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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02/26 17:29:48
Name Davi4ever
Subject [스타1] 2월 22+2*2일에 적어보는 '우승자' 홍진호의 이야기 (2) (수정됨)
*글이 워낙 장문이라 편의상 선수 존칭을 생략한 점 양해 부탁 드립니다.


4. 악몽의 4월

2002년 3월까지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던 홍진호, 하지만 4월부터 일이 안 풀리기 시작합니다.
전승으로 결승에 진출했던 KPGA 투어 1차리그 결승에서 임요환에게 1:3으로 패했고,
네이트배 온게임넷 스타리그 16강, 1승1패 상황에서 최인규에게 패하며 탈락합니다.

당시 경기가 펼쳐진 맵은 오리지널 포비든존이었는데,
대회가 네이트배라 주목을 덜 받아서 그렇지 (...)
스타크래프트 리그 역사상, 라그나로크-오리지널 롱기누스-티아매트 등과 더불어
테란 대 저그 밸런스가 가장 안 좋은 맵 중 하나가 바로 오리지널 포비든존이었습니다.

이후 진행된 KPGA 투어 2차리그에서도 결승까지 진출했지만,
2002 월드컵 8강 스페인전이 펼쳐진 그날 (제가 결승전을 현장에 보러 가서 기억합니다)
이윤열을 상대로 2:0으로 앞서다가 역스윕을 당하며 또다시 우승에 실패합니다.



5. 또 한 번의 우승 - KPGA 투어 위너스 챔피언십

2003년, 홍진호에게 또다시 우승의 기회가 찾아옵니다.
2002년 성학승에게 패해서 준우승했던 그 대회, 위너스 챔피언십이었습니다.

풀리그와 4강에서 선전하며 결승까지 진출한 홍진호, 상대는 숙적 임요환이었고,
날짜는 참 적절하게도 2003년 3월 [22일]이었습니다.




홍진호는 3:1로 임요환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고,
KPGA 투어 이후 개편된 첫 MSL의 1번 시드를 차지했습니다.
(당시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부스가 없는 야외에서 진행된 결승이었는데,
임요환이 햇빛 부분에 대한 어필을 했고 결국 가방 하나를 올려놨습니다 (...)
보시면 모니터 위에 가방이 있는 걸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6. 우승이 있었는데, 없어진 이유

이렇게 홍진호는 양 측의 왕중왕전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이 우승은 어느 정도 인정을 받다가 점점 잊혀지기 시작합니다.
사실 왕중왕전과 위너스 챔피언십은 생각을 바꿔서 바라보면 정규대회보다 더 상위리그,
롤드컵이나 글로벌 파이널 단계로 해석할 수도 있는데 이 우승 커리어가 증발됩니다. 왜였을까요?
혹자는 이 부분을 두고 엄재경 해설 탓을 하는 분도 있는데,
이건 누구 탓을 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왕중왕전이 그 이후 열리지 않았다
2000년과 2001년의 온게임넷, 그리고 2001년과 2002년의 MBC게임(당시 겜비씨)은
대회를 3~4차례 가진 후, 그것을 결산하는 하나의 대회로 마무리하는 패턴이었습니다.

하지만 후원하는 측에서 상대적으로 긴 시간 진행되는 정규대회를
단기대회보다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고,
리그 시스템을 보다 간결하게 하고자 하는 부분도 있었기에
온게임넷은 2002년 이후 왕중왕전을 진행하지 않았고,
MBC게임은 2003년 이후 위너스 챔피언십을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리그는 장기간 역사가 지속될 때 더욱 가치가 빛납니다.
길게 존속되지 못한 리그는 규모에 상관없이 점점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그 가치가 떨어집니다.
왕중왕전이 그랬고, 프리미어리그가 그랬고, 슈퍼파이트가 그랬습니다.
왕중왕전은 점차 잊혀졌습니다. '정규대회 우승이 없는'은 점차 '우승이 없는'으로 변해 갑니다.
이건 단순히 중계진의 포장 문제가 아니었고, 전체적인 인식이 그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바뀌었습니다.

