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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10/19 19:07:22
Name The xian
Subject [스타2] 5년 전보다 덜 아프고 덜 분노하게 될 줄 알았습니다.
5년 전, 그보다 한두 해 전만큼은 못해도 한창 e스포츠를 챙겨보고 그것이 삶이 낙이었던 때와는 달리 지금은 내 밥 벌어먹는 것 바빠 e스포츠가 주 관심사도 아니고, 그래서 예전만큼 e스포츠를 챙겨보지 못하고, 그래서 선수들도 예전만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번 소식이 좀 덜 아플 줄 알았습니다. 덜 분노하게 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착각이었습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첫째는 오늘 전해진 소식들이 그 소식 자체는 5년 전보다 덜 아플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나쁜 소식이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5년 전의 상처를 다시 후벼파기에는 충분했기 때문이고,

둘째는 - 적어도 과거의 추억이 있는 사람들이 생각하기엔 - 절대로 그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던 사람의 이름이, 그것도 두 명이나 기사 안에 버젓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단 박외식부터. 솔직히 워크래프트3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살짝 특이한 이름 때문에 소식이 나오면 관심 있게 보던 선수들 중 몇 안 되는 선수였지요. 어느 날 갑자기 감독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들리더니 이번엔 감독으로서 승부조작을 진두지휘하는 브로커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팀이 어려운 가운데 임금체불에 인터넷 도박에 돈을 5700만원이나 꼬라박았다는 말까지 들리는군요. 도저히 변호가 안 됩니다.

다음으로 성준모. 파이터포럼에서 기자생활 할 때 악평도 많았지만 이름은 자주 봤는데 그 다음에 별다른 소식을 제가 못 보다가 오늘 이름이 떴길래 뭔가 했더니 승부조작 브로커라네요. 와. 돌겠습니다 진짜. e스포츠계에서 초창기 프로게이머로 배 곯아가며 고생했던 녀석이. 그러고 나서 기자까지 해먹은 녀석이 선수들을 끌고 승부조작 브로커짓을 했다네요.

유게에도 올라온, 지난 2010년 '돌아온 뒷담화'에서 승부조작 이야기 나왔을 때 박용욱 해설이 뒷담화에서 한 이야기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팀원이 여섯 명, 일곱명 있으면, 두세명이 돈 벌어 오면 그거 가지고 생활비 같이 쓰고, 같이 밥해먹고, 진짜 살기 위해서 게임을 했었는데, 그때는. 걔네들이 그 생활을 한 번이라도 해봤으면 진짜 이렇게 못하지."


그런데 박용욱 해설이 말했던, "생활비 같이 쓰고, 같이 밥해먹고, 진짜 살기 위해서 게임을 했었던" 녀석이 승부조작 브로커가 되어버렸네요??

이건 대체 뭘로 만회해야 하나요? 이 충격은 뭘로 잊어야 하나요?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돈 없으면 죽는다 어쩐다 난리치는 요즘 세상이다 보니 돈 몇 푼에 과거의 영광이고 자존심이고 뭐고 버려버리거나 망가질 수 있는 건 그렇다 쳐요. 하지만 적어도 범죄는 저지르지 말아야 할 거 아닙니까? 타락하고 범죄를 저질러 모든 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한심한 작자들이 한때 나 e스포츠에 누구요 하고 있었다는 게 저주스럽습니다.


박외식, 성준모. 그리고 최병현, 최종혁. 참 뭐라고 해야 할까요. 선수만 조작한 것도 아니고, 감독만 조작한 것도 아니고, 선수와 감독과 언론인 출신의 관계자가 공모해서 승부조작을 했습니다.

이쯤 되면 정말 승부조작으로 얼룩진 그들만의 나라 하나 만들어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네요.

