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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2/11 22:09:03
Name makka
Subject [기타] 바이오하자드 7 을 하고 난 뒤. -스포-
삐에로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자

"Scary as hell"

이라고 어떤 사람은 말할 것이다. 생일 잔치에 분장하고 나타난 삐에로를 보고,
사람들은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하고 그에 걸맞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고 무엇이 무섭냐고 비웃을지는 모르겠지만, 삐에로는 무섭다.
찬찬히 말해보자. 왜 삐에로가 무서운지, 공포는 개인적인 감정이라 삐에로처럼 누군가에게는 희극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삐에로가 무섭게 느껴지는 논리적인 이유를 찬찬히 설명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적어도 삐에로가 무서운 이유에 대해 공감할 수는 없지만 이해할 수는 있을 것이다.

마치 사람들이

"Scary as hell"
이라고 말하는 바이오하자드7 가 왜 무섭지 않은 게임인지를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바이오하자드 7 은 무섭지 않다.  많은 웹진과 많은 사람들이 호러게임으로서의 성공작이라고 평가하고 엄청나게 무서운 게임이라고 입모아 말하고 있지만 이 게임은 무서운 게임이 아니다. 드디어 나는 삐에로가 무섭다고 말하는 별종이 되었다. 바이오하자드 7 은 무섭지 않다. 그리고 바이오하자드7이 무섭지 않은 이유는 - 내가 한밤중에도 혼자서 프링글스를 사기위해 편의점을 갈 수 있다던가, 하는 개인적인 사정과는 상관없다. 바이오하자드7이 무섭지 않은 이유는 바이오하자드7이 호러적으로 실패한 측면이 있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이 게임의 가지고 있는 최대의 장점은 베이커 가족이다. 이 가족의 컷씬과 트리거를 통한 이벤트 씬에서의 모습들은 여타 그 어느 게임보다 완성도 높고 기발하고 흥미롭다. 그리고 '무섭다'  이건 개인적인 감정의 문제가 아니다. 삐에로가 무섭건 말건, 삐에로의 잘 먹은 화장을 칭찬해야 하는 것처럼, 베이커 가족들의 장면은 개인의 감정을 떠나 분명 호러 게임이 가지고 있어야 할 '호러'의 덕목을 충분히 충족시키는 완성도를 보인다. 그렇기에 베이커 가족의 장면들은 충분히 '무서운' 장면이고 이 게임이 가지는 최대의 미덕이다.

문제는 그 사이이다. 아주 훌륭한 컷씬과 이벤트씬이 끝난 뒤 플레이어는 자신이 플레이를 해야할 영역을 지닌다. 삐에로의 농담과 재롱이 아무리 재미있다고 해도 참가자들이 즐겨야 할 것은 생일파티 그 자체이다. 삐에로가 아무리 훌륭해도 생일파티 자체가 재미없다면, 그 파티는 재미없는 파티가 되버린다. 바이오하자드7의 공포는 딱 그렇다. 아주 훌륭한 컷신들이 지나가고 게임은 이제 무섭지 않다. 이제 말할 수 있다. 바이오하자드 7 은 무서운 게임이 아니다. 적어도 플레이어가 플레이를 하는 영역에서의 호러의 요소는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형편없는 수준이다.

잭의 출연이후에 탐사해야하는 집은 바이오하자드 1 편을 떠올리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개연성 없는 퍼즐, 왜 있는지 모르겠는 빛을 통한 그림맞추기. 어떤 도대체 스토리나 세계관과 어떤 관계가 있나 싶은 아주 쌩뚱맞은 물품 찾기를 제외하고서라도 한정된 공간에서 조금씩 탐사를 넓혀나가는 방식은 굳이 인벤토리 제한같은 아주 불편한 시스템을 떠올리지 않아도 1편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한참동안 집안을 돌아다니면서벽에 붙어 A키를 누르다 보면 내가 하고 있는 게임이 'Gone Home' 같은 어드벤쳐 게임을 하고 있는건지 호러게임을 하고 있는건지 헷갈리는 지점이 온다.
사일런트 힐의 숨막히는 어둠과 시야제한, 기괴한 분위기와 BGM을 통한 공포감 조성도, 데드스페이스 처럼 적이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깜놀'구간도, 암네시아 처럼 어떤 제한된 요소를 통한 연출도, 그렇다고 아웃라스트처럼 추격에서 숨막히게 도망쳐야 하는 스피디함도 사라진 공간에는 오로지 덩그러니 도끼를 든 잭만이 남아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잭, 마가리타도, 공포감의 요소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게 문제다.

