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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7/28 00:33:13
Name lovehis
Subject 이제 좀 편해지렴... 무명.
  -1-
  
  "형... 형... 쟤가 임요환 이야."
  
  난 늦은 밤 티브이를 보다가 집에 들어 오는 형에게 티브이 속에 나오는 Boxer를
소개 하였다.

  "게임 중계하네... 그런데 임요환 이라고?"
  
  "임요환 몰라? 요즘 최강이야. 정말 대단해."
  
  형은 잠시 생각하다가
  
  "강도경이 보다?"
  
  강도경선수... 그 당시 형이 알고 있던 유일한 선수였다. 뭐... 형도 나도 '강'씨였기
때문이다.

  "응... 그래."
  
  난 뿌듯한 얼굴로 Boxer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고 있었다.
  
  "...봐봐... 저기 콘트롤...  마린으로 럴커를 이겨. 그리고, 저 드랍쉽... 대단하지?"
  
  난 사실 경기보다도 어쩌면 Boxer에 대한 설명에 열중하고 있는 중 이였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저 저그가 이길 것 같은데..."
  
  난 잠시 설명을 중지하고 경기를 보았다. 내가 Boxer에 대한 칭찬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이미 대세는 저그쪽으로 기울어져 가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나온 'GG'.
  
  "그... 그러네... 그래도 말이지 임요환은 대단해."
  
  형에게는 뭔가 납득이 안되었을 것이다. 진 선수에 대한 칭찬이라니...
  
  "그런데, 저 뚱뚱한 애는 누구야?"
  
  "어... 성학승이라고 하는데... 나도 잘 몰라... 고등학생 이라던데 뭐... 잘하네."
  
  난 그의 얼굴을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2-
  
  황제는 그를 막지 못하였다.
  폭풍도 그를 날려보낼 수는 없었다.

  그는 당당히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3-
  
  난 형과 이야기 할 시간이 있을 때에는 의도적으로 스타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별로 공통점이 없는 성격이고 외모도 취향도 많이 다른 우리 형제이기 때문에 이야기
할 주제가 별로 없었고 그래도 스타이야기가 비교적 무난하기 때문이었다. 형의 스타
실력은 좋게 봐주면 그냥 무한에서 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중하수 정도 수준이고,
하는 운동을 좋아하기 때문에 보는 스타를 즐기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내가 스타
이야기를 하면 누구보다 잘 들어주는 편이였다.

  한참 내가 스타이야기를 하다 보면 형은 나에게 늘 두명의 선수에 대해 물어보곤
하였다.
  
  "그래... 강도경이는 요즘 잘하니?"
  
  그리고,
  
  "거... 누구냐... 학승... 성학승이는?"
  
  난 그 때, 그때 상황에 따라 그 두 선수들의 이야기를 하였다.


  -4-
  
  황제는 떠났다.
  폭풍도 떠났다.
  천재도 떠났다.
  
  그는 묵묵히 남아 그들의 빈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5-
  
  결혼을 한 우리 형... 지금은 집 근처에 신혼 집을 얻어서 살고 있다. 요즘 시한부
백수로 지내고 있는 나는 자주 조카를 보기 위해 그 집에 놀러 가곤 한다. 그러던
저번주 금요일 듀얼 토너먼트 때, 난 형내 집에서 형수님 그리고 조카와 함께 스타를
보고 있었다. 참고로 조카는 3달 되었다. 한참 열심히 보고 있는데 형이 집에 들어오며
내게 말을 하였다.

  "어... 너 아직도 스타보니?"
  
  "응, 형은?"
  
  "안봐..."
  
  
  샤워를 마치고 형은 내 옆에서 나와 같이 스타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다시
그 질문을 나에게 하였다.

  "강도경이는 요즘 뭐하니? 아직 스타하니? 성학승이는?"
  
  난 1년도 넘게 스타 중계를 본적도 스타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는 우리 형이 아직
그 두선수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 정말 신기할 뿐 이였고... 난 또 열심히 두 선수에
대해 말을 하려 했지만, 무명에 대한 이야기 꺼리는 생각나지 않았다.
  
  
  -6-
  
  멸망해가는 왕조의 끝을 지키던 충신.
  어깨 위에 올려진 무거운 짐을 진 채 살아가야 했던 그.
  
  이제 좀 편해지렴... 무명.
  이젠 널위해 날수 있겠지?
  
