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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6/07 15:35:29
Name QWERYrules
Subject [스타2] 2015년 글로벌 파이널때 '초갓' 정명훈을 응원하면서 썼던 글...
티빙. CJ 산하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하지만 우리에겐, 이어지고 또 이어져 온 시대의 낭만과 그 마지막을 대표하는 두 글자가 되었다.

숙적 최종병기를 완벽하게 꺾고, 임요환 최연성 전상욱 고인규… 선대의 모든 영광과 제국의 깃발을 손에 쥔 채 마지막 프로토스와의 일척의 전장에 서다.

또한, 새로운 시대를 향한 기대와 미래를 향한 희망을 담은 환송의 장.

신들의 황혼.

그리고 국본.



이 모든것이 벌써 3년 전의 일. 우리중 누구도 이때를 잊은 이 없으리라. 그때의 뜨거운 열기도, 환희도, 그 승부의 결말도…



종족전쟁의 마침표를 찍을 마지막 전투. 시체매와 레이트메카닉과 함께 패도를 달리던 그의 전쟁은 암흑기사의 서슬퍼런 칼날에 마지막 공성전차가 산화하며 끝났다.

"단 한번도 자신의 시대를 만들지 못했던 허영무가! 이제! 브루드 워 스타리그에서! 혼자 우뚝 섰어요! 이제! 허영무의 시댑니다!!" "손 놨습니다!! 경기중에 손 놨어요!!" "아--GG!!!!"

아니. 끝난것일까.



“이제 스타 1 끝났는데, 스타 2에서는 꼭 준우승 안하고 우승 많이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승자를 연호하는 환호성과 종족전쟁 종결의 비보와 아쉬움에 가려, 많은 이들이 기억 하지 못했을 한마디.

그 한마디 흐린 기억속 약속 하나 남긴 채,  그의 곁에서 종족전쟁은 끝났고, 자유의 날개가 펼쳐졌다.



병행

군단의 심장

STX,웅진

떠나 보내는 자와 떠맡는 자.

해후의 통신사 결전.



그리고



2015년 10월. 그와 이 판은 어떻게 바뀌었는가.



낭만과 영광을 추억하던 이들은 다시 과거로 돌아갔다.

시대를 밝게 비추던 거성 뒤에서 기회를 옅보던 신성들은 어느세 새로운 시대의 당당한 주역이 되었다.

무대를 준비하던 방송사도 바뀌었으며,  어느세 그는 그에게 국본이라는 상징을 선사했던 제국의 깃발마저 박차고,  방태수와 함께 해외 팀에 몸을 맡겼다.



영광을 뒤로 한 채 인간 정명훈. 테러리스트. 그리고 시작된 자신과의 싸움.

함께 영광스러웠던 과거로 돌아가, 추억을 곱씹으며 살자던 회유조차 뿌리친 채 그가 시작한 싸움.  신성들에 가려 기회가 없었던 개인리그를 향한 도전.



2015년의 그의 모습은 누가 뭐라 하던,  어느 누구보다도 ‘프로게이머’라는 직함에 어울리는 멋진 모습이였으리라.

끝없는 도전과 참패. 8강의 벽. 5세트의 정명훈. 그럼에도 다시, 또 다시한번.



해는 차면 기운다. 그렇게 다시 찾아온 황혼.

종족전쟁에 끝이 있었듯이, 파란만장했던 군단의 심장에도 끝이 찾아왔다.



2015 WCS 글로벌 파이널. 그에게 찾아온 마지막, 그의 게이머 인생을 걸고 모든것을 보여줄 최적의, 최후의 기회.



2015년 10월 6일 18시 30분 TieBreaker Match. 강남 삼성동 프릭업 스튜디오 정명훈 VS 고석현

양 선수의 WCS 포인트는 3025 완벽한 동점. 마지막 16인의 자리는 오직 여기서 승리한 자에게만 허락된다.

상대는 그와 마찬가지로 종족전쟁때부터 게이머의 길을 걸어온 노장 ‘고베르만’ 고석현. 브루드 워였다면 상대조차 되지 않았을 그도 이곳에서는 호각지세.

아니, 그런것은 이제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고석현에게도 정명훈에게도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았다는 것.  쌍방의 승리를 향한 의지는 서로의 인생의 그 어느 때보다도 간절했으리라.

어느세 노장이 된 둘의 의지가 부딪치는 싸움.



그러나 그에겐, 죽도록 오기 싫었던 5세트.

