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게에 올릴까 겜게에 올릴까 고민을 하다가, 비록 약간의 논란이 있을지라도 겜게에 올립니다.
홍진호 선수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싶으시다 하시는 분들은 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시간 없으신 분들을 위한 몇가지 감상포인트:

0:29, 정일훈 캐스터의 멘트
19:20, 홍진호 우승순간
21:00, 홍진호의 우승멘트 (그는 앞으로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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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KT 온게임넷 스타리그 왕중왕전 (대회 자체는 2002년도에 열렸지만, 2001년도 대회성적 기준을 기준으로 개최되었기에 당시 2001 KT 왕중왕전으로 통용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우승자 홍진호.
왕중왕전 우승자를 스타리그 우승자로 쳐주어야 하냐 말아야 하냐, 참 해묵은 논쟁 중의 하나이죠.

사실 답은 있는 문제입니다. 온게임넷은 왕중왕전을 공식 스타리그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이 결론이죠. 결론을 어떻게 바꾸겠습니까.

하지만 그런 결정을 내린 온게임넷에 대한 아쉬움을 지울 수 없으며,
또한 이 답이 당시 온게임넷 왕중왕전은 단지 이벤트전이었다? 에 대한 답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온게임넷 왕중왕전에 대한 논란은 당시에도 분명히 있었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해묵은 주제 중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하게 하고 싶은 것은, 온게임넷 왕중왕전은 마치 이벤트성 올스타전 느낌으로 기획되었다기 보다는,
1년 결산의 플레이오프나, 별들의 리그인 챔피언스 리그처럼 최강자들을 모아서 꿈의 리그를 만들어보자 라고 기획된 대회라는 것입니다.

지금이야 10년 역사의 스타리그의 권위를 바라보며 99pko 부터 스타리그의 역사를 이야기하지만,,
임요환의 등장과 한빛-코카콜라-SKY로 이어지는 스타리그가 대흥행을 했던 2001년까지도 여전히 스타리그는 초창기에 속했습니다.
따라서 사실 그때까지도 스타 대회의 권위나 의미는, 역사나 시스템, 전통이 아니라 사람들의 관심과 인기에 따라 좌우되는 측면이 강했죠.
무려 기욤과 임요환의 1vs1 슈퍼파이트였던 "LAST 1.07" 같은 일회성 이벤트에조차 '누가 최강자냐' 라고 사람들이 의미를 부여하던 시대였습니다.

누가 뭐래도 2001년을 지배했고 스타판과 이스포츠를 재편하다시피한, 당시의 아이콘이자 최강자는 임요환이었고,
그런 임요환이 참가한 2001 KT 왕중왕전은 기존의 온게임넷 왕중왕전과 그 의미와 성격이 다를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모두가 최강이라고 지칭하는 임요환 선수는 왕중왕전에서 광탈해 버리고,
상대적으로 적은 관심속에 홍진호 선수가 우승을 차지합니다.

왕중왕전은 예선을 거치지 않고 스타리그 입상자를 몇명 모아서 만든 대회 시스템 때문에 당시에도 정규리그로 보아야 하는가에는 많은 갑론을박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에 리그의 흥행과 인기라는 것은, 정당성과 논리를 뛰어 넘는 그 어떤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임요환이 2001 KT 왕중왕전의 결승에 진출했다면, 우승했다면, 또는 누군가 다른이가 임요환을 꺾고 우승했다면 KT 왕중왕전의 평가와 권위는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것이라는게 저의 생각입니다.

제가 인정하는 부분은 "왕중왕전은 정규 스타리그는 아니었다" 입니다.
스타리그가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형태를 보았을 때 왕중왕전은 그런 형태가 아니었죠.
그러나 정규 리그가 아니라는 것이 곧 이벤트 리그임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마치 야구에도 정규 페넌트레이스와 플레이오프를 구분하듯이,
왕중왕전은 온게임넷에서 진행되는 스타리그 시스템의 연장선상에서, 스타리그의 상위입상자들이 참가 자격을 부여받는 연속성을 띤 리그였습니다.
왕중왕전이 예선이 없는 리그라고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왕중왕전은 스타리그를 예선으로 두고, 스타리그 입상을 엄연한 참가 자격으로 두고 있는 대회였습니다.
그러므로 왕중왕전을 정규 리그가 아니라고 하는 것과, 왕중왕전은 이벤트 대회. 라고 하는 것은 차이가 크죠.

그러나 팬들의 관심과 인기에 좌우될 수 밖에 없었던 당시 스타판의 권위라는 것이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해도,
온게임넷과 중계진이 본인들이 기획하고 제작했던 왕중왕전을 단순히 이벤트전으로 격하시키는건 아쉬울 수 밖에 없는 일입니다.
위 동영상을 안 보신 분들을 위하여 첨언하면, 정일훈 캐스터는 2:0 으로 앞서고 있는 홍진호 선수를 두고 "온게임넷 스타리그 최초의 저그 우승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라고 말합니다.
물론 이건 정일훈 캐스터가 스알못이라 당시 왕중왕전에 대한 갑론을박을 몰라서 하신 말씀일 수도 있지만,
이것은 당시 왕중왕전이 어떤 권위와 형태로 자리잡기를 원했는가를 보여주는 온게임넷의 기획의도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정당성을 의심받던 왕중왕전은 흥행에서도 실패하자 그대로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맙니다.
어쩌면, 하필이면 그 우승자가 홍진호이기에 그나마 지금 사람들 사이에 회자라도 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따지면 당시에는 야심차게 기획되었으나 후대에 와서 이벤트전 취급 받는 모든 대회들의 권위를 살려야 할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그래서 결론적으로는 왕중왕전은 이벤트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왕중왕전을 재밌게 즐겨 보았고, 홍진호 선수의 우승을 지켜 보았으며, 그 이후로 준우승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오늘날까지 놀림 반 관심 반 받는 홍진호 선수를 볼 때,,
비록 바꿀 수 없는 역사이지만 그럼에도 왕중왕전 우승자로서의 홍진호가 너무 잊혀지고 무시당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듭니다.

새벽에 괜히 유게에서 삘받아서 영상까지 찾아서 썼네요...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