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에 올렸었으나 게시물 성격상 맞지 않는 것 같아서 삭제 후 게임게시판에 재게시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몇 년 전부터 즐기고 있는 보드게임 하나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pgr21이 오랜 스타크래프트 커뮤니티인 것은 이 글을 읽고 계신 누구나 다 아실테고, 요샌 온라인 카드게임인 하스스톤의 인기도 많은 것 같아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과 카드게임을 섞으면 아마도 이렇지 않을까 싶은 게임을 하나 소개하려고 합니다.
바로 "룬 에이지"입니다.
보드게임에 흥미가 있는 분이라면 한 번쯤 "도미니언"이라는 게임에 대해 들어보셨을 텐데요.
도미니언이 순수하게 덱 빌딩 자체에 중심을 뒀다면, 룬 에이지는 덱 빌딩에 판타지풍의 배경과 전투를 더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덱 빌딩 카드게임의 시초인 도미니언>
본격적인 소개에 앞서
덱 빌딩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매직 더 게더링, 유희왕, 하스스톤 등의 카드게임은 미리 만들어놓은 덱으로 게임을 진행하는데 반해서,
덱 빌딩 카드게임은
덱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중심이 되는 게임입니다.
하스스톤의 경우 30장의 카드로 덱을 구성하여 시작하는 반면, 제가 소개할 룬 에이지의 경우에는 8장의 카드로 덱을 구성하여 시작하는데요.
여기서 궁금증이 생기실 겁니다. 8장의 카드로 시작하면 카드가 금방 동나지 않느냐?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쓰고 버려진 카드들이 버림 카드 더미(유희왕의 '묘지' 개념)로 보내지는 것까진 다른 카드게임과 같은데요.
이 장르에선 덱으로부터 뽑을 카드가 더이상 없게 되었을 때, 그동안 묘지에 쌓인 카드들을 섞어서 새로 덱을 만듭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덱으로 계속 게임을 하면 돼죠.
응?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 가실겁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으니까요! 그래서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하하...
-------------------------예시------------------------------
우선 여러분이 지금 게임에서 사용하실 카드는 "미네랄" 카드, "저글링" 카드, "히드라리스크" 카드, "뮤탈리스크" 카드입니다.
임의의 카드 공급처에는 저글링, 히드라, 뮤탈 3종류의 카드가 여러 장씩 있고, 저글링을 미네랄 1원, 히드라를 미네랄 2원, 뮤탈을 미네랄 3원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저글링 카드 3장과 미네랄 카드 5장, 총 8장의 카드로 덱을 구성하여 게임을 시작합니다.
1) 우선 게임 시작과 동시에 덱에서 카드 5장을 뽑습니다.
2) 저글링 3장과 미네랄 2장이 나왔네요.
3) 3장의 저글링은 다른 플레이어를 공격하는데 쓰고 버립니다. 그리고 손패에 남은 2장의 미네랄을 써서 2원인 히드라를 구입합니다.(구입한
카드는 바로 쓰지 못하고 묘지로 보내집니다)
4) 그럼 현재 내 묘지에는 저글링 3장, 미네랄 2장, 그리고 방금 구입한 히드라 1장이 있습니다.
5) 턴이 끝날 때는 다시 손패에 5장을 채워야 합니다. 근데 8장의 덱에서 5장을 이미 써버렸으니 뽑을 카드가 3장 밖에 없군요?
6) 일단 남은 3장을 뽑습니다. 그리고 묘지의 카드들을 전부 섞어 새로운 덱으로 만듭니다.
7) 그렇게 만들어진 덱에서 카드 2장을 더 뽑아 손패를 5장까지 채웁니다.
8) 이번에는 미네랄과 3장, 저글링 1장, 히드라 1장이 나왔네요.
자, 게임을 시작하기 전이랑 뭐가 달라졌을까요?
처음엔 저글링 3장, 미네랄 5장의 덱이었지만, 한 턴을 진행하고나니 저글링 3장, 미네랄 5장, 히드라 1장인 덱이 되었네요.
