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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9/08 19:28:29
Name 비롱투유
Subject 글 재주가 없어서 글을 못쓴다고요? (Remake)
━ 1







저는 혼자있는걸 참 싫어하는 성격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하던지 누군가와 함께 하려고만 하죠.  
그런 이상한 성격탓인지 저에게는 안좋은 고정관념이 하나 있습니다.


혼자서 무엇을 하는걸 부끄럽게 생각하는것입니다.


혼자서 밥을 먹는게 괜히 부끄럽고, 혼자서 영화보러 가거나 혼자서 노래방에 가는것 만큼 부끄러운것도 없다는 생각이
머리 깊숙히 박혀 있었습니다.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고 머라고 하지 않겠지만 이상하게도 혼자서 무엇을 한다는게 부끄럽게만 느껴지더군요.


그런 제가 혼자서 책을 보다가 나의 머리속을 울리는 한 이야기를 발견했습니다.


────────────────────────────────────────────

스승 크라테스가 제논의 약한 마음을 강하게 해주기 위해 어느날 엉뚱한 일을 시켰다.
제논에게 포도주가 가득한 병을 짊어지고 아테네의 케라믹스 광장을 걸으라고 명령했던 것이다.
제논은 스승의 명령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감히 거부하지 못했다.
마지못해 포도주병을 짊어지고 가던 제논은 줄곧 자신의 얼굴을 병으로 가리고서 광장을 걸어나갔다.
그러자 그의 뒤를 따르던 크라테스는 지팡이로 술병을 쳐서 산산조각을 내면서 이렇게 호통을 쳤다.


"너는 어째서 나쁜 짓을 하지도 않았는데 그토록 부끄러워하느냐! "

────────────────────────────────────────────



크라테스의 이 말은 제논이 아닌 바로 저를 향한 호통으로 느껴졌습니다.


남들보다 조금 남루한 옷을 입더라도 조금 못생겼더라도 혹은 공부를 못한다고 해서 부끄러운 것일까요.  
그런것들은 조금도 부끄러워 할일이 아닐 것 입니다.


부당한 방법으로 재산을 모아서 자신을 화려하게 치장한 사람과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지만 조금은 가난하고 조금은 남루한 옷차림의 사람이 있습니다. 이 둘중에 누가 정말로 부끄러운 사람일까요?  
시장에서 1000원 짜리 옷을 사 입던 1000만원짜리 옷을 사 입던 그러한것들은 부끄러움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1000만원 짜리 옷을 입었던간에 그 수단이 정당치 못하고 또 그것으로 하여금 다른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면
부끄러워 해야할 사람은 1000만원 짜리 옷을 입은 사람일 것 입니다.


하지만 지금 현실은 어떤가요?


진정으로 부끄러워 해야 할 사람은 오만함에 넘쳐 당당히 살아가고 있고 정당하고 떳떳한 사람은 오히려 부끄러워 하며 움츠려 들고 있지 않나요.
우리가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는것들은 그러한 외적인 면이 결코 아닙니다.
내가 지금 돈이 없고 키가 작고 얼굴이 못생기고 이러한 것들은 절대로 부끄러워 할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진정 부끄러워 해야 할일은 내적인 면일것입니다.


잘못된 일을 보고도 그냥 지나치는 내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하고, 부모님의 사랑에 보답하지 못하는 내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하는것입니다.
지금 제가 부끄럽게 생각하는것은 이러한 간단한 진리조차 알지 못한체 혼자 무엇을 한다는것을 부끄럽게만 생각하던 지난날들입니다.
만약에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들 역시 지금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다면 그것이 무엇때문에 생겨나는 부끄러움인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외모나 돈같은 외적요소에 의한 부끄러움이라면 당신의 그런 부끄러움이 반성해야 할 부분일뿐입니다.
내적인 요소에 대한 부끄러움만이 진정한 자아성찰이고 반성일것입니다.





───────────────────────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아침해가 찾아왔습니다.
하루 하루 앞으로 죽을날까지는 참 많이 남은것 같지만 어찌 보면 바로 눈앞에 존재하는것이 죽음일것입니다.
얼마남지 않은 죽는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기를 희망합니다.  














━ 2





──────────────────────
"나는 글재주가 없어서 write 버튼을 못누르겠다.
──────────────────────


이곳에서 하나 하나 댓글들을 읽다보면 자주 발견하는 댓글중에 하나입니다.
그만큼 pgr의 write 버튼은 무겁다는거겠죠.
하지만 어느 한편으로는 참 아쉽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 사람의 생각과 마음이 궁금한 것이지 그것을 치장한 겉모습이 아닐텐데 말이죠.
이것은 글의 무게와도 조금은 다를것입니다.
글의 무게는 글을 자주 쓴다고 해서 떨어지는것도 아닐것이며, 맞춤법이나 뛰어쓰기가 틀렸다고 해서 떨어지는것도 아닐것입니다.
그런것은 겉모습에 불과할테니까요.


