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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9/05 01:22:52
Name 리니시아
Subject [LOL] 와드 알러지 씨맥, 미친고딩 이즈리얼 (수정됨)
1.
롤을 처음 시작했던건 2012년 이었다.
친구들과 일반게임을 돌렸지만 한참 초보였던 나는 1인분도 채 못했었다.
한번은 탑에서 올라프를 플레이 했는데 피오라에게 9번 연속 솔킬을 따였다.
그때부터 안되겠다 싶어 고수들의 플레이를 보며 잘해지고 싶었고 그렇게 아프리카TV 롤방송을 챙겨봤던 것 같다.

높은 랭크의 방송들을 챙겨봤었고, 개소주의 방송은 아직도 재미있게 봤었던 기억이 난다.
시청자가 별풍선 52개를 주면 가수 오리의 음악을 틀어주던 리액션이 기억에 남는다.











한참 탑에서 플레이하던 나는 오공이라는 챔프에 너무나 매력을 느꼈다. 생애 첫 펜타킬을 오공으로 한 순간 높은 티어의 경기를 보고 싶었다.
그때 당시 오공장인(?) 으로 알고있었던 씨맥의 방송이 눈에 들어왔다.
목소리가 얇고 뭔가 자신만의 논리를 엄청 펼치던 BJ였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논리는 전형적인 탑신병자의 논리였다.
와드는 안박으면서 상대 견제하느라 라인은 잔뜩 밀고. 갱당하면 뭐라뭐라 툴툴 대는 그 모습..

내가 기억하는 씨맥의 플레이는 주로 이랬다.
와드를 안박고 짤짤이챔(?) 으로 상대를 괴롭히다가 상대 갱이 오면 아주 유유히 빠져나가는 얍삽한 플레이를 많이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특히 엘리스 첫 등장했을 때 q짤로 상대를 괴롭히다가 갱이오면 거미폼 e로 갱 회피하는 모습은 너무 얄미웠다.
티모는과학? 이라는 아이디를 쓰며 한타는 절대 합류 안하며 탑에 버섯 농사 지으며 상대 탑을 괴롭히는 플레이도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씨맥은 나만의 탑 스승이었고, 지금도 탑에서 재미있는(?) 플레이를 한다는 것은 씨맥이 추구하는 얄미운 탑신병자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2. 2012 ~ 2014년 까지 나이스게임 TV의 컨텐츠도 많이 챙겨봤다.
NLB, 용쟁호투, 배틀로얄, 장인어른 등등의 컨텐츠를 보며 한참 롤에 빠져있던 시기였다.
EU메타가 정립 되고 더 이상의 전략이 없을 줄 알았지만 GSG의 5인 미드 전략은 아직도 기억에 맴돌곤 한다.

나겜에서 유행된건지 모르겠는데 소위 '미친고딩' 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선수들이 많이 등장했었다.
썸데이, 임프, 폰, 데프트 등의 선수들에게 붙는 수식어였다.
그 선수들 중에서도 데프트의 플레이는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았다.







(깨알같은 스코어 원딜)

이제는 이즈리얼의 저런 앞비전 뒷점멸(좋은의미로) 치고 빠지기가 높은 티어에선 흔한 플레이가 되었지만, 그때 당시 이즈리얼로 쉴세없이 딜을 꽂아넣으며 치고 빠지는 플레이를 펼쳤던 선수는 많이 못봤던 것 같다.
거기다 데뷔전에서 이런 플레이를 보여줬으니 말문이 막혔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 중국에서 굉장한 플레이를 보여주었다는 소식은 들렸지만, 딱히 롤드컵에서 성과를 내지 못해 관심 밖으로 밀려난지 한참 되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KT에서 우승 후 롤드컵에 진출하며 이번이 절호의 기회일것 같았다.
하지만 IG에게 패배하는 모습을 보며 롤드컵에서의 데프트는 도저히 안되는건가 싶었다.

이후 DRX로 이적 후 폰의 허리디스크로 인한 은퇴를 보며 더는 희망이 없어보였고, '미친 고딩' 세대도 이렇게 끝났구나 싶었다.