이런 식으로 진행하다보면 나중에는 히드라와 뮤탈은 물론 울트라리스크까지 조합된 덱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게 강화된 덱으로 다른 플레이어들과 경쟁하거나 혹은 협력해서 이기는 게임이죠.
이해되시나요?
다른 카드게임과는 달리
덱을 구성하는 과정이 게임 진행 속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제가 소개할 룬 에이지라는 게임이 위의 예시처럼 단순하진 않습니다. 뭐 알고 나면 사실 그렇게 복잡하지도 않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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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룬 에이지에 대해 설명할텐데요.
카드 구성은 크게 '종족' 카드, '금화' 카드, '중립' 카드, 그리고 각 시나리오에 따라 다른 '이벤트' 카드로 나뉩니다.
종족 카드는 '본거지' 카드와 각기 다른 비용이 다른 4종류의 '유닛' 카드(각각 8, 4, 4, 3장), 그리고 '요새' 카드로 나뉩니다.
중립 카드는 '중립 도시', '중립 유닛', '중립 책략' 카드로 나뉩니다.
뭐 이리 종류가 많아? 라고 생각이 들어도 그냥 넘어가시면 되겠습니다.
게임의 진행 방식인 시나리오로는 4종류가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에도 밀리, 프리 포 올, 유즈맵 셋팅 등 여러가지 다른 진행 방식이 있는 것 처럼요.
1. "드래곤 로드의 부활" 시나리오 (다른 플레이어들과 경쟁을 하는 동시에 중립 적 보스를 먼저 꺾은 플레이어가 승리합니다.)
2. "룬 워즈" 시나리오 (공통의 적 없이 오직 플레이어들끼리 경쟁을 하여 마지막에 남은 한 명이 승자가 됩니다. 스타크래프트의 밀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3. "대격변" 시나리오 (플레이어들이 힙을 합쳐서 한 명도 아웃 당하지 않은 채 끝까지 버티면 클리어하는 시나리오입니다.)
4. "기념비" 시나리오 (다른 시나리오는 강한 유닛을 추가하여 덱을 군대화시키는 게 목적이지만, 기념비 시나리오는 금화 카드를 주로 추가하여 10~12원씩하는 고가의 랜드마크를 구입해야 이기는 시나리오입니다.)
플레이어끼리 치고 박는 '룬 워즈' 시나리오를 예로 전반적인 게임 진행을 설명하자면,
1. 처음 8장의 덱으로 시작하여 자기 종족의 요새를 확보, 중립 도시를 공격하여 점령 또는 상대방이 이미 확보한 도시를 공격하여 뺏어와서 영향력을 높힙니다.
2. 그 영향력을 바탕으로 고효율 금화를 획득하거나, 강력한 중립 유닛을 획득할 수 있고
3. 자기 종족의 고급 유닛을 구매하는 등 덱을 강화시켜 마지막으로는 적 본거지를(상대 플레이어를 직접) 공격하여 피해를 쌓이게 하여 탈락시킵니다.
<금화와 더불어 중요한 자원 중 하나인 영향력을 생성하는 중립 도시들>
금화가 미네랄이라면, 영향력은 베스핀 가스라고 생각하면 빨리 이해될 겁니다. 물론 여기선 좀 다른 개념이긴 하지만요.
룬에이지에는 4개의 세력이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에도 테란과 프로토스 그리고 저그가 있는 것처럼요.
엘프 종족인 라타리 엘프 / 인간 종족인 다칸 공국
언데드 종족인 불멸의 와이카 / 악마가 된 야만인 종족 우쑥 일란
초반에는 힘들지만 조합만 제대로 갖춰지면 무시무시한 엘프 종족.
물량 공세에 능하고, 유닛 간의 연계가 좋아서 효율적인 전투를 할 수 있다. 덱 순환이 빠르고 패가 잘 말리지 않는다.
