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4/07/14 02:23:57
Name ㅇㅇ/
Subject 너무나도 커져버린 사이버 세계
나름대로 한국 인터넷 상용화 초기부터 사용한 유저로써 컴퓨터 사용이라면 나름대로 오래 했다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으로써 쓰는 글.. 이랄까?

예전에 에듀넷이란 곳이 있었어
그 유명한 예전의 01410, 01411 하이텔에서 접속할 수 있는 곳중 하나였지
하이텔을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를수도 있겠지만 하이텔 초창기 (즉 모뎀을 이용해 접속할 시기)에는 하이텔에 들어가면 하이텔에서 제공하는 무료 인터넷, 기타 정보제공자들이 정보이용료를 걸고 서비스 하는 BBS, 그리고 에듀넷이라는 청주교육청에서 운영하는 무료 BBS가 있었지..

키텔과 함께 무료 BBS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던 에듀넷이 내가 처음으로 활동한 소위 말하는 PC 통신의 시작이었어.. 당연히 공짜라서 시작했지..

시작했을때는 초등학교 6학년때였어.. 처음에 들어가서 채팅도 하고 게임도 받고 야한거도 보고 (그때 야한거라고 하는건 그냥 미소녀들이 수영복 입고 있는거라던가 연예인들 사진 정도였어 모뎀으로 PC 통신상에서 가능한 야한거지 요즘 같지 않어) 동호회 활동도 하고 그랬었지..

삼국지 동호회라는 곳에 가입해서 3년이 넘도록 활동했어 미축이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여러 나라를 가입하고 세우고 활동도 하고 그랬었지..

삼국지 동호회가 하는 활동은 나라를 만들어서 자신이 직접 그 나라의 장수가 되어서 전쟁도 하고 도시 개발도 하고 외교도 하고 전략도 짜고 그러는 거였어
내가 주로 했던 일은 국가 사람들을 주도해서 도시별로 개발 계획을 하는거와 관직표를 관리 하는 일이었어.. (관직표란 각 국가별로 사람들이 하는 일과 직위에 맞게 배치되어 있는 관직을 알아보기 쉽게 정리해논것)

그 덕분에 alt+D 신공으로 표 그리기에는 거의 도가 텄지

그곳에서는 서로 사람대 사람으로 만나고 활동하는 동호회였기 때문에 분위기가 상당히 화기애애 했어 주막이라는 자유 게시판에도 하루종일 글이 끊이지 않았고 나라별로도 국가 일에 대해 하루 종일 이야기가 넘쳐 흘렀고 여러 친목 게시판들도 다들 즐거운 글들이 많았고 실제 국가 활동을 위한 게시판들 역시 정해진 양식에 맞춰서 매우 많은 글들이 올라갔었지..

그때는 정말 마치 오프라인의 세계를 그대로 온라인으로 옮겨 놓은거 같았어 단지 사람들간의 물리적 거리가 0일 뿐이지 각자의 아이디와 각자의 닉이 있고 서로 단체를 만들고 친해지고 싸우기도 하고 그러다 화해도 하고 형 동생 관계도 맺고 의형제도 맺고 스승 제자 관계도 맺고 주종 관계도 생기고 마치 삼국지 게임을 현실로 옮겨 놓은 온라인 동호회라 할까나?

그니까 온라인 상에서의 문제점들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었고 발생했다 하더라도 나름대로 다 해결책을 찾아서 스스로 성장하고 있었어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다를바가 없었고 온라인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점은 오프라인 정모로 극복할 수도 있었고 더욱더 관계를 돈독히 하고 확장할 수 도 있었지..

지금 에듀넷이 폐쇠되고 그 동호회를 싸이월드에 새로 만들었는데 예전같지 않어..
내부 분위기는 예전처럼 가려고 하고 있지만 이제 사람들의 의식이 예전같이 않은거 같아..

잠깐 다른 이야기 해볼까?
내가 중학교때 내 친구가 인터넷에 핑클 펜페이지를 만들었던 적이 있어.. 지금 들어가 보니 딴사람이 가져간듯 하더군..