(이후 박성준도 유사한 상황이 왔는데, 프리미어리그 우승이라는 큰 타이틀을 얻고 OSL 2회 우승까지 차지하며
박본좌라는 이야기까지 들었지만, 이후 마재윤, 그리고 이제동이 등장하고,
프리미어리그가 두 번에서 끝나면서 MSL 타이틀이 없던 박성준은 커리어를 이야기할 때 어느정도 손해를 보게 됐죠.
이윤열도 첫 프리미어리그 우승+겜티비 우승이 있었던 부분은 커리어를 논할 때 분명 감안해야 합니다)


-새로운 저그 우승자들의 탄생
양대 방송사에 정규대회 저그 우승이 없을 때는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당시 홍진호는 예전 삼성라이온즈가 코시 우승이 없었던 개념과 비슷하게
'저그의 정규시즌 우승'이 없는 상태에서 그에 도전하는 것이었으며,
지금 보면 되게 웃긴 이야기 같지만 방송사나 팬들 대다수가
2003년 중반 정도까지는 '그래도 홍진호가 한 번은 정규대회 우승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가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말이 안되게 느껴지실 수도 있지만, 그때 홍진호는 그 정도로 강한 선수였습니다.

2003년 최연성의 등장 이후 홍진호가 TG삼보 MSL 준우승으로 꺾이기 시작했고,
조용호-박경락 등 기존 저그 강자들도 부진에 빠지며 저그가 최악의 암흑기에 빠졌던 2004년 초,
기적적으로 박성준이 등장하며 로열로더가 됐고, 이후 MSL에서도 박태민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저그의 정규대회 무관 징크스가 깨지게 됩니다.
그러면서 홍진호의 우승 타이틀은 자연스럽게 더더욱 애매해지고 맙니다.



양대리그에서 저그 우승자가 나온 이후인 에버 스타리그 2005 조지명식에서
송병구의 "우승자를 지명하겠다" 발언 이후 홍진호 지명할 때 그림을 보면,
당시 홍진호의 왕중왕전 우승에 대한 기억이 얼마나 옅어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엄재경 해설이 우승 타이틀을 삭제했다고 하는 분들이 많지만,
영상을 보시면 이때 가장 먼저 왕중왕전을 챙겨준 건 엄재경 해설입니다.)





-심지어 소속팀도 우승을 못한다
홍진호의 소속팀인 KTF 매직엔스(현 KT 롤스터)는 당시 대단한 로스터를 자랑했습니다.
2004년 저그는 홍진호-조용호, 테란은 김정민-변길섭, 프로토스는 강민-박정석이었죠.
하지만 이 팀이 유독 우승을 못하고 준우승 징크스에 울었습니다.
팀리그에서도 2위 또는 3위에 그친 적이 많았고
프로리그에서는 2004년과 2005년 전승 준우승만 두 번이었죠.
그러다보니 준우승 징크스는 더더욱 홍진호를 따라다녔습니다.

KTF, 아니 KT가 이 징크스를 깬 것은 한참 뒤인 2010년이었습니다.
그것도 홍진호가 공군에 있을 때...
(전역 후 KT에 합류하자 위너스리그 준우승을 하더니
홍진호가 은퇴한 후 2011 최종결승은 우승했습니다. 이게 무슨...)



7. 왜 홍진호의 우승을 재평가해야 하는가


본좌론이 주목을 받은 시점부터, 우승의 가치가 높아진 반작용으로 준우승의 의미는 떨어졌습니다.
1회 우승이 n회 준우승보다 의미 있다고 보시는 분들도 적지 않죠.
그런데, 그렇게 하다보니 홍진호를 평가할 때 난감합니다.
우승이 없는데 그렇다고 이 선수를 존재감이 약한 1회 우승자들보다 낮게 보는 건 말이 안되거든요.
그렇다보니 "당시는 테란맵 천지였고, 홍진호는 외롭게 싸웠다"는 식으로 이어집니다.
이게 지금 바라보면 대부분 테란맵처럼 보이니 설득력이 있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것은 당시 테란강자들을 폄하하는 것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임-이-최는 커리어도 단단하고 팬덤도 굳건하기에 그나마 괜찮지만 특히 서지훈이 그렇습니다.
(서지훈 vs 홍진호의 올림푸스배 결승 1경기가 재경기로 갔던 이슈도 있기에 더더욱)
서지훈 역시 단순히 1회 우승자로 퉁칠 수 없는 선수인데 말이죠.

