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681년.
불가르 족이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고자, 당시에는 로마의 영토였던 다뉴브 강 유역으로 남하하였다.
로마는 대대적으로 군대를 일으켜, 이러한 불가르 족의 움직임을 막아세우고자 하였다.
다뉴브 강 유역이 불가르 족에게 넘어가면 로마는, 다뉴브 강이라는 천연의 방벽을 잃어버리게 되므로.
당대의 황제, 콘스탄티누스의 증조부인 콘스탄티누스 6세가 직접 나설 정도로, 로마는 총력을 다했다.
그리하여 불가르 족과 로마가 맞부딪친 장소가 바로, 온갈(Ongal).
불가르 족은 유목민답지 않게 단단했다. 그리고 유목민 특유의 기동성 또한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불가르 족의 일군은 온갈에 목책을 쌓고, 주위가 습지라는 점을 활용하여 로마 군의 발을 묶었다.
나머지 병력은 가벼운 무장으로 말에 탄 가운데 로마 군의 후방을 기습, 지속적으로 괴롭혀줬다.
결국 로마 군은 지지부진한 전과로 인한 사기 저하, 보급의 한계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졌다.
이후 로마는 불가르 족에게 다뉴브 강 유역의 지배권을 양도, 굴욕 속에서 콘스탄티노플로 후퇴하였다.
불가르 족의 나라, 불가리아는 이렇게 탄생하였다.
그로부터 100년이 넘은 지금.
[로마를 되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세력을 더 키워내야 한다.]
40줄에 접어들어, 머리숱이 희끗희끗해지기 시작한 콘스탄티누스가 지도를 보며 말했다.
아시나 가문으로부터 독립하는데 성공, 이제는 대초원의 강자로 발돋움한 콘스탄티누스.
그러나 가문의 숙원, 로마의 탈환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보다 더 많은 힘이 필요했다.
찬탈자들은 여전히 부유하고, 그들을 지탱하는 군대의 사기와 위용 또한 여전히 강성하니까.
따라서 확장이 필요했다. 더 많은 사람, 더 많은 목초지가 필요했다.
[북녘은 동토의 땅, 말이 뜯을 풀이 충분치가 않다. 또한 남녘은 척박한 산지, 마찬가지로 말을 기르기에는 적합하지 않지. 동녘? 아직은 아시나 가문의 혼란이 지속되도록 내버려둘 필요가 있어. 공연히 저들이 단결할 여지를 줄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오로지 서쪽 방면 하나 뿐.]
콘스탄티누스는 생각했다. 동서남북, 이 네 방향 가운데 자신이 가야 할 곳이 서쪽이라는 사실을.
하지만 서쪽에는 삼촌으로부터 왕위를 빼앗은 불가리아의 '찬탈자' 왕, 크룸이 위세를 떨치고 있다.
크룸과, 그의 군대를 물리쳐야만 서쪽으로 향하는 길이 열리게 될 터.
[세상사가 참 기묘하구나. 선조들의 싸움을, 서로 정반대의 입장에서 다시금 시작하게 될 줄이야.]
콘스탄티누스의 불가리아 침공은 이렇듯, 옛 기억에 대한 묘한 반향과 함께 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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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스탄티누스에게 인구와 영토를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던 마자르가, 분열했습니다.
아무래도 내부에서 일어난 반란이 성공한 모양입니다. 뭐랄까, 맛있는 도시락이 두 개로 늘어난 기분입니다.
[콘스탄티누스 : 하나로 힘을 합쳐도 부족할 판에 스스로 쪼개지는 길을 택하다니, 어리석구나.]
뭐, 기왕에 제공된 도시락, 맛있게 까먹고 무럭무럭 자라도록 합시다.
[콘스탄티누스 : 너희 부족민들 입장에서는 힘없는 그대의 지도자들보다는, 오히려 나에게 의지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두 도시락 중 하나는 끝까지 반항하다가 짓밟혔고, 나머지 도시락은 알아서 항복했네요.
그 사이, 콘스탄티누스는 나이가 한참이나 차이 나는 연하의 아가씨와 로맨스를 즐깁니다.
[콘스탄티누스 : 그간 열심히 달려왔다. 이제는 잠시 쉴 때도 됐지.]
한편, 콘스탄티누스가 휴식을 취하는 사이에 휘하 부족 간에 분쟁이 발생합니다.
[쇼아나 부족 : 네 이놈들, 감히 우리 부족의 땅을 멋대로 침범했겠다!]