빠른 발전 속도를 바탕으로 상대 종족보다 자본력에서 우위에 설 수 있지만, 상황에 제약을 받는 능력들 때문에 신중한 운영이 필요하다.
초반부터 높은 전투력을 이용하여 적극적인 전투을 펼친다. 하지만 소모적인 능력 때문에 필요한 유닛들을 꾸준히 공급해줘야 한다.
각 종족에는 4종류의 유닛 카드가 있습니다.(위 사진의 오른쪽 영문판 카드 2종류는 확장판에서 추가되는 유닛들입니다)
앞선 예시에서 표현했던 저글링과 마찬가지로 공격하거나 수비하는데 쓰이는 전투를 담당하는 카드입니다.
인간 종족 "다칸 공국"의 기본 유닛인 "보병"입니다.
왼쪽 상단에 보면 방패 그림과 숫자 "1"이 적혀있습니다. 전투력 1을 뜻하구요.
오른쪽 하단에 보면 동전 그림과 숫자 "1"이 적혀있습니다. 비용 1을 뜻합니다.
즉, 보병의 전투력 수치는 "1"이며, 공급처로부터 내 덱에 추가하기 위해선 "1"금화 만큼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뜻이죠.
하단에 적혀 있는 텍스트는 특수 능력입니다.
다음은 "라타리 엘프"의 "페가수스 기수"입니다.
보병과는 확실히 다르죠? 전투력 4에, 무려 5원씩 하는 고급 유닛입니다.
그런데 이런... 5원짜리 페가수스 기수를 뽑으려면 5장의 금화 카드가 필요하지 않냐구요? 5장의 금화 카드가 한 번에 손에 잡히는 건 아무래도 힘들겠죠.
그러나 걱정 마세요. 처음엔 1장에 1만큼의 가치를 하는 금화 카드만을 가지고 시작하지만,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2만큼의 가치, 3만큼의 가치를 하는 고효율 금화 카드를 얻을 수 있답니다.
<1가치, 2가치, 3가치 총 3종류의 금화 카드>
자세히 보면 금화 카드의 오른쪽 하단에 영향력을 뜻하는 그림과 숫자가 적혀있습니다. 이 금화 카드를 획득하기 위해선 그만큼의 영향력이 필요하다는 말이죠.
즉, 왼쪽 상단에는 그 카드가 생성하는 어떠한 능력, 오른쪽 하단에는 그 카드를 획득하기 위한 어떠한 비용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상황에 따라 획득하여 이런저런 카드들을 획득하여 덱을 강화시켜 승리 조건을 달성하시면 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종족 카드 이외에도 여러가지 카드가 있습니다.
다양한 중립 카드(위 책략, 아래 유닛)
더 자세히 파고 들면 글이 끝나지 않을 것 같군요. 대충 어떤 게임인지 감이 잡히시나요? 각 플레이어는 종족을 선택해서 덱을 강화시키고, 시나리오에 맞는 목표를 달성하면 됩니다.
기본적으로 "운"과 "심리전"이라는 요소가 중요한 카드게임에 "운영"이라는 요소를 곁들인 게임입니다.
보드게임치고는 플레이 타임도 짧아서 좋고, 글재주가 없는 탓에 설명만 복잡해 보일 뿐 몇 번만 플레이 해보면 간단하구요.
TCG나 LCG처럼 추가적인 팩의 구매가 필요한 게임이 아니라 한 세트만 사면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본판을 재밌게 플레이하셨는데, 심심한 느낌이 드신다면 확장판을 강력 추천합니다. 2개의 새로운 종족과 여러가지 새로운 카드들이 추가되어 본판보다 확실히 낫습니다.
다만, 확장판은 한글판 출시가 되지 않아 한글화 자료를 참고하셔야 됩니다.
http://blog.naver.com/hihihing99/40193182084 (한글화 자료 링크)
취향을 많이 타는 게임이지만 혹시 pgr21 유저분들의 입맛에 맞는 게임일 수도 있겠다 싶어서 써봤습니다.(아니라면 죄송합니다ㅜ)
읽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