그가 외롭게 싸웠다는 것도 사실이 아닙니다. 그의 좀더 앞에는 강도경이 있었고,
강도경이 꺾인 시점부터는 조용호와 박경락이 함께 싸웠습니다.

조용호는 최전성기가 불운하게도 이윤열의 최전성기가 겹치며 양대 준우승의 아픔을 겪었지만
2006년에 기적적으로 부활하며 우승을 하기도 했죠.
박경락은 단기간, 테란전만큼은 최강이란 말을 들었지만 테란을 5전제에서 만나기도 전에
같은 저그, 홍진호-조용호에게 좌절을 겪어야 했습니다.
(파나소닉배 결승이 이윤열 vs 박경락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if는 늘 생각해 봅니다,
워낙 스타일이 유니크했기에 길게 가지는 못했지만 이때의 테란전은 그만큼 대단했습니다)

1.08패치 이후 2003년까지 저그는 테란 상대로, 열세이긴 했지만 대체로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2002년 말부터 맵 개념이 발전하고 조용호의 등장으로 저그 운영이 더 체계화되면서
파나소닉배 스타리그는 4강에 테란 1, 저그 3이기도 했고 (이윤열-홍진호-조용호-박경락=>이윤열 우승/조용호 준우승)
올림푸스배 스타리그는 노스탤지어-기요틴에서 테란이 리그 초반 심각하게 헤매며
8강에 테란 2, 저그 6이라는 상황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서지훈 우승, 홍진호 준우승)

당시 큰 문제는 프로토스였죠. 프로토스가 16강 본선에 둘 또는 셋인 경우가 많았고, 심하면 하나일 때도 있었습니다.
1.08패치 이후 아마추어 프로토스 유망주였던 한승엽이 테란으로 전향한 것은 상징적이며
랜덤강자였던 최인규가 완전히 테란으로 전향하기도 했습니다.

프로토스는 1.08패치 직후 인재풀 자체가 많이 훼손됐고,
테란이 2003년 이후 최연성-이병민-전상욱 등이 무리없이 개인리그에 안착하고
저그도 박태민-변은종-박성준 등이 그랬던 반면
3대 프로토스의 분전 속에서 프로토스의 세대교체는 2005년에야 겨우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저그의 울분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의도하지 않게 당시의 프로토스를 없는 종족 (...) 취급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부분은 분명 재고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면 그때 발생했던 문제는 다 없던 걸로 하자고?
이 부분이, 이 당시 리그 운영에 있어 발생했던 다양한 문제점을 덮자는 뉘앙스로 보이실 수도 있습니다.
그걸 모두 부정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부분들 역시 분명히 끊임없이 이야기되어야 하며,
그런 문제들을 점진적으로 고쳐나가는 과정 속에서 발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것이 선수들의 평가, 이스포츠 역사 전체를 관통하는 제1의 관점이 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결국은 선수들이 만들어낸, 그리고 팬들이 열광했던 이야기가 우선이니까요.





홍진호가 테란맵에서 고군분투하다가 희생된 선수로 기억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테란과 저그의 치열한 전쟁 속, 저그 진영의 선두주자로 기억됐으면 합니다.
2로 기억되더라도 준우승만 밥먹듯이 한 선수로 기억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왕중왕전과 KPGA 위너스 챔피언십을 우승했던 선수로,
임요환의 최대 라이벌, 임요환 다음가는 인기를 누렸던 2인자로 기억됐으면 합니다.

단순히 "홍진호를 2회 우승-6회 준우승으로 평가하자" 이런 이야기도 아닙니다.
그러면 누군가는 "프리미어리그는? 겜티비는? ASL은? KSL은?" 추가로 말씀하실 수 있겠죠.
우리가 그런, 어쩌면 우리 스스로를 가두고 있을지도 모르는 지독한 서열정리의 틀에서 벗어나
선수들을 더 자유로운 관점으로 바라보자는 것이 어떻게 보면 이 이야기의 본질입니다.

