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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9/03 18:04:27
Name The Siria
Subject 벌써 6년.
벌써 6년....
그 6년전 1998년 8월 31일, 한 교수는 그렇게 해직이 되었습니다.
관악산 아래에 있는 서울대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표면상의 이유는,
그는 연구 실적이 모자라서 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제출해야 하는 연구 실적의 4배가 넘는 논문을 제출했습니다.
그 논문 중에는 세계적인 미술학지에 실린 논문 하나와,
올해의 논문상을 받은 논문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연구 실적이 미달하여 결국 재임용을 거부당했습니다.

그 일의 이년 전의 일이라고 합니다.
그는 개교 50주년의 한 세미나에서,
미대의 원로교수들의 친일행적에 대해 밝히는 글을 남겼습니다.
그 행적이란, 이미 전남대의 이태호교수가 밝힌 글이며,
학계에서는 공인된 그런 것이라고 합니다.
그 논문을 인용해서 발표한 것이 그의 지금까지의 십자가를 만든 원인이 되었습니다.

그는 천막을 쳤습니다.
재판을 합니다.
오랜 시간 12학기나 진행이 된 무학점 강의를 통해, 학생들에게 자신이 해임되어야 하는 그런 사람인지를 묻고 있습니다.
본부 앞, 그 누구의 차가운 시선이 지나가는 도중에,
그는 유령이 되어 묻습니다.
학문의 자유란 과연 살아있는 것인지를.

흡연권과 혐연권에 대한 판결이 나왔습니다.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흡연권보다 행복추구와 건강과 환경을 더 우선시하게 되는 혐연권에 대한 것이 상위의 권리라고 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 입니다.
멀쩡하게 학문 활동을 할 교수를 짜를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권리보다 학문을 통해 진실을 밝히고, 부끄러움을 일깨우며, 학생들에게 좋은 강의를 하게 만드는 그런 권리가 더 중요하고 상위의 권리라고 하겠습니다.
그 권리는 당연히 실행되어야 하며, 마땅한 권리입니다.
그 권리는 그러나, 관악산 아래에서 조용히 침묵을 강요당합니다.
그러한 권리란 애당초 없었다는 것처럼.

사필귀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풀이하면, 모든 일은 반드시 바름으로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무엇이 바름이겠습니까.
과연 이 일에서는 무엇이 바름이겠습니까.
선배들의 잘못된 행적을 건드린 죄로, 연구 실적을 충분히 쌓았음에도,
해직이 된 그가 복직하는 것이 바름이 아니겠습니까.
언젠가 결국 그가 자신의 바름이 재판을 통해 밝혀지고,
그래서 복직을 한다면,
그것이 바름의 귀환이라 하겠습니다.
다만, 그 바름을 더 빠르게 귀환을 하게 하기 위해서는,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의 이름을, 그의 사건을,
그래서 더욱 그의 귀환을 촉진해야 합니다.

지금껏 제가 쓴 그의 이름은 김민수 입니다.
서울대 미대 교수였으며,
지금은 강제로, 억울하게 해직되어,
6년간 재판을 통해 투쟁을 하고 있으며,
1년간 본부 앞에서 천막을 치고 싸우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 재판은 이제 다시 고등법원에서 시작합니다.
이제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그를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학문의 전당이라는 대학에서 벌어지는 이 어처구니 없는 일에 대해 많은 분들이 느끼고 함께 했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학문의 자유라는 당연한 권리에 대해 알았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그의 이름은 김민수입니다.
벌써 6년의 시간동안 유령이 되어 싸워야 했던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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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9/03 18:11
수정 아이콘
정계보다 더 더러운 곳이 학계이죠 =_=;
법보다 힘이 쎄다는 곳이 가장 잘 통하는 곳이죠..
雜龍登天
04/09/03 18:11
수정 아이콘
어제 100분 토론을 보니....서울대 참 그럴만 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무계획자
04/09/03 18:49
수정 아이콘
그런 거군요..
학교 지나다보면 김민수교수와 관련된 현수막 등을 자주 보게 됩니다.
그런 데 전혀 -_- 문제의 원인 경과를 알 수 없었습니다.
그냥 김민수 교수가 부당하게 해고를 당했다고만 들었죠.
뭐 제가 사건이 발생한 뒤 2년후인 2000년에 학교에 가서일 수도 있지만요