  아무도 널 욕할 수는 없을꺼야...
  
  -----------------------------------------------------------------------------------------------------------------
  
  무명에게는 뭔가 좀더 근사한 응원의 글을 써주고 싶었는데... 아쉽네요.
  
  대화속에 나오는 선수이름들에 대한 존칭 생략... 이해해 주세요… 안 해주면 도망
갈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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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7/28 00:38
수정 아이콘
잘봤습니다^^ 성학승선수 이제 빛 봐야죠 !
여름하늘_
04/07/28 00:48
수정 아이콘
멋있네요.. 충신 무명.. 성학승선수 , 자신의 의지로 가신 만큼 열심히 하셔서 좋은성적 내실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04/07/28 01:07
수정 아이콘
성학승선수 요즘 뭔가 모르지만 얼굴빛이 좋지 않았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었는데 새로운 팀으로 옮기는군요. 그 팀이 제가 응원하는 팀이라서 너무너무 반갑네요. 뭐 어느 팀에 속하던지 응원하겠지만...(예외는 있죠^^)
팀 분위기에는 빨리 적응해서 다시 예전의 모습 보여주세요. 파이팅.
비롱투유
04/07/28 01:11
수정 아이콘
멋지네요 ^^...
04/07/28 01:32
수정 아이콘
lovehis님...유게에서 주로 느꼈던(ㅡㅡ;;)lovehis님이 아닌것 같아요...후후
멋진 표현이군요...^^
종합백과
04/07/28 01:39
수정 아이콘
존칭이 생략되었어도 충분히 멋진 글입니다. ^^

성학승 선수, 그동안 힘들었을 겁니다. 좋은 환경에서 그 재능을 꽃피워 보길..
04/07/28 01:41
수정 아이콘
헤에... 전 운나빠서 줄 잘못선 운없는놈......이라고 생각해왔건만;;;;

그런 해석도 가능하군요....
안전제일
04/07/28 02:17
수정 아이콘
가끔 짐이라는 것은 능력이상의 것을 발휘할수 있게도 하지만
그것에 짓눌려 가진 능력도 발휘할수 없을때도 있는 것이지요..
그가 맡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빛이 날수 있는 곳에서..이제는 자신이 가진 모든것을 편안하고 즐겁게 우리에게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성학승 선수와 플러스팀 모두 화이팅 입니다!^_^
04/07/28 02:20
수정 아이콘
충분히 근사한 응원이었습니다.
성학승선수의 부족한 몇%를 팀 이적으로 채울 수 있기 바랍니다.
이미슬픈사랑
04/07/28 03:28
수정 아이콘
무명..그동안 참 힘들었겠죠.. 보는 팬 입장에서도 느껴지더군요..
예전에 지피플인가? 하여튼 어디에선가 무명의 인터뷰를 봤던 기억이 있네요. 대충.. 임요환선수도 나가고 홍진호 선수 이윤열선수도 나가고..라고 하며 자기가 IS에 들어오고 얼마지나지 않아 당시 유명했던 선수들이 팀을 다 나갔다고 하며 제가 느끼기엔 약간의 원망과 아쉬움이 섞인 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무명은 어떻게 보면 운도 없고, 어떻게 보면 의리있는 그런 게이머였습니다. 이제 그 자신을 위해 무언가 할때라고 생각되어지네요.
단지 좋은 환경의 게임단에 입단해서 좋다!에서 끝나지 않고 게임에 대한 열정을 다시한번 불태우길 바랍니다. 무명 화이팅!
그리고 lovehis님.. 보다가 순간 울컥했습니다.(못난 나 ㅠㅠ) 글 정말 잘 쓰시네요^^ 부러워요~
harisudrone
04/07/28 03:28
수정 아이콘
형네집에서 형도 없이 형수님과 조카와 함께 스타를 봤다는 게 신기하군요. 머리속에 잘 안 그려지는 ^^;
Naraboyz
04/07/28 03:29
수정 아이콘
충분히 근사한데요?^^(근데 아까1등으로 댓글달았는데 어디갔지..T-T)
Love2seeusmile
04/07/28 04:11
수정 아이콘
저 뚱뚱한 애는 누구냐; 보고 ^-^; 살짝 웃었다는
근데 성학승 선수 어떻게 살뺀걸까요
정말 궁금!하다는
마법사scv
04/07/28 05:00
수정 아이콘
저도 heymen님과 같은 의견입니다.
성학승 선수의 경기를 제대로 본 건, 프리미어 리그 였습니다.
'어? 잘 해왔는데 갑자기 왜 진 거지?' 란 생각이 문득 들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부족한 몇 %를 채울 수 있기를.. 성학승 화이팅!
04/07/28 05:54
수정 아이콘
예전에 겜비씨 'TPZ'에선가 홍진호선수가 이런 말을 한적이 있죠.
어깨 바로 아래를 자꾸 아프게 때려주면 살이 빠진다고 변길섭선수나 성학승선수(방송에서는 길섭이, 학승이라고 했지요)를 보기만 하면 매일 때려준다고 하더군요.