그때 나는 핑클에 관심은 별로 없었지만 내 친구의 홈피 인냥 맨날 방문하던 적이 있었어.. 거기서도 온라인을 통해 친구를 둘정도 알게 되었지.. 어떤 여학생 둘이었던걸로 기억해..

핑클 팬페이지 였지만 약간 적은 방문자들이 핑클관련 소설을 쓰거나 읽는 그런 정도의 홈피였어.. 그래서 메모장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서로 메모장으로 장난 치기도 하고  (지금처럼 하드코어 하진 않았어 --a) 가끔 전화 하기도 했었고 말이야..

그러다가 내 친구가 홈피를 야후에 등록 했어 당시에는 검색 사이트의 50%넘는 점유율을 야후가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등록하면 방문자가 10배는 늘꺼라고 좋아하고 있었어
그만큼 등록은 힘들었고 1달만에 등록 성공!

그런데 사람이 10배로 늘어나자 메모장에서는 팬들과 안티팬들이 싸우기 시작하고 슬슬 관리가 안되더군.. 그래서 그 홈피의 방문이 슬슬 끊어지고 그때 만나던 친구들은 다시 연락이 안되게 되었지..

위의 두 이야기..
요즘 사이버 세계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다음이라는 사이트 하나에 수천만명이 달려들고 있어
싸이월드라는 사이트 하나에 수십만개의 미니홈피들이 있어
또 그들간의 거리는 예전과 다르지 않게 여전히 0이야 언제든지 서로 접근할 수가 있어..

요즘 인터넷에서 사람 냄새가 사라졌다고 하는게 사람들 맘이 박해져서가 아니라 요즘들어 갑자기 사람들이 X가지가 없어져서가 아니라 너무 많으니까 오프라인과 너무 다르니까 당연히 오프라인처럼 사람냄새가 안날 수 밖에 인정이 사라질 수 밖에 왜냐면, 온라인이거든, 정말 온라인 이거든..

또한 온라인에서는 모두에게 기회의 균등이 있기 때문에 (이건 절대 평등한건 아니야) 오프라인에서 어쩌든 말든 자신의 물리적 특성이 어쩌든 말든 온라인에서는 이것저것 화려하게 포장을 할 수도 있고 오프라인에서 불가능한 이것저것 전부 시도해 볼 수 있어

내가 보기엔 절대 좋아 보이지는 않아.. 다들 똑같으니까 뭐가 좋고 뭐가 나쁜지 판단하기가 어려워서 그냥 다들 그려려니하고 넘겨 버리는거 같아 서로의 특징이 안보이고 다들 가짜로만 보여

게다가 차이가 있어야만 하는 (이게 고정관념이라고 하면 할말은 없지만..) 반드시 구별을 해야만 하는 (차별은 나쁜거지만 구별은 안나쁜 뜻인거 알지?) 그런것들조차 차이가 안가니까 진실이 아닌것도 진실처럼 보여지고 진실인것도 진실이 아닌것 처럼 보여지는 해괴망칙한 상황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서 불신을 조장하고 있어

인제 나도 모르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완전히 단절시켜 버리고 있어 다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분이 없어져 버렸다고 하지만 그게 아니라 오프라인이 가지고 있던 영역을 온라인이 먹어버린거 뿐이야 그덕분에 온라인이 오프라인의 성격을 완전히 잃어 버린거고 (온라인에선 거리가 0이라는게 더욱 크게 작용한다는 말이지..)

포습정도의 사람도 너무 많아서 이것저것 문제점이 많이 노출되고 있자나 오프라인에서 우리학교 전교생이 그렇게 단번에 만난다는게 말이나 되는 일이겠어?
(필자주 : 포습은 제가 다니는 대학교 BBS입니다)

뭐 그래도 내 홈피는 오히려 사람이 너무 적어서 더더욱 사람냄새가 안나긴 하지만 --;
--------------------------------------------------

놀라셨죠? ^^;

위의 글은 제가 제 홈피에 일기장에다 남긴 글입니다..