글을 못쓰는것을 절대 부끄러워 하지 마십시요.
그것이 무슨 "나쁜짓"은 아닐테니까요.
하지만 자신의 불쾌한 감정 그대로를 담거나 조금의 수고나 생각을 기울이지 않고 순간의 감정에 휩싸여 글을 쓰는것은 부끄러워 하십시요.
그것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수도 있는 "나쁜짓"이니까요.


pgr 의 많은 공지사항들은 "멋진글"을 원하는것이 아니라 "정성이 들어간 글"을 원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정성이 가득 담긴글은 결국 멋진글이 될테니까요.




















ps: 눈치채셨나요?
사실 예전에 올렸던 내용을 몇 군데 손 봐서 다시 썻습니다.
그런데 고치는게 새로 쓰는것보다 더 힘든것 같네요.

몇번을 고쳐도 계속 틀린 부분이 나오고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말이죠.
그래도 제 정성을 무진장 넣은 글이니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는거겠죠?


ps 2: 대한민국 축구 ~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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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9/08 19:52
수정 아이콘
^^* 리메이크라 해도 좋은건 역시 좋죠... 비롱투유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그렇지만 글재주 없어 글 못쓰겠다~는 사람에 따라 핑계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물론 때로는 겸손 혹은 엄살, 핑계 등으로 쓰이기도 하지만요..하하하...^^;;;
04/09/08 20:03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
사그마이스터
04/09/08 20:11
수정 아이콘
아름다운 내면과 아름다운 외관이 꼭 반대항 이냐? 그건또 아니거든요..
뭐 옳건 그르건 이시점, 이세계에서 자신의 외관를 가꾸고 다듬지 않는건 거의 죄악 취급을 받고있지요..
적어도, 호감가는 외모가 아주 강력한 어드밴티지 임은 아무도 부정 할 수 없을겁니다.
04/09/08 21:27
수정 아이콘
이상하게도 저는 영화는 반드시 혼자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군요. 아마 영사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좁은 영사실에서 빛(정식 영사원이 아니었던지라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습니다)이 나가는 조그만 창으로 보이는 것은 스크린과 사람들 뒷모습뿐이었습니다. 게다가 영사실에서는 기계 돌아가는 소리뿐 그 외의 것은 들리지 않죠. 그 때부터 버릇된 영화 혼자보기가 의외로 다른 이랑 같이 가는 것보다 즐겁더군요. 자막까지 모두 보고 가도 전혀 눈치 안봐도 되구요 -_-
이런 식으로 혼자 술을 먹고, 혼자 커피를 마시고, 혼자 밥을 먹는 것이 비교적 편하게 되었습니다. 함께 하며 공감대를 느끼는 것도 좋지만 혼자 이런 저런 여유 따져가며 있는 것도 너무 즐겁습니다. 갑자기 생각나서 리플을 달았는데 내용과는 아무 상관이 없군요 -_-;
pgr눈팅경력20년
04/09/08 21:44
수정 아이콘
제 생각은 글을 안쓰는이유는 자기가 글을 못써서 부끄럽게 생각해서라기보다는, 그 글때문에 자기에게 날라올 악플때문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잇힝~
04/09/08 22:01
수정 아이콘
혼자서 술 마시러 가거나 노래방 가는 건 못 하지만, 그 외에 것은 다 혼자 할 수 있습니다. 여행도 혼자 가고, 영화도 혼자 보고, 가끔은 밥도 혼자 먹고, 비 오는 날은 혼자 커피 마시러 가기도 하지요.^^ 혼자라서 느낄 수 있는 자유와 분위기가 분명 있거든요. 이러다 익숙해져서 둘이 되면 어색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없진 않지만, 그래도 전 좋은걸요.^^

글쓰는 건... 잘은 모르겠는데, 우리 회사에서도 글로 쓰라고 하면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는 사람이 몇몇 있더군요. 사실 누군가에게 글로 의견을 전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전 요즘 이태준 선생님의 <문장강화>란 책을 보고 있습니다. 글 잘 써 보고 싶어서요.^^
04/09/08 22:48
수정 아이콘
저처럼 뭘 쓸지 몰라서 안쓰는 분도 많을 것 같네요.
전 유독 글이 아니라 일상생활에 대화도 거의 없음 ^^;
Milky_way[K]
04/09/09 01:59
수정 아이콘
글이 왜이렇게 멋지실까~ㅠ
그리운 아키
04/09/09 04:05
수정 아이콘
네, 알겠습니다. 저에게 주시는 글이군요. 감사합니다.
동네노는아이
04/09/09 10:42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에고 글재주가 없는것도 있지만 자기 생각이 글을통해서 전혀 다르게 전해 지는 경우가 있기때문에 글쓰기 버튼을 클릭하기 힘들더군요.+_+
그말이 그말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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