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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1/13 23:34:56
Name EzMura
Subject 선수와 팬은 같이 성장한다.
오늘 난생 처음으로 오프를 뛰어봤습니다.

지방에 사는 지라 갈 기회가 없었죠...

(지방도 가까운 곳이 아니라 먼 곳인 경남 창원이라 가려면 꽤 큰 고생을 해야...뭐 제주도분들 보다야 낫지만 ^^;)

이번에는 수능도 끝나고 해서 큰 마음 먹고 서울로 올라가서 PgR에 아는 분 한 분의 도움으로 하루밤 자고

MSL을 보러 코엑스몰에 갔습니다.(그 분도 길치고 저도 처음이고 해서 좀 헤맸다는......-.-;)

히어로센터가 생각보다 참 작더라구요...TV로 볼 때도 그렇게 큰 것 같지는 않았지만서도 생각보다 훨씬...^^;

아무튼 덕분에 선수들 얼굴을 잘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다만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더웠다는......)

전 사실 오늘 경기는 서지훈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서 갔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32강에서 2패 광속 탈락...(그러고보니 저번 MSL 2,3,4번 시드가 모두 2패 광속 탈락했네요...)

1경기는 솔직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시작을 원팩 더블로 잡아오면서 가스 조절까지 한 상황인데다가

상대는 노게이트 더블넥. 그런데 정찰운이 안좋아 제일 마지막에 발견......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싸워줬습니다. 그래서 아쉽긴 했지만 큰 실망 같은 건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역시 다른 분들도 보셔서 알겠지만 패자전......

안그래도 서서 보는 지라 짜증이 조금 나있었는데...경기까지 분위기가 안 좋더군요.

우선 서지훈 선수는 그 답지 않은 전략. 빠른 몰래 배럭.

분명히 서지훈 선수 자신은 그런 걸 쓰지 않을 거라고 상대인 진영수 선수는 생각할 거라고 생각했었을 겁니다.

솔직히 저도 SCV 나가는 순간 통할 지는 물음표였지만 발견은 못한다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서지훈 선수가 도박적인 플레이를 펼친 적은 거의 없었으니까 말입니다.

(최근에는 도재욱 선수와의 블루스톰에서 멋진 판단력이 있었고, 그 전에도 MSL 4강에서 김택용 선수와의

블루스톰에서 약간은 도박적인 빌드를 썼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서지훈 선수는 블루스톰에서 도박적인 플레이를 종종 사용해서 인지 진영수 선수가 방심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바로 발견을 해버렸죠.

(아마 제 추측이건데 최근에 박영민 선수가 첼린지 결승에서 염보성 선수를 상대로 종족은 다르지만 같은 맥락의

전략을 사용한 것도 진영수 선수가 빨리 발견할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어쨋든 같은 팀이니까요.)

그 후로는 무난하게 가면 당연히 진영수 선수의 페이스였죠. 일꾼수도 일꾼수고 정신적으로도 진영수 선수가 유리했죠.

설상가상으로 레이스에도 호되게 당했습니다.

(사실 서지훈 선수가 그 상태에서는 모든 수를 대비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미 자원적으로도 조금 불리한 상황이라서

상대가 할 수 있는 한 가지 카드 정도는 무시하고 경기를 진행했어야 따라잡을 수 있었는데 하필 그 무시했던

카드가 레이스였고, 진영수 선수가 레이스를 썼던 게 맞아떨어져서 피해가 더 커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서지훈 선수가 이상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 답지 않게 경기가 7 대 3 정도로 기울었는데도 gg를 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서지훈 선수는 경기가 6 대 4 정도로만 기울어도 빨리 gg를 치고 나가는 스타일이라 그걸로 욕도 좀 먹던 선수였는데

그가 그런 모습을 보였기에 이승원 해설도 놀랐고 팬들도 놀랐습니다.

(이때 팬은 서지훈 선수 팬만이 아니라 게임팬 전체를 통틀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전 레이스가 12킬 17킬 할 때 게임화면을 보지 않았습니다.

정말 영화에서 나오는 기법처럼 서지훈 선수만 바라보았습니다. 그의 얼굴과 그의 마우스를 쥔 손만.

그대로였습니다.

표정도 특유의 포커페이스 그대로 였고, 손도 평소처럼 APM 400대의 움직임으로 열심히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전 그게 너무 슬퍼보였습니다.

안쓰러운 감정같기도 했고, 불쌍한 감정같기도 했고, 팬으로써 험한 꼴을 당하는 모습에 슬픈 감정같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슬프게 느껴졌다는 겁니다.

서지훈 선수는 이제 옛날의 팀의 막내였던 그 서지훈 선수가 아닙니다.

어엿한 팀의 고참입니다. 그걸 본인도 잘 알기에 그도 변했습니다.

이젠 더 이상 포커페이스만 유지하는 선수가 아닌 웃음이 많은 선수가 되었습니다.

이젠 자기 할 것만 하던 막내가 아닌 다른 선수들도 챙겨주는 고참이 되었습니다.

이젠 더 이상 미소년의 얼굴을 지닌 선수가 아니라 어엿한 청년이 되었습니다.

그는 분명히 말해 '성장'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팬도 성장했다는 것을 느낍니다.

