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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9/12 15:09:35
Name 청보랏빛 영혼
Subject 테란은 왕좌를 놓고 싸우고, 프로토스는 전설이 되길 원한다... 그렇다면 저그는...
방금 유머 게시판에서 임요환선수, 이윤열선수, 최연성 선수에 대한 글을 읽고 갑자기 든 의문입니다.

꼭 풀고 싶은 의문이라서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스타크래프트에는 3가지 종족이 있고, 이 3가지 종족중 하나의 종족을 선택해 경기를 풀어 나갑니다.
각 종족마다 가지고 있는 특성답게 팬들이 종족을 인식하는 방식도 각기 다릅니다.



먼저 테란은 누가 뭐래도 왕좌를 놓고 싸우는 종족입니다.
임요환 선수가 '테란의 황제' 라는 닉넴을 가지고 난 다음부터 새로운 테란의 고수가 나타날 때마다 '차기 황제' '황태자' 라는 말을 들어야 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있죠.
테란종족을 선택한 선수들은 숙명처럼 단하나의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싸우고 또 싸웁니다.
다른 종족을 모두 이기고 각방송사 1위를 휩쓸고, 랭킹 1위를 차지하고, 승률 1위를 차지해도 그들이 싸움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테란의 최종 목표가 왕위를 계승 받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니까 요환형를 꼭 이기고싶습니다." -이윤열선수
"이윤열 선수를 반드시 넘어서겠습니다." -최연성선수

이런말들이 종족의 특성을 반영한 증거죠.
다른 종족을 가진 선수들에게는 들을 수 없는 말이지 않습니까?
박성준 선수가 "진호형을 꼭 이기고싶어요." 뭔가 이상하잖아요 -_-;;;
아니면 강민 선수가 "박정석 선수를 넘어서고 싶습니다." 이것도 뭔가 핀트가 안맞죠..
이런 특성 때문에 팬들 사이에 '최강자' 논쟁이 가장 많은 종족이기도 하구요.
-같은 하늘아래 태양은 둘이 될 수 없다- 라는 인식이 이미 팬들사이에 뿌리깊게 박혀 있는거죠.
아마도 테란의 이런 기본적인 성향 덕분에 '최강자' 논쟁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하지만 프로토스는 좀 다른 성향을 가지죠.
소수 종족으로 선수들 사이에도 가장 똘똘 뭉쳐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토스는 전설이 되길 원합니다.
전설은 단 한명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죠.

'가을은 전설을 원하고... 전설은 가을을 따라 계속된다...... 쭉~~~'

이런 이미지가 강하죠. 매년 가을 마다 1명씩의 우승자를 배풀하는 프로토스 종족은 엄재경 해설위원의 말씀 처럼 유일하게 한번의 우승으로 '전설로 기억될 수 있는 종족' 입니다.

거기다 항상 소수 종족이라서 배척 당했던 아픔을 보상하기 라도 하듯이 최강 종족이라고 불리던 테란을 잡고 우승했던 김동수, 박정석 선수는 '영웅' 이라는 칭호를 들었죠.
팬들조차 박정석 선수가 김동수 선수를 꺽어야만 프로토스의 최강자가 된다. 라고 느끼지 않죠.
단지 가을에 우승하면 전설로 기억되고, 전설은 계속될 것이다. 라고 생각하죠.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런 생각이 좀 변화를 격죠. 바로 작년 가을 박용욱 선수가 같은 프로토스 유저인 강민선수를 꺽고 우승했기 때문입니다.
이때부터 프로토스도 마치 테란처럼 "프로토스 최강자는 누구인가?" 라는 식의 글들이 올라왔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프로토스의 기본적인 성향을 볼때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건 적절하지 않죠.
단지 하나의 계속되는 전설속에 이어지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뀐 것 뿐입니다.

현재도 소수 종족으로 남아있는 프로토스는 '전설'을 원하고 '영웅' 탄생을 기대하죠.





그런데... 그런데.... 여기서 의문점이 발생하죠.
도대체 저그는 어떤 목적으로 달려나가는 걸까요...
저그를 선택한 선수들은 그리고 팬들은 '저그' 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이번에 박성준 선수가 '저그 최초 우승'(온게임넷) 을 이뤄냈음에도 불구하고 박성준선수에게 돌아가는 관심은 거의 미미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벌써 16강 전에서 2패로 거의 탈락이 확정됫음에도 "우승자 징크스다." 라는 말이 PGR게시판이나 파이터포럼 기사란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죠.
(파이터포럼 대문은 'GO전승!' 이라는 문구가 차지했구요.)

저번 강민선수나 박용욱 선수.. 그리고 서지훈선수와 그외의 임요환 선수를 제외한 모든 우승자들이 16강 첫 경기에서 패배할 때마다 "결국... 우승자 징크스는 피해갈 수 없구나.." 이란 글이 어느 사이트를 가던지 쉽게 볼수 있을 정도였는데...
이런 상황은 박성준 선수가 저그로 우승을 했는지 여부가 잊혀질 정도입니다.


