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밀히 말하면 지금의 팀 명칭은 GAM 이스포츠로 부르는게 맞습니다만, 아무튼 과거의 마린즈를 전신으로 두고 있는 GAM이 오늘 결승전에서 팀 플래쉬를 상대로 3:0의 압승을 거두며 롤드컵 그룹스테이지 직행 티켓을 따냈습니다.
사실 팀 플래쉬도 기가바이트 마린즈의 옛 유산들(옵티머스, 스타크)을 공유하는 팀이라, 구 기가바이트 마린즈 멤버들 간의 시빌워 느낌도 드는 결승전이었는데, 그냥 순수하게 손가락 차이로 GAM이 압승했습니다. 그나마 1, 2세트는 어떻게 싸우면서 비볐다 느낌도 있었지만 3세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압살당했고 멘탈도 많이 갈려나간 느낌.
구 기가바이트 마린즈의 또다른 유산 팀 플래쉬는 내일 로우키 이스포츠와 롤드컵 플레이인 스테이지 진출을 건 최종전을 치릅니다. 대싱 버팔로는 떨어졌고, 멘탈만 잡으면 팀 플래쉬가 무난하게 롤드컵 갈 거라고 생각하는데, 오늘 너무 대패해버려서 그게 변수가 되겠네요.
제로스(요시노) - 리바이 - 키아야 - 진 - 슬레이(히우3)
상체가 압도적으로 강합니다. 물론 국제무대에서는 지금과는 다르긴 하겠지만, 17 기가바이트나 18~19 스프링 퐁부, 이전의 베트남 맹주들과 비교했을때 올해 GAM의 상체가 가장 파괴적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바텀은 그에 비하면 분명 실력이 떨어지지만, 그때그때 임시방편으로 비원딜 카드와 유미/볼베/럭스같은 특정 서포터들을 잘 활용하면서 버텨왔습니다. 진의 블라디미르 비원딜 성적은 엄청나게 좋고, 오늘 결승전에서는 3연속 캣타워로 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강력한 상체와 꾸역꾸역 버텨온 하체라는 점에서는 여러모로 2018년의 G2를 연상시키는 면이 있습니다. 물론, 세세하게 들어가면 퍽즈와 키아야의 실력을 비교하는것 자체가 불가능하지만요.
미드의 키아야는 2001년생의 유망주로, 서머 초에 영상들 접할때는 긴가민가한 면이 있었는데 최근의 모습과 결승전을 보면 확실히 잠재력 있는 선수라는게 눈에 보입니다. 난전 상황에서도 판단이 빠르고 과감하고, 컨트롤도 좋고, 챔프폭도 넓고. 롤드컵에서 A급 미드라이너를 만나서 라인전부터 박살나지 않는다면 제몫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선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로스의 백업인 탑라이너 요시노도 거의 제로스에 근접한 수준의 재능이라 식스맨 활용의 여지가 큰 팀이라는 점도 강점입니다. 시즌 중에도 실제로 세 명의 솔로라이너, 제로스, 요시노, 키아야를 탑과 미드에 이리저리 돌려 쓰면서 실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일반적인 전술로 자리잡은 탑-미드간의 픽 스왑에서도 매우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팀입니다.
물론 그 무엇보다도 제로스와 리바이의 존재감이 압도적이고, 교전에서 이 두 선수들이 킬을 하나씩 쓸어담기 시작하면, 어떤 강팀들이라도 어어 하다가 휩쓸려버릴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두 선수의 캐리력은 일품입니다. 조금 엉성해 보이다가도 일단 교전에 돌입해서 싸우는 모습을 보면 너무 잘하는데? 하고 감탄이 나오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웬만한 메이저 지역의 강팀이라도, GAM에게 초반 주도권을 내주게 된다면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얻어맞다 완패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팀이 지니고 있는 폭발력, 파괴력이 매우 인상적인 팀입니다. 라인전 구도에서 무난히 찍어누르는게 아니라면 전투에서는 얼마든지 변수를 낼 여지가 있는 팀이고, 리바이가 '이기는 싸움'의 구도를 찾아내고 실행하는데에 미친 재능을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는 작년의 퐁부보다도 국제 무대에서의 경쟁력은 더 강한 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약팀이 단기전 변수를 내기 위해서는 강한 바텀보다는 강한 상체, 특히 정글러의 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조편성까지 봐야겠지만 조금 우호적인 조가 나온다면 얼마든지 8강 가능성을 내다볼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팀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좀 깨알같은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이번 롤드컵의 리바이는 라이엇 TOP20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최초의 베트남 선수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전망도 해봅니다. 베트남의 최고 정글러, 최고 선수가 누구다 당분간 설왕설래 하던걸 복귀하자 마자 한방에 정리해 버리는걸 보면 그냥 다른 베트남 선수들과는 다른 티어에 있는 재능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