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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9/03 22:37:04
Name 디미네이트
Subject Pelennor와 도넛형 맵에 대한 단상.


  TV가 없는 데 살고 있어서 처음으로 실시간 방송 한 달 결제까지 했습니다. 그만큼 Ever 배 스타리그에 대한 기대가 컸었죠. 질레트 스타리그와 SKY 프로리그 1라운드의 성공이 이번 리그에 대한 기대를 키운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지난 주 경기가 재미있었다는 점도 한몫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늘 네 경기 모두는 나름대로 인상적이었지만, 기대한 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아직 16강이라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너무 일찍 끝난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2경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초반에 승부가 지어졌습니다. 초반의 화끈한 포스를 보여준 경기는 3경기 변길섭 선수의 불꽃 테란 밖에 없었고 나머지는 허무하게 끝난 것 같습니다. 뭐, 오늘 하루만을 보고 판단할 수는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지난주에는 상당히 재미있었으니까요.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이번 스타리그의 불안한 요소를 하나 느꼈기 때문입니다. 바로 제목에서 언급한 대로 Pelennor Ever에 관한 문제입니다. 지난 번 리그에 게르니카라는 이름으로 처음 선을 보였다가 결국은 공식 맵으로 지정되지 못하고 이번 리그에 다시 부활한 맵이죠. 형태만으로는 상당히 특이하고 재미있어 보이는 맵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 시즌에서 가장 재미없을 가능성이 가장 큰 맵으로 이 맵을 꼽고 싶습니다.

  앞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아도 결국 펠레노르는 아직 초기이기 때문에 모르는 것입니다. 이 맵은 안 된다고 단정적으로 말해버리는 것도 항상 새로운 길을 만들어나가시는 선수 분들께 누가 되는 말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지금 현재 드러나는 문제점은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여 이렇게 글을 써보았습니다.



  우선 펠레노르는 맵의 다양성 부분부터 실패를 했다고 봅니다. 큰 뼈대만 놓고 볼 때, 머큐리와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도넛 형의 길이 형성된 중앙, 액세스하기 어려운 멀티들. 지난 시즌에 머큐리에서는 크게 인상적이라 할만한 경기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비슷한 형태의 전투를 추구하는 펠레노르를 가세시킨 것은 리그의 재미에 관한 위험한 결정이었다고 봅니다. 안 그래도 네 개 밖에 안 되는 맵에서 다양한 경기가 나오도록 유도해야할 판에 네 개의 맵 중 두 개의 형태가 비슷하다는 것은 문제라고 봅니다.

  그렇다고 펠레노르가 초기에 의도대로 난전 스타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그것 역시 의문입니다. 특히 저그의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저그가 두 번째 해처리를 펴는 입구 쪽이 좋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큽니다. 이번 리그에서 펼쳐진 두 경기에서 보여주었듯이 전선은 저그 본진의 목줄에서 형성되고 탄탄한 조이기 라인에 저그가 밑 빠진 독 물 붓기 식의 공격을 하다 끝나버릴 공산이 크다고 봅니다. 펠레노르는 타 종족의 초반 압박을 이겨내기 위해서 저그가 전형적으로 선택하는 입구 해처리에 다수 성큰 저글링을 순식간에 악수로 만들어버렸다고 봅니다. 거기다가 미네랄 네 덩이로 그 자리를 포기할 수 없게까지 만든 것 같군요.

