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경기-
김준호 VS
정명훈
2경기-
한지원 VS
김도우
3경기-
이승현 VS
Lilbow
4경기-
이신형 VS
주성욱
5경기-
조성주
VS 이병렬
6경기-
신동원
VS 조중혁
7경기-
원이삭 VS
김유진
8경기-
정윤종 VS
최성훈
위와 같이 오늘 블리즈컨 이전 마지막 WCS 경기가 마무리 되면서 16강 대진이 완성되었습니다. 당연히 이런 멋진 행사에는 여러 설레발이 달려야겠죠? 저도 설레발 한 번 쳐보려고 합니다. 팀리퀴드에서도 아마 파워랭킹을 올려줄텐데, 그걸 보면 제 주관이 영향을 받을 것 같아 미리 써봅니다. 팀리퀴드와 같이, 이 랭킹은 몹시 주관적이며, 윗 순위의 플레이어가 아랫 순위의 플레이어보다 실력적으로 못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16위 원이삭 (Yoe Flash Wolves)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제가 원이삭의 순위를 가장 낮게 책정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비록 코드S 우승은 차지하지 못했지만 GSL에서 준우승-8강이라는 성적을 거둘 동안 드림핵 지피니티까지 우승을 휩쓸며 프프전, 프저전에서는 실력 있는 프로게이머의 모습을, 프테전에서는 절대강자의 모습을 과시했었죠. 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은 그 이야기들은 과거일 뿐입니다. 게임에 흥미를 잃었는지, 건강에 문제가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타2에서 휴식 기간을 가지며 간간히 출전한 대회에서는 기량이 많이 저하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작은 온라인 대회였다고는 해도 중국의 저그 Toodming, 그리고 한국의 최종혁에게 2-0으로 진다던가, 최강자로 군림했던 프테전마저도, 임재덕 상을 받은 GSL에서 허무한 0-4 광탈을 맛보았습니다. 물론 그의 게이머로서의 기량은 아직 살아있어서 공허의 유산에서는 어느 정도 성적을 거두고 있기는 합니다만, 블리즈컨은 군단의 심장으로 치뤄지는 대회입니다. 과연 그는 잃어버린 흥미를 되찾고 그의 실력을 전성기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까요? 그런 그의 첫 상대는 프로리그 플레이오프 무패의 사나이, 역올킬의 신화를 써낸 악마 김유진입니다.
15위 조중혁 (SK Telecom T1)
정말 2위에 놓아주고 싶었던 선수입니다만, 뒤에서 두 번째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그토록 어렵다는 2회 연속 결승 진출 (및 준우승)은 사실 이 시점에서는 더욱 더 찬란히 빛나는 하나의 별빛에 가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팀메이트는 준우승이라는 개념을 현물화한다면 나오지 싶은 어윤수도 있어서, 준우승으로 본인을 치장하기에는 빛이 바랠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말 그대로 갑작스럽게, 아무 이유 없이 무너졌습니다. 2회 연속 우승을 노리던 이승현을 상대로 투박한 빌드와 날이 선 컨트롤 끝에 신승을 거두고 사람들이 가끔 기억하는 rlawnsgh를 사뿐히 즈려밟고 결승에 서던, 조성주와 이신형을 상대로 테테전에서 승리를 일궈내던 그는 시즌 3에 들어 급작스레 양대 광탈의 아픔을 겪게 됩니다. 그 이후 출전한 프로리그 또한 전패. 그는 필히 프로리그 결승전에서 승리의 맛을 기억해내서, 글로벌 파이널에서는 그 맛을 만끽해야 합니다.