3.
지난 8월 30일 젠지와 DRX를 보다가 2:1의 스코어를 보다가 경기가 지연되는 것을 보며 DRX에게는 이 나쁜 흐름을 끊을 기회구나 싶었다.
경기가 지연되는 동안 오늘도 승리하는 넛신을 보며 롤 참 재밌다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IG가 롤드컵에 올라와 뛰는 모습을 보면 참 여러가지 의미로 재미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매 순간 재평가 되는 이 바닥에서 IG정도면 그래도 오래간거 아닌가 뭐 그런 생각도 하면서 젠지와 DRX의 경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2:2가 되는 순간 혹시나 했다.
옆에서 경기를 뜨문 뜨문 보는 와이프는 '아까 그렇게 지던 팀이 이긴거에요? 신기하네요?' 라고 하더라.
그리고 3:2가 되는 순간 '오오 아까 그팀 역전한거에요? 대단하네요?' 라고 거드는 말에 별 말을 하기가 힘들었다.
왜냐면 경기가 끝나고 자리에 얼굴을 파묻고 울고있는 데프트 선수의 모습을 보니 나도 울컥해지며 여러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4.
스타리그를 보던 시기에는 이야기 나눌 친구들이 참 많았다.
LOL로 넘어온 시기 이후로는 선수가 어쩌고, 팀이 어떻고, 이번 대회가 어땠느니 주절주절 할 사람이 없다.
그래도 항상 T1이 우승하는 모습을 보며 그러려니 했고, IG와 FPX가 우승 하는 모습을 보며 이젠 중국 리그도 관심 가져볼까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엔 롤에 관한 이야기를 누군가에게라도 뭔가 주절거리고 싶었다.


내가 게임을 한참 잘 하고 싶은 의욕이 가득 찰때 낄낄 거리며 탑신병자 BJ 였던 씨맥의 방송을 봤다.
그랬던 BJ가 2부리그의 감독이 되어 그리핀을 롤드컵까지 올려놓았을 때만 해도 놀랍고 신기한 정도였다.
이후 DRX로 옮겨과 스쿼드 구성부터 법정 문제등 그 많은 사건을 겪은 이후, 이제 두번째 팀도 롤드컵 문턱까지 올라놓은걸 보노라면 참 말로 하기 힘든 감정들이 교차한다.


미친 고딩으로 기억되던 2013년의 데프트가 이젠 7년차 프로생활을 이어가며 어느덧 팀의 맏형이 되었다.
롤드컵 IG 전에서도 눈믈을 보이지 않던 데프트가 젠지전에서 승리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니 뭐라 말하기 힘든 감동과 울컥함에 내 마음도 동요될 수 밖에 없었다.
순둥한 알파카 모습으로만 기억되던 선수의 눈물을 보니 데프트 선수를 압박하는 수 많은 중압감이 모니터 밖으로 뚫고 나온 것만 같았다.









5.
사실 오늘 결승전에 담원, DRX 그 누가 이겨도 별 생각이 없을것 같다.
어느 한 팀만 응원하기엔 양 팀의 플레이 스타일이 너무나 재미있고, 선수 개개인 모두 반짝이는 모습들이 있기에 실수 없이 최고의 모습만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인것 같다.
(범인 찾기에 너무나 피로함을 느껴서 인것 같기도 하다.)



와드 알러지로 기겁하던 씨맥.
나겜에서 이즈리얼로 데뷔하며 미친 고딩소리 듣던 데프트.

그때의 모습을 기억하며 오늘의 재미있는 결승전 경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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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아위험해
20/09/05 01:29
수정 아이콘
우왕 저도 2012년 오공 원챔 유저였고 씨맥이 인벤에 쓴 글을 보면서 오공했었는데 추억돋네요 크크
초코홀릭
20/09/05 01:33
수정 아이콘
데프트 저 모습은 볼 때마다 울컥하네요.. 오래 보고 싶고 그럴 거라 굳게 믿지만 이번 기회는 더더욱 각별하리라 생각합니다.재미있는 경기 나왔으면 좋겠어요 팬심담아 drx가 우승하면 좋겠지만 크크
펠릭스30세(무직)
20/09/05 01:54
수정 아이콘
2016년이었나.... 당시 고딩들과 5인큐를 돌리고 있었습니다.

빨리 인게임해야 하는데 애들이 롤드컵 보고 있더군요. 짜증이 났지요. 그정도로 프로경기에 관심이 없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17년에 슬금슬금 롤 경기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주포지션은 서폿에서 원딜로 전향.

그리고 데프트가 국내에 데뷔했습니다.

뭐, 볼거있나요. 바로 데프트 팬이 되었죠. 그런 선수였습니다. 데프트는.

원딜의 로망.

10년이 지나고 다시 돌이켜보면 선수로서 어떤 상을 받았는지 보다는 그냥 저 한마디로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 될 것 같습니다.