굳이 클락타워를 말하지 않아도 공포게임에서 '불사'의 존재가 하나의 대세처럼 굳어진 이유는 거점확보의 문제 때문이다. 마치 유비소프트 식의 거점 확보처럼 공포게임에서 한정된 공간에서 죽일 수 있는 적은 일단 처리하고 나면 그 공간은 더 이상 무섭지 않아진다. 더 이상 나올 적도 쫒아올 요소도 없어진 공간은 텅비어 버리게 되기 때문에 공포게임에서 적들은 죽지 않고 계속해서 쫒아오고 플레이어는 그 적을 피해 계속해서 도망쳐야만 한다. 그렇기에 죽지 않는 적은, 혹은 죽이지 못하는 적은 공포게임에서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바이오하자드7 도 이러한 공식을 따른다. 공간은 일단 플레이어에게 점유된다. 그리고 거기에 플레이어를 쫒아오는 불사의 존재가 존재한다. 플레이어는 이 불사의 존재를 피해 맵을 탐험하고 퍼즐을 풀어야 한다. 그런데 가뜩이나 공포적인 장치가 거의 없다시피한 이 장소들에서 이 불사의 존재들은 아주 형편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Welcome to the family, son
을 외치며 아주 임팩트있게 등장한 잭은 컷씬과 이벤트 씬에서 미친 존재감을 내비친다. 하지만 미존개오와 일반인을 왔다갔다 하던 어느 개그맨처럼 잭은 플레이어를 쫒는 불사의 존재로는 수준 미달의 모습을 보여준다. 난이도 노말 한정으로 잭은 이웃집 동네 아저씨와 다를바가 없다.
마주치면 아주 여유롭게 삽을 맞으며 조금만 뛰어도 금새 "어디있니" 를 외치며 두리번 거리고, 맞아가며 플레이해도 될 정도로 공격력도 낮고, 막기 시스템을 이용한다면 함께 왈츠를 한곡 춰도 될 정도로 영향력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게다가 떨어진 피는 그냥 회복해 버리면 되기 때문에 응급약만 넉넉하다면 '아름다운 동행'을 해도 될 정도로 잭은 시시하다. 애시당초 동네방네 나 여기있소 라고 외치는 적에게 잡히기도 쉽지 않거니와 떨쳐내기도 너무나 간단하고, 공격 당한다고 해도 아주 여유로운 게임의 시스템상 만나면 반갑다고 '안녕 잭아저씨' 라고 외치고 지나쳐주면 끝이다.  마가리타는 어떤가. 마가리타는 사시인지, 아니면 야맹증이 있는 건지, 조금 떨어진 어둠에 쭈그리고 앉아 있기만 해도, 정해진 루트를 왕복하는 특성상 조금 떨어진 상자뒤에 쪼그리만 해도 절대 걸리지 않는다. 게임에서 공포를 담당해야 할, 불사의 존재들은 그만큼의 공포감이나 긴박감을 전달해 주지 못한다. 이는 굳이 아웃라스트의 침대밑을 뒤지던 그것들이나, 어둠속에서 소리로 먼저 다가오던 암네시아를 말하지 않더라도 분명 느리고 싱겁다. 그렇다고 파탈 프레임 같은 일본 귀신들처럼 그 존재 자체로 그로테스크 하거나 이질감을 통해 공포를 불러 일으키지도 않는다. 분명 앞서 말했던 컷신에서의 기이할 정도의 생명력을 바탕으로 일어나는 고어씬들은 훌륭하지만 그들은 명백히 이미 정체가 밝혀진 '인간' 의 모습이고 분명해진 모습의 적에게 공포를 느끼긴 쉽지않다.

그렇기에 사실 바이오하자드7 의 공포는 많은 부분 고어와 혐오감을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명백히 고어와 혐오감은 공포와는 다르다. 공포는 어둠속에서 무엇인가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불가해한' 부분에서 기초한다면 혐오는 뚜렷한 인식에서 출발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물체는 '공포' 이지만 바퀴벌레는 혐오이듯이. 그렇기에 사실 베이커 가족은 공포의 존재라기 보다는 혐오의 존재에 가까워진다. 또 이것은 단지 가족에 국한된 것 만이 아닌, 맵에서 공포감을 주는 요소도 그러하다. '마가리타'가 등장하는 집안에서 나오는 벌레들과 거미, 날벌레들은 공포의 대상이 아니다. 그것들은 공포의 수 없는 클리셰처럼 '꽝'하는 소리와 함께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점프 스케어도 아니며, 그로테스크 하지도 않고, 그저 혐오스럽게 그려질 뿐이다. 앞서 말한것 처럼 그것들은 불길한 검은 물체로 그려지지 않고, 인식되는 바퀴벌레로 등장한다. 이것은 고어씬 또한 마찬가지이다.