14위 Lilbow (Millenium)
군단의 심장이 발매된 이후로 첫 번째 우승자, 최초의 2회 연속 결승 진출자, 스테파노 이후 두 번째 결승 진출자, 그리고 나니와에 이은 두 번째 글로벌 파이널 진출자입니다. 그를 천운우승자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의 최근 우승 행보를 살펴보면 이제동-박지수-신동원-Zanster-MaNa, 이 모든 상대를 꺾어내고 역스윕까지 해가면서 달성해낸 우승을 폄하할 수는 없습니다. WCS 시즌 2, 6월의 첫 결승에서 신동원에게 4:2로 아쉽게 패한 그는 절치부심하여 명실상부한 Foreign Monster로 돌아왔습니다. 물론 그의 WCS 대회 사이의 성적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닙니다. 홈스토리컵, 아수스컵, 지피니티, IEM 등을 출전하여 이제동-방태수-황규석-이신형에게 각각 패배한 전력이 있지요. 그렇지만 그의 종족이 가지고 있는 강력한 이점인 올인은 포기없이 신동원을 상대로 일궈낸 그의 정신력과 맞물려 예상 외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그의 상대가 요새 오락가락하는 이승현이라는 점, 불행이라면 이승현이 오락가락하는 건 그의 테란전(이라고 쓰고 메카닉)이라는 점이겠네요.
13위 최성훈 (CM Storm)
프리미어 리그 3회 우승자, 최성훈입니다. 자유의 날개 시절부터 강자로 알려져 있던 최성훈은 군단의 심장에서도 WCS 아메리카 2회 연속 우승을 달성하고, 2년 뒤 올해 4월 그의 세 번째 우승을 거머쥐게 됩니다. 그 상대는 신동원이었죠. 사실 글을 쓰는 지금도 최성훈을 너무 높게 잡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는, 풀 타임 프로게이머가 아니거든요. WCS 결승에서 우승을 따낼 때도 절대적인 연습량의 부재가 눈에 띌 정도였습니다. 제일 큰 문제로, 그의 빌드에는 다양성이 부족합니다. 거의 모든 경기에서 똑같은 빌드를 사용하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를 13위에 놓은 것은 그의 저력을 믿기 때문입니다. 2티어 대회에서 무참하게 자신을 도륙냈던 상대도, 프리미어 리그에서 다시 만나면 꺾고 상위 라운드로 진출하는 그 모습을 군단의 심장 최후, 최대의 토너먼트에서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12위 정명훈 (Dead Pixels)
솔직히 말하자면 스타1 시절 저는 정명훈 선수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인배 김준영을 4강에서 하필이면 그 때 세상에 빛을 본 새로운 메카닉으로 떨어트리고 올라갔으니까요. 하지만 스타2에서 그의 경기를 본 사람이라면 그를 응원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겁니다. 그는, 상대의 점막이 온 맵을 뒤덮고 병력의 격차가 50배 가까이 날 지라도 마지막 감시군주를 점사하며 은폐 밴시를 뽑을 사람이고, 상대의 병력이 이미 앞마당에 난입해서 건물을 깨부수고 있을 때 의료선에 남은 유닛들을 모두 태워 엘리전에 돌입할 승부사이며, 47분 경기 끝에 건설로봇이 2기 남을 때까지 게임을 포기하지 않는 게이머이기도 합니다. 그의 처절함이 때로는 조롱거리가 되어 해외에서도 늦게 치는 GG를 그의 아이디에 빗대어 'fantsay gg timing'이라고 부르지만, 그의 근성은 어찌보면 프로게이머로서의 그를 지탱하는 중심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는 어제, 근성가이 고베르만을 근성대결에서 승리하여 WCS 진출권을 거머쥐었습니다. 사실, 그의 경기력은 조성주처럼 화려하지도, 이신형처럼 숨막히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래더 경기를 보는 것 같은 친숙함이 더 강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어윤수, 박령우와 풀 세트 접전을 한 치도 밀리지 않고 벌이며 이신형을 전면전에서 때려잡고 정윤종, 주성욱을 짓누르는 그의 놀라움이 설명되지 않습니다. 누구와 붙어도 5:5인 그의 상대는 WCS 포인트 1위 김준호입니다. 과연 국본 정명훈은 김준호를 그의 흑마법으로 빨아들여 5:5 승부를 낼 수 있을까요?
