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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4/06 05:13:47
Name La La Land
Subject [LOL] 학창시절 스타1 하던 이야기




스타크래프트가 한국에 출시되고 PC방 붐을 일으켰던 그때......

과도기의 1시간 2~3천원 하던 시대에는 어린 나이에 돈이 없어서 못갔었는데요.

순간 시간당 500원 하던 PC방이 우후죽순 처럼 생겨서 방과 후 친구들과 무한맵 20분러쉬로 즐기고

선불시간 10분 남으면 저글링 블러드, 젤다를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땐 여러 싱글 PC게임도 많이 즐겨서 삼국지6, 툼레이더, 코만도스, 레드얼럿 등등 여러가지 겜을 즐겼던 기억이 납니다


본격적으로 스타에 발을 담근건 중학교때였습니다.

학교에서 니가 짱이네 내가 짱이네 하면서 투닥투닥 하던 시절이었죠.

그래도 스타는 일찍 시작한 편이라서 중상위는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또 꼴에 승부욕이 있어서

집에서 전략연구 했던 기억이 납니다(pgr도 가입한 커뮤니티 중 하나였죠)

모니터에 7.5프로브 10.5게이트 13.5 사이버 첫번째 질럿....뭐 이런거 막 포스트잇으로 붙여놓고 배틀넷에서 전략 전술을 갈고 닦은 후

다음날 학교가서 방과후에 친구들 깨부수던 시절이었죠.

그러다가 어느 덧 학교에서는 저를 당해낼 친구가 없었고

그건 고등학교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중학교때부터 프로토스 스승님이라며 스승님 사부님하며 스타 가르침(?)을 받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에게 불독토스라고 요즘 핫한건데 알려줄까? 너 FD라고 알아? 페이크 더블이란건데....하면서

빌드를 사사(?)해주곤 했죠. 하지만 아무리 빌드가 좋아도 시전하는 사람의 실력이 낮으면 어쩔 수 없는법

아마 중간에 전적 세는건 너무 많아져서 잊었지만(유치하게 그걸 다 세다니 참.....)

아마 백단위가 넘어가는 전적에서 저는 단 한번도....날빌로도 져본 적이 없었습니다.

중간 중간 카운터스트라이크, 카오스로 외도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제 근본 게임(?)은 스타크래프트 였습니다.

그렇지만 외도가 길었던 탓인지....... 처음으로 그 친구에게 지던 때가 기억납니다.


프프전이었는데 정찰 후 저는 원게이트 테크를 탔는데 친구가 투게이트로 빡쎄게 질럿으로 입구를 공략하더군요

질럿 소수에 드라군이 딱 나온 타이밍이었는데 모르겠습니다. 평소보다 컨트롤이 안됐습니다. 졌습니다.

몇백판 이기다가 처음 졌는데 친구가 겁나 놀렸습니다.

그 할아버지 바둑하는 짤 (총전적 99패 1승, 최근전적 1승 '너 바둑 X밥이잖아)이 만약에 그때 있었으면 매우 적절했을 겁니다.

컨트롤 실수 했다고 두번째 판 갔습니다. 저도 투게잇 친구도 투게잇이었는데 질럿 컨트롤에서 또 졌습니다.

제가 입구에서 지키고 있는데 졌습니다.

그렇게 내리 3판을 지고 나니 어마어마한 스트레스가 몰려오더군요.

별것도 아니었습니다. 이게 무슨 어디 대회 결승전도 아니었습니다. 그 흔한 공방도 전적이 남는데 전적도 남지 않는

그냥 친구간의 대결이었습니다. 그런데 완전 무결한 압도적인 차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따라잡힌건가? 라는 생각이 드니

너무 분했습니다. 학교 가서는 마우스 핑계를 댔습니다. (바꾼건 사실이긴 했습니다. 쓰던 마소구형이 망가졌거든요)

핑계는 핑계였습니다. 물론 각잡고 다른 게임 외도를 접고 하니....7:3 정도로 이기긴 했으나

100:0이었던 그 실력차는 아니었습니다. 빌드가 갈려도 두들겨 패던 그 실력차가 아니었습니다.