자 그렇다면 이제 불사의 존재들은 무력해지고, 무섭지 않다. 그렇다면 남은 적들이나 주변 환경이라도 무서워야 한다. 그런데 바이오하자드의 마치 One for all, All for one 같이 생긴 몬스터들은 무서움의 대상은 더욱더 아니다. 3종류이지만 하나같이 똑같이 생긴 돌려막기라도 한 듯한 몬스터들은 데드스페이스와 비교하기엔 마커에게 미안해진다. 그것들은 그저 바닥에서 스윽 일어나서 스윽 지나다니다 스윽 쫒아와서 스윽하고 사라진다. 공포감을 주기엔 적들은 무력하고 환경은 앞에 말했던 것처럼 빈약하다.

그렇기에 나는 이 게임이 몇몇 혹평을 한 사람들의 평가처럼 누군가를 위한 게임인지 정확한 아이덴티티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호러 게임이라고 하기에는 호러적 요소가 부족하고 액션게임이라고 하기에는 액션성이 부족하다. 두 장르의 혼합이라고 보기에는 호러와 액션의 조합이 어떠한 시너지를 내는 것이 아닌 서로가 서로의 요소를 깍아먹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앞서 말했던 무력하게 도망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아닌 아이템과 무기로 상대를 공격해서 격퇴할 수 있는 요소와 체력 회복이 가능하다는 요소는 호러의 요소를 분명 마이너스 시키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이 게임이 데드스페이스 처럼 적들의 배치와 연출을 통해 공포감을 나타내거나 사지 절단이 그로테스크함의 증가를 뜻하지도 않는다. 여타 공포게임에서 나오는 '숨기' 기능이나 '잠행' 등이나 아웃라스트의 비디오 화면이나 암네시아의 촛불등의 시스템 같은 특별한 기믹'의 요소가 존재하지 않는것도 이러한 액션과의 혼합 때문처럼 보인다. 그렇기에 바이오하자드 7 은 어중간하다. 호러게임이라고 하기에도 액션게임이라고 하기에도, 어딘가 부족한 모습이다.

그렇기에 게임은 밋밋해진다. 풀어야하는 퍼즐은 엉성하다. 액션이 훌륭한 것도 아니고, 스토리의 진행이 유려한것도 아니다. 게임 플레이의 재미는 호러쪽에서 가져와야 하지만 앞서 말했던 대로 바이오하자드 7 은 무서운 게임이 아니다. 그렇기에 게임은 초반 1시간 남짓의 미친듯이 훌륭한 초반과 몇몇 연출, 마치 다크소울 1 의 숏컷으로 연결되는 정교한 맵디자인과 닮아 있는 맵 디자인은 놀랍고 조커와 리들러를 떠올리게 만드는 루카스 베이커의 훌륭함이 있음에도 게임은 대체적으로 밋밋하다. 공포로 이 밋밋함을 채워야 했지만 앞서 말했던 데로 무섭지 않다.
그렇다고 다른 요소들이 훌륭하냐고 한다면 고개를 젓고싶다.

나는 바이오하자드 7 이 엉성한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앞서 말했던 몇몇 미친듯이 훌륭한 부분과 정말 아쉬운 부분들이 혼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건 단지 게임의 전체적인 구성에 관한 문제 뿐만이 아니다. 게임 요소요소에 이러한 엉성함은 계속해서 드러난다.

특히나 계속해서 말하는 퍼즐에 관한 문제는 도대체 이 게임이 바이오하자드 1 과 비교해서 더 나아진점이 무엇인지 의문이 들게 만든다.
솔직히 말해서 아주 형편없다. 그림자 퍼즐은 도대체 그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스토리나 캐릭터와 도대체 어떤 연관이 있는지 알 수 없으며 이게 도대체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다른 공포게임들의 퍼즐처럼 리얼타임으로 이루어져 뒤쫒아오는 적과의 시간 다툼으로 빠르게 맞춰야 하는 긴박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마치 메뉴처럼 정지된 화면에서 그저 대충 돌리다보면 끼어맞는 퍼즐이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건지 궁금할 정도다. 그렇다고 그림자를 이용한 이런 기믹이 특별한 것도 아니고, 난이도가 높아서 퍼즐 자체의 재미를 가지는 것도 아니다.
또 도대체 왜 개 3마리의 머리인지 왜 뱀, 거미, 까마귀 열쇠인지, 아무런 이유도 스토리에 맞는 개연성도 없다. 산탄총을 구하는 방식의 바이오하자드 1 을 셀프 오마쥬 한것처럼 퍼즐은 20년전의 그것에서 전혀 나아가지 못한다. 단지 이 퍼즐들을 바이오하자드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 위한 장치, 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진부하다.