[할라니 부족 : 무슨 소리! 너희들이 먼저 우리 땅을 넘보지 않았더냐!]
지금 클랜 창을 보시면 두 부족이 서로 빨간 줄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보이실 겁니다.
이건 제가 초반부에 설명드린 적 있는
[Declare Feud]를 AI가 실행시켜서 이렇게 된 것인데요.
봉건정과는 달리 유목정에서는 당사자들이 알아서 그만 싸우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Declare Feud]는 쉽게 말해 원수 지정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상대 부족을 박살내고 싶을 때 쓰게 되죠.
휘하 칸의 경우에는 이걸 쓰면 부족 내부의 경쟁자를 쓱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카간은 저걸 써서 얻을 수 있는 메리트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봉인하는게 현명합니다.
반대로
[Form a Blood Oath]가 있는데, 이건 징기스칸과 쟈무카의 이야기로 유명한 안다의 맹세를 맺는 겁니다.
단 하나의 부족을 상대로 맺을 수 있는데, 일단 한 번 맺으면 플레이어가 죽을 때까지 배신하지 않습니다.
[콘스탄티누스 : 무릇 초원에서 남들 위에 서려면 싸우는 법을 이해해야 한다. 아들아, 너는 칼을 잡거라.]
삶의 길 DLC에서 나온 요소죠. 교육 방향 정하는거.
저는 무력을 높이는 쪽으로 골랐습니다. '강한' 트레잇의 효율을 극대화시키는 건 역시 무력이죠.
서쪽으로 향하기 전, 콘스탄티누스는 배후를 안정시키고 코카서스 산맥 주변 땅을 차지하기 위해 아르메니아를 칩니다.
[콘스탄티누스 : 사위가 적의 발걸음을 잘 묶어놓고 있군.]
콘스탄티누스의 사위가 선봉에서 본인의 부족 병력을 이끌고 전쟁에 임하고 있네요.
아르메니아의 왕, 아쇼트는 콘스탄티누스의 침공 소식에 빠르게 병력을 편성하여 대응합니다.
하지만...
로리의 땅에서, 양 군이 크게 붙습니다.
사위의 선봉이 적 군대를 들이치고, 뒤이어 콘스탄티누스의 본대 병력이 합류하면서 아르메니아의 중앙군은 삽시간에 분쇄됩니다.
결국 아쇼트는 콘스탄티누스에게 항복의 의사를 드러냅니다.
[아르메니아의 왕 아쇼트 : 우리가 대체 무슨 죄를 지었더냐...! 도대체 왜, 나의 나라, 나의 신민을 핍박하는 것이냐...!]
아쇼트 왕으로서는 억울할 따름일 겁니다. 콘스탄티누스에게 딱히 원한을 살 짓을 하지도 않았는데 두들겨 맞으니까요.
이제 아르메니아도 한 번 정리해줬겠다, 서쪽으로 진군하려는 콘스탄티누스.
불가리아의 왕, 크룸과의 운명적인 싸움을 예상하며, 콘스탄티누스는 결의를 단단히 합니다.
그렇지만 콘스탄티누스가 예상한 빅매치는 끝내 실현되지 못합니다.
[불가리아의 왕 크룸 : 아들아, 콘스탄티누스를 조심하거라... 그는... 네가 쉽사리 상대할 수 있는 자가...]
[불가리아의 왕 오모르타그 : 아버지...]
전장에서 항상 앞장서서 싸우던 불가리아의 왕 크룸.
그가 전투 중에 입은 치명적인 부상으로 그만 숨을 거두고 만 것입니다.
첫 스샷에서 빨간 박스 안에 있는 가면은 크룸의 얼굴이 완전히 망가졌음을 의미합니다.
Disfigured라는 트레잇이 붙으면 저렇게 되는데, 안면이 통째로 갈린 수준의 중상을 나타냅니다.
아마, 전투를 하다가 안면에 큰 부상을 입고 죽은 모양이네요. 사신의 수확 DLC에서 추가된 트레잇입니다.
크룸의 뒤를 이은 이는 그의 장남, 오모르타그.
그러나 그는 아둔하여, 아버지의 기량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암군이었습니다.
건곤일척의 싸움을 기대하던 콘스탄티누스로서는 허탈할 수밖에 없는 순간입니다.
[콘스탄티누스 : 역시, 신의 뜻 앞에서 사람의 능력 따위는 무용지물이란 말인가.]