피지알분들이 자꾸 예전의 모습을 되찾자고 말씀들 많이 하시고

저또한 피지알은 물론 다른 사이버 세계에서도 예전의 모습을 많이 그리워 하는 입장으로

썼던 글인데..

여기에도 함 남겨보고 싶어서 써봅니다..








저역시

문장들이 온통 통신체로 물들어 있고

가입해놓은 다음 까페들이 수십개고

웃대며 디씨며 악플놀이 보고 쉽게 미소를 짓고 있기는 하지만

확실히 지금보다는 예전의 아기자기했던 온라인 세계가 더 보기 좋았습니다..

그때처럼 되었으면 정말 좋겠네요..

초심으로..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Dark..★
04/07/14 02:33
수정 아이콘
ATDT 01410의 추억..^^;
몽당연필
04/07/14 02:34
수정 아이콘
모뎀연결하는 소리의 추억.. ^^;
잘 읽었습니다. 반성해야겠네요..
케샤르
04/07/14 02:52
수정 아이콘
01410 01411 ;;; 띠.디.디.디.디.디.디 뚜으~ 치이이이이~ 디링디링~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죠.
지금 온라인의 포화도는 '과'해져만 가는거 같습니다.
정말 그때가 좋았던듯 싶네요.
싸이월드를 통해서 멀리 있는 친구라도, 오랫동안 연락이 안되던 친구라도 즉시 접견이 가능해졌지만..
그만큼 온라인 세상이 무서워집니다.
04/07/14 02:59
수정 아이콘
저는 그당시 방에 컴퓨터를 놓고 썼는데 제 방에는 전화선을 연결할
수 가 없었죠... 그래서 부모님 주무시는 새벽시간마다...
모니터와 본체를 들고 거실로 나가서 전화기에 꼽혀있는
전화선을 끼고 01410...01411... ㅜ_ㅜ...

다음달에 전화요금때문에 컴퓨터가 박살날뻔 했었죠^^

그때가 참 그립네요^^
LurkerSyndromE=
04/07/14 03:40
수정 아이콘
L.i.E.S님 // 모니터와 본체를.. 매일밤 수고하셨네요 ^^; 저는 그냥 전화선을 한 10m짜리로 만들어서 밤에는 집전화 빼고 제방에서 전화선을 쭉~늘여서 썼는데요 ^^;;
04/07/14 03:43
수정 아이콘
추억은 언제나 그립죠. 그래도 저는 아무리 그때가 그리워도 다시 모뎀쓰긴 싫어요^^
미츠하시
04/07/14 04:11
수정 아이콘
캬~ ADTD의 추억이네요. 저는 드래곤랜드라는 머드게임에 미쳐있었는데... 후... 추억은 추억으로 간직해야지 현실로 다시 돌아간다면... 으 답답할듯 싶습니다 ^^ 너무 느리죠.
브라운신부
04/07/14 04:42
수정 아이콘
01410... 전화비 매달 7만원을 어떻게 막아야하나 머리를 쥐어짜던 시절..
제가 하고 있는 취미생활 혹은 일 중에서 저런 과거의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르겠지만 무언가 분명히 있겠죠. 그때 그것이 왜 소중했는지를 느끼지는 못하겠지만.
포켓토이
04/07/14 06:04
수정 아이콘
telnet home.hitel.net 해보세요.
지금도 이영도님의 피를 마시는 새는 하이텔에서만 연재중입니다.
제가 아직도 하이텔에 접속하는 유일한 이유...
메이지
04/07/14 10:31
수정 아이콘
저는 01410 전화보다는 전화번호로 접속을 많이 했죠. 그게 속도가 빠르더군요.^^; 전화기소리는 무조건 무음. 스피커 찢어질려는 소리가 아련한군요.
04/07/14 11:16
수정 아이콘
포켓토이//시리얼 동 아직 웹으로 이전안했나요?