더욱 아쉬운건 이미 바이오하자드 7의 데모인 비기닝 아워가 퍼즐이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가능성과 훌륭한 비전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어느 회상의 창립 슬로건 같은 새로운 가능성 훌륭한 비전은, 데모를 플레이한 사람들이 입을 모아 칭찬한 것처럼 각기 제 요소들이 트리거를 발동시켜 게임을 새로운 방향으로 진행시키는 P.T 적인 요소와 비디오 테입을 통한 행동이 현재에 까지 영향을 미치는 다분화된 게임 플레이 모습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데모를 하고 '갓겜' 을 외쳤던 이유는 데모의 호러적인 요소도 요소이지만 이러한 퍼즐의 신박함이 흥미를 북돋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본편에서 이러한 장점들은 전부 다 날려먹고 퍼즐은 아주 실망이며 VHS 루카스를 제외하고는 단순히 과거의 사건을 보여주는 식으로 밖에 이용되지 못한다. 그나마 루카스 전의 신박함이 아주 조금 이러한 실망감을 해소시켜 주는 요소이다. 그리고 이 퍼즐의 문제는 스토리의 문제로 연결 되기도 한다.

호러게임에서, 아니 어드벤쳐 게임에서 퍼즐을 푸는 방식은 스토리를 진행시키는 방식이기도 하다. A를 구해서 B를 풀어라 라고 하는 것은 퍼즐 게임이 아니 이상에서야 게임 진행에 걸 맞는 말 그대로 게임의 스토리를 진행 시키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서 말했던 것처럼 도무지 바이오하자드 7 의 퍼즐들은 스토리와 동떨어져 유리되어 있다. 그렇기에 스토리는 진행이 안된다. 베이커가를 떠나기 전까지 스토리는 머물러 있고 그렇기에 캐릭터의 깊이는 단편적이다. 이는 바이오하자드 7 의 스토리가 실패한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나는 이 게임의 스토리와 스토리 텔링이 실패했다고 본다.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튀지않는 스토리는 별 달리 흠잡을 데 없어 보이고, 게임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맥락과도 맞아 떨어져 보인다. 그럼에도 바이오하자드 7 의 스토리 진행이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베이커 가족의 스토리가 게임내에서 함몰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게임의 전체적인 스토리를 살펴보면 전혀 특출난 데가 없다. 제작자의 특성 때문인지 F.E.A.R 의 오마쥬 같은 스토리이며 시리즈 넘버링이라는 특성상 변이된 이유나 원인등도 추론하기 너무나 쉽거니와, 후반부의 급격하게 환상과 대사를 통해 '고백'형식으로 사건의 전모에 대해 설명하는 설명충의 방식은 솔직히 진부하고 고루하다. 그렇다고 3년만에 찾은 부인을 잃고 사건에 휘말린 주인공의 애절함이 잘 드러나는 것도 아니다. 주인공이 미아를 대하는 태도는 3년만에 찾은 부인인지, 3일동안 사귀었던 급만남의 상대인지 헷갈릴 정도로 냉담하고 이상하게 반응한다. 개인적으로는 처음에 미아나 사건에 대한 반응들이 너무 작위적이고 급작스럽고 부자연스러워서 주인공이 흑막인가 하는 의심까지 가게 만드는 태도는 너무 부자연스러워 공감하기 어렵다. 솔직히 주인공의 대사나 태도 변화등은 정말 엉망이다. 이러한 스토리의 문제와 '공감할 수 없는' 주인공의 문제는 스토리 그 자체에서도 스토리 텔링에서도 실패한다. 그리고 그 주요 이유는 처음 말했던 것처럼 베이커 가족의 이야기가 함몰 되었기 때문이다.

