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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5/01/25 22:23:59 |
Name |
저퀴 |
Subject |
[기타] 그레이 구 리뷰 |
그레이 구는 제가 RTS를 좋아다 보니, 예전부터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졌던 작품인데요. 하지만 기대보다 우려가 더 컸습니다. 개발사인 페트로글리프는 최근 이렇다 할 성공작도, 그렇다고 제 취향에 맞는 작품을 내놓은 적이 없었거든요. 그들이 C&C 개발진 출신이라곤 하나, 그들이 만들어낸 최신작들보다 4편과 개발이 취소된 온라인을 제외한 최근의 C&C 시리즈가 훨씬 좋았습니다.
그리고 운 좋게도 당장 구매할 생각이 없었는데, 아는 분이 먼저 구매했다가 당장 하지 않으신다고 해서 빌려서 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주말이니 싱글플레이 캠페인부터 쭉 달렸습니다.
1. 싱글플레이 캠페인
캠페인의 구성은 지겨울 정도로 단순합니다. 약간의 차이는 있긴 합니다만, 기지 건설과 병력 생산으로 적을 무찌른다는 전개가 전부입니다. 조금씩 색다른 요소가 있기야 합니다만, 이 정도는 몇년전에 나왔던 RTS 게임들도 더 화려하게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자유의 날개 같은 캠페인 구성과 비교조차 할 수 없고요.
무엇보다 전반적인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특히 구를 상대로 하는 임무에선 구의 특징상 계속해서 구를 추적해서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이거 하나 잡겠다고 시간만 왕창 잡아먹게 만들기까지 합니다. 일반 난이도에서조차 초반 선택이 잘못되면 그냥 재시작해야 할 정도로 빡빡한 구성이고요.
양적인 측면에서도 장점이 적습니다. 각각의 진영이 갖는 캠페인 길이는 무척 짧습니다. 자유의 날개는 물론이고, 군단의 심장이나 이전의 워크래프트3 같은 작품의 캠페인과 비교해도 부족합니다. 여기에 상당수의 임무가 초반에는 기초 튜토리얼, 후반에는 고급 유닛에 대한 홍보 겸 튜토리얼을 겸하고 있는 걸 고려하면 더더욱 빈약합니다.
2. 매력 넘치는 구와...
나노 머신으로 만들어진 구는 RTS 게임 중에서 가장 독특하고 매력적인 진영입니다. 유닛과 건물이란 개념이 희미하며, 내가 가진 기반 시설이 즉각 병력으로 환산되는 독특한 구조를 가졌습니다. 그래서 세 진영 중에서 구가 가장 재미있게 플레이했던 진영이었습니다. 최소한 구만큼은 이 작품에서 가장 호평해줄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나머지 두 진영은 구와 베타는 실망스럽습니다. 두 진영 간의 차이는 건물 시스템에서 크게 드러날 뿐, 나머지는 그렇게 흥미롭지 못합니다. 여기에 플레이어의 선택을 요구하도록 만든 유닛 업그레이드는 괜찮은 편이었지만요.
무엇보다 전반적인 유닛의 종류가 상당히 적습니다. 베타와 인간이 11종, 구는 그것보다 더 적습니다. 물론 유닛의 종류가 무조건 많다고 좋은 건 아닙니다. 쓰이지 않고 버려지면서 의미없어지는 유닛이 생기니까요. 그러니 최대한 각각의 유닛을 개성 있게 만드는 것이 RTS의 덕목이죠. 그런데 그레이 구의 유닛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당장 베타만 해도 쓸데 없이 포격 유닛이 2종류나 차지하고, 업그레이드 전까지는 지상 공격이 불가능한 대공 유닛이 로스터를 차지합니다. 여기에 C&C 식으로 운용되는 항공 유닛까지 제치고 나면 실질적으로 운용하게 되는 유닛의 종류는 손에 꼽는 수준입니다.
3. 멀티플레이 대전
멀티플레이는 싱글플레이보다 더욱 실망한 편이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덜 만들어졌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아요.
구성은 고작해야 플레이어 간 대전이 전부고, 이마저도 4인 지원이 끝입니다. 제공되는 맵의 종류부터가 10가지를 넘지 못하죠. 더욱 안타까운 부분은 이 맵들이 몽땅 캠페인의 배경과 동일한 장소라서 어떤 맵을 플레이해도 똑같은 배경을 반복할 뿐입니다. 이건 변명의 여지가 없이 그냥 성의 없는 결과물일 뿐이죠.
거기다가 게임 모드라고 해봤자, 건드릴 수 있는 설정부터가 에픽 유닛의 허용 유무가 전부입니다. 체계적인 래더 시스템이나 스타크래프트2의 아케이드 같은 요소는 기대할 수도 없고요. 그저 최소한의 것들만 만들어진 수준입니다.
4. 그 외의 단점들
음악은 기대 이하였습니다. 똑같은 음악이 상황에 상관 없이 계속 반복됩니다. 그저 시끄러울 뿐이었습니다. 효과음은 더더욱 별로였는데, 비록 테마에는 어울리지 몰라도, 귀를 찢는 듯한 기계음이 유닛을 선택할 때마다 나오면 음소거를 해버리고 싶어집니다.
최적화도 별로였습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로 병력 보유를 인구 200으로 제한해둔 게임이 4인 대전으로 병력을 가득 채우기 시작하면 슬슬 프레임이 떨어지는 걸 경험하게 됩니다. 적어도 권장 사양은 넘는 PC로요.
거기다가 RTS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인공지능도 문제가 있습니다.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 벽을 때리기 위해서 적에게 얻어맞고 있는 아군 유닛의 모습은 답답할 지경이고, 최단 경로를 잘 찾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보입니다. 다만 이 부분은 그레이 구만의 단점이라 지목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아쉬운 정도라 봅니다.
5. 총평
개인적으로는 전형적인 신생 개발사의 완성작이란 느낌이 강하게 풍깁니다. 특히 멀티플레이는 결코 풍성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싱글플레이 캠페인조차 RTS의 전성시대에 쏟아져 나왔던 작품들과 비교해서 딱히 나을 게 없습니다. 그나마 흥미로운 이야기와 배경이 있고, 그걸 뒷받침해주는 질 높은 영상이 있습니다만, 과하게 말한다면 그게 전부입니다.
커맨드 앤 컨커 같은 인기 시리즈를 계승하기 위해서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만, 스타크래프트2 같이 전작을 계승하되, 차별화를 꾀하려 한 게 아니라, 그냥 아류작처럼 보이도록 만들어졌을 뿐입니다. 그나마 독특한 구가 있기에 새로운 인상을 줄 뿐입니다.
제 기준에는 다른 분들에게 추천드리기 많이 어렵네요. 비록 최근 활발하게 여러 게임을 유통하는 H2 덕분에 한국어까지 지원되고, 한국어 번역의 질도 높습니다만, 홍보 자료에서 보이던 '차세대'란 단어와 매우 먼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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