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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3/12/15 19:41:18 |
Name |
Quelzaram |
Subject |
[스타2] 2013년 한 해, 무슨 무슨 일들이 있었나? |
연말인데 이런 글 하나 없으면 좀 그런 것 같지 않나 - 싶어서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이런 글 한 번 써볼까 합니다.
기억나는 것 위주로 최대한 써보겠지만 누락되는 것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주로 경기나 리그 위주로 쓸 생각입니다. 사건 사고는...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있는 거좌놔요?
1. 만년 기대주, 만개하다.
진에어 팀의 조성주는 2012년도에 느꼈던 좌절감과 열등감을 2013년 올 해 완벽하게 날려버렸습니다.
이른바 스타크래프트 2 루키 트로이카 3인방 중 팀 동료였던 헤파이토스 장현우와
2012년에 가장 핫한 저그로 등극했던 이승현과 달리, 조성주는 201년에 이렇다 할 성적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올 해 들어서 저그전을 극복한 모습을 보여주며 스타리그에서 정윤종이라는 프로토스의 정석을 꺾고
로열로더 우승이라는 업적까지 달성합니다. 이후 핫식스컵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전과 달리 플레이에 깊이가 안배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스2 팬들 입장에서 조성주는 루키 3인방의 이름에 묶여만 있는 존재였는데,
이를 기점으로 당당히 강자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2. 노장의 투혼은 노장을 울리다
최지성은 참 늦은 나이에 데뷔해 스타2로 넘어온 특이한 선수입니다. (24세에 스타1 데뷔)
MLG 출전에 비자 문제가 있어 나가지 못한다든지 하는 불운도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99.9% 피해갈 수 없는 문제, 다가오는 군입대를 두고 최지성은 배수의 진을 쳤습니다.
노력은 대부분의 게이머가 다 하는 것이지만, 거기에 '각오'라는 것이 더해졌을 때
어떤 폭발력을 갖게 되는지 최지성은 잘 보여줬습니다. 2013년, 적수가 없어보인다는 평가를 듣던
이신형을 셧아웃 시켜버리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시즌 파이널에서 스칼렛과의 풀세트 혈투,
이제동 선수와의 경기에서 완벽한 물량과 판짜기를 선보이며 감동을 주었습니다.
안준영 해설은 그의 경기를 보고 난 후 펑펑 울었죠. 아마 감동 + 자신의 모습이 투영돼서 만들어냈던
에피소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3. 불운이 빚어낸 희대의 프로토스
eSTRO , 화승 OZ , STX SouL 까지. 그는 팀이 소속팀이 세번이나 해체되는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 그가 남아 활동하고 있는 팀도 2014년 존속이 불투명하며 안좋은 소식이 인터넷을 떠돌고 있습니다.
그러나 2013년 하반기에 그의 활약상은 분명히 앞으로 스2가 기억되는 한 회자될 만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스타1 시절, 속칭 '화토(화승 토스)'라는 비아냥을 뒤집어 쓰고 있었던 그에게 붙은 별명은 기껏해야
외모적인 면에서 인상깊은 '유재석 토스' 정도였습니다. 지금도 멋들어진 별명은 딱히 없는 것 같지만 (파라오 토스?)
그 누구도 백동준을 우습게 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오른 결승에서 어윤수라는 백전노장을 상대로 능수능란한 컨트롤과 심리전, 수비를 선보이며
프로게이머 데뷔 이래 첫 우승을 거머쥔 이 선수는 시즌 파이널까지 연달아 우승해버리며
2013년 유일무이한 지역 파이널-시즌 파이널 동시 우승자의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새깁니다.
팀 대회에서 우승한 자신의 팀이 해체되는 역사. 그는 분명히 그동안 불운한 게이머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도 그것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는 더이상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게이머는 아닐 것입니다.
4. 불굴, 마침내 정상에 서다
폭군, 이제동을 설명하는 가장 유명한 단어입니다.
하지만 전 그의 도전정신이야말로 그에게서 찾을 수 있는 가장 참된 가치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EG 팀에 들어가서 스트림을 하던 당시 초기의 모습의 이제동은 조금도 즐거워보이지 않았습니다.
의무적인 스트림, 그리고 테란에게 줄줄이 패하는 모습.
WCS KR에서 많은 이들이 치고박고 싸울 때, WCS NA에서 우승하나 쯤은 쉽사리 거머쥐어줄 것이라 믿었던 팬들은
이제동의 결승을 두려워하게 되었습니다. 기억도나지 않을만큼 많은 준우승을 거두면서
최성훈 선수와 최지성 선수에게 4:0 패배를 당했을 때는 비난 여론까지 생겨났을 정도로.
글로벌 파이널에서 최고의 기세를 자랑하던 백동준을 잡아냈지만, 다음 경기에서 무기력하게 휘둘리며 패배.
그러나 이제동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ASUS ROG 노스콘 2013 에서 우승을 거둡니다.
노력에 비해 너무 늦게 찾은 결실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가 좌절했다면 이 결실 또한 없었을 것입니다.
5. 미친 경기력, 신들의 리그 결승전
GSL 우승자 선수가 있는 팀이 1승도 거두지 못한 리그가 있다는데 그게 사실입니까? 네 사실이었습니다.
장난삼아 '신들의 리그'로 불렸던 GSTL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말이 씨가 된다는 표현은 여기에도 적용되는 것이었을까요? GSTL 시즌 1 때 보여줬던, 군단의 심장에
적응이 덜 된 어설펐던 경기력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선수들은 한 수 한 수 최상의 수싸움을 펼쳤고
농으로 시작됐던 신들의 리그는 비록 규모는 작을지라도 경기 질적인 면에서 진짜 라그나로크 급 전쟁이 되었습니다.
결승전에 오른 것은 액시옴 에이서, 그리고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온 AZUBU와의 대결이었습니다.
토, 일 양일간 펼쳐진 경기는 그야말로 각본 없는 드라마였습니다.
토요일 엔트리제 경기에서 아주부는 상대 팀의 빌드 성향을 완벽하게 카운터, 액시옴에이서를 상대로 첫 승을 거두며
우승에 대한 가능성을 드높입니다.
이어진 일요일 경기, 액시옴에이서는 끌려가던 상황에서 양준식 선수의 투입으로 상황을 반전시켰고
팀의 위기 상황에서 아주부는 김영진 선수를 내보냅니다.
김영진 선수와 양준식 선수는 가히 2013 최고의 프로토스 vs 테란전이라고 봐도 손색없을 혈투를 펼쳤고
김영진은 에이스 결정전 끝판 대장, 이신형을 소환하는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이어진 테테전에서 이신형 선수는 1차전에서 건설로봇이 다수 잡힌 불리한 상황을 타이밍 러시로 극복,
이어진 파이널 에이스 매치에서 김영진 선수의 조이기의 허를 찌르는 본진 드랍으로 '끝내주는 이신형'이란
자신의 명성을 이어갔습니다.
이외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을텐데, 더이상은 당장 생각이 안나네요.
2014년에도 스타2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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