  펠레노르의 입구 해처리 격인 머큐리의 앞마당 미네랄 멀티 해처리와 비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해처리가 초반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을 만한 요소가 없습니다. 펠레노르처럼 포톤 캐논의 포격이 가능한 언덕도 없고, 중앙의 도넛 형태의 길은 건물을 지을 수 없는 장소입니다. 펠레노르만큼 저그를 압박할 수 있는 조이기 라인을 형성할 수 없는 형태로 되어 있기에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펠레노르는 이번 주와 지난 주 경기에서 보신 바 그대로 입니다. 저그의 입구 해처리가 저그 스스로를 본진에 묶어놓는 선택이 되어 버린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입구 바깥에는 거점이 없습니다. 입구 바깥에 해처리를 지을 경우 성큰이 공격당하는 면적이 넓기 때문에 오히려 방어가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다른 멀티로 액세스하기가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 미네랄 네덩이는 금쪽같은 자원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것에 대한 해법이 나오지 않을 경우, 전선은 항상 저그의 숨통 앞에서 형성될 것이고, 그럴 경우 난전은커녕 발악과 학살의 정적인 경기만이 벌어질 공산이 크리라 봅니다. 과연 중앙의 저 수많은 멀티까지 먹을 대경기가 얼마나 나올지 의문입니다.

  우리는 로템 기본의 중앙 힘싸움 형 맵에 익숙해져 버렸고, 스타크래프트의 스펙터클한 면은 중앙에서 두 종족이 펼치는 일대 격전에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가 환호하는 부분은 대부분 그런 대규모의 전투입니다. 그러나 넓은 중앙이 아닌 도넛 형태의 비교적 좁은 링을 전투장소로 삼는 펠레노르가 맵 그 자신의 이름에 걸맞게 그런 거대한 전장을 제공해 줄 수 있는 형태가 아니라고 봅니다.

  이것은 도넛 형태의 중앙이 가지는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도넛 형태는 로템이나 노스탤지어 등의 힘싸움형의 넓은 중앙과는 달리 본진이나 일차 멀티 이외에 점령해서 경기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거점이 없는데다가 병력의 운신도 까다로운 면이 때문에 적극적인 전투를 할만한 동기를 부여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그렇다고 맵 발표 당시에 의도된 난전이 이루어지기도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반대쪽 길로 돌아서 공격하는 것을 해설자분들이 많이 제시하시지만, 도넛 형태 특성상 돌아갈 경우, 상대방 본진을 지나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끊어 먹힐 위험도 있고, 제 타이밍에 상대의 뒤를 덮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차라리 병력을 다른 멀티 지역에 숨겨 놨다가 상대 병력이 지나갈 때 뒤를 덮치는 쪽이 낫지 않을까 하네요. 그렇게 될 경우, 전장을 100% 활용하지 못하는 국소적인 경기가 펼쳐지는 셈입니다. 또한 기본적으로 난전은 선수들 스스로도 피곤해서 싫어하는 면일 테고, 보는 이도 정신 사나울 것입니다.



  이래저래 도넛 형 중앙은 보이는 문제점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펠레노르의 경우는 거기에다가 저그의 본진 방어 거점 문제까지 겹쳐서 더욱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이런 형태의 맵이 두 개씩이나 들어가 버렸으니, 제 관점에서는 리그의 재미가 걱정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형태의 맵은 언제나 많은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초기에는 허무하고 재미없는 경기가 많이 보이고, 기존의 인식에 반하는 부분에 비난을 많이 받습니다. 그러면서 레퀴엠처럼 점점 익숙해지고 재밌어지는 맵도 있고, 패러독스처럼 결국에는 사장되는 맵도 있는 것이겠죠. 펠레노르는 전자의 경우가 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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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잡이
04/09/03 22:45
수정 아이콘
흠 일리 있는 말씀이긴 합니다만,
언급하셧다시피 아직은 시작입니다.
밸런스 논하던 맵들도 보고나니 밸런스가 조금씩
맞혀져 가는 느낌이 들더군요.특히나 그런맵은 특정선수를
제외하면 조금은 승률이 낮은 종족이 조금은 우세를
점하는 경우도 있고요.
엠게임에서 그런경기가 많이 나와서일까요
좋은 경기들이긴 햇지만
너무나 대규모 싸움이라던지 조금은 후반으로가는
양상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은듯 합니다.
지금까지도 그랬듯이 선수들이
우리시청자 팬들이 보는 맵에대한 문제점들을
헤쳐 나가리라 봅니다.
souLflower
04/09/03 22:49
수정 아이콘
맵의 다양성부분에서 실패했다는 말은 현재까지 경기만 봐서는 동감합니다...하지만 앞으로도 많은경기가 나오고 그런 제 인식을 바꿔주었으면 좋겠네요...펠레노르 인내심 갖고 지켜보렵니다...^^
바카스
04/09/03 22:52
수정 아이콘
아직 시작이죠. 이 말 밖에는 드릴 것이 -_-;
04/09/03 23:15
수정 아이콘
러커로 조금씩전진하면 저그입구주변의 교전은 피할수있을걸로 봅니다만 살짝만뚫고 다른길로 돌아서 가면 테란쪽에서는 당황할듯

