른건 아니고 졸업한 학교에 볼일이 있어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학교 , 그리고 교복들 ..
졸업한지 1년도 안지났는데 왜 이렇게 낯설게만 느껴지는걸까요.
친구놈은 3학년때 담임선생님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전 만날만한 선생님이 없더군요.
별로 기억나는 선생님도 없고, 절 기억하는 선생님도 거의 없을테니까요.

("아.. 왜 오랜만에 학교에 와도 아는 사람이 없다.. ")

친구놈은 내 말을 들은척 만척 또 지나가는 선생님을 붙잡고 인사합니다.
하지만 전 어디서 본것 같은 선생님인데 도통 기억이 안나 그냥 옆에 어색하게 서있을뿐이었죠.

"야.. 저 선생님 누구냐? 많이 본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바보 ! 고등학교때 수학가르쳤던 선생님이자나 "

"근데 난 왜 잘 기억이 안나지 "

───────────────────────
"니가 학교를 맨날 안나왔으니까 당연히 모르지 ! "
───────────────────────










━ 2



왜 학교를 안나갔던건지 ..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아니, 기억하기 싫은것이겠죠.
빌어먹을 일들을 기억하기 싫은것뿐이겠죠.

하지만 아픈 기억은 그리 쉽게 지워지지 않더군요.
아직도 .. 하나 하나 기억에 남으니까요.












━ 3


고등학교 1학년까지만 해도 전 그냥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냥 평범하기만 한것 같지는 않군요.
그때부터 이미 공부보단 노는걸 더 좋아했었으니까요.
평범한 애보다는 "노는애"가 더 어울릴듯 합니다.
그래도 그때가 좋았죠.  

하루 하루가 즐거웠고 모든지 할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있었으니까요.
모든걸 다 할수 있을꺼라 말이죠.
공부든.. 여자든 .. 친구든 ..











━ 4



하지만 세상은 그 잘난 바보에게 무척이나 잔인했죠.


어느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그리고 그냥 노는게 좋던 바보는 미쳐날뛰는 바보가 되었습니다.
비극이 그렇게 가까이 있는지 몰랐었으니까요.

"후배가 xx한테 먹혔데 "

" .... "  


모두 내 탓인것만 같았습니다.
──────────────────────────────────
나만 아니었으면 그놈을 만나지도 않았을테고 또 그런일도 없었을거라고...        
──────────────────────────────────









━ 5



처음 일주일간은 그냥 울었습니다.
그 다음 몇일간은 친구들과 술마시며 웃었죠.
그리고 전 미쳤었습니다.  

싸움도 잘 하지 못하면서 그냥 가슴속에 차오르는 분노만 가지고 미친듯이 달려들었으니까요.
하루.. 이틀 거의 한달간을 그렇게 지냈죠.
아주 가끔식은 이기기도 했지만 사실 얻어맞은 날이 훨씬 더 많았죠.
그것도 그저 그 자리에 있었다던 다른놈들을 몇번 이겼을뿐..
너무나 무력했죠.

덕분에 다수를 상대로 안전하게 맞는법은 배웠지만요.        









━ 6



그렇게 하루 하루 지쳐만 가던 날
이번엔 내 마음을 가라앉히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만해.. 바보야"          

그 일이 있은뒤로 처음 만난 후배는 울고 있었습니다.
이 한마디로 날 울리면서요.  

──────────
  오빠 ..... 미안해    
──────────        

대체 머가 미안하다는건지 ..정말로 바보는 바보인가 봅니다.
하지만 전 아무말도 할수 없었고, 그냥 마음속으로 결심했습니다.

그 바보와 결혼하겠다고..
내가 책임지겠다고..






━ 7


"신이 버린놈"
친한 친구놈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제 이름입니다.
정말로 신이 절 버려서일까요..
아니면 원래 삶이란게 이렇게나 잔인한걸까요.


그렇게 걱정했던 일이 결국은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후배가 다니던 학교에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그 소문은 후배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으니까요.
그리고 그 바보는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
                 
가기전에 그 바보에게 계속해서 화만 냈습니다.
사랑한다고 말하기 보단 왜 가야만 하냐고 이렇게 떠나가냐고 소리만 질렀죠.
이 세상에 대한 분노였는지.. 아니면 날 버린 신에 대한 분노였는지 모르지만 그 분노는 멀리 떠나가는 후배에게로 향할뿐이었습니다..