이 무렵, 장남 마누엘이 드디어 성인이 되었습니다.
[마누엘 : 아버님과 같은 위대한 카간이 되고자 합니다. 부디, 지켜봐주시길.]
마누엘은 전반적으로 정말 잘 컸습니다. 무력이 19면 이 근방에서는 비할 데 없는 무력 깡패입니다.
교육 트레잇이 3단계인 것은 다소 아쉽지만, 저건 그래도 전쟁터에서 굴리다보면 성장하는 트레잇이니까요.
이제 장군 직을 포함해 각종 명예직을 달아줘서 빠르게 명예를 올리게만 해주면 후계 구도가 완성되겠네요.
한편, 콘스탄티누스 휘하 봉건정 가신들 전원이 힘을 합쳐 반란을 일으킵니다만...
[데르벤트의 공작 바라즈-트르다트 : 아버지... 소자, 돌아가신 아버지의 원한을 풀어드리고자 했사오나 끝내...]
반란의 수괴는, 알고보니 한때 콘스탄티누스를 위기에 몰아넣었던 데르벤트의 공작, 스테파노스의 아들이었군요.
성인이 되어 새로이 군을 이끌게 된 마누엘과 함께, 콘스탄티누스는 순식간에 반란을 정리합니다.
여기서 잠시, 전체적인 정세를 살펴보겠습니다.
[콘스탄티누스 :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서유럽 패왕이었던 매형, 철수 대왕이 프랑키아 제국을 세우기도 전에 나라가 찢어진게 눈에 띕니다.
프랑스가 뜬 걸로 봐서는 서프랑크 지방에서 일어난 반란을 진압하는데 실패한 모양입니다.
그밖에도, 각지에서 일어난 반란이 눈에 띕니다.
우마이야는 오히려 승천 중입니다. 아스투리아스가 다 잡아먹힐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네요.
한편, 압바스 또한 철수 대왕과 마찬가지로 온갖 반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현 칼리프의 무능에, 칼리프 가문의 퇴폐적인 면모까지 겹쳐서 몰락으로 치닫고 있네요.
저래서는 조만간 데카당스 반군이 떠서 칼리프 가문이 교체될 가능성이 농후해보입니다.
시간이 흘러, 드디어 바이킹의 시대가 열리고...
콘스탄티누스는 서쪽으로의 진군을 본격적으로 개시합니다.
[콘스탄티누스 : 크룸이 없는 불가르 족 따위는 무서울 것이 못 된다! 모두 쓸어버리자!]
불가리아의 왕 오모르타그는 바바리아 왕국과의 전쟁으로 콘스탄티누스의 침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합니다.
오로지 콘스탄티누스가 목표로 하는 몰다우의 소수 병사들만이 죽음을 각오하고 항전을 준비할 뿐.
그러나, 불과 수십의 병력으로는 콘스탄티누스의 말발굽에 순식간에 짓밟힐 뿐입니다.
[콘스탄티누스 : 이래서야, 사자의 아들 밑에 개의 자식이 태어난 꼴이로구나.]
[마누엘 : 저는 아버지의 이름에 누를 끼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콘스탄티누스 : 그래, 그래야지. 그래야만 우리 가문의 숙원을 이어나갈 수 있을테니까.]
이렇듯, 콘스탄티누스에 의해 서서히 영토를 잠식당해가는 불가리아.
설상가상으로, 왕국 내부에는 불만을 품은 농노들이 반란을 일으킵니다.
[투로프 농노 반란군 지도자 스뱌토슬라브 : 포학한 군주, 오모르타그는 세금을 낮추고 우리에게 빵을 달라!]
콘스탄티누스의 진격은 계속 됩니다.
이 와중에 거듭되는 승전으로 명성을 쌓은 마누엘은 명실공히 콘스탄티누스의 후계자로 인정받게 되었고,
[콘스탄티누스 : 마누엘, 이제 네가 카간의 지위를 이어받을 후계자다. 앞으로는 그 누구도 너의 계승에 의문을 품지 않을 것이니.]
점령지마다 시설을 불태우고 약탈을 하면서 위세를 떨칩니다.
[콘스탄티누스 : 건초를 빼앗고 마굿간을 불태운다! 혹여 안에 재물이 있다면 마음껏 취해도 좋다!]
바바리아 왕국과의 전쟁과 농노 반란을 최대한 서둘러 정리한 오모르타그는 뒤늦게 중앙군을 보내 요격하려고 합니다만...
