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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6/10 17:25:43
Name 총알이 모자라.
Subject 드라군의 귀향[완결]
어느 순간 커다란 섬광과 함께 나의 의식은 멀어져만 갔다.

"젠장 마인이군...."

나를 기다리고 있을 그녀의 모습도 가족들의 얼굴도 한순간에 스쳐갔다.

"이게 끝이라는 것이군..."

....


무엇인가? 이 낯선 기분은...내가 아직 살아있는 것인가?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이상한 기분만이 들었다.

"혹시?"

그렇다. 나는 살아 있는 것이다. 다만 이젠 더 이상 자랑스런 질럿이 아닌 커다란 기계에

의지해야 하는 드라군이 된 것이다.

이런 기분일 줄은 정말 몰랐다. 내가 아닌 내가 된 기분이라고 할까?

가슴이 답답해진다. 아니, 이제 가슴은 없다. 다만 뜨거운 엔진의 열기가 느껴질 뿐이다.

나는 몸을 움직이려 노력했다. 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도 몰랐다. 제 몸 하나

가누지 못하는 어린 아기가 된 기분이다. 갑자기 절망이 밀려온다...난 이제 어떻게 해야하

는 것이지...

"이봐, 0034번이 의식이 돌아왔군...어떻게 된 거지..빨리 의식을 차단해!!"

그렇게 나는 다시 잠들었다.

....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는 드라군이 되어 전장을 누볐다. 전세는 호전되어 우리의 승리

가 확실했다. 이제 고향으로 갈 날이 멀지 않았다. 그러나 기쁘지 않았다. 드라군은 그의

두뇌만을 이용할 뿐 자의식을 가질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어쩐 일인지 의식이 있었고 그것

을 숨기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만일 나의 의식이 살아 있음을 알게 된다면 그들은 나

의 의식을 잠재우려 하고 아니면 폐기시키고 말 것이기에...

....

한동안 더 이상의 전투는 없었다. 그리고 어느 날 아비터가 나타났다. 드디어 귀환의 날이

된 것이다. 난 너무도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고향으로 간다고 해서 지

금 내게 달라질게 무엇이란 말인가? 이제 나의 가족도 나의 그녀도 나를 알아 볼 수는 없

을 텐데.. 이런 몸뚱이로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아비터의 빛속에서 나의 상

념도 지워져만 갔다.

...

아우어 행성은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이 황폐해져 있었다.

내가 꿈꾸어 오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황폐하고 초라해져도

나에게 고향은 한시도 잊을 수 없었던 소중한 곳이다. 나의 가족과 그녀가 있기에..

하지만 그곳은 지금 너무나 멀리 있었다. 아마 나는 이곳을 평생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드

라군은 더 이상 살아있는 존재가 아니기에, 한낱 기계에 불과한 것이기에...

....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욕망을 참기 위해 애써야 만했다. 나는

알고 있다. 부대를 이탈하는 드라군은 바로 파괴당하게 된다는 것을 하지만 나는 어느 순

간 그것이 나의 마지막 모습이 되리라는 것 또한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때론 그리움이 생

존의 의미 그 자체이니까...

....

결행의 날이 밝았다. 나는 부대를 이탈해 단 한번이라도 그녀의 모습을 보기로 했다. 어차

피 한번 죽은목숨 아닌가? 이제 내가 포기해야 할 것은 이 쇳덩어리 몸둥이 뿐... 에너지

를 가득 채우고 보조 배터리까지 장착하고 나서 나는 서서히 움직였다. 부대 내의 경계는

거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드라군들은 중앙통제 장치에 의해 유도되니 따로 관리할 필요

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사라지고 나면 그들은 곧 그 사실을 알게될 것이다. 그럼 추

적을 하겠지 이 커다란 몸둥이를 숨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전속력으로 최

대한 멀리 달릴 수밖에 없다. 여기서 고향까지는 이틀이 걸릴 것이다. 아마 나의 에너지도

바닥이 나겠지... 하지만 운이 좋다면 고향에서 죽을 수 있을 것이다.

....

하루 반을 달렸다. 에너지의 소모가 생각보다 심하다. 역시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은 무리

였는지.. 하지만 이상하게도 추적은 없었다. 나는 다행으로 생각하면서도 불안한 맘을 떨

칠 수 없었다. 하지만 아무렴 어떠랴, 이제 에너지도 겨우 6시간 정도 밖에 버티지 못할 것

이다. 그래도 고향에 가까워질수록 나의 마음은 차분해져만 갔다.

...

멀리 마을이 보인다. 나의 고향, 전쟁으로 고향을 떠난 지 5년 만에 나는 돌아온 것이다.

더 이상 떠나던 날의 그 모습은 아니었지만 나는 돌아온 것이다. 이제 에너지는 세시간 분

량 뿐, 하지만 마을까지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그녀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나는 멈칫 할 수밖에 없었다. 마을은 텅빈 상태였던 것이다. 나는

그 자리에 굳은 체 서있었다. 무슨 일이지? 모두 어디로 가버린 거지? 모두 어디로... 더 이

상의 생각은 멈추었다.

....

"0034의 에너지가 완전히 소멸되었습니다."

"데이터는 분석 결과는?"

"적당한 자의식은 전투력을 높이는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판단체계의 단순성에는 부정

적입니다."

"음...그렇담 결국 자의식보다는 통제 컴퓨터에 의존하는게 좋다는 이야기군..."

"네, 그렇습니다."

"흠..참, 저 마을은 어떻게 된 건가?"

"네, 4년 전에 전염병으로 전멸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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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용
04/06/10 17:47
수정 아이콘
잼있게 읽었어요~!!후편도 언능 올려줘요~!그리고 막군님의 희받사도 정말 잼있게 봤습니다.!또다른 연재를 기대하는 :)
BackStep
04/06/10 18:15
수정 아이콘
타지에서 힘들게 일하시는 분들 화이팅..갑자기 이생각이 왜나는지..
04/06/11 00:31
수정 아이콘
역시 재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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