떨리는 손으로 마우스를 쥔 채 맞이한 그 전장의 이름 테라폼.



망설이고 또 망설인다. 그 또한 한명의 사람이기에.  보이지 않는 재액에 몸서리치는 사람이기에. 종족 전쟁에서도, 군단의 심장에서도 승리의 여신은 언제나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 했을 때만큼은 그에게서 눈을 돌렸기에. 혈투의 끝은 언제나 나락이였기에. 그의 눈에서 패기가 사라진다.

과거 최종병기의 기상에도 아랑곳 않고 저돌맹진하던 그의 공격성이 시들어간다. 자신을 믿지 못하고, 확실한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  누가 보더라도 유리한 상황에서도 주저한다.

우여곡절 끝에 모인 정명훈의 대선단. 함대는 오직 사령관의 명령만을 기다린다.

적에게 시간을 더 주어선 안된다. 그랬다간 교활한 살모사들에게 전 함대가 찢겨나가고 만다. 적의 부화장을 격퇴하고,  울트라리스크에겐 야마토 포를 내리꽂는다. 상대방이 원하는 싸움을 허락하지 않는다.  상대를 맞이하지 않고, 내가 상대를 끌어낸다.  다만 긴장을 놓지 않고. 마지막 한번의 전투를 위해.

그리고 막 변태를 시작한 고석현의 12시 부화장.

정명훈은  그랜드 파이널을 위해 이곳을 내줘선 안된다

고석현은  그랜드 파이널을 위해 이곳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운명의 12시 전투. 공성전차 군단이 적을 맞이할 준비를 채 끝마치지 못한 시점에 울트라리스크 무리의 불의의 습격을 받는다.  흑구름이 피어나 시야를 가리고, 히드라리스크의 가시등뼈가 쇄도한다.

이에 맞서 국지방어기가 명멸하며 테라폼의 하늘에 가는 빛줄기를 수놓는다. 추적 미사일이 날아가고, 야마포 포가 폭발한다.

분명히 이때까지도 그는 승리를 확신하지 못했으리라.

황사같은 흑구름이 걷히고 고석현의 인구수가 41까지 떨어졌을 때까지도 말이다.

언제나 그를 옥죄였던 마지막 5세트이기에.

기회를 손에 쥔 자 정명훈.

바라건데, 나는, 우리는, 당신은 기억한다. 3년전 그날의 흐릿한 약속을.

종족전쟁의 최후의 순간 당신에게 등을 돌렸던 승리의 여신은 어느세 저 바다건너 에너하임에서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다시금 마지막 한장의 빛바랜 조커를. 한마디의 죽창처럼. 최후의 군단의 심장. 승리의 여신의 심장을 당신이 움켜쥐기를.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의 인생을 건 도전이기에. 흘러갔던 과거의 사람들과 현재를 사는 사람들 모두가 당신의 도전에 주목할 것인즉,



그날이 오면 우리는 한 데 모여 웃으리라.

---------------------------
제가 pgr21이라는 사이트에 가입하게 된 계기는 사실 '한니발' 이라는 닉을 쓰시는 명필가의 글에 빠져들었기 때문입니다.

미숙하게나마 그분의 글을 흉내내면서 썼던 글인데, 마침 이런 글을 썼던게 생각이 나서 올려봅니다.
물론 이때의 타이브레이커 매치는 정작 한국어 VOD조차 어딘가 간데없이 사라져버린데다, 정작 2015 글로벌 파이널에선 16강에서 김준호에게 패해 떨어지고 말았지만요...

그리고 정명훈 선수. 전역하시면서 여러모로 큰 고민 하셨을텐데, 스타크래프트 2 선수로 돌아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3년전, 변변한 우승 하나 못했어도 누구보다 가장 '프로'다웠던 정명훈 선수를 보았기에, 아직까지도 행복한 꿈을 꿀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정명훈선수의 행보를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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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이뻐쟤이뻐
18/06/07 15:54
수정 아이콘
정명훈 선수 2008 인크루트 스타리그에서
36강때 이윤열을 잡았고,
8강 때 박성균을 상대로 3세트에서
2세트에서 본인이 당한 전략(밀봉 전략) 그대로 돌려주었던 모습,
4강에서 이영호를 잡고 올라온 김준영 선수를 상대로
1세트 플라즈마에서 메카닉을 시전하는 모습 등을 보면서
팬이 되었습니다.
항상 이영호 선수에게 밀리는 모습이었지만, 이후 그걸 훌륭하게 극복해내었죠.
전역하신다니 반갑습니다.
스타2에서도 좋은 모습 보여주시길 기원합니다.
18/06/07 16:21
수정 아이콘
정명훈 선수 하면 그 화승과의 프로리그 결승전 1, 7세트가 제일 먼저 생각납니다. 트라이애슬론이었던가요?
저 개인적으로는 이영호 한상봉의 투혼 이전 레이트메카닉의 진정한 효시라고 생각하는 1세트. 그리고 손주흥 선수가 정말 기적같이 에이스 이제동에게 이어준 마지막 세트의 승부수...

