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였던가요,

개인리그 보이콧 사태 때만 해도 아무리 프로리그가 기업 홍보에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개인리그는 꼭 필요하고 메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프로리그에선 볼 수 없는 개개인 선수들간의 스토리라던지, 역대 최강은 개인리그 우승자여야 한다는 생각에 사실 프로리그에는 큰 정이 가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스타리그 하면 예전부터 역사가 있는 개인리그다! 라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오늘 스타리그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왠지 무언가 굉장히 허전한듯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마지막 경기, 응원하던 박영민 선수가 캐리어를 몰고 다니며 시원~하게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GG가 선언 된 이후 오히려 더 신이 나지 않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

주5일 프로리그다 보니 거의 매일 프로리그를 봐서 그런지 몰라도,

한 선수가 승리를 하고 나오면 항상 다른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쳐주고 승리에 기뻐하고, 그 누구보다 경기를 이긴 선수가 가장 기뻐하는 모습에 익숙해져있었는지, 이기고도 머쓱한 표정을 짓고 그냥 들어가버리는 선수들을 보니 뭔가 승부에서 중요한 하나가 빠진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보통 기쁨의 표현에 인색한 선수들도 같은 동료들이 있던 자리에선 같이 어울려 기뻐하고 팬의 입장에선 "이겼다!"는 사실에 같이 동조할 수 있었으면 하는데 개인리그의 경우 가끔 경기결과가 없이는 누가 이겼는지 누가 졌는지 분간도 잘 안될때가 있습니다.

선수들이 너무 수줍음을 많이 타서 그럴지도 모르고, 팀 동료도 없는데 혼자서 기뻐하고 세리머니 하기가 민망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보는 팬의 입장에서 경기를 시원하게 이겨버렸음에도 불구하고 무표정하게 떨렁 나가버리는 건 왠지 응원하다가 승리의 순간에 김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겠죠.

그동안 매일매일 프로리그에 익숙해 져 버린 탓일까요.

이제 일요일 결승이 끝나고 다음 시즌이 열릴 때 까지 한 경기 한 경기 승리에 경기를 승리로 이끈 선수 당사자는 물론이고 모든 팀원들, 팬들까지 얼싸안고 좋아하고 열광하는 그런 분위기가 꽤나 그리울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