원딜의 로망.

그런 선수였습니다. 데프트는.



그런데 최근 우지보면서 진짜 이번에는 롤드컵 한번 들어야 하지 않나라고 생각합니다. 진짜 이번 한번만 해 먹게 해 주세요. 제발.
20/09/05 02:22
수정 아이콘
drx에 팬심은 없었는데 요 며칠 영상들 보니까 참 묘하더라구요...
담원도 너무나 좋아하는 팀이고 미끄러질때마다 굉장히 아쉬웠었는데.. 그래도 데프트가 우승한번 하는걸 보고싶어요
코비 브라이언트
20/09/05 03:18
수정 아이콘
데프트 데뷔전을 라이브로 봤었는데 너무 소름돋았어요.

그 이전에 저런 플레이를 보였던 선수는 없었으니까요.

원딜은 안정적이어야한다는 인식을 완전히 깨부쉈죠.

하필 그 상대가 안정감의(안정적이다 못해 너무 사린다며 당시 스졸렬이라는 평가를 받던) 대명사였던 스코어라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개인적으로 현재 탑미드바텀 플레이를 정립시킨 선수는 순서대로 마린, 페이커, 데프트라고 생각합니다.
좋은데이
20/09/05 03:18
수정 아이콘
전 어느정도 클래스있는 원딜이면 전성기가
1. 순수 메카닉 쩌는 미친고딩 시절
2. 피지컬도 쩔면서 그걸 활용할줄아는 뇌지컬 탑재(경험 장착)
이렇게 두번 온다고 생각하고 두번중 한번만 제대로 잡으면 된다고 보는데,
12프레이, 13피글렛, 13~14임프, 16~17룰러가 1번 느낌이고, SKT통합시절(15~17) 뱅, 15~17프레이, 현재 룰러는 2번 타이밍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데프트는 1번시절은 13~16(개인적으로는 17까지 포함)느껴지는데 2번이 애매해요.
18~19일수도있고 19~20일수도있는데, 현재까지도 포함이라고 생각해서 높은 성적 찍어주길..
마포고피바라기fan
20/09/05 15:45
수정 아이콘
솔직히 데프트선수 허리가 제일 걱정되긴합니다
drx유튜브 보니까 허리가 많이 않좋다고하던데..
1등급 저지방 우유
20/09/05 07:14
수정 아이콘
흐뭇한 지난날의 기억들..
좋습니다
피우피우
20/09/05 08:07
수정 아이콘
씨맥의 와드혐오 영상은 저도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크크크크
감독이 된 이후에도 저 기질이 좀 남아있는지 적은 수의 와드로 효율적으로 시야를 먹는 플레이를 선호하는 것 같더라구요.
다리기
20/09/05 09:48
수정 아이콘
씨맥.. 시즌2 피즈 장인으로 유명할 때
트롤해서 1600대 내려오더니
딱 저랑 미드에서 붙을때부터 갑자기 피즈로 각잡고 게임하는데
어우 진짜.. 방송나가는거 알고 긴장해서 못하는 아리 종합선물세트 보여주고 깨졌는데 넘 화나서

그담부터 미드할때 피즈만 보이면 후픽 아리 해서 혼내주면서 씨맥 만나러 2000 등반했는데 그뒤론 못만나봤네요.. 부들부들..

데프트도 데뷔전 전날인가 그전날인가 솔랭 5위시절 일반겜에서 한번보고 와! 했는데 프로 상대로도 똑같이.. 대단하더라구요
양파냥
20/09/05 11:14
수정 아이콘
데프트 꼭 롤드컵 우승했으면 좋겠습니다 ㅠㅠ
천지운
20/09/05 11:18
수정 아이콘
18년 kt ig전 밀리던상황에서 성캐님이 데프트를 울부짖으시던거 보고 너무 인상깊어서 이때부터 롤경기는 거의 다 챙겨봤는데 데프트가 우승하는게 너무 보고싶습니다
20/09/05 11:37
수정 아이콘
오늘 결승전에서도 좋은 모습 보여주길. 오늘 이기면 롤드컵도 더 기대될거 같습니다. 데프트는 이제 롤드컵 우승 좀 해줘야할듯. 팬 아닌 분들도 응원하시는 분들이 많네요. 크크 데프트 말대로 올해가 적기인거 같은데, 동생들도 다 끌고가면서 우승하면 본인도 감회가 새로울듯 합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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