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들어라. 애초에 기대를 하니까 배신을 당하는 거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면, 배신당할 일도 없지."

솔직히 아예 기대를 안한건 아닙니다. 몇년을 기다렸는데. 그 어떤 세대보다 규모가 큰 배경설정을 가진 전설의 포켓몬들, 신화와 진화의 신오지방, 그 컨셉을 이용한 에피소드 들을 기대하긴 했죠. 고고학자 설정의 챔피언과 지하세계로 가서 석판을 발굴해 스토리의 단서를 발견한다거나, 호수의 유적이나 안개에 감춰진 벽화를 따라 창기둥으로 가는 열쇠를 얻는다거나, 갤럭시단과 플레이트 수집 경쟁을 한다거나, 뭐 스토리야 언제나 조져왔으니 접어두더래도, 3D로 보는 미오시티 도서관이나 천관산, 반전세계도 기대됩니다. 메가진화건 다이맥스건 최종전에 걸맞는 디아루가/파루키아/기라티나를 보고 싶었고요. 부티크에서 꾸민 빛나가 콘테스트에 나가는걸 보고 싶었죠. 4세대에는 호감 짐리더/사천왕도 참 많아요. 배틀 리조트의 집에 모여 2차전을 했던 것도 좋았습니다. 맞다. 다양한 컨셉의 배틀 프론티어도 있었고, 그 중 하나의 오너는 하나 지방 사천왕 아닙니까. 포켓몬을 대여하는 형식의 배틀타워도 있었는데 기대 하...지 않는게....무리 아닌가요?

하지만 포켓몬 팬들은 이미 수 많은 실망에 단련되었습니다. 팬들은 희망회로를 불태우면서도 모델을 재활용한 "4세대 스킨 소드실드"만 나와도 만족할 준비가 되어 있었어요.

비록 포켓몬이 반갈죽이 되어도(SS)
전작의 팬보이들을 엿먹여도(ep.RR)
전작보다 나아진게 없어도(USM)
리소스로 사골국을 끓여도(SM)
스토리가 나사가 나갔어도(XY)
그래서 하르모니아가 대체 뭔지 떡밥이 풀리지 않더래도(BW2)

우리는 그 찬란했던 세대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기대에 부풀어 올랐습니다. 하지만 대가는 굳건이었죠.

"아니 뭐 바꾸려고 하지 말고 그대로 내라며"
->그대로 내느니만 못했다

"젤다 반이라도 따라가라며"
->꿈섬의 반의 반의 반도 못 따라갔다

사실 레전드-아르세우스는 좋아요. 와~기대된다. 프레임 드랍이나 어딘지 비어보이는 화면등 자질구레한 문제는, 아직 개발중이니 당연히 그럴 수 있는 것이라고 봐요. 아니 뭐 당연하지는 않지만 우리 게임프릭이잖아.

하지만 4세대 리메이크가 저모양이 된 시점에서 발표가 되서 순수하게 기뻐할 수가 없다...저렇게 할 수 있는 회사 아닌가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는 리메이크는 왜 외주를 준거지. 아니 줄 수 있지. 그럼 관리를 대체 어떻게 했길레 저게, 심지어 레전드보다 일찍 발매되는, 이제 1년도 남지 않은 리메이크의 트레일러가....

아마 저것보다는 나아지긴 할겁니다. 하지만 원작의 타일 배치까지 고스란히 베낀 게임이, 그만큼 성의 없이 대강 만드는 게임이 얼마나 나아질지 도무지 기대가 가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