물론 동빠였던 저는 그저 눈물만..ㅠㅠ
쟤이뻐쟤이뻐
18/06/07 17:53
수정 아이콘
08-09 프로리그 결승전은 2일 진행되었고
정명훈 선수는
첫째날 1세트 아웃사이더에서 이제동을 잡고
둘째날 7세트 (네오메두사 아님 메두사)에서 이제동을 벙커링으로 잡았죠.

손주흥 선수가 도재욱 선수를 잡은 경기는
둘째날 6세트 황혼의 그림자라는 맵입니다.
- 참고로 티원팬으로서 다 끝났네 하고 싶어서 편하게 봤는데 갑자기 손주흥 선수가 명경기로 잡아내서... 철렁했던 기억이 있네요.
트라이애슬론은 살짝 1,2년 뒤 맵일 겁니다. MSL 맵인것만 기억나네요.
18/06/07 18:10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아웃사이더. 3인용 맵이었던 것만 기억나서 트라이애슬론인가 싶었네요.

이제동이 피니시만 남은 상태라고 여겼는데 계속 팩토리 늘리고 메카닉 모으면서 결국 역전한 경기.
개인적으로는 이 경기가 레이트메카닉의 효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동빠라 손주흥 도재욱 매치 남았을 때 그냥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끝내 에결로 이어졌을 때 현실로 눈물 찔끔이었는데, 이어지는 벙커링....
18/06/08 22:29
수정 아이콘
그때 손주흥이 유리해지기 시작하니깐 이제동이 이어폰끼고 서브컴으로 손 푸는 모습 나오니깐 사람들이 모두 환호했죠

그리고 출전해서 얻어맞은게...
18/06/07 18:02
수정 아이콘
국내도 좋지만 해외로 나가서 방명록 다시 한번 봤으면 좋겠습니다
글로벌 파이널에서 만나는 것도 좋겠지요
18/06/07 18:04
수정 아이콘
정말 스타2로 복귀해서 너무 고맙고 응원하겠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돈키호테
18/06/07 18:51
수정 아이콘
좋은 소식이네요 부디 티어1 우승컵 꼭 얻길바랍니다.
미즈키 나나
18/06/07 20:09
수정 아이콘
정명훈 선수 참 스타1 시절에는 밉기도 했던 선수였는데.... 스타2에서의 투혼을 보며 진심으로 팬이 되었습니다. 복귀 너무너무 고맙고 축하합니다! 앞으로도 멋진 모습 많이 보여주길 바래요!!
라라 안티포바
18/06/11 02:13
수정 아이콘
한니발님 저도 기억나네요. 특유의 오그라듬이 과거 pgr분위기가 많이 녹아들었던 글이었죠.
저도 스타1때 정명훈 선수가 좋았고, 군 전역 후에도 스타2로 복귀한다니까 참 반갑고 오랜만에 스2봐야할까 싶습니다.
QWERYrules
18/06/11 13:23
수정 아이콘
실화를 마치 판타지 소설처럼 풀어낸 그 느낌이 신선하더라구요. 물론 실 관계자가 그 글을 보면 오그라들 것도 같지만요.
DAUM 스타리그글이 생각나서 오랫만에 다시 읽어보면서, 송병구와 박정석의 세대교체 부분에서 소설같은 감동을 느낀 바로 며칠 뒤에 무 프로리그 애프터 kt 술먹방에서 당시 매치가 끝난 후 송병구에게 밀린 술값이야기가 나왔을때의 그 느낌이란...
하여튼 그분 글이랑 제 글을 비교해보면.... 역시 글 잘쓰는것도 상당한 노력과 능력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Ps. 정명훈 선수는 지금 gsl 시즌3를 위한 맹연습중이라는 소문이 들립니다. 부디 본선에서 꼭 볼 수 있길 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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