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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11/09 17:23:16
Name ls
Subject 마재윤, 본좌라는 무거운 짐을 비로소 내려 놓다.
* 편의상 경어는 생략하였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


어제 곰TV MSL Season3 4강 A조 박성균과 마재윤의 경기가 있었다. 결과는 박성균의 3:2 승리. 박성균은 김택용이 세운 최연소 MSL 결승 진출 기록을 새로 썼다.

박성균과의 4강 경기는 더 이상 마재윤이 '본좌'가 아님을, 잘하는 상대를 만나면 지고, 못하는 상대를 만나면 이기는, 그저 강한 저그 유저들 중의 한 명임을 입증한 결정적인 경기라 생각한다.



어제 경기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마재윤의 대테란전 경기력의 하락을 의심했다. 내 생각은 다르다. 경기력의 하락이 전혀 없다고 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 하락폭이 눈에 띌 정도로 크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물론 눈에 보이는 플레이의 질적 감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대로 럴커의 배치가 나쁘다던지, 상대 SCV의 정찰을 두 눈 뜨고 뻔히 허용한다던지, 쉽게 말해 과거만큼 꼼꼼하고 부지런한 플레이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경기의 승패가 초중반에 결정이 나지 않고 중장기전 운영싸움으로 넘어가는 기미가 보이면 레어 테크에서의 전투를 회피하면서 빠른 하이브 테크를 고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경기력의 감퇴라기보다, 자신의 플레이에 대한 신뢰, 즉 '자신감'을 잃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테란과의 경기에서 패배를 겪는 경험이 쌓이면서 '이렇게 하면 진다'는 두려움을 알게 된 것이다. 레어 테크 싸움을 가능한 한 피하려는 것도 이런 심리적 위축의 작용이 낳은 결과가 아닐까.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것은 마재윤이 '이렇게 하면 진다'고 느꼈을 때, 그가 그렇게 행동하면 정말로 상대에게 져버린다는 것이다. 이는 곧 마재윤이 상대하는 테란의 수준이 그만큼 향상되었음을 뜻한다. 과거 마재윤이 MSL을 휩쓸고 OSL마저 정복하며 본좌로 군림하던 시절, 테란들도 마재윤을 상대로 무수히 많은 패배를 기록하면서 눈물을 쏟았다. 그러나 그 패배들은 테란들에게 쓰리 해처리를 중심으로 하는 마재윤의 운영에 대한 내성을 길러주었고, 이제는 그에 대항할 수 있는 항체가 수준급 테란들 사이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마재윤이 프로리그에서 테란을 상대로 연패를 떠안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 마재윤은 테란들에게 있어 더 이상 난공불락의 요새가 아니다. 박성균과의 경기는 마재윤이 테란을 상대로 한 다전제 경기에서 최초로 무력한 모습을 보이며 패배했다는 데에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마재윤은, 드디어, 본좌라는 무거운 짐을 비로소 내려 놓았다. 저그가 영원한 라이벌 테란을 상대로도, 상성에서 앞서는 프로토스를 상대로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현시점에서, 여전히 종족의 최전선에 서 있는 한 명의 저그 유저로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할 때가 되었다. 이제 진화할 차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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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주지 마!
07/11/09 17:26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07/11/09 17:29
수정 아이콘
글 밑에 추천수라는건 뭔가요??
07/11/09 17:31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 있다면 추게로~~~~ 눌러주는겁니다.
지니-_-V
07/11/09 17:39
수정 아이콘
좋은글이네요~
silberio
07/11/09 17:53
수정 아이콘
진화...저그에게 어울리는 말이라고 느껴지네요.
달걀껍질
07/11/09 17:56
수정 아이콘
저도 어제 경기 보면서 마에스트로의 시대가 갔음을 느꼈습니다.. 아쉽지만 영원한 본좌는 없는듯 그게 스타의 묘미이겠지요
07/11/09 18:47
수정 아이콘
홍진호선수의 몰락과 비슷한느낌을 받네요. 힘싸움 회피.. 정작 기다리고 있을때엔 상대가 싸워주지 않고.
07/11/09 18:54
수정 아이콘
캇카님// 어제 스갤에서도 그런 내용을 봤는데 공감가더라구요.....
07/11/09 19:20
수정 아이콘
글에 많이 공감하는 바입니다 가장 큰 원인은 자신감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예전 그 유연하고 부지런하며 맵핵같은 플레이도 이렇게 하면 안진다 하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요새는
그런 운영이 보이지 않더라고요 마에스트로 진화합시다!!
라구요
07/11/09 20:37
수정 아이콘
이 글이 왜 공감가는 좋은글인지 이해를 할수가없네요..
어제경기 실망이 크긴했지만.... 그렇게 질책할문제는 아니라 보는데요..
어제 3경기 조디악까지만 놓고 보면 그는 그래도 극강의 지존 마본좌 아니었나요?
윤용태,송병구를 제압해버린 그때의 찬사는 다 어디간거죠?.. 그렇게 형편없는 졸전이었나요>?
패자의 잘못을 지적하기보다는..... 승자의 여우같은 운영을 칭찬하는게 덜 유치해보입니다.
정형식
07/11/09 21:01
수정 아이콘
라구요님// 이글은 질책이라기 보다는 이제 본좌의 짐을 벗고 다시한번 진화하기 위한 노력을 해달라는 글 아닌가요?
라구요님도 아시겠지만 이판의 영원한 본좌는 없습니다. 아쉽게도 마재윤 선수도 어제 경기로 본좌의 자리에서 내려온 것 같구요.
하지만 본좌에서 내려온다고 모든게 끝난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천재 이윤열 선수도 전성기가 지났지만 지금도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임요환, 최연성 선수도 나름의 역활을 하고 있습니다.
마재윤 선수도 비록 본좌는 아니더라고 어제의 패배를 계기로 한층더 업그레이드 될 수 있는 것이구요.