그래야 그에게 승리한 임요환, 이윤열, 최연성, 서지훈도 충분한 리스펙트를 받을 수 있고,
그와 함께했던 조용호, 박경락 역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우승이 아니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프레임에서 자유로워지는 동시에
우승이 없었던, 하지만 분명 빛이 났던 또다른 수많은 선수들의 이야기를 찾으려 노력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홍진호는 그렇게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는 선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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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을바꾸다
22/02/26 18:03
수정 아이콘
홍진호의 우승이 이문대인걸로 읍읍...
그렇기에 역사에서...어?
Davi4ever
22/02/26 18:10
수정 아이콘
ㅠㅠ 왕중왕전과 위너스 챔피언십 우승을 당시에 인정해줬어야 됐다 생각도 드는데
그랬다면 지금 이렇게 확고한 2의 아이콘이 안됐을 것 같기도 하고... 세상일 참 어렵습니다.
닉네임을바꾸다
22/02/26 18:13
수정 아이콘
범인류사에서 허락되지 않은 우승 ㅜㅜ
及時雨
22/02/26 18:11
수정 아이콘
이런 글을 자주 남겨주세요.
그 시절의 기억은 시간이 가면 흩어질 수 밖에 없어서 글로 남겨지는 게 새삼 참 중요한 거 같습니다.
Davi4ever
22/02/26 18:14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오히려 이 시기는 제가 일하기 전, 완전히 팬이었던 시기라서 정리하기 편하네요.
언젠가 때가 되면 전반적으로 정리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及時雨
22/02/26 18:17
수정 아이콘
기성 스포츠와는 다르게 초기에 현업에 계시던 분들이 물러난 이후 원로가 아니라 다른 일을 하는 분이 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라 더더욱 아쉽습니다.
팬의 입장에서만 기억하는 것 말고도 다양한 시선이 제시될 수 있으면 더 좋을텐데...
Davi4ever
22/02/26 18:24
수정 아이콘
일단 저는 아직 현직에 있기는 합니다. (스타 쪽은 아니지만요.)
제가 일했던 시기의 일을 스스로 이야기하는 것은, 일단 주관이 담겨져 있어 관점이 기울어져 있을 우려가 있기도 하고
일하면서 잘못했던 부분이나 잘 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한 면피로 느끼실 것도 같아 고민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도 언젠가 좀더 시간이 지나면 편한 마음으로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올해는다르다
22/02/26 18:28
수정 아이콘
현대에 와서는 프로토스가 가장 빠르게 실력을 올릴 수 있다는데 다들 동의할텐데,
왜 초창기에는 프로토스 인구풀이 유독 모자랐던 건가요?
옛날 얘기보면 진짜 저그들이 한숨쉬는 와중에 프로토스는 다 죽어서 말도 못하는 상황이네요.
Davi4ever
22/02/26 18:39
수정 아이콘
일단 위에 말한 인재풀은 '프로게이머' 인재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빠르게 실력을 올리는 부분과는 조금 개념이 다를 수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2001년 당시 1.08패치가 되면서 타격이 컸고, (무엇보다 스톰 너프가 컸죠)
프로토스는 새롭게 전략을 정비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전략이 정비되기 전까지는 박정석과 같이 선수의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죠.