베이커 가족은 이 게임에서의 알파요 오메가이다. 주인공이 없으면 없었지 베이커 가족을 때어놓고 이 게임을 이야기 하긴 어렵다. 그런데도 사실 게임 내에서의 베이커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매우 적다. 정말 이상하게도, 바이오하자드 7 은 베이커 가족에 대한 게임 진행은 어느 정도 전체적인 스토리와 유리시켜 놓은 채, 선박 파트에 이어서야 급격하게 스토리를 진행 시킨다. 그런데 이 매력적이지 않은 스토리 대신에 오히려 베이커 가족의 이야기에 조금 더 집중했다면 어땟을 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게임은 충분히 그럴 여지가 있었고, 그랬어야 했다. 그들은 단지 게임내에서 연출의 장치로써 이용될 뿐이지 게임내의 중요한 스토리적 요소로 등장하지 못한다.
이는 굉장히 아쉬운 요소이다. 바이오하자드 7 은 엔딩 이후에 여운이 남는 게임이 아니다. 사건은 해결되고 공감해야 할 캐릭터들은 부족하다. 굳이 꼽자면 '모두들 나를 싫어한다' 고 외치는 엘마와 닮아 있는 이블린정도 일텐데 중간에 갑툭튀한 이블린의 공허한 외침을 공감하기에는 시간이나 연출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결국 선의로 남을 도왔지만 결국 그 결과로 점점 더 괴물이 되어버린 평범한 중산층 가정이었던 베이커 가족을 스토리로 끌고 와야 하지만 바이오하자드는 이들은 그저 중간에 리타이어 시키고 내버려 둔다.

이렇듯 애시당초 베이커 가족을 스토리적으로 무시하는 처사는 조이 베이커의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조이 베이커는 분명 매력적인 캐릭터가 될 여지가 있었다. 마치 정신을 차렸지만 스스로 불사의 존재로 살아가고 싶은 태생에 정신나간 사이코 루카스 처럼, 조금 더 입체적인 캐릭터가 될 여지가 충분했다. 하지만 조이 베이커는 끝까지 아주 평면적인 도우미 캐릭터로 남는다. 이는 앞서 말했던 주인공의 어처구니 없는 대사와 공감할 수 없는 연출보다 더 심각하다. 조이 베이커는 유일하게 제정신인 가족이었고, 그들의 감염되는 모습과 그 후의 일들을 직접 눈으로 목격한 사람이다. 그런데도 조이는 죽어가는 베이커 가족에 대한 어떤 안타까운 감정도 내비치지 않는다.
죽여야만하는 돌이킬 수 없이 붕괴된 가족의 모습과 거기에서 발생하는 내적갈등 따위는 아주 쿨한 조이 베이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처럼, 무조건적으로 잡혀온 주인공의 조력자 역활을 하고 끝까지 혈청의 선택지에서 주인공을 따르는 아주아주 수동적이고 평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분명한 실패다. 결과적으로 가장 입체적이고 매력적일 수 있었던 조이 베이커라는 인물은 게임 내에서 역대급으로 평면적이고 무개성적인 모습이 되어버린다.

이는 계속해서 말하고 있는 퍼즐과 스토리의 분리된 관계와 맞닿아 있다. 뱀,전갈, 까마귀 열쇠가 아닌 잭 방의 열쇠, 마가리타의 열쇠등으로 만들어 개인적인 공간에 대한 그들의 삶을 엿볼수 있게 만든다던가, 아주 쓰잘데기 없는 빛을 이용한 퍼즐 대신, 감염되기 전의 성문이나 추억이 담긴 비밀번호 같은 것을 알아내는 식으로 퍼즐을 푸는 동시에 베이커 가족의 생활들을 자연스럽게 알게 할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바이오하자드는 스토리적으로도 퍼즐 적으로도 이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그저 고어적, 호러적 연출의 소재로 써먹고 버려둔다. 마치 공포게임의 천장에서 등장하는 꽝 하는 마네킹처럼, 무서움을 주고 쓸모없어진 기계장치들처럼 잭 가족은 그저 이용되고 버려진다. 그리고 시스템 쇼크 이후로 새로울 것 없어진 스토리는 식상하고 재미 없어진다. 스토리는 명백히 실패하고 만다.