p.s) 혹시 아나요? 또다시 진화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마재윤 선수라면.
Ma_Cherie
07/11/09 21:14
수정 아이콘
그러게요 마재윤선수의 테란전 감각의 하락보다는 요즘 바이오닉운영이 강한 테란선수들의 저그 3신기에 대한 내성이 더욱 많이 생기다

보니 다시한번 저그가 발전해야할거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테란전에서 안쓰는 유닛은 퀸밖에 없는데... 해법이 나오려나요..
뿌지직
07/11/09 21:42
수정 아이콘
단지 4강에서 떨어진것 뿐이고 온겜도 8강진출이 유력한 상황에서 너무 이른 판단 아닌가요? 뭐 아무리 본좌라도 항상 이길수는 없겠죠. 당연히 정상에 오래있으면 집중대상이되고 플레이가 파악되기 마련이지만 아직까지 마재윤선수는(포스가 약간 떨어졌지만) 본좌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msl도 준결승까지 갔고 온겜도 아직 남았구요. 어제 경기에서도 박성균선수가 너무 잘했고, 마재윤선수의 초반의 실수가 조금 있었을 뿐. 운영 능력은 감탄사가 나오던데요. 특히 1경기 언덕멀티 가디언과 럴커로 방어했을땐 정말 대단하구나 느꼈구요 마지막 경기도 6시 해처리가 안깨졌다면 해볼만 했죠. 파이썬도 박성균선수의 환상적인 컨트롤이 돋보였지 마재윤선수의 실력이 떨어졌다고는 보이지 않네요.
07/11/09 22:30
수정 아이콘
마재윤선수의 2007년 1년 동안의 테란전은 50%를 넘지 못합니다. 저그전은 정말 최악이구요. 단지 플토전만 80%를 넘습니다. 이번 시즌에서도 4강까지 줄창 플토만 이기고 올라왔다 테란 만나서 떨어지네요. 그의 실력이 떨어지지 않았다면 상대적으로 타 선수들의 실력이 그를 넘어섰다는 걸 의미하죠. 결국 타 선수들이 발전하는 동안 발전을 못했다는 말이고.. 암튼 테란전과 저그전에서의 모습은 이전보다는 암울해졌습니다. 크게 변화의 모습이 많이 보이지 않고, 기존의 잘하던 플레이의 방식을 고수하다 지는 경기들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07/11/09 23:38
수정 아이콘
꼼꼼함이라는 부분에서 전성기 시절과 차이가 있음을 느낄 수 있지요. 또 전성기 마재윤선수의 테란전하면 어떤 선수가 이야기 한적 있는데 가스가 남는 순간 스커지로 환산해서 베슬 및 드랍쉽 격추를 기가막히게 해냈던 선수였는데 어제 경기를 보니 베슬격추도 잘 안되는 모습이고 드랍쉽이 날아올 틈을 안주고 달라붙던 스컬지들이 어제는 보이지 않더군요.
DodOvtLhs
07/11/10 00:49
수정 아이콘
정작 더욱더 답답한건 마재윤선수의 팬들이 아니라, 마재윤선수 본인 자신일겁니다...
모르겠어요.. 앞으로 마재윤선수의 행보가 어떻게 될지...
마재윤이니까.... 더 업그레이드 된 모습으로 다시 부활하리라고 믿습니다....
07/11/10 03:30
수정 아이콘
다시 본좌의 자리에 오를수 있도록 힘냈음 좋겠네요. 마재윤선수.
남자라면외길
07/11/10 11:32
수정 아이콘
뭐랄까 스타를 제대로 보고 나서 첫번째 보는 본좌라 그런지 마재윤선수에게 정이 많이 가네요~
힘내세요!
XiooV.S2
07/11/10 11:56
수정 아이콘
마재윤선수가 못해졌다기보다...마재윤선수가 실력이 좀 늘었다면, 박성균 선수는 엄청 는듯한 느낌이 들었던...

결국 어린선수들이 계속치고, 1~2년만 지나면 무너지는..그런 방식의 반복인가요..
데네브
07/11/10 18:42
수정 아이콘
네.. 마재윤 선수는 반드시 진화하리라 믿습니다 :)
07/11/11 03:37
수정 아이콘
사실 아직도 마재윤선수는 충분히 이윤열 선수처럼 꾸준하게 다시금 올라올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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