━ 8



2002년 6월 8일 11시 ..
그 바보가 떠나던 날 ..
친구네 집에서 술을 마시며 웃었습니다.
아마도 눈에는 눈물이 흘렀겠죠.

하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웃었습니다.
빌어먹을 세상이 웃겨서.. 바보같은 내가 너무 웃겨서 하루종일 웃었습니다.
그렇게 첫번째 진짜 사랑은 끝이 났고 세상에 대해 아주 조금은 배웠습니다.












──────────────────────────
그런 내가 불쌍했는지 하늘은 다른 선물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1년전에 다시 가져가셨고요..        
──────────────────────────






















ps : 그냥 울적하기도 하고 예전일들이 생각나서 한번 적어봤습니다.
(1)이라 써있죠?
내일도 울적하면 나머지 이야기도 쓸까 합니다.
하지만 (2) 이야기는 궁상이 될껏 같군요.
아직은 그 상처가 다 아물지도 않았으니까요.



ps 2 : 재미없고 우울하기만 한 이야기 들려드려서 죄송합니다.
이놈의 술이 문제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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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04/09/13 22:16
수정 아이콘
술 좋죠..
비롱투유님도 저와 같은 20살인가 봅니다.
그래도 비롱투유님과 저같은 사람들이 사랑에 가슴아파하고, 슬퍼하는 것을 보면, 아직은 순수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시간이 지나면.. 그러한 가슴아픈 이별들도 아무 느낌없이 받아 들여지는, 그 날이 올 것 같아 두렵습니다.
어른이 되기 싫어요.
04/09/13 22:17
수정 아이콘
비롱투유님의 글에 푹 빠져버린 탓인지 저도 마음이 아프군요.
안녕하세요
04/09/13 22:18
수정 아이콘
그리고,,,
'그 놈'을 죽여버리고 싶네요.
안녕하세요
04/09/13 22:24
수정 아이콘
그리고 또 잘 모르겠습니다.
그 빌어먹을 놈의 '성욕'이란 것은 그렇게 한 사람의 인생을 무너뜨릴 만큼 강한 것인지..
그리고 여자라는 이유로, 남자라면 그저 웃어넘겼을 일인데, 그런 소문이 났다는 이유로 미국으로 떠나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04/09/13 22:49
수정 아이콘
이 글은 참 슬프군요...사랑은 짧게 웃고 길게 우는 것이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그리고 안녕하세요 님 어른들이 이별, 슬픔을 아무 느낌없이 받아들이는 게 결코 아닙니다.
단지 그륻은 안 아픈 척 하는 것일 뿐입니다. 어린 사람보다 가죽이 두껍잖아요(^^;)
온 몸에 멍투성이 너무 아파서 당장 죽을것 같아도 신기하게 또 살아지는게 삶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른이 되는 것 같습니다.
04/09/13 23:18
수정 아이콘
비롱투유 님도 안타깝지만 그 여자분도 안타깝네요. 한국 사회에서 여자로 살아가야 하는 약점(?)이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산다는 건 엄숙한 일이죠. 요즘 들어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하루하루 발버둥치며 열심히 살아가려 노력하는 중이죠. 맘대로 안 되지만...
우리네 삶이란 건 그래서 의미 있는 거겠죠. 하루하루 의미 있는 날들이 되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Tormento
04/09/14 01:42
수정 아이콘
'신이 버린놈' 이번에 걸려버린 병역기피자들이 생각났다는..
mycreepradio
04/09/14 17:18
수정 아이콘
항상 비롱투유님의 글을 보면서..너무나도..잘 쓰셔서..아무말도 못했는데..이번은..왠지..이렇게 꼬리말이라도 올리고 싶네요..
아픔들을 하나하나 이겨내시기를 바랍니다..
비오는수요일
04/09/14 17:44
수정 아이콘
많은 생각들이 오가서인지 오히려 글을 쓰자니 쓸 말이 없군요...
단지, '젊은날의 편린'이라고 생각하라면 제가 너무 냉정한 걸까요?
그렇더군요.... 살아오다 살아온 과거를 돌이켜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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