오늘 전 그의 2패가 슬프기 보다는 그의 성장을 보면서 기쁨을 느낍니다.





p.s 여담으로 2경기 끝나고인가 코엑스몰 화장실에서 김동준 해설을 뵈었는데 참...훤칠하시더라구요...^^;

해설 잘 듣고 있다고 말이라도 하고 싶었는데 워낙에 소심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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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리
08/01/13 23:41
수정 아이콘
마지막 본진 드랍을 당하고 모든 scv를 끌고와서 기어코 센터병력을 치워버리는 그를 보며 가슴속에서 왠지 모를 웅클함이 느껴졌습니다. 이승원해설 말마따로 근성이 제 마음을 두드린 건지도 모르겠군요.

어제 오늘 두 cj선수 덕에 스타판이 볼만합니다!
루리루리짱~
08/01/13 23:44
수정 아이콘
저는 개인적으로 이성은 선수의 탈락이 참 안타깝더라구요. 평소에 열렬한 팬은 아니지만 오늘 게임 센스가 와~ 할 정도로 뛰어났구
1경기도 역전승 3경기도 역전...... 나올 뻔했죠. 아쉽게도 최종전 막멀티 관리 허술로 탈락하고 말았지만 제일 안타까운건
승자전에서 바이오닉과 드라군 1마리 대치중일때 망설이지 말고 바로 뛰쳐 나갔으면 경기 끝나는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후속 마린을 기다리느라 머뭇거렸던건가요. 참 안타까운 순간ㅡ.ㅜ; 예상과는 달리 혀영무 선수가 1위로 올라가 버렸네요 ㅎ
이성은 선수 안타깝지만 성장한 이성은 선수를 보아서 좋았습니다. 다음엔 우승권으로 껑충~ 뛰어 오를시길!!!
피부암통키
08/01/13 23:52
수정 아이콘
처음부터 이런 쟁쟁한 선수들 중에 둘은 떨어져야 했다는 사실이 아쉬울 뿐...
매콤한맛
08/01/14 00:05
수정 아이콘
얼마전에 있었던 스타리그 8강에서 신희승이 진영수를 상대로 오늘 서지훈이 지었던곳과 같은 위치에 배럭을 짓는 전략을 썼었는데 그 때도 가볍게 발견하고 이겼었죠. 서지훈선수가 그걸 몰랐을리가 없는데 오늘 그걸 왜 썼는지 이해가 안되는군요.
08/01/14 00:37
수정 아이콘
경남 창원에서 급하게 로그인하게 만드시네요..
하하하하 저도 경남 창원삽니다..
지금은 학교때문에 서울에 있지만..
반갑네요 고향사람 ~~~
08/01/14 00:42
수정 아이콘
경남 창원 고등학생인 1人
아.. 저도 수능 치면 꼭 가보고 싶다는..
08/01/14 00:54
수정 아이콘
댓글이 산으로 가는지 모르지만...
저도 창원 출신. 은근히 창원 사람 많은가봐요.
반갑네요.
그리고 서지훈 선수의 완전한 부활을 기대했는데 참 아쉽네요.
08/01/14 02:04
수정 아이콘
길치인지라 길 안내해 줄 메딕을 구하는 1人

스타판의 선수들이 동생처럼 느껴지고 그런 동생들이 시간이 지나 올드라 칭해지며, 때론 사라지기도 하고 잊혀지기도 하고...
iTV에선가 프로가 되기 전 서지훈 선수를 처음 본 지 7년짼가 되어가는데 아직도 진행형이길 바라며 응원하는 팬들이 있으니
힘내고 스타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골이앗뜨거!
08/01/14 07:26
수정 아이콘
어제의 같은 팀 마재윤 선수의 분전을 보고 에이스본능이란 것에 대해서 자각을 하기 시작한 게 아닌가 싶고또,팀의 승리에 일조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보상심리로 이 번 엠에쎌 만큼은 꼭 이기고 싶었던 것 같은 모습이 매우 역력해 보였습니다.마재윤 선수처럼,서지훈 선수도 엄연히 씨제이의 에이스거든요..객관적으로 따져본다면 팀의 최고참이자 최고연봉 선수이고 팀 창단에 가장 큰 역할을 했던 선수(수 많은 에이스의 이적에도 불구하고 서 선수는 끝까지 팀을 지켰죠.)이기에,어제와 같은 중요한 대결에서 에결과 같은 큰 비중이 있는 경기에서 자신은 나올 수 없었다는 게 서지훈 선수로서는 약간은 자존심이 상하지 않았나 싶네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임요환,이윤열 선수와 같은 경기에 대한 악착같은 집착 없어도 5,6년동안 줄곧 메이져에서 버틴 서지훈 선수가 이 두 선수와 같은 경기에 대한 집착이 생긴다면 보다 나은 성적을 쌓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그 동안 너무 자신의 게임을 '관조적'으로 바라봤던 서 선수인지라,요즘 그 변화가 없던 표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고 감정이 생기는 것이 오랜 지오팀의 팬으로서 매우 긍정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 선수,다가올 플옵과 OSL에서는 꼭 건승하시길!
루나러브굿
08/01/14 09:40
수정 아이콘
서지훈 선수의 빠른 지지 타이밍에 대해선 스스로도 스팀팩에 나와 얘기를 했었죠.
예전에는 너무 어려서 경기 하나하나 중요성을 못 느꼈었다고..
어제는 아쉽게 탈락했지만 프로리그와 스타리그에서 다시 퍼펙트 테란의 멋진 모습 보여주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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