왜 삐에로가 무서운 생물인지에 관한 항변은 이제 왜 삐에로가 지구상에 사라져야 할 생물인지에 대한 변명으로 온것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데모에 불과한 짧은 게임 이었던 P.T 가 마치 새로운 호러게임의 바이블로 자리매김 한 것처럼 바이오하자드 7 도 분명 새로운 영감을 주는 작품임은 확실하다. 초반 한 시간과 컷씬과 연출 맵 디자인, 등은 그 동안 플레이 해왔던 그 어느 게임보다 훌륭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게임이 아쉬운 건 바이오하자드라는 시리즈의 정통성을 지키기 위한 장치들과 공포게임을 대하는 낡은 감각들이 하나의 유기적인 하나의 장르로의 확립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마르지 않은 화장에 낡은 복장의 삐에로의 농담이 재미있지 않은것은 아니다. 훌륭하지만 엉성하고 어설프다.
그게 바이오하자드 7 을 하고 느낀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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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마스터
17/02/11 23:05
수정 아이콘
나쁘진 않은 요소들 잘 만든 요소들은 분명 있지만 그게 요소에서 끝나고 이어지지 않으며 잘 쓰지 못했다는 의미로 보이네요.
더 좋아질 수 있지만 결국 그냥 거기서 끝난 게임인 걸로 저는 보입니다.
아무래도 공포게임을 무서워서 못하는 입장에서 이런 리뷰를 잘 챙겨 보는데 잘쓰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잘봤습니다.
17/02/11 23:51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 리뷰네요. 게임하면서 들었던 생각과도 많이 비슷합니다. 베이커 가족을 매력적으로 만들어놓고도 활용은 선박 파트의 희생자들 수준으로 밖에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워요. 초반에 경찰 부분 까지는 흥미진진 했는데 그 후로 반복되는 일반 몹 디자인 재탕은 말도 안되는 수준이구요. 최소한 한 번은 베이커 가족이 후반부에 어떤식으로든 등장했어야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아이작 클라크
17/02/12 01:12
수정 아이콘
조이와 미아 둘중 열심히 고민하다가 새여자와 새살림차리자는 마음으로 혈청을 주었는데 1분만에 리타이어하는거보고 벙쪗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등장한 엄청난 크기의 유조선에서 바이오하자드 특유의 허풍이 부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여기서부터 바하7의 장점인 사실성이 퇴색해간다고 봅니다.
작은 시골마을인줄 알았는데 롯데월드규모의 성이 있다든지.(바하4) 작은 섬인줄 알았는데 엄청난크기의 탑 공장 비밀기지가
존재한다든지 (레벨2) 난파선 부분은 레벨레이션1 이었습니다.
게임스타일이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같아서 만족했지만 게임스토리가 산으로가고 캐릭터가 강약조절을 못한게 아쉽습니다. 다음 시리즈는 더 좋아질거라 기대해봅니다.
17/02/12 01:57
수정 아이콘
윗분도 그렇지만 저도 그러한 난파선이나 이야기의 집중이 안이어진 이유가, 바이오하자드 프랜차이즈의 정통성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인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게임을 하면서 느꼇던 단점이 거의 이 게임이 바이오하자드인 이유와 겹치기 때문이기도 한데, 사실 이 게임이 바이오하자드라는 프랜차이즈에서 벗어나 오리지널 게임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라방백
17/02/12 12:39
수정 아이콘
친구의 한줄평이 아무것도 못하고 보는 영상은 엄청 무서운데 손에 무기를 들면 무섭지 않은걸보니 심리적 고증이 대단하다고... 아쉬운 게임이지만 새로운 호러장르의 발전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VR게임으로서의 평가도 높구요.
slo starer
17/02/12 16:04
수정 아이콘
게임으로선 굉장히 재미있게 했습니다. 다만 좀더 공을 들였다면 진짜 걸작이 될수 있었던 게임이었는데 아쉬울 따름이죠. 베이커가족은 식사장면 티저에서 봤을때는 굉장히 흥미로웠고 본편에서도 어떻게 상호작용할까 많이 기대했는데 단순히 에단에 적의를 가진 적으로 나와 많이 아쉬웠습니다. 몹들도 몰데드만 나와서 다양성이 좀 부족했다고 느껴지고요. 조이란 케릭터에 대해서 말씀하신 부분도 공감합니다. 베이커가족의 케릭터륻 좀더 드러내는 에피소드는 잭의 55번째 생일이라는dlc로 나올 예정인거 같고요. 또 호러요소가 게임이 진행될수록 옅어지는 부분은 의도적인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무서우면 게임이 팔리지 않을테니까요. 베이커가와의 에피소드랑 몹종류만 좀더 다양했다면 메타점수 90점이상은 받았을거 같네요.
slo starer
17/02/12 16:06
수정 아이콘
지금 생각해보니 캡콤이 베이커가족으로 마케팅을 참 잘한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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