그 교수에게 힘이 되어주던 학생들도 졸업을 하면서 점차 학교를 떠나고
무학점 강의도 점점 학생이 없어진다고 들었던 것 같습니다.
언제는 학생 1명과 2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고 들은 적도 있는데
좋게 일이 마무리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뉴[SuhmT]
04/09/03 18:53
수정 아이콘
어제..100분 토론 장난 아니더군요. 대한민국 최고대..라는 타이틀 이젠 버려야할듯..하기사 복지와 선진화 가 가장 잘된 유럽의 국가들을 보면
(미국은 강대국일지언정 선진국이라고 보긴 힘이듭니다.) 학교들은 다 평준화 되어있습니다; 유럽의 입장에서 보면 작은 섬나라에 불과하던(영국이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깨부쉬며 해가지지않는 나라가 되기 전 시절)
영국의 문화를 이어받은 미국의 문화가 이리저리 퍼진거니..쯧..
여튼 유럽쪽은 학교가 뭐가 좋고 뭐가 좋고 하는거 없다더군요. 하버드니 옥스포드니 SKY 배..가 아니라 SKY 대 니.. 도쿄대니 하는것도 마찬가지라고 여거지는군요. 여러모로 아쉬운 우리나라의 학교현실입니다.
노친네들이 왜그리 욕심이 많은지..
04/09/03 19:35
수정 아이콘
본문과는 상관없이 전지현씨 cf가 바로 떠오릅니다 -,-;;
04/09/03 19:35
수정 아이콘
바름으로 돌아가는 사회는 없습니다 모든것이 힘으로 귀결되지요 사회가 바뀔 가능성은 바른자가 힘을 갖는수 밖에 없지만 이미 바른자는 존재치 않고 바르지 않은자가 힘을 가지고 있으니 1000년이 가도 바른 세상은 오지 않을겁니다 저는 조선조때 태종의 그 무자비한 개혁을 존경합니다 개혁이란 반드시 힘으로 억눌러야 성공하죠 역사를 봐도 온건파가 승리한적은 없습니다 하다 못해 당쟁조차도요 그런면에서 노무현 정권은 실패고 박정희 정권은 성공입니다 틀림없이 박정희 정권은 자신이 원하는데로 정권을 이끌었고 노무현은 자신이 원하는곳으로 가지 못했죠
달려라 울질럿
04/09/03 19:37
수정 아이콘
'친일파 청산'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에서 미대 교수님의 현실을 방영한적 있죠. 그 때 욕 하고 그랬는데... 대한민국 최고 명문대라는 곳이 저러니 친일파 청산이 힘들어 보이기도 하네요
악하리짱
04/09/03 20:59
수정 아이콘
대한민국 사상 가장 민주화된 정부라고하고 '참여정부'란 이름을 가지고 있는 정부에서 강경파가 득세를 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그것 자체가 자신의 존립기반을 흔드는 것이라 생각됩니다만
마젤란 Fund
04/09/03 21:41
수정 아이콘
음.벌써 6년이 지났군요 고법,대법까지 가서 확정판결나오려면 지금껏 지난시간만큼,아니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군요..아마 두당사자중 어느한쪽이 죽지 않는다음에야 그럴꺼 같군요
04/09/03 21:45
수정 아이콘
전 98학번인데 천막 본 지 참 오래되었지요..
그리운 아키
04/09/03 22:18
수정 아이콘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려면 무얼 해야 하는지요?
The Siria
04/09/03 23:37
수정 아이콘
무계획자님이나 그리운 아키님, 그리고 관심이 있으시 기타 분들께//

일단 저는 04학번입니다.(98이나, 그런 고학번 아니에요...)
과반 선배 누나가 김민수 교수님 복직 대책위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이 일은 알게 되었습니다.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그저 시간이 날 때, 집회가 있으면 집회에 잠시 참여를 해주시는 모습이면 됩니다.
그리고 모든 분들께 드리는 말씀이지만,
결코 잊지는 말아주시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망각만큼 가장 무서운 것은 없으니까요. 망각만큼 김민수 교수님 문제를 어렵게 하는 문제는 없으니까요.
집회같은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으시다면, 꼭 잊지 말고 항상 기억 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것은 모든 분들에게 드리는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일에 대한 설명이 남긴 글을 보면서, 가장 어이없던 것은, 전남대라는 후진 대학의 글을 인용해서 논문의 가치를 떨어뜨렸다는 미대 재임용 심사위원의 발언이었습니다. 그것이 과연 무슨 의미인지는...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집회에 와주셔서 도움을 주시던, 무학점강의를 통해 도움을 주시던,
아니면, 이 학교가 아니거나 다른 일이 있으시다면, 꼭 이 일을 기억해 주시고, 잊지 말아달라는 것입니다.
아직 끝난 일이 아닙니다. 아직.
LowTemplar
04/09/04 04:08
수정 아이콘
여러분~
'김민수의 문화 디자인' 이 서점에서 (아마도)절찬리에 판매중..
많이 많이 구입해주시길.~

고법으로 다시 돌아왔으니 좋은 판결이 있길 바라지만..
정치적으로 일어난 일이니 정치적으로 풀 수는 없는건지.. 정 총장님 이건 왜 해결 못 해주시는지...?
04/09/05 11:02
수정 아이콘
그러니까, 스승들의 친일 행적을 비판한게 빌미가 된 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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