아련한 추억이죠. 저는 20m짜리 선을 제작해서 벽을 둘러둘러서 컴퓨터도 조립해서 연결해서 하곤 했습니다. 아직 예전에 한국통신에서 제공하던 단말기도 갖고 있지요--)v

많은 것이 변해가고 있습니다. 물론 온라인이 온라인이 된 것 역시 하나의 이유겠지만, 양적팽창에 맞는 질적팽창이 따라오지 못한 면 역시 크지 않나 생각을 해봅니다..
나쁜테란
04/07/14 14:16
수정 아이콘
시리얼..이영도님의 글..때문에 들어가죠..
요즘은 극악서생덕에 조금 더 즐거워졌어요..;;;
01410은 하이텔을 비롯하여 IP업체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공용망이었던거 같은데...
01410으로 접속하면 나왔던 그 많은 ip업체들과 하이텔은 자부심이 달라요. --;;;;;;;
스톰 샤~워
04/07/14 15:44
수정 아이콘
반가운 글이네요...
PC통신 시절엔 정말 좋았죠.
통신을 한다는 것 만으로도 그냥 새롭고 즐거웠는데, 요즘은 통신이 일상이 되니 뭔가 자극적인 것이 아니면 새롭고 즐겁지 않나 봅니다.

그 시절이 그리운 사람들은 여기 한번 방문해 보시면 그 옛날의 향수를 만끽하실듯...
http://www.01410.net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029 KTF와 진화... [17] 박재성4224 04/07/14 4224 0
6028 [정보]무선 스타크레프트 운영/기획자(신입) 채용 [17] homy3392 04/07/14 3392 0
6027 SKY 프로리그 2004 1Round 결승전 엔트리 예상 [22] Altair~★5054 04/07/14 5054 0
6026 [잡담] 팀플레이를 하다가.. [7] StylE3246 04/07/14 3246 0
6025 이번 스카이 프로리그관련해서 부산모임을 한번하면 어떨까요? [3] Hound.jy3147 04/07/14 3147 0
6024 어느 신문사 칼럼일까요? [44] malicious4593 04/07/14 4593 0
6023 듀얼토너먼트 대진표 예상 [16] Altair~★3623 04/07/14 3623 0
6022 SKT VS KTF 라이벌 구도 옳지 못한건인가? [18] 쫌하는아이.4626 04/07/14 4626 0
6020 프로게이머들.... [48] 부산의힘5114 04/07/14 5114 0
6018 저그 신입생군단 그리고 테란 토스 진영... [6] 공공의마사지3343 04/07/14 3343 0
6016 - 약속 - [2] 라뉘3156 04/07/14 3156 0
6015 컴퓨터를 포맷했습니다. [3] 밀림원숭이2954 04/07/14 2954 0
6014 [잡설]어제 팀리그를 지켜본 어설픈 올드유저가 KTF에게 하는 쓴소리... [34] 미네랄은행5570 04/07/14 5570 0
6013 듀얼토너먼트 조 배정예상과 간단한 잡담. [12] 마요네즈3082 04/07/14 3082 0
6012 [잡담]영웅이 되어보다.... [4] 기억의 습작...3465 04/07/14 3465 0
6011 너무나도 커져버린 사이버 세계 [13] ㅇㅇ/3194 04/07/14 3194 0
6010 운영자 저그 [1] ㅇㅇ/2996 04/07/14 2996 0
6009 휴~ 힘들다!! 그를 응원하는 한 팬이라는 자리에서의 징크스... [12] 신화를 만드는 3805 04/07/14 3805 0
6008 오늘의 챌린지 리그 관전평 [2] 어딘데3113 04/07/14 3113 0
6007 [help]친구를 이길수 있는방법~~ [7] 드랍매니아3575 04/07/13 3575 0
6006 선수의 중량감.. [9] Polaris3556 04/07/13 3556 0
6005 박서. 그의 전적에 들어간 또 하나의 우승. [21] 삭제됨5581 04/07/13 5581 0
6004 마재윤 선수 축하드립니다^^ [4] Dizzy3852 04/07/13 3852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