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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9/13 01:30:43
Name 질럿은깡패다
Subject 어린 나로서 강민에게 보내는 마지막 글
1.
Lord of Dream.
꿈의 군주
몽상가

2.
여느날과 다름없이 PGR에 접속했더니 게시판에 '강민 은퇴'라는 제목의 글이 있더군요. 충격적이지는 않았어요. 수차례 인터뷰를 통해서 게임을 하는데 있어 어려움을 토로해왔고(특정 타일셋에서 버로우 된 러커가 보이지 않는다는 인터뷰도 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게이머 생활을 계속해 온 것이 놀랍고 기적으로 여겼었으니까요. '올게 왔구나'라는 생각을 했지만 강민 선수의 오랜 팬으로서 가슴 한켠이 아려오는 것을 어쩔 수가 없었어요.

3.
최근 유입된 07년도 이후 토스팬들은 잘 모르겠지만, 토스는 정말 안 좋은 종족이었죠. 오죽하면 박 모 토스 게이머의 '테란해라'는 말이 스타계 최고의 명언 중 하나로 꼽히겠습니까. 정말 최악이었어요. 안 그래도 쉽지 않은 테란전이었는데 시즈 탱크의 포격 한방에 드라군이 우르르 딸려들어가 패배하기도 했고, 저그전은 끝없는 연탄밭에 눈물흘리고 좌절하는게 당연한 거였었죠. 개인적으로 토스를 주종으로 선택한 게 너무 후회스러웠고 게임하는게 짜증이 날 지경이였죠. 그 때 강민 선수가 이렇게 인터뷰를 하더라고요. '토스도 여러가지의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아요. 잘 쓰면 좋은 종족이에요'. 당시에도 강민 선수 팬이기는 했지만 왠지 화(?)가 나더라구요. 어떻게 저렇게 말을 할 수 있는지..

4.
그 땐 몰랐지만, 지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에게 강민 선수는 이병민 선수와의 페러럴 라인즈에서의 할루시네이션 아비터 리콜, 임요환 선수와의 기요틴 다크-전진 캐논 콤보로 기억이 되겠죠. 눈이 멀어버릴만큼 찬란히 빛나는 당신의 기지와 재치가 사람들 마음 속에 남겠죠. 하지만 전 아니에요. 전 당신을 이렇게 기억해요. 토스는 이길 수 없다던 천재테란의 탱크 벽을 무너트린 3셔틀, 연탄밭이 조여지면 이길 수 없다던 디아이에서의 끝없는 하이템플러, 그리고 이길 생각이 없는 플레이라는 조롱을 들었던 대 저그전 더블넥까지. 꿈도 꿀 수 없었던 토스를 위해 무시와 조롱을 받으면서도 그대가 대신 꾸어줬던 그 꿈들.

5.
미안해요. 당신이 꾸는 꿈을 믿어주지 못했어서. 고마워요. 토스유저도 꿈을 꿀 수 있게 해줘서. 그렇지만 그 무엇보다도 이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저는 당신을 자랑스러워 한다는 것을. 현실을 바꾸기 위해 패배와 굴욕과 모멸감을 견뎌낸 당신이 견딜 수 없이 내게는 멋있고 자랑스러운 존재였다는 걸. 당신이 보여준 멋진 플레이보다도 더 멋졌던 당신의 노력과 불굴의 분투가 그리울 겁니다. 저도 그렇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더 이상 '할 수 없어'라는 말은 하지 않을게요. 뭐든 다 해낼게요. 그게 한때나마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고 포기할 줄 모르던 당신을 비웃었던 내가 당신께 사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일테니.

Good bye. Nal_rA



P.S. 다음에 당신을 만날 땐 당신께 제 꿈을 보여드릴께요. 그 때 까지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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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9/13 01:40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강민선수와 임요환선수는 '존경'이라는 단어를 쓸만큼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입니다.

어제오늘 시간이가면갈수록 아쉬움이 커져 잠이 더 안오는군요..

전 지방에살아서 강민선수경기를 실제로 한번을 못봤는데, 제 인생에서 두고두고 후회될일로 남을것같군요.

지금은 그냥 그저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싶네요. 그동안 스타보면서 강민선수때문에 행복했어요.

그리고...



광렐루야!!
엠파이어
08/09/13 13:19
수정 아이콘
영원히 기억할것입니다...강민선수
08/09/13 16:08
수정 아이콘
아직도 믿어지지않지만..
그래도 그저 감사합니다 강민선수..
어디서건 잘 해 나갈거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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