이건 '저그'라는 종족에 대해 아직 정의가 덜 끝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저그 우승자에게 무언가 테란의 왕좌나 프로토스의 전설과 같은 것이 주어질 수 있었다면 이렇게 쉽게 잊혀지지는 않을 텐데 말입니다...



과연... 저그라는 종족은 무엇인가요... -_-;;;
(영원히 다른 종족의 배경이 되어버리는 건 너무 잔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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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04/09/12 15:21
수정 아이콘
길자 선수는 첫경기도 이기고 두번째 경기도 이겼었죠 (3번째경기 지고 재경기에서 2패해서 떨어진...)-_-;; 변선수...좋아하는 팬이라서 기억하고 있었는데....우승자이신데....가슴이 아픔니다..
04/09/12 15:55
수정 아이콘
정말 예리한 지적이시네요.
테란은 정말 경쟁이 치열한 영역, 제 1의 자리를 놓고 치열하고..
프로토스는 전설과 영웅 그리고 그 관계에서의 끈끈함..
저그...종족의 특성상 고정적이지 않는 것이 아닐까요?
정의할 수 없음에 또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항상 부족하고 갈급한 것, 우승 후에도 목마른 종족...
황제나 영웅으로 족한 것이 아니라 우승 뒤에도 다시 또다른
변태를 하고 있는 그런 것 말이죠.
키르히아이스
04/09/12 16:04
수정 아이콘
저그는 바퀴벌레입니다 질레트면도기로 밀어버리려고했는데 안심스테이크에서 바퀴벌레가 튀어나와 모두 놀랐었죠 저그는 바퀴벌레 근성으로 테란 플토 바구니에서 살아남아서 그들의 영광을 양분으로삼아 번식하는 종족입니다.. 그러니 저그의 최강자는 누구냐라는 질문보다는 저그의 대왕바퀴벌레가 누구냐 이것이 적절하죠 근데 대왕바퀴벌레하니까 강도경선수가 생각나네요
04/09/12 16:16
수정 아이콘
와 멋진데요
저그는 정복 아닐까요..정말 압도적으로 같은종족 뿐만 아니라
다른 종족까지 침식하는.. 그런 이미지이기 때문에;;
스타계의 절대강자가 나온다면 저그가 아닐까^^;;
04/09/12 16:24
수정 아이콘
박성준 선수가 우승했음에도 별 관심을 못받는거 같아 그런거 같습니다
변길섭 선수 이후로 이런 반응은 처음인듯..
양정민
04/09/12 16:36
수정 아이콘
바퀘벌레나 정복자가 어울릴듯하네요.^^
04/09/12 16:39
수정 아이콘
흠 정말 토스는 소수종족 강민 박정석 박용욱 전태규 선수 말고 그렇다 할만한 선수가 별로 없다는..-_-(안기효,박지호,박정길선수들이 있지만. 이병민 전상욱 박성준 박태민 선수만한 포스는 느껴지지 않는다는)
안전제일
04/09/12 16:55
수정 아이콘
늘 굶주리는 종족이죠.
(그건 제가 드론 뽑는 타이밍을 놓쳐서 일지도 모릅니다만..으하하하)
10명이 스타리그에 올라가도 굶주리고..3명이 올라가도 굶주리는 종족말입니다.
우승은 값지지만 앞으로의 우승이 더 배고픈..그런 종족 아닐까요?
청수선생
04/09/12 16:56
수정 아이콘
저그 종족의 목적은 테란을 잡는 것(-_-;)
터져라스캐럽
04/09/12 17:03
수정 아이콘
정복자 박성준.. 왠지 어울리네요...^^
arq.Gstar
04/09/12 17:29
수정 아이콘
한때 테란이 너무 암울했던 시절..!! 임요환선수는 구세주였죠..
그것도 임요환선수가 뜨게된 계기, 처음 모든이들을 놀래켰던 경기는
제기억이 맞으면 game-q에서 주최한 대회에서 상대선수가 변성철 선수였을겁니다.
마지막 한방만을 남기고, 변성철선수는 여유만만하게 멀티하면서
유닛모으고 있을때 임요환선수의 한방으로 도저히 못이길것같은 경기를 역전..==;
사실 그때는 창의성을 떠올리긴 좀 무리였습니다만..
그 뒤로 임요환선수가 자신감이 붙으면서 대회게임에서조차 생각지 못했던
그런 전술을 보여주면서 일약 '스타덤' 에 올랐죠..