티는 내지 않았지만 너무 분했습니다. 너무 짜증났습니다. 그래서 더 칼을 갈았는데 졸업이 다가왔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재수를 하고 대학에 가고....대학에 가서도 등록금을 벌어야 했기에 과외 뛰고 알바도 하고....

군대를 가고....게임은 어느덧 저에게 멀어졌습니다. 가끔 친구들과 술마시고 피씨방가면 4:4 헌터, 4:4 빨무를 하긴 했지만

스타도, 카오스도, 카스도 이런 실력 싸움겜(?)을 하기엔 시간도 없었고 여유도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먼 과거에 제자였던 그 친구에게 몇 년 만에 카톡으로 연락이 왔습니다.

오랜만이라고 안부를 묻는 것도 아니고 딸랑 온 메세지는

'야 아직도 스타하냐?'



그리고 오랜만에 만나서 스타를 했습니다.

7:3? 에이...0:10이었습니다. 스타를 안한지 오래되서 빌드도 너무 발전했고, 그 친구는 고등학교 졸업하고도 꾸준히 스타를 해왔습니다

저는 마XX이후 리그도 끊었는데 그 친구는 BJ들 방송까지 보면서 계속 했더군요.

그 친구를 만나기 전까진 게임을 안했어도 했던 가락이 있어서 어쩌다 스타 하게되면

그래도 스타부심좀 부리고 실제 남다르게 했었는데 철저하게 무너졌습니다.

이젠 다시 복수할 기회도 없을겁니다. 앞으로 스타1을 그렇게 열심히 할 시간도 열정도 없을 예정이니까요.
(당시엔 롤에 불타고 있었긴 합니다??)

그렇게 학창시절 부터 가지고 있던 나만의 왕좌(?)를...졸업후에도 내려놓을 기회가 없다가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진짜 아무것도 아니고 단 1원의 가치도 없는 나만의 타이틀(?) 이었는데도.....나는 사회생활하느라 그런거다라는

명백한 이유가 있었음에도....그걸 내려놓는다는게 참 안타까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이유가 있어서 홀가분 하긴 했어요



그런데 말이죠

전 세계에서 알아주는 왕좌에 앉아있던 선수가 있습니다.

KT 롤스터와의 경기에서 지고나서 페이커의 시대는 끝났네 뭐네 하는데

사실 제가 보기엔 페이커가 다른 미드라이너들에게 따라잡힌 건 꽤나 오래되었습니다.

2렙솔킬, 3렙솔킬 내던 그 시절을 지나, 그냥 가둬놓고 두들겨 패진 못해도

더 성장 잘 하고, 딜 더 많이 넣고, 한타 더 잘하고 했던 시절도 지나...

아직도 탑급 미드라이너는 맞지만 비슷한 체급이 여럿 있던 시기부터 따지면요.


저는 친구에게 3연속 패배를 당하고 나서도 7:3 정도의 전적을 유지했을때의 스트레스를 기억합니다.

분명 내가 더 많이 이기는데 그럼에도 너무나도 스트레스였어요. 한판도 못이기다가 이젠 열판하면 세판을 이기던 친구는

저랑 게임하는 것 자체가 개이득이었습니다. 이기면 대박, 져도 뭐? 마치 패널티킥 막는 골키퍼와 같은 입장인거죠

반대로 저는 패널티킥 차는 키커의 입장이라 이기면 본전, 지면 진짜 뭐 되는 압박감이었습니다.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심지어 피씨방 동네대회도 아닌 '나만의 DIY 왕좌'에서도 그렇게 스트레스 받는데

전세계급 왕좌에 앉아있던 페이커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물론 16년 잘나갔고 17년도 절반의 성공은 거뒀지만.....그런 남들에게 비교하면 우월한 성적 앞에서도

아마 최강자의 고독은 있었을겁니다.