벙커로 조이는것은 잘모르겠네요 오늘 경기를 못봐서;
04/09/04 00:04
수정 아이콘
머큐리와 중복된다는 점에서 비슷한 맵을 둘이나 집어넣은 것에 대해서는 저도 불만입니다. 특히 머큐리는...

어차피 전선이야 저그의 부근에서 발생하는건 늘상 있던 일 아니던가요. 원래 테란이 공격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저그는 언덕멀티들을 활용하는 게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덕이라면 소수성큰으로도 효과적이니까요. 개방형맵에서 저글링의 공격력,기동력을 더욱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하면 언덕가스멀티를 먼저 가져가는 플레이도 가능할 듯 합니다. 그리고 오늘경기만 봐도 정면승부에서 저그가 밀린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럴커나오는 타이밍을 생각해보면 완전히 조여오기전에 충분히 돌파가능한 수준으로 보이더군요. 그보다 빠르게 전진팩을 하는 건 무리로 보이고...
Sulla-Felix
04/09/04 00:13
수정 아이콘
도우넛 형태의 맵으로 가장 성공한 것이 짐 레이너스 메모리 입니다. 토스나 저그가 우회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기동력으로 힘을 제압하는 경기를 만들어 내기도 하죠. 아직은 두고봐야 할 듯 합니다. 경기를 하는 이들은 수백만 스타유저중에서도 가장 최고의 위치에 있는 초 고수들이니까요.
김효경
04/09/04 08:07
수정 아이콘
짐 레이너스 메모리에서 성학승 선수가 자주 보여주었던 히드라 미리 빼놓아
기습적인 러커우회전술 같은 것이나 기습적인 히드라 페이크 후 스파이어(거리가 멀 때) 등 아직 변수는 많다고 생각합니다. 어제 이주영 선수도 사실 그 히드라 두 기를 우회 시켜서 저글링과 함께 빈집털이를 시도했다면 어제 경기는 아마 몰랐을 겁니다.
Milky_way[K]
04/09/04 09:27
수정 아이콘
아직은 모릅니다. 이제 겨우 몇 경기했는데 멀 벌써;;;
어제 확실히 1,3,4경기 모두 약간 허무하게 끝난 경향이;;
그리고 전 박정석선수와 이병민선수의 끈질긴 중앙 싸움이
더 재미있었는데; 박정석선수 정말 테란전에서 만큼은 어느정도
입신의 경지에 이른듯;; 어떻게 이병민선수의 진출병력을 셔틀질럿
과 소수병력으로 그렇게 잘 잡아내는지.... 저였다면 본진까지 충분히
쓸리고 남았을듯.;; 아아~ 정석님 멋지세요!!!
물론 최강포쓰는 변길섭선수의 성큰밭뚫어내는
빨간나라의 파벳마린메딕들이었지만.....;
04/09/04 09:59
수정 아이콘
머큐리에서 최연성 나도현 전 재밌지 않았나요? 도너츠형 맵에서만 가능한 독특한 재미의 게임이었다고 생각되는데요.
어떤 맵이든 모든 경기가 재미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머큐리를 저도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1시즌 사용하고 내리는 건 맵에게도 제작자에게도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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