이후 강민이 더블넥을 안정화시키면서 조금씩 프로토스의 운영이 정비되기 시작했고
2005년 정도에야 본격적인 프로토스의 세대교체가 가능했죠.
물론 맵을 만드는 부분이 좀더 정교해진 측면도 있습니다.
월급루팡
22/02/26 18:51
수정 아이콘
왕중왕전도 그렇고, 위너스 챔피언십도 그렇고, 그 후에 열렀던 스니커즈배 올스타전도 그렇고 단순 이벤트전으로 날리기엔 참가한 선수들의 면면이나 대회 위상이 결코 가볍지는 않았는데 말이죠. 홍진호의 최전성기 시절에 결승에서 만난 테란이 임요환-이윤열-서지훈-최연성이라는 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특히 올림푸스와 TG삼보배 MSL 결승에 오르던 03년 홍진호의 반짝거리던 모습은 마치 01년 최전성기 임요환을 떠올리게 했는데 말이죠.
Davi4ever
22/02/26 18:59
수정 아이콘
그렇죠, 스니커즈배도 작은 대회는 아니었죠.
다만 양대리그와 연계되지 않은 명백한 올스타전 개념이다 보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03년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하지 못했는데 제가 올림푸스 스타리그 4강 전후로 입대를 한 관계로...
체감을 제대로 하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정규대회 우승의 가장 좋은 기회는 올림푸스배였죠. 이때는 맵 라인업도 나쁘지 않았으니까요.
TG삼보 MSL은 최연성이 대회를 진행해 나가면서 경험치를 쌓아버리고, 포텐이 터져버린 것이
홍진호 입장에서는 많이 불운했다고 생각합니다.
월급루팡
22/02/26 20:26
수정 아이콘
1세트 재경기 판정과 2세트 그 기적의 역전패는 지금 봐도 울컥합니다...TG삼보배는 건틀릿에서 황제가 맞춤빌드 깎아줬다는 이야기가 있었죠. 발리앗..
애플리본
22/02/26 19:20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항상 주장하던 바인데 이렇게 정리해주시니 더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지금의 관점으로 과거를 바라보면 이상한게 한두가지가 아니죠. 과거는 과거의 관점으로 평가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Davi4ever
22/02/26 19:21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마포구보안관
22/02/27 06:31
수정 아이콘
뮤짤 없이도 저렇게 싸웠다는 점에서 홍진호는 정말 인정해줘야합니다
하지만 지니어스에서 정규 우승할 줄이야...
Davi4ever
22/02/27 11:16
수정 아이콘
뮤짤이 조금 더 일찍, 02년 말이나 03년 초쯤에 발견됐으면 스타판 역사가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은 가끔 가져봅니다.
강도경-홍진호-조용호-박경락, 이들이 전성기 때 뮤짤을 장착해서 싸웠다면?
물론 테란도 그 사이 놀고 있었던 건 아니니 의미가 큰 가정은 아니지만 말이죠 ^^;;
김연아
22/02/27 10:19
수정 아이콘
근데 최고의 스타 프로게이머는 황제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도,

코크배는 맵탓 안 할 수 없어서...

이게 홍이 불리했다기 보단, 임에게 너무 유리한 대회였어요.

대회 내내 거의 대부분의 경기를 진짜 불멸의 개테란맵 라그나로크와, 요환 오브 발할라에서 했고, 또한 거기서만 이겼죠.
Davi4ever
22/02/27 11:26
수정 아이콘
저그에게 불리했다는 관점은 프로토스도 있고 해서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결과적으로 황제에게 너무 유리한 대회가 됐다는 말씀에는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라그나로크도, 맵 추첨도, 심지어 재경기 방식마저도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도) 결과적 수혜자가 황제라서...

개인적으로 이때 가장 비판받아야 할 부분은 체계적이지 못했던 맵 추첨 방식과,
맵 중도퇴출이라는 개념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이라면 당시 라이벌전에서 쓰던 버티고라도 빠르게 끌어왔겠죠)
22/02/27 16:2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는 그냥 프레임의 희생양이라고 생각합니다. 01시즌 온겜 왕중왕전과 02시즌 엠겜 위너스 챔피언십은 '메이저' 커리어죠. 포맷 자체만 보면 시즌 대회-그랜드 파이널로 이어지는, 오히려 1년 내내 잘해야 출전권이 주어지는 상위 대회 포맷인데 대회 규모(상금 등) 자체는 하위 시즌대회와 대등하다보니 가치에서 넘어서진 못하는거구요. 근데 그렇다고 단순 비메이저 이벤트 취급은 선을 많이 넘었다고 생각해요. KT 왕중왕전만 해도 분명 차기 대회 시드 지급할 정도로 포맷 자체도 공식 메이저 취급이었는데 어느 순간 정규리그라는 포맷의 프레임으로 인해서 슬그머니 이벤트로 격하됐죠. 기욤이 우승한 2000년 왕중왕전은 대회 규모자체가 시즌대회와 비교하면 격차가 컸지만(우승상금이 2천만원-500만원으로 꽤 차이가 있었음) KT배는 01시즌 대회들과 우승상금도 1천만원으로 동일했거든요. 02시즌 Ktec 위너스 챔피언십은 KPGA 리그보다도 우승상금도 더 높았고 KT 왕중왕전이 시즌 성적 상위 6인 초청이었는데 여긴 10인이었죠. 여담이지만 이전에 KTF 비기배 4대천왕전은 최상위 4인 초청전에 상금규모도 커서 이벤트전치고도 꽤 핫한, 약간 신한 마스터즈 느낌의 대회였고 임홍이박이라는 4대천왕의 효시가 된 대회도 있어서 사실상 02시즌은 마스터즈 포맷의 대회를 두번이나 연셈이라는게...