그 부담감....압박감...스트레스...전 페이커 선수가 느끼는 것의 한 10억분의 1 정도를 느껴봤지만 어떤 종류인지는 압니다

그래서 응원하고 싶네요. 17년의 눈물을 보고 18년을 기대했지만 아직은 기대에 못미치는게 사실입니다만....

이젠 기대치를 조금 줄이고, 마음 놓고 응원하고 싶네요.

일궈논 업적이 있어서 그거 내려놓기 힘들다는거 압니다. 아마 주변에서도 내려놓지 못하게 할거고

바라보는 사람들도 그럴겁니다. 근데 제 10억분의 1 경험상 그거 내려놔야 게임이 더 잘되더라구요

압박감 부담감 있으면 그 단순한 질럿 컨트롤도 안되서 입구 뚫리고 지더라구요

받는 돈이 있는데 즐겜하란 소리는 아니구요. 편안한 마음으로 게임해서 다시 날아올랐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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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화산
18/04/06 07:55
수정 아이콘
글과 내용이 좋네요. 추천 드립니다. ^^
La La Land
18/04/06 10:42
수정 아이콘
글을 워넉 못써서 자삭할까했는데
추천주셔서 감사합니다
18/04/06 08:15
수정 아이콘
캬 근데 불독토스 시절에 FD라 안부르고 대나무류라고 부르지 않았나요 ?!
스타 넘 좋아요
La La Land
18/04/06 10:42
수정 아이콘
불독토스랑
정식fd랑은 시기차이가 좀 있죠
그냥 이런저런 빌드가르쳐줬다 정도로 받아들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스타 넘 좋아요(?)
18/04/06 11:48
수정 아이콘
저도 작년말까지 손스타를 해서 .. 스타 재미있다구요 크크크
불독토스 시절은 진돗개테란? 이었는듯요 이름도 참 촌스러운 크크
18/04/06 09:08
수정 아이콘
저도 학창시절 기억 나네요

저는 테란에 토막이었고
친구는 토스에 저막이어서

제가 테란으론 도저히 못이길 것 같아서 그친구랑 할때만 저그를 했었는데..
크크 오늘 스타한판하자고 연락해봐야겠네요
La La Land
18/04/06 10:45
수정 아이콘
글 본문중에 스타하냐고 연락왔을때

내가 몇년을 제대로 안했어도

넌 이긴다 크크 라고 생각했었다가 참교육 당했습니다ㅠㅠ

반면 wcg 국대선발전에서도 꽤나 높은 라운드까지 가고 온라인연습생도 했던 친구는

10년만에 하는 스타에서 구시대 유물 빌드로도 매섭게 하더군요

전 손 문제인걸로....
뽕뽕이
18/04/06 11:25
수정 아이콘
저는 당구를 고등학교2~3학년 무렵에 에버리지 200으로 친구들을 평정했었는데
20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 저는 아직도 200이고 저한테 배우던 친구몇몇은 300넘게 치네요 흐흐
콩탕망탕
18/04/07 10:41
수정 아이콘
고등학생때 200점 치셨으면 대단하셨네요..
저 고등학교때도 그런 친구가 있었는데, 당시에 그게 어떻게 가능했을지..
군 제대후로 지금까지 20년째 150점인 저에게는 너무나 멀게 느껴집니다.
하나의꿈
18/04/06 11:25
수정 아이콘
99년쯤 진짜 스타1 흐흐. 그 시절엔 무한맵에서나 하면서도 왤케 승부욕이 강했는지. 라이벌인 친구한테 지기라도 하면 그날은 잠도 안왔죠. 스타뿐만 아니고 쉬는시간에 하는 농구축구도 안질려고 목숨걸고 하던때. 지금은 그때의 초록새록한 승부욕있던 시절이 그립네요.
18/04/06 12:49
수정 아이콘
친구랑 할 때 처음 한두판은 이겨도 져도 재밌는데, 한쪽이 3승하면 좀 안좋아집니다 크 그럴땐 팀플로 분위기 전환해줘야죠.
18/04/06 14:45
수정 아이콘
왜 카테고리가 롤이지 싶었는데...크크크

