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밑에 글에서 스타 2의 가독성, 효과음에 관한 논쟁이 있었는데요 이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원래 리플로 남길 생각이였으나 길이 길어진 김에 아예 독립적인 글로 스타 2의 가독성이 과연 나쁜지, 효과음이 정말 구린지에 대해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1. 가독성
1) 해상도
일단 스타 1과 2의 가독성 차이에 관해 논의하기 전에 스타 1과 스타2의 기본 해상도, SD 방송과 HD 방송의 차이를 먼저 살펴봐야할 것 같습니다. 스타 1은 1998년도에 발매되었고 해상도는 640 * 480이죠. 그리고 그 당시 TV는 아날로그 방송이였고 해상도는 SD였습니다. SD 방송의 세로 해상도는 480 pixel입니다. 그리고 당시  TV 화면의 화면비은 4:3이니까 가로 해상도는 640 픽셀이고요.  

공교롭게도 TV 방송과 게임 화면의 해상도가 일치합니다. 두 방송의 해상도가 똑같기 때문에 화면 뭉개짐 없이 선명한 화면을 볼 수 있었던 거죠. LCD 모니터를 쓰시는 분이라면 보통 운영체제상의 해상도를  LCD 모니터의 정격 해상도와 똑같이 맞춥니다. 예전 브라운관 방식의 모니터는 자유롭게 해상도를 변경할 수 있었지만 LCD의 경우 픽셀이 고정되어있어 원래 모니터의 해상도와 운영체제상의 해상도가 안 맞으면 픽셀이 뭉개지고 화면이 흐릿하게 나오죠.

스타 2의 TV 화면에서의 가독성 문제도 이러한 해상도의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 스타 2의 가독성 문제를 이야기하시는 분들중 많은 분들이 실제 컴퓨터로 스타 2를 플레이한 적이 없고 TV 화면으로만 보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온게임넷의 경우 얼마전에야 HD 방송설비를 갖추었고 그나마도 개별 케이블 방송 공급자들과 계약이 갱신되지 않아 TV 화면은 여전히 SD 해상도에 머무르고 있죠. HD 해상도는 720p인데 그걸 480p로 억지로 다운스케일링하니 픽셀이 뭉개져 화면이 흐릿하게 보일 수 밖에 없죠. 그리고 그러한 화면을 본 시청자들은 스타 2의 가독성에 대한 편견을 가질 수 밖에 없고요.

집에 IPTV가 나오다보니 스포TV에서 방영되는 프로리그를 종종 시청하는데 화면을 보고 깜짝 놀랏습니다. 스포 TV는 HDTV이고 화질도 좋은 편이라 가독성이 뛰어나고 유닛들의 모션도 상당히 부드럽게 나옵니다. 아마 IPTV로 스포TV 채널을 시청하신 분이라면 가독성이 낮다는 이야기는 못하실 겁니다.

2) 색채 배열 및 선택
스타 1은 256 컬러입니다. 사용할 수 있는 색상 파레트 수가 적기 때문에 16비트, 혹은 24비트 컬러로 제작된 이미지를 256컬러로 변환하여 보면 색이 깨져보이죠. 하지만 스타1은 이러한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처음부터 그래픽 작업을 256컬러로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색채 구성에 상당히 신경을 쓴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날의 관점으로 보면 스타1의 색채 배색은 상당히 튑니다. 뭔가 자연스럽지 않고 과장된 느낌이 나죠. 일반적인 그래픽 작업에서 쓰이는 그런 자연스러운 색채가 아니라 256 컬러의 제한된 팔레트 수에서 색을 뽑아내서 맞추려고 했으니까요. 블리자드 측에서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이러한 왜곡된 색채 구성이 저 해상도 환경에서의 가독성에 기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2. 효과음
개인적으로 전 스타2의 사운드에 상당히 만족하는 편입니다. 물론 울트라리스크의 삐약삐약 소리 등등 몇가지 옥의 티가 있지만 전반적인 사운드의 품질은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다만 효과음에 대한 인식은 같이 제시되는 시각 자극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근데 문제는 TV에서 방영되는 스타 2의 그래픽 효과가 좋지 못하다는거죠. 스타 2의 원래 타격감은 꽤 좋은 편이라고 봅니다. 화염차와 같은 유닛에 불타면서 허우적대는 적 유닛들, 바퀴의 산성침(?)에 녹아내리는 유닛들의 묘사는 상당히 좋습니다. 거기다가 군심이 발매되면서 물리엔진을 보강하여 파괴된 건물의 잔해의 움직임, 폭팔에 튕겨나오는 유닛 시체들의 묘사들은 정말 감탄을 자아낼만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방송 심의규정의 문제로 인해 국내 게임방송에서는 이러한 효과를 사용하지 못하고 12세 이하용의 석유 효과를 쓰고있죠.

이러한 시각 효과의 부재가 스타 2의 효과음에 대한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봅니다.


심리학에 보면 맥거크 효과(McGurk effect) 라는게 있습니다.


일단 아래에 제시된 유투브 방송을 켠 후 눈을 감고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그 다음에 눈을 뜬 후 다시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그 다음에는 현재 보고계신 화면을 아래로 스크롤해주시기 바랍니다.





































화면속 인물이 뭐라고 말한 것으로 들리나요?

"DA DA" 인가요 "BABA" 인가요??


눈을 감고 들으면 DADA로, 눈을 뜨고 들으면 BABA로 들릴 것입니다.

사실 이 영상은 BA 음성과 DA를 말하는 화면을 합성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타인이 발화한 음성을 들을 때 입모양을 같이 지각하고 이를 통합하여 최종적으로 음성을 지각합니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화면과 음성을 바꿔치기하면 실제와는 다른 소리를 듣게되는것이죠.

이렇듯 사람들은 다양한 감각 양상(modality)을 통합하여 외부 자극을 지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인지적인 왜곡이 일어나기 쉽죠.

아마 사람들이 주관적으로 지각하는 스타 2의 효과음도 12세 이하 방송의 구린 시각효과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스타 2의 원래 제대로된 효과음을 듣는다면 그렇게까지 구리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아무리 그래도 울트라리스크의 삐약삐약 사운드는 도저히 용서가 안되지만요. 전 처음듣고 '내가 환청이 들리는건가? 아니면 옆집에서 양계장을 시작하려고 병아리들을 잔뜩 삿나' 뭐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여튼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이고요 다른 분들의 생각은 어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