혹, 맞아서 빠진건 아닐지..
-rookie-
04/07/28 08:01
수정 아이콘
박성준, 신정민, 그리고... 무명
이제 곰돌이 저그-_-의 신화가 시작된다! 아자!
달라몬드
04/07/28 08:57
수정 아이콘
성부장님 좋은 실적 아니다 성적 올리고 이사 진급해야죠?
음 살 빼는 비결은 배우고 싶은데...
lovehis님 글은 혼란스러워요 냉탕과 온탕의 반복...(저같이 순발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쫓아가기가 힘들다는...)
04/07/28 09:10
수정 아이콘
첫부분에 오타나신듯.. 제 > 쟤 좋은글에 저게 옥의티네요~
쏙11111
04/07/28 09:26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그리고 가장 안타까운 프로게이머를 꼽으라면 전 주저없이 성학승선수를 꼽으렵니다..
kpga투어였나요? 결승에서 홍진호선수와 경기했는데 기적같은 역전승으로 이겨 오뚝이저그라는 닉넴을 얻었었죠...
그때 이선수의 배짱과 실력이면 틀림없이 프로게이머계를 뒤 흔드리라 생각했었는데 지금의 성적은 그런 저의 예상을 보기 좋게 빗나가게 만드더군요..
그리고 이번에 변은종선수와의 메이져결정전 데토네이션에서의 경기를 봤을때 왜 꼭 이리도 운이 없을까...정말 많은 노력을 했을텐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너무나도 화가나더군요...
더더욱 실력을 기르세요...노력을 해주세요...그래서 운이 얼라이를 풀고 배신을 때리더라도 상대선수까지 싸잡아서 모두 이겨주세요...
다시 한번 예전을 전율을 느끼게 도와주시길...무명 화이팅!!
단하루만
04/07/28 09:36
수정 아이콘
역시 lovehis님의 글에는 무언가의 포스가 느껴지는...
04/07/28 09:53
수정 아이콘
얼마전 경기에서 안색이 검고, 방황하는 눈동자의 그를 보았습니다. 얼마나 안타깝던지요. 이제 게임에만 전념할 수 있게된 상황을 반겨야 되겠지요. 그리고 남은 plus팀에게도 화이팅을 보냅니다.
슬픈비
04/07/28 10:01
수정 아이콘
멸망해가는 왕조의 끝을 지키던 충신.
라는 글귀가 뭔가 비장하네요.
겨울사랑^^
04/07/28 10:32
수정 아이콘
저그 유저중 옐로우를 빼고 좋아하는 선수를 뽑으라면 전 주저 없이 무명을 뽑을 겁니다... 다른 잘생기고 잘하는 저그 유저가 있는데 왜 하필 무명을 좋아할까? 생각해보니 그는 구is의 멤버라는 점이 눈에 띄더군요.. 구is에 있었던 선수들은 지금 다 좋아합니다.. 젤로스... 정말 싫어 했죠... 박서를 힘 한번 못쓰게 하고 3:0 셧아웃 시켜서 제일 싫어하는 유저였는데.. 어느새 좋아지더군요.. -_-;;;
아무튼 성학승 선수... 솔직히, 제가 T1팀에 가장 원하는 저그 유저로 성학승 선수를 말하곤 했는데... 이루어져서 너무나 좋습니다..
이제 다시 부활의 날개를 펼치길 바랍니다... 이창훈 선수랑 같이 ^^
햇살담은 햇살
04/07/28 21:06
수정 아이콘
겨울사랑^^님 // 성학승선수도 충분히 잘생기셨고 잘하십니다....'하필'은 정말 맘아퍼요...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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