암울하던 프로토스시절에는 김동수선수가..(이제는 해설위원==;)

저그는..스타 초기부터 지금까지 계속 강해왔기때문에..
하지만 최강이 되기에는 어느시점에는 테란에 막히고, 어느시점에는 프로토스에게..==;
저그로 '최강'을 유지하지에는 정말 뛰어난 게이머가 나오지 않는이상..
프로게이머들이 방송탄 이후에, 저그를 정말 잘하는 '초고수'는 많았지만
우승을 밥먹듯이 하는 '절대적'인 고수는 손가락으로 꼽기에도 좀 요원했으니 말입니다..==;
어쩌면 저그플레이어야말로 진정한 절대자를 원할지도..
(홍진호선수는 잘하는데 우승경력이.. ==; 전 아마추어때부터 유명했던 박태민선수가 우승 밥먹듯이 할줄알았는데ㅠ.ㅠ)
04/09/12 17:40
수정 아이콘
저그는.. 테란이나 다름없는 우리에게 약간은 배척을 당하는 종족이 아닐까 싶어요.
어떤 화제가 있어도 그 때뿐 곧 수그러지죠.
저그플레이어도 찾아보기 힘들거니와...
김재용
04/09/12 17:49
수정 아이콘
저그는 프로토스에게는 영원한 숙적, 테란에게는 박멸..의 대상.
그러고보니 저그자체에 부여된 의미를 찾는건 쉽지 않네요.
Reminiscence
04/09/12 18:05
수정 아이콘
미나리님//16강에서 2승 이후에 3패로 연이어서 탈락한 대회는 파나소닉배였습니다. 변길섭선수가 우승한 네이트배 다음의 대회인 SKY2002배에서는 16강에서 3전 전승으로 8강에 진출했었죠.

그 외에도 김동수, 이윤열선수도 우승한 다음 대회 16강 첫번째 경기는 승리하였습니다.
그양반이야기
04/09/12 18:18
수정 아이콘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테란최강자들이 모두 선대 최강자를 넘고 싶어하는것은 그들이 그시대의 테란최강자뿐만 아니라 모든 종족을 꺽고 스타크래프트의 최강자가 돼어 한시대를 풍미했기 때문인거 같습니다
종족의 성향이랑은 상관없이 말이죠
만약에 저그든 프로토스든 오랫동안 그시대를 제패한 강자가 나왔다면 그 후배들도 그를 존경하며 꺽겠다고 공공연히 말했을겁니다. 저그,프로토스 둘다 1~2대회는 우승하더라도 두세개 메이져 동시우승이나 메이저대회 연속 우승등은 없었죠
프로토스 최강자 논쟁이 나온것도 박용욱,강민이 연속우승하면서 부터죠
업적이 비슷비슷하고 거의 동시대의 플레이어기 때문에 왕좌같은 것을 계승하는것이 아닌 최강자 논쟁이 빚어진거죠
어떤 종족이든 전무후무한 업적을 세웠을때 저선수를 넘고 싶다는 말이 나올겁니다
04/09/13 01:17
수정 아이콘
아직까지는 저그는 테란을 황제로 만드는 종족?
의 이미지밖에는 생각나지 않네요.

악당들이 존재하는 이유가 주인공을 영웅으로 만드는것이 목적이듯
지금까지의 저그는 2인자로서 테란을 황제로 만드는 역할에 충실했었
다고 봅니다.

앞으로 저그의 정의가 어떻게 바뀔지는 두고 봐야 알 문제겠죠
석지남
04/09/13 01:33
수정 아이콘
저말이 성립 될 수 있는 것이 언제부턴가 어느 시점의 테란 최강자 = 그 시점의 최강 게이머화 되어가기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뉴[SuhmT]
04/09/13 01:45
수정 아이콘
지배자가 되어야지요-_-.
Return Of The N.ex.T
04/09/13 04:48
수정 아이콘
저그는 지존 으로 하여야 하지 않을까요?
그나마 자연스럽게..-_-;;
Roman_Plto
04/09/13 08:58
수정 아이콘
종족 특성상 먹고 먹히는 관계.. 라서 한번 왕좌에 올랐다고 해도 언제 먹힐지 모르는 저그의 숙명.. 인 것 같습니다.
박용열
04/09/13 16:00
수정 아이콘
테란의 환상 컨트롤
플토의 인생역전 한방러쉬등...등 이 있는데...
그에 반해 저그는 그 환상컨트롤 한방러쉬의 피해자였죠...


그리고... 저그 특성상...
저그의 역전명경기가 나오기 힘들다는 것도 한 몫한듯...


한줄로 요약하자면.... 싸나이의 로망이 안 느껴지는 저그
파란코트
04/09/13 16:24
수정 아이콘
박성준 선수가 우승자 징크스를 피해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조용히 있는 건 아닐까요?
아니면 로열로드의 저그 첫 우승이라서- 조진락 중에서 저그 첫 우승이 나왔더라면 오히려 더 시끌시끌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에요. 어쩌면 저그유저들이 올드저그들을 생각하면서 내심 아쉬워하고 있을 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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