[불가리아 군 지휘관 : 퇴, 퇴각하라! 이 이상은 무리다!]
후시라는 땅에서, 불가리아 군은 콘스탄티누스가 이끄는 병력에 의해 대패하고 맙니다.
마침내 오모르타그는,
[불가리아의 왕 오모르타그 : 아버지의 말씀이 옳았다... 콘스탄티누스, 그가 저토록 무서운 자였을 줄은...]
콘스탄티누스에게 몰다우 공작령을 할양하고 패배를 인정하기에 이릅니다.
이후 콘스탄티누스는 마누엘을 카롤링거 가문의 여식과 혼인시키고,
[콘스탄티누스 : ...며느리가 무예 솜씨가 상당하다고 들었는데, 이거 아들 녀석이 잡혀사는거 아닌가 모르겠군.]
겁도 없이 반란을 일으킨 둘로 가문의 꼬맹이에게 참교육을 내려주고,
[몰다우의 대족장 카르담 2세 : 놔! 이거 놔! 너희들이 감히 내가 누군지 알고...!]
[콘스탄티누스 : 그대가 누군지는 내 아주 잘 알지. 조만간 영지를 몰수당하고 추방될 건방진 꼬맹이 아니신가.]
빼앗은 영지는 약탈하여 재정에 보탭니다.
[콘스탄티누스 : 마을을 불태우고 목초지로 만들어라! 목초지가 우리의 힘이니라!]
여기서 유목정의 특징, 영지 불태우기에 대해 잠시 설명하겠습니다.
영지 불태우기, Pillage Holding은 플레이어가 작위를 들고 있는 백작령에 한해 실행할 수 있습니다.
백작령 수도의 경우는 백작령 작위만, 그 밖의 남작 작위는 남작 작위도 같이 들고 있어야 실행가능하죠.
6개월에 한 번씩 할 수 있으며, 한 번 할 때마다 홀딩 내 건물 하나 부숴지는 대신 금 50과 명예 10이 들어옵니다.
다 파괴되면, 홀딩은 완전히 사라지고 목초지로 변합니다.
예전에는 이게 노가다라서 사람들이 유목정 플레이를 기피했습니다.
6개월에 한 번씩 일일이 쿨타임 재고 해당 홀딩 찾아가서 직접 눌러야만 했으니까요.
봉건정 영지 숫자가 수십 개인 경우에는 크킹을 때때로 마치 스타하듯 APM을 극한으로 올려가며 플레이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수도사와 신비들 DLC가 나온 뒤로는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플레이어가 영지 불태우기를 한 번 실행하면, 따로 중지 명령을 내리지 않는 한 자동적으로 약탈하는 식이 되었죠.
봉건정 영지는 아무리 빼앗아도 유목정 형태를 띤 휘하 부족과의 관계가 악화되지 않으니, 마음껏 리보크해서 약탈하면 됩니다. 단, 리보크 할 시에 봉건정 봉신과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동일하기 때문에, 봉건정을 본인이 힘으로 누를 수 있는 수준으로 적당히 흡수, 약탈하셔야 합니다. 무작정 봉건정 봉신 늘리고 영지 불태우기 했다가 반란이라도 일어나는 날에는...;;
전쟁 승리 이후, 콘스탄티누스는 사위의 부족을 제외한 또 다른 부족과 인척 관계를 맺습니다.
할라니 부족 현 칸의 장남이자 후계자인 사티스와, 제 차녀를 결혼시킴으로서 말이지요.
[콘스탄티누스 : 가서 잘 지내거라, 딸아.]
이 와중에 판노니아 평원을 차지하고 있던 아바르 족은 멸족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맙니다.
[콘스탄티누스 : 아바르 족이 나라를 잃고 멸족당했다라. 나의 선조, 헤라클리우스 폐하와 로마의 안녕을 위협하기까지 한 이들의 마지막치고는 허무하군.]
한때나마 대초원을 주름잡았고, 헤라클리우스 황제의 로마 군을 무찌르고 콘스탄티노플을 포위한 바 있는 아바르 족의 최후는 고요했습니다.
라이벌, 크룸의 갑작스러운 죽음 덕택에 콘스탄티누스의 확장은 순조롭게 이뤄졌습니다.
다만, 이제 콘스탄티누스의 나이는 어느덧 60을 향해 달려갑니다.
과연 그의 생애가 끝나기 전에 가문의 숙원을 이루는 것이 가능할지요.
다음 화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