선수가 있고 그 선수를 지도해줄 감독이 있고, 그 선수와 감독의 촌극을 촌철살인과 적절한 낚시를 버무려 퍼뜨려 줄 수 있는 언론인도 있으니 말이지요. 정말 그런 썩은 나라 만들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제가 상심이 크고 실망이 정말 커서 그렇습니다. 할 말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누구나 괴물이 될 수 있고, 아무나 타락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선수들이나 관계자들이 프로에 대한 생각을 제대로 가지지 않고 있고, 승부조작으로 인해 기회가 상실되는 고난을 겪은 사람들이 그 경험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지 않으려 노력하기는 커녕 브로커가 되어 한 몫 잡아보려고 타락하고 앉아있고, 승부조작 전력을 가진 작자들이 판 근처의 경계선을 기웃거려도 그게 무슨 상관이냐 하는 식의 안일한 분위기가 계속 조성된다면. 승부조작은 몇 번이고 다시 일어날 수 있겠지요.


한 번 일어난 일이 또 다시 일어났으니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라는 말은 이젠 부끄러워 하지도 못하겠습니다. 적어도, 그 망할 녀석들이 다시는 게임 가지고는 어디 가서 밥벌어먹고 살 수 없을 정도로 단호한 조치와 가혹한 대접을 받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되어야 이런 일을 시도라도 해보는 작자들이 그나마 줄어들지 않을까 싶기 때문입니다.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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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초짜
15/10/19 19:14
수정 아이콘
처음에 아무것도 없던 시절에서 라스베가스 우승까지 이끌던 팀의 선장이 이렇게 되어버릴줄...
원래부터 그런 사람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스2 최고의 명문팀이었던 프라임이 이렇게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네요...
이정훈 변현우 조성주 최성훈 장현우 등 이렇게 좋아했던 선수들이 나왔던 팀이 이렇게 허망하게 사라질줄은...
아직 사라진게 아니더라도 사라졌다고 봐야겠죠....

워3때부터 응원했고, 스2에서도 응원한 과거가 힘드네요...
직접 찾아가서 몇 번이나 봤었는데.....

이재균 감독님처럼 힘든 시기에 어떻게 대처하고, 살았는지 코치 생활하면서 느낀게 없었는지....

그러고 보니 박외식, 성준모 두 사람다 이스포츠 공식리그 우승자 출신이네요...
한명은 워3, 한명은 아트록스....
시노부
15/10/19 19:16
수정 아이콘
조작한놈들이 대회 참가한다질 않나, 인터넷 방송으로 지가 망하게 한 게임 플레이 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또 그에게 별풍을 쏘는 인간들을 보노라면
저랑 같은 취미를 가진 인간들이 어쩌면 저렇게 추잡하고 부끄러운줄 모르나 싶어 자괴감이 들던때가 있었습니다.

그로 부터 몇년이 지난 저는 "이야 갓타2 승부조작판이 생길만큼 판이 커졌어?"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30년 조금 넘는 내 인생의 80% 이상을 차지해온 취미생활이 이렇게 드릅고 추즙고 씨레기같았나 싶어서 다시 자괴감이 듭니다.
거 참.... 어이가 없어서 크크
Jace Beleren
15/10/19 19:17
수정 아이콘
처벌이야 당연히 받는거고, 당사자들이 본인한테 부끄러워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스포츠판이 노력에 비해 사회적인 대우가 좋지 않은편이라는거 모르는 팬들은 없습니다. 하지만 성인이라면 본인의 갈길을 본인이 선택하는겁니다. 본인이 선택한 길에서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것이, 다른 사람들이야 손가락질하고, 사회적 금전적인 대우가 좋지 못해도 적어도 그들 스스로에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길이었어야죠. 본인들이 선택한 길인데요. 그게 아니었으면, 인생은 길고 할만한 일은 많은데 말 그대로 손을 떼던가 했어야 했습니다. 정말 일어나선 안될 일이 또 일어나고 말았네요.