11위 신동원 (ROOT Gaming)
2015년 새로운 WCS 체제 출범 이후 가장 성공적이었던 사례는 누구였냐하면, 바로 이 신동원일 것입니다. 그는 국내에서 한 때 20분 본좌라고 불리며, 압도적인 번식지 단계에서의 압박능력과 동시에 전무후무한 군락 체제에서의 승리 거부 현상을 보여주었지만, 2015년의 그는 달라졌습니다. WCS 프리미어 리그에서 준우승-우승-8강의 매우 준수한 성적을 거두는 와중에 지피니티, 드림핵에서 4강~결승을 연속으로 찍어주며 확실히 달라진 기량을 선보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사실 대회에서 적극적으로 패치된 군단숙주를 쓴 첫 번째 한국인이기도 합니다. 그의 테란전은 뮤탈에 몹시 힘을 싣는 경향이 있고, 토스전은 공업 저글링을 활용한 번식지 단계에서의 강력한 소모전을 바탕으로 두고 있습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보기에는 시원시원하지만, 본인의 컨트롤에 과도한 비중을 두고 있어 조금이라도 삐끗할 경우 크나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그의 문제점 중 하나인 방심과 연결됩니다. 그는 3연속 결승을 눈앞에 두고 '결승'에서 이겨봤던 상대인 Lilbow에게 역스윕을 당하는 크나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이 심대한 피해는 그의 마지막 남은 약점을 감춰버렸을 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2013년, 2014년에 이어 또다른 예상치 못한 우승을 마주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10위 김도우 (SK Telecom T1)
스타2 최초이자 유일의 GSL, SSL 양대 우승자입니다. 양대 결승 진출(및 준우승)자는 한 명 더 있지만요. 그리고 그는 작년 6월 2014 GSL Season 2에 이어 다시 한 번 우스운자라는 불명예를 뒤집어 쓸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탈락과 진출을 결정짓는 마지막 세트에서 이병렬이 냅다 집어던진, 그의 입장에서는 어처구니가 없는 날빌을 맞고 김도우는 그렇게 떨어졌습니다. 다행히 GSL은 8강의 문을 여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 사이 프로리그에서는 그의 명성에 걸맞지 않는 성적이 반복되었고, GSL마저도 8강에서 아쉽게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항상 프로토스의 최강자 논쟁이 벌어지면, 그의 이름은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김준호가 투명하다면, 김도우는 사람들의 인식 밖에 서있는 것 같습니다. 한참 동안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나면 그제서야 아, 그런 선수가 있었지, 하고 그를 떠올리지만, 소위 말하는 '포스'를 느끼는 데에는 실패합니다. 그가 스타일이 없는 선수는 아닙니다. 그는 전매특허라고 볼 수 있는 강력한 폭풍함 운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실력이 없는 선수 또한 아닙니다. 실력이 없다면 양대 우승을 장기간에 걸쳐 달성할 수는 없습니다. 그는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고 블리즈컨 우승컵을 거머쥐어 양대 우승자인 그가 결국 프로토스의 심장임을 증명해야 합니다.
9위 이병렬 (Jin Air Greenwings)
섹-시한 이병렬은 9위에 선정되었습니다. 이유가 뭐냐고요? 그는 8강 리거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명단이 '상위 라운드로 진출할 확률'을 기반으로 작성되었다면 이병렬은 1위에 랭크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 랭킹은 주관적인 우승확률 랭킹이고, 비록 제가 이병렬을 몹시 물고 빨고 아끼긴 하지만 그가 8강을 넘어선다는 것은 도무지 상상조차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이 섹시한 저그 선수가 보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서 보다 더 많은 경기를 보여주기를 원할 것입니다. 모두가 패치를 원망하며 정체되어 있을 때 홀로 바뀐 유닛의 새 용도를 연구하여 김준호-정우용이라는 각 방면의 대가를 멀리 보내고, 최종전 최종세트에서 상대 본진에 부화장을 짓는 그의 재기발랄함과 과감함은 사실 그의 겉모습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의 본모습은 그런 '예능스러운' 플레이를 현실화 할 수 있는 압도적인 피지컬을 바탕으로 합니다. 2015년 새롭게 떠오른 저그 신예 세 명-박령우, 이병렬, 한지원-중 한 명이 떨어져나가고 한지원과, 그리고 이병렬 만이 남았습니다. 현재의 그는 기억에 남는 선수이지만 최고라고 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이병렬은 과연 WCS 2015 글로벌 파이널을 그의 전략성으로 접수하고 그를 2015년 최고의 저그로 만들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이번 글로벌 파이널 우승 순위를 어떻게 예측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