어느 분야든 다 그 종목만의 고유한 기준이라는게 있는 편인데 스타판의 희한한게 '예선'이나 '정규리그'라는 틀에 집착했습니다. 또 '양대리그'라는 틀이 잡힌 이후 이 틀에서 벗어난 리그들은 모두 비메이저 취급을 하는 흐름까지 이어져버렸죠. 타 메이저 스포츠나 바둑같은 곳만 봐도 이렇게까지 가위질을 하진 않는데 말입니다. 당대에 메이저 대회였으면, 역사가 끊긴다고 해서 한급 아래로 취급하진 않는게 보통입니다. 그런점에서 저는 단순히 양대리그 커리어 이런식으로 보는게 아니라 스타2처럼 메이저급 대회에 대한 가치평가를 다시 하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22/02/27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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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첨언해서 몇몇 선수들의 '메이저급' 커리어의 예시로는

임요환 : 2000 삼성디지털배 KIGL 왕중왕전, 01 제3차 게임큐 스타리그, 2001 WCG (2002 WCG는 X)
홍진호 : 2001 KT배 왕중왕전, 2002 Ktec KPGA 위너스 챔피언십
이윤열 : 제1회 KT-KTF배 프리미어리그, 제3차 겜티비 스타리그
박성준 : 제2회 KT-KTF배 프리미어리그

그외에 이제동, 김택용, 이영호가 우승했던 TG삼보-인텔 곰티비 클래식도 메이저급 커리어라고 생각합니다.
Davi4ever
22/02/27 16:41
수정 아이콘
사실 지금 보면 되게 이상한 관점일 수 있는데, 그때는 그게 희한한 관점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거의 없었습니다.
스타팬들이 이상하고 부족했다기보다는 그 시대에는 다들 그렇게 생각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테란 팬들은 왕중왕전 우승자 가운데 테란이 없기도 하고,
양대리그 기준으로 임-이-최의 본좌라인이 확립됐으니 그에 대해 크게 이의를 제기할 이유가 없었으며
일부 저그 팬들은 홍진호의 우승 타이틀을 찾아주기보다는 01~03년 정규대회 무관이라는 사실을
저그가 전통적으로 핍박받았던 종족이었다고 강조하는 데 쓰는 경우가 있었죠.
05~07년, 그리고 그 이후에는 저그의 새로운 본좌 탄생에 대한 서사가 있다보니
상대적으로 조진락에 신경쓰는 분들은 적었고요.
프로토스는 왕중왕전 역사와 큰 상관이 없었으니 논외로 하겠습니다 (ㅠㅠ)

다만 말씀하신 그 프레임을 일부 관계자가 조장했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개인적으로는 공감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렇게 받아들였다는 쪽입니다.)
22/02/27 16:53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 관계자가 그냥 엄옹인데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프레임이 말씀하신대로 스타판 팬덤에 의한 일종의 묵시적 합의라고 생각해요. 엄옹이 그런말을 했어도 대중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거부되었을거라 봅니다. 그럼 뭐 팬들이 다 공감대가 형성됐으니 로마에 오면 로마법이 정론인거 아니냐?라고 할 순 있지만 저는 대회 포맷에 있어서는 다른 종목과 비교해서 그렇게 뭐 스타만의 특수성이 있다고 보진 않거든요? 시즌대회-그랜드파이널 포맷같은 건 스포츠 대회 포맷으로는 너무 흔하잖아요. 초청전 개념도 그렇고. 그런데 스타판만 유독 이런 대회에 엄격해요. 이건 저는 그냥 팬들의 편의성이 많이 가미된 양대리그 중심의 시각에서 나온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따지면 사실 이윤열의 그랜드슬램같은 용어도 되게 이상하죠. 겜티비는 명백히 양대리그와는 비교가 될 수 없는 리그인데 말입니다. 당장 KPGA 투어의 위상도 MSL과 비교하긴 좀 민망하구요. 역사성은 이어지지만요. 마찬가지로 온게임넷 스타리그도 00년까지의 초창기에는 범람하는 상위대회중의 하나였을 뿐이고, 2001년만 해도 저해에 가장 중요한 대회는 2001 WCG였죠.