다만 그들이 그들의 잘못에 있어서 값을 치르는것과 별개로, 다른 많은 프로게이머들이 그나마 그래도 자부심을 가지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팬과 관계자들이 터전을 마련하고 재발을 방지 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안 그러면 진짜 망해도 할말 없죠...
하심군
15/10/19 19:18
수정 아이콘
박외식 전 감독(이런 예우를 하는 것이 옳은지는 모르겠습니다만)을 보면 헬싱의 월터집사가 떠오르더군요.

어디서 부터 잘못되었을까요. 스2의 MVP가 황혼을 걸을 때 부터?

아니면 확장팩의 벽을 넘지 못하고 오리지널 2워 헌트리스의 제왕으로 머물렀을 때 부터?
워크초짜
15/10/19 19:22
수정 아이콘
이정훈 변현우 조성주 장현우 이후에 선수 발굴이 안된것도 컸고...
김홍제, 전지윤 등의 선수가 있었는데, 육성도 제대로 안했고... (래더말고 팀자체 랭킹전도 없었다는 거에서 응원하는 팬으로써 멘붕...)
변현우 선수 행방을 감독이 다른 사람들에게 뭍고 다닐만큼 장악도 안되었고...

애써 데려온 에이스 유망주 김명식 선수는 한라운드 만에 이적해버리고...
(애초에 이상한걸 느끼고 가버린거겠죠)

과거의 프라임이 잘 나간것만 생각하다가, 안일하게 팀 운영하고...
그러다 보니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다른 팀들 보다 뒤쳐지면서
성XX가 개입한게 아닐까 하는 소설이나 써보네요...

팀의 간판이던 이정훈 선수가 그래도 4년이나 있었던 것을 보면, 팀이 잘나가던 시기에는 그러지 않았을거 같은데 에휴....
레가르
15/10/19 19:21
수정 아이콘
그때보다 더 화가나네요.. 제가 응원했던 사람들이 왜 다 연관되어지는건지..
공유는흥한다
15/10/19 19:26
수정 아이콘
5700 허공으로 날릴거면 패딩사주고 월급 조금이라도 지급 가능했을텐데 참 생각이란게 없는 박모씨죠
오바마
15/10/19 19:54
수정 아이콘
성준모도 확정인가요?
스타판이 성장하면서 그 덕으로 먹고살던 사람인데...
공유는흥한다
15/10/19 19:56
수정 아이콘
15/10/19 20:14
수정 아이콘
다시금 아무 의미 없을 수도 있던 소리에 응답해줬던 이윤열 선수가 고맙습니다.
15/10/19 20:18
수정 아이콘
성준모씨 pgr에 글도 몇개 남겼던 걸로 기억하는데..
러브투스카이~
15/10/19 20:19
수정 아이콘
앞으로 아프리카에서 GSL를 주최하는 만큼 조작범들 아프리카 방송 못하게끔 아프리카에서도 강하게 나갔으면 좋겠네요. 첫번째 조작사건 이후로 조작범들이 개인방송으로 돈 벌고 있으니 조작을 좀 만만게 생각하는것 같습니다
이빨호랑이
15/10/19 20:32
수정 아이콘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아프리카에서도 리그를 주최하는 만큼 조작러들에게 페널티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스펙터
15/10/20 02:02
수정 아이콘
그렇네요. 아프리카tv가 e스포츠 리그를 진행하는 만큼 'e-sports 전반 및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력이 있는 자'에 대해서 엄격히 방송 정지를 해줬으면 합니다.
Igor.G.Ne
15/10/19 21:01
수정 아이콘
박외식 성준모 너희들은 진짜 인생을 잘못살았다.
여태까지 니들이 살아온 인생 전체를 스스로 부정한거야.
15/10/19 21:40
수정 아이콘
그런말 해봐야

'게임이 나한테 해준게 뭔데! '

이딴 소리나 할 놈들이 아닌가... 마 그래 생각이 드네요

주먹이 웁니다 정말..
SoulTree
15/10/19 21:34
수정 아이콘
조금 전 공중파 뉴스에 보도되는거 보고 (이런식으로 공중파 그랜드슬램을 또...)
정말 부끄럽고 씁쓸했습니다...그리고 당사자들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오릅니다.
안좋은 인식으로 박혀가는 게임산업에...공허의 유산 출시가 22일 남았는데...