저도 조금 비슷한 경험이면서도 별로 안 비슷한 경험이긴 한데

초5때 스타1을 첨 접했고 20대 중반정도까지 쭉 나의 베이스 게임은 스타1이였습니다

물론 중간중간에 포트리스, 카트라이더, 워크 유즈맵, 라그나로크 온라인 등 하긴 해왔지만 베이스는 항상 스타1이였죠

그리고 겜 하는 마인드도 주변 친구들이랑은 달랐어요

주변 친구들은 그냥 원래 지들 하는 게임 (디아블로 등) 하고 가끔 친구랑 "같이 피시방 왔으니 스타나 한두판 고고?"

이래서 하는거였고 해봤자 무한맵 (그당시의 무한 맵은 자원 겹쳐져있지도 않았음...크크) 해서

빌드 그딴거 없고 그냥 방어방어방어방어방어방어 200캐리어, 방어방어방어방어방어방어방어 200배틀크루저

이런 식이였죠...

하지만 저는 대회 맵 같은데에서 프로들 하는거 보고 배우며 빌드를 깍아나갔고요

빌드 깍는 플레이를 중학생때부터 했었습니다

그렇게 중학교 때 스타를 제패하였고 동네 피시방 가서 예선 치르고 학교 대표로 지역 스타대회도 나갔었던 기억이 나네요

고등학교때도 마찬가지였어요

고등학교 쯤 되니까 스타 잘 하는거를 좀 더 부러워하는 눈치더라고요

왜냐면 그때가 스타리그 부흥기였기도 했으니까요

여튼 그렇게 세월이 지나고 20대 중반때는 과감하게 스타1 끊고 스타2를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20대 후반쯤부터 문득 드는 생각이...

아무리 지금 하는게 스타2이긴 해도 내 10대 후반때의 피지컬보다 더 퇴화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였어요 ㅠ_ㅠ

그러다가 좀 더 세월이 지나고 명절날 외갓댁에서 외가 사촌동생들이랑 게임 얘기를 하다가

"야 형 나이 초등학교4학년인가 5학년 그 쯤에 국내에 피시방 처음 생겼을거야~"

하면서 1세대 피시방 이야기 썰부터 스타얘기를 하게 되었고 스타1 제패하던 썰도 사촌동생들한테 썰을 풀었었죠

그래서 지금 20대초반인 사촌동생들이 좀 있다 피시방 가면 스타 한번 해보자 하더라고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어요

'쫘식들 10살정도 차이 나는 쟤네들한테는 스타1은 그냥 민속놀이정도일테니까 다른 겜을 더 많이 접하느라 스타1 경험은 별로 없겠지?

그래도 내가 스타1+스타2 경력 다 합치면 20년 가까이 되고 옛날에 스타1으로 짱 먹던 시절이 있었으니...'

하면서 무한맵에서 나1:사촌동생2로 했습니다

사촌동생 중 한명은 전략겜을 거의 안 해서 그런지 많이 못 했는데 한 녀석이 꽤 하는거에요

그래서 계속 졌습니다...크크크... 결국 걔는 빼고 1:1로도 해봤는데 또 졌습니다..크크크 ㅠㅠ

알고보니 이녀석 간간히 아프리카 같은데서 무한맵만 주구장창 하는 bj 방송 자주 보고 또 자주 한다고 하더라고요...

리마스터 되면서 유닛 더블클릭 씹힘 현상 + 나이 먹음으로 인한 피지컬 하락 + 스타1 끊은지 5년 넘음이 패배요인인 것 같아요

줸장...크크크 그렇게 동생들한테 스타1 제패썰을 풀어놨었는데..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
La La Land
18/04/07 03:03
수정 아이콘
사실 페이커 응원글인데 아재들 스1 추억팔이가 되어버렸군요 흐흐

그래도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라이언
18/04/07 10:40
수정 아이콘
와~ 스타글을 빙자한? 롤 글이네요 크크
좋은글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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