이걸 바둑이나 골프로 바꿔보면 참 재밌어요. 양대 방송사 이외에 모든 대회는 다 비메이저라는 식의 논리라면 바둑도 20년 넘게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응씨배, 삼성화재배, LG배 3대 대회 말고는 이미 폐지된 메이저 대회나 현재 짧은 역사를 가졌지만 메이저라고 평가되는 대회들도 메이저대회로 취급할 수가 없는거거든요. 골프도 흔히 말하는 그랜드슬램 4개 혹은 5개 대회 중에 1-2개 정도는 메이저 티어가 옮겨지기도 했는데 그럼 역사성이 이어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메이저 취급받게 되는거니까요.
Davi4ever
22/02/27 17:08
수정 아이콘
네 사실은 저도 그 정론이 돌아보면 "너무 시야가 좁았던 것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장문의 글을 남겼습니다.
따지고 보면 본좌론의 영향도 있죠. 본좌론 자체가 양대리그 체제와 연계된 것이니까요.

이윤열의 그랜드슬램은 참 난감한 게, 그때 겜티비가 3대 리그의 말석에 있었던 건 맞기에
2003년 초 당시에 이윤열을 띄우기 위해 그랜드슬래머라는 단어를 쓴 건, 억지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 대회를 마지막으로 겜티비 스타리그가 없어져 버려서 좀 머쓱해지기는 했죠.
그리고 이윤열의 대관식이라 할 수 있었던 1회 프리미어리그의 존재감이 흐려진 것도 아쉽고요.
그 리그들 다 제외하더라도 나머지 커리어가 워낙 대단하기에 망정이지
이윤열의 커리어 역시 양대리그 사관에 의해 많이 손해본 건 맞습니다.
박성준도 마찬가지죠. 프리미어리그 우승은 대단한 커리어였는데 그게 없어지니
지금보면 그냥 온게임넷에서만 잘했던 엠막처럼 보이죠.

제가 제시한 해석이 대세가 되는 것까지 바라진 않습니다만,
이런 해석이 조금더 활발해졌으면 하는 마음은 있습니다.
양대리그 사관에 의한 01~03년의 '테란맵-저그는 피해자' 해석은 폄하되는 레전드들이 너무 많아요.
Davi4ever
22/02/27 17:21
수정 아이콘
첨언하면, 05년부터 MBC게임에서 일했던 저도 그시절 흔한 스타팬 중 한 명이었고,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양대리그 기준' 역사를 정리해 왔기에
본의는 아니었지만 이전의 레전드들에게 피해를 주는 데 일조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지금 글과 같은 생각은 몇 년 전부터 다른 여러 종목들을 보면서 들기 시작했고,
그때의 시야가 좁았던 부분이 관게자로서 명백한 과오였다면
이런 해석으로 그런 부분을 조금이나마 줄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는 점 말씀드려요.
realcircle
22/02/28 09:42
수정 아이콘
글 잘봤습니다.
1편에서 봤던 포비든존 벨런스는 처음 들었네요
네오 포비든존이 워낙 명경기가 많아서 오리지널도 괜찮았나보다라고 지례짐작 했나봅니다.

그리고 그당시 풀이 좁아진 프로토스 임에도 불구하고
우승자가 계속 나온건 정말 아이러니 하면서도 왜 가을의 전설에 열광했는지 알것 같네요
Davi4ever
22/02/28 18:30
수정 아이콘
네오 포비든존은 오리지널보다 훨씬 괜찮은 맵이었죠.
(맵 특성상 저그가 불리한 면은 여전히 있었지만 오리지널에 비교하면 안됩니다)

01년 김동수의 우승과 03년 박용욱의 우승은 그래도 섬맵이 하나씩 있었는데
(01년은 크림슨 아일즈 / 03년은 그 유명한 패러독스)
개인적으로는 02년 박정석 우승이 정말 대단했다고 생각합니다.
월등한 개인 기량으로 전략교본의 열세를 뛰어넘은 느낌?
05년 이후는 프로토스의 운영과 인재풀이 보완 및 복구되기 시작했으니까요.

다만 이윤열과 전성기가 겹쳤던 것이 박정석에게는 불운했죠. 조용호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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