SPOTV를 비롯한 관계자들 및 협회 프로팀들과 일으켜주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팬들에게 다시한번 몇년 전의 아픔을 다시 들춰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 속타는 마음을 무엇으로 메꿀 수 있으려나요...
시나브로
15/10/19 21:45
수정 아이콘
스1 시절부터 성준모 인상, 눈빛, 느낌 같은 게 그냥 보통도 아니고 영 좋은 사람 같지 않다는 생각했다가 쭉 잊고 살았는데 결국 이런 소식으로 마주하게 되네요.

걍 알아서 자업자득해 폭망하는 소식-_-
미하라
15/10/19 22:08
수정 아이콘
전 이런일이 있어도 프로게임산업의 기반이 유지될수 있어야 비로소 프로게임리그/프로게이머가 사회로부터 인정받는 스포츠/직업이 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 스1이 조작때문에 몰락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만, 설령 마재윤 및 기타 선수들의 조작행위 하나로 스1이 망한 판이었다면 그 판은 굳이 그때 마재윤이 조작을 하지 않았어도 언젠가 다른 누군가의 조작으로 인해 망했을거라고 봅니다.

개인의 도덕성은 믿을수 없습니다. 프로게이머가 인성심사해서 선발하는 직업도 아니고 설령 인성심사를 거쳤다해도 그것이 영원히 유지될거라고 장담할수도 없죠. 그래서 구성원 개개인들 모두에게 직업윤리나 도덕성을 기대할수는 없습니다. 선수들은 게임실력이 뛰어나 프로게이머가 된거지, 인성심사를 거친게 아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조작은 언제든 다시 일어날수 있습니다. 이건 프로게임계 뿐만 아니라 어떤 스포츠에도 일어날수 있는 일이니까요.

그러므로 조작으로 인해서 리그가 망하네 판이 망하네...이야기가 나오고 진짜로 그때문에 망한다면 그건 조작 이전에 이판의 기반 자체에 문제가 있는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개인의 도덕성에만 언제까지 의존할수 없는 노릇이고 중요한건 한두명의 일탈행위에도 무너지지 않을 시스템을 구축하는게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선수들은 계속해서 활약할수 있는 리그가 있어야하고 팬들은 즐길수 있는 대회가 있어야 하니까요.
달달한사또밥
15/10/19 22:10
수정 아이콘
성준모 전 기자(라는 호칭도 이제 아까워진...)연루는 스1 시절 코엑스 메가스튜디오를 찾아 공방을 관전하던 고등학생 팬심의 추억을 짓밟다 못해 갈기갈기 찢어서.....헝....왜그래요 대체:'-(
15/10/19 22:11
수정 아이콘
스타2는 원래 여기서도 뜸하게 게시물이 올라오던데 일부 몰지각한 분들이 저런짓을 하고 다니네요.. 롤 불판을 빠짐없이 보는게 가끔 스타2 얘기가 쪼끔 튀어나왔을때 너무 안타까워 보이던데.... 스타1에 이어서 스타2도 너무 안타깝습니다..
15/10/20 02:49
수정 아이콘
장민철선수처럼 잘해서 돈벌수 있으면 좋겠지만 구조적으로 대다수는 충분히 벌지 못하지 않나요? 조작한 사람들을 옹호할수는 없지만 앞으로 방지하려면 근본 원인을 없애야 할것 같은데 불법도박들을 막는게 어려운가봐요??
헤글러
15/10/20 08:33
수정 아이콘
사실상 못막지 않나 싶네요. 한국의 농구 야구같은 인기스포츠를 넘어서 유벤투스같은 빅클럽도 승부조작을 한 세상이죠
Anthony Martial
15/10/20 11:52
수정 아이콘
잘 살진